그러고보니 저도 30이 훌쩍...(많이는 아니고) 넘어 버렸네요..
청빈하신 아버님의 유일한 취미는 '사진기'였습니다.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 도저히 '찍기'를 하실 수 있는 분이 아니셨는데
어려운 살림 속에서 정 한번 붙여 보시겠다고 장만하신게...
당시 '아사히 판탁스'였었지요.
그게 제 초등학교(국민학교) 시절이었을 겁니다.
어릴때라...
모델명도 몰랐지만
아버지께선 무척 좋아하셨지요.
아버지께서 다니시던 회사에 출입하시던 '나까마'(보따리 밀수)장수에서 산 것이었습니다.
얼마 지나자...
그 장수에게 보상판매(?)로 캐논을 구입하셨지요.
그 모델명은 AE-1 이었습니다.
어느새 인가 망원과 줌도 하나씩 구입하셨더랬지요.
꽤 좋아 하셨지만...
별도로 찍으러 나가신 적은 없었습니다.
가끔
산소에 가셨을때나...
형과 저의 입학/졸업... 뭐 그때만 가끔 이었죠.
이후에 똑딱이 올림푸스(24장짜리 필름 넣으면 38장인가 찍히던...)...
자동 줌이 달린 니콘(캐논인가?) 똑딱이...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하셨던 AE-1을,
건축공부하러 미국으로 유학가는 역시 가난한 형수에게 쥐어 주시더군요.
당시 디카가 그리 흔하던 시절도 아니였고...
건축물 사진 촬영에는 어쨋든 좋은(괜찮은) 카메라가 필요하다니까..
어릴땐,
망원이며 줌이 뭔 소용이냐고...
어린마음에 핀잔도 드리곤 했었는데
그나마의 아버지 '것', 유일한 '것'이었던 사진기가
그렇게 떠나고 나니 오히려 제가 더 서운하더군요.
물론 저도 모르게 조용히 주셨습니다.
제가 장가를 가면서
제가 쓰던 펜티엄 PC를 두고 나가면서 조금 가르쳐 드렸고 (2000년 12월)
이젠 그 모든 취미를 인터넷에 몰입하시나 봅니다.
형하고 (아직 미국) 이메일 송수신이라든지...
인터넷 고스톱이라든지...
특히 경품에 무제한적인 도전으로
접이식 자전거, 후지A101 디카, 메트로 일본 2박3일 여행권에
각종 악세사리들(마우스, CD, 영화관람권 등등)을 다 제게 안겨 주시네요.
이제 연세가 66...
아직도 건물 경비를 하시면서
틈만나시면 인터넷을 하시는 아버지를 보면
걱정이 되면서도 다행이구나 생각합니다.
그저 닦고 또 닦기만 하시던 그 아버지의 하나뿐인 사진기가 없는대도
늦은 나이에 인터넷을 배우시고 독수리 타법도 배우셔서
열심히 재미있게 사시려고 하시는 모습이 우습게도 대견하네요.
저도 10월 초면 새 생명을 얻습니다.
그 아기를 위해 디카를 샀고...
어버지는 어루면져 주시기만 하셨지만...
저는 닳아 없어질때까지 찍어 볼랍니다.
그것이 아버지의 또 다른 기쁨이 될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