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환오빠와 함께 걸었다. 혜정과 희진은 학교 앞에서 헤어졌다. 유환오빠 말대로 민호가 혜정에게 전화해서 만나자고 했다. 물론 혜정은 별로 달가워 하지 않았다. 수능 끝난 기념으로 이벤트를 준비했다면서 민호는 끈질기게 설득을 했다. 민호의 승리다. 우리도 시간이 된다면 가기로 했다.
"무슨 생각해"
"오빠와 같은 생각해요"
"곰탕 먹고 싶다는 생각했거든. 너도 배고파"
"네 배고파요. 밥 사주세요"
"가자"
유환오빠가 가자는 곳으로 난 무조건 따라 갔다. 수능의 긴장이 이제서야 풀리는지 배가 고파오지 시작했다.
이렇게 나에 대해 잘 아는데... 이렇게 많은 것이 우린 닮았는데.... 혜정의 말대로 영혼이 바꿔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르다고해도 내 꿈에 나타는 남자가 유환오빠와 닮아 있어 그래서 내 심장이 그 모습에 반응 했다고 해도 내가 지금 행복하다면 상관없지 않을까? 내 운명의 상대가 아니더라도 상관없지 않을까? 아님 내 운명은 이미 정해졌는데 내가 가기를 두려워해 지금 제 자리 걸음한다고 해도 상관없지 않을까? 이미 끝은 정해져 있으니까? 난 그 길로 가고 있으니까? 조금이라도 행복하면 안될까? 그게 유환오빠라면... 내 옆에 유환오빠가 있어 행복하다면 그게 내 사랑이다.
그럼 재준오빠는... 날 사랑하는 재준오빠는 상관없는걸까?
"얼굴색이 안좋아"
"시험때문에 그래요"
"몸보신 많이 해야겠어"
"네"
그때 하정에게 전화가 왔다. 할머니의 전화인데 아버지가 오셨다는 것이다. 시험이 끝났으니 집으로 지금 들어오라는 전화였다.
"무슨 일이야"
"집에서 온 전화예요"
"들어오라는 말이니"
"네"
"내가 생각이 짧았다. 이런 날은 가족과 있는게 당연한건데.. 집으로 가자"
"혼자 갈 수 있어요. 괜히 오빠만 시간낭비했어요"
"시간 낭비라니 너 만나는게 어떻게 시간낭비야. 네 얼굴 보는건데 행복한 시간이지"
하정이 말 없이 웃었다. 가끔 이런 말에 부끄러웠다.
"이젠 너도 성인이네"
"수능 끝나면 성인이에요. 아직 난 청소녀이라구요"
"청소녀 치고는 너무 겉늙었는데..."
"맨날 놀리기만하고 오빠 미워요"
"정말이야 농담 아닌데.. 집에 들어가서 거울 봐"
오빠의 이런 말투도 점점 익숙해져가는데... 이렇게 좋은데... 이런게 사랑이 아닐까?
하정은 애써 웃었다. 유환오빠를 제대로 바라볼 수가 없다. 마음 한구석에 뭔가가 걸린 듯한 것이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들어가서 쉬어. 오늘 많이 피곤한 것 같아"
"고마워요 오빠"
"뭐가 그렇게 고마운지 A4용지에 써서 보여줘"
"조심해서 들어가요"
"푹 잘자"
유환이 작별의 인사로 하정의 이마에 소리가 나게 뽀뽀를 했다. 갑작스러운 유환의 행동에 하정은 그만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너에게 주는 선물이야. 내내 이 선물이 주고 싶었어"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부끄러워 하정은 얼른 집안으로 들어갔다.
"너무 놀랬어"
한숨을 길게 내 쉬었다. 손을 이마로 가져갔다. 얼굴이 화끈거려서 조금 있다가 들어가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