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디 이야기 4.
"미국 들어올 돈이 있다면, 뭣 때문에 미국에 들어옵니까? 그 돈으로 한국에서 살지."
캔디는 돈푼깨나 들고 미국에 이민 와서 살겠다는 사람을 보면 그렇게 말합니다. 미국은 쉽게 성공할 수 있는 나라도 아니고, 돈을 펑펑 벌 수 있는 나라도 아니에요. 한국에서 부동산값이 치솟을 때에 한 밑천 거머쥔 사람들이 미국으로 건너와서 장사를 하다가 많이 망했어요. 돈을 다 날린 그들은 막일이라도 쫓아다녀야 했고, 대부분 중년에 건너온 나이기에 금방 오십을 후딱 넘긴 노후가 걱정되는 나이가 되어버리죠. 그러면 연금을 타먹으려고 미국에 비비적거리게 되어요. 극단적인 예지만 미국에서 사라진 두 명의 한국인을 캔디는 말했어요.
미국인하고 국제결혼을 한 한국여성이 꿈에 그리던 미국에 들어왔어요. 미국인과의 사이에 자녀가 한명 있었어요. 미국생활이란 부부가 다 같이 돈을 벌어야 하기에 여자도 직장을 구하러 다녔는데, 아주 사악한 재미교포에게 걸려들었어요. 얼굴도 반반하고 몸매도 날씬한 여자를 본 재미교포는 몇 푼의 돈을 벌려고 천벌 받을 짓을 서슴치 않았어요. 비행기표까지 끊어주며 그 여자를 괌도에 있는 일터로 보냈는데, 여자가 도착해 보니 사창가 비슷한 술집이었어요. 물론 여자는 다시 본토로 돌아가겠다고 저항했지만 술집 주인은 재미교포에게 지불한 소개료와 비행기표 값을 되돌려 달라고 하면서 손해배상도 해야 한다는 으름장을 놓았어요. 이래저래 곤경에 처한 상황에서 술집 주인의 사주를 받은 깡패들이 여자에게 강제로 헤로인이라는 강한 마약을 주사했던 것이에요. 마약환자로 만들어서 그 여자를 일 시켜 먹으려는 주인의 간교였죠.
그러나 여자는 박카스라는 드링크제만 마셔도 취해버리는 체질이었기에 헤로인이 주사된 즉시에 정신이 휙 돌아버렸어요. 정신병자가 되어서 헛소리를 하는 여자를 주인은 어찌할 수 없어서 다시 비행기를 태워 본토로 돌려보냈어요. 미국인 남편이 여자를 보니 이미 제 정신이 아니었고, 여자는 어떤 경로를 통하여 이런 변을 당했는지도 기억하지 못하였어요. 미국인은 정신병자가 된 부인을 감당할 수가 없어서 포기해 버리고 말았어요. 여자는 교포들이 사는 동네를 떠돌아다니다가 어느 날부터 눈에 안 보였어요. 그러다가 일년 남짓 된 어느 날 그녀는 다시 교포동네에 나타났고 배는 불쑥 솟아올라서 임신한 것이에요. 그 누가 여자를 강간한 것이 분명했죠.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 다시 눈에 안 띄고, 다시 일년 후에 나타났다가 다시 어디론가 없어지고 하다가 영영 눈에 안 띄게 되었어요. 교포들은 그 여자가 어디 갔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고 다만 가끔 제 정신으로 돌아온 그 여자의 가냘픈 목소리만 기억났어요.
"내 아기는 어디 있어요?"
여자는 어쩌다가 제 정신으로 돌아오면 국제결혼 했던 미국인과의 사이에서 난 자식을 찾았던 것이에요.
캔디가 조그만 동네의 한인회회장직을 맡았을 때의 일이었어요.
미국에 이미 들어와서 자리를 잡은 동생의 초청으로 언니가 들어왔어요. 언니에게는 남편이 있었는데, 먼저 미국에 들어와서 남편을 미국으로 끌어들였어요. 남편은 한국에 있는 재산을 몽땅 처분하여서 미국으로 보냈어요. 그런데 언니는 남편에게 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그 돈만 탐났었죠. 미국에 들어온 남편이 술 취한 상태에서 여자는 깐죽거리며 시비를 걸었고, 남편은 달려드는 아내를 밀치고 떠밀며 약간의 폭력을 행사했어요. 동생의 신고로 경찰이 왔고 남편은 조사를 받게 되었어요. 그런데 아내는 목에 난 상처를 보여주며 한국인 남편이 자기를 목 졸라 죽이려고 했다는 진술을 했어요. 단순한 상해사건이 아닌 1급 살인미수사건으로 일은 비화되었는데, 문제는 남자가 영어를 아주 못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느 정도 잘 하는 것도 아니었어요.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어설픈 영어가 남자에게 비극을 불러왔죠. 조사관은 빠른 영어로 뭐라고 지껄였고 남자는 그 뜻을 확실히 모르면서도 자기에게 유리한 질문인 줄 알고 그냥 예스라는 말을 되풀이 했어요.
"당신은 부인을 살해하려는 고의로 목을 졸랐던 것은 아닌가요?"하며 조사관이 웃는 얼굴로 물으면 이런 대답이 나갔어요.
"예스."
남자는 재판을 받았는데 자신이 몇 년의 징역을 받았는지조차 몰랐어요. 교도소에 들어간 남자는 그 안에서 음주운전으로 잡혀 들어온 한국인을 만났던 것이고, 그 한국인의 설명으로 자신이 얼마나 가련한 처지에 빠졌는지 알게 되었던 것이죠. 그래서 캔디가 다니는 교회에 도움을 요청했고, 한인회회장직을 맡고 있었던 캔디는 교포들에게 변호사비용을 걷으러 다녔어요. 선임된 변호사가 상소하여서 다행히 남자는 1급 살인미수죄의 징역 8년이 아닌 단순 상해죄인 징역 8개월만 복역하고 나왔어요. 그 동안에 남자의 재산을 가로챈 언니와 동생은 돈을 반반으로 나누어 가지고, 남자의 아내는 애인이 기다리고 있는 한국으로 돌아왔던 것이죠. 그리고 동생은 나누어 가진 돈을 가지고 한인식당을 차렸지만 이 소문이 다 퍼진 교포사회에서 그 식당을 이용하는 사람이 전혀 없었어요. 얼마 후에 동생은 장사를 걷어치우고 어디론가 이사가 버렸어요.
남자는 교도소 문을 나서자마자 갈 곳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주머니에는 돈 한 푼도 없었어요. 이국땅에서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한 심정이 오죽했겠어요. 그러나 당장에 거처할 곳도 없는 남자는 풀죽은 채로 교회에서 먹고 자며 지냈어요. 그렇게 몇 달 동안 지내다가 남자는 홀연히 어디론가 사라졌고, 그의 소식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교인들은 그가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자살했을 것이라는 추측만 할 수밖에 없었죠.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소식을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극단적인 예지만 실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교포사회에서는 벌어지고 있어요. 한국은 가장 미국과 가까운 나라지만 가장 미국을 알지 못하는 나라에요. 미국이 어떤 나라라는 것을 제대로 알면 한국인이 그렇게 미국으로 이민 가려고 혈안이 되지 않을 것이에요. 미국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노력으로 한국에서도 돈을 벌 수 있다고 교포들은 흔히 말하곤 하죠. 더구나 미국에 들고 들어올 뭉텅이 돈이라면 얼마쯤이라도 한국에서 장사할 수도 있고, 잘 살 수도 있는 것이에요. 캔디에게 구혼을 청하는 돈 많은 남자가 있어요. 캔디는 그 남자가 자기와 결혼해서 미국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는 것을 잘 알아요. 씩 웃는 캔디는 속으로 말했어요.
"이왕 망하려면 미국에 돈을 바치지 말고 한국에서 망해라. 그것이 애국하는 길이니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