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너무 힘이 들었다. 조슈아는 무겁게 초인종을 눌렀다. 곧 이어 셰리가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도련님! 오늘도 별 일 없으셨나요?
-네.
무심코 대답하고 셰리를 지나치려던 조슈아는 뒤를 돌아보고 물었다.
-셰리, 혹시 레스타드 가문을 알아요?
그의 질문에 셰리는 깜짝 놀란 듯, 조슈아의 얼굴을 다시 바라봤다.
-레스타드 가문이라뇨?
-아, 그 왜 있잖아요. 호텔 프리미엄 사장 가문이라던데요? 전국에 병원도 여러개 가지고있고. 들어본 적 없어요? 아버지와도 꽤 친분이 있었다던데?
-글쎄요. 전 잘 모르겠습니다. 누가 찾아왔던가요?
조슈아는 계단에서 내려와 셰리 앞에 섰다. 그는 셰리보다 머리 하나가 더 컸다. 큰 키 덕분에 셰리는 고개를 들었지만, 곧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카밀라 레스타드 라는 여자가 찾아왔어요. 아버지에 대해 잘 알고있다며. 그런데 환자 하나가 소동을 부리는 바람에 좀 골치 아프게 됐어요. 흠.
-전 잘 모르겠습니다. 레스타드 가문이라면 들어본 적은 있지만. 어르신과 무슨 관계였는지.
셰리는 잘 모른다는 것을 강조하는 듯 고개를 두어번 흔들어댔다. 조슈아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 2층 자기 방으로 올라갔다.
-저녁 준비되었습니다.
셰리가 뒤에서 외쳤다.
저녁을 먹고 나서 조슈아는 카밀라에 대해 잊어버렸다. 아버지에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어머니가 행방불명이 된 후, 거의 은둔자처럼 병원과 집 만을 오고가며 살았었고 그가 죽기 전까지 그가 무슨 연구를 어떻게 하였는지도 알려진 것이 없었다. 다만, 그가 죽은 후 발견된 노트에서 짐승에 물린 뒤 감염되는 일종의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었다는 것만 알려졌다.
침대에 누운 조슈아는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 떠오르자 눈을 감았다. 아버지는 탈수 증상이 생겨 말라비틀어진 나뭇가지처럼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는 마지막 유언도 하지 않았다. 다만,
-버지니아, 당신을 구해야하는데..
하는 말만 남겼을 뿐이었다.
그러다 잠이 든 조슈아는 시끄럽게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에 깼다.
-닥터, 반 헬싱?
-그런데요?
-여기 병원이에요! 203호 환자가..
조슈아는 간호사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전화를 끊고 옷을 갈아입었다. 병원까지 교통 신호도 무시하고 달려간 그는 병원 앞에 경찰차가 서 있는 것을 보고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이미 2층 복도에는 폴리스 라인이 쳐져있고 케네스와 간호사들이 경찰과 함께 서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닥터 반 헬싱?
-네. 그렇습니다만..
대답을 하던 조슈아는 203호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 비린내에 코를 막았다.
-뭡니까?
다가오는 경찰을 밀어내고 203호 병실로 들어간 조슈아는 그만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203호 환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갈기갈기 찢겨진 시체가 되어있었다. 병실 사방에 피가 튀어 흰 병실 벽이 원래 붉은 얼룩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게..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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