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렐렐렐레~~~~ 벨렐렐렐레~~~~!![]()
내 전용 손 전화기가 요란스럽게 난리를 친다
"여보세요"
"아, 거기 000씨죠? 여기 XBX FM라디오 방송국입니다."
윽, 라디오 방송국이랜다~~ 이거 자다가 떡 생겼다 수정과까지 덤으로 생길 징조다
----------------------------------------------------------
남편 생일이 이틀 남았다
내 생일 때 딸딸이 지지배들과 이벤트 준비해서 난리를 피우던게 생각나서
이번엔 내가 한번 해 보자 궁리를 하면서 평소에 듣던 라디오를 켰다.
XBX FM 이다 . 무관심하게 듣던 그 순간!
전공석화 같이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으니
`그래 방송을 한번 타게 해주자~~ 까짓거 그보다 좋은 이벤트가 없으리라'
라디오 방송국 게시판에 회원가입까지 해서 들어갔다
결혼 생활 몇 십년부터 시작하여 IMF까지 들먹이며, 노동의 쓴맛을 들추며,
몇 안되는 식구지만 직원들 멕여살리랴, 가족들 멕여 살리랴 고생한다는 멘트에,
그동안 한번도 생일 챙긴적 없다는 거짓말 까지 써가며, 평소에 입도
뻥긋않던 사랑한다는 말까지 구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로 메꿨다
에구 로또를 샀는 기분이 이럴까 ㅋㅋㅋ
그러고는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하루가 지났다
다음날 퇴근 무렵 ... "벨렐렐렐레~~~~~ 벨렐렐렐레~~~~~~~!![]()
"방송국 게시판에 축하사연을 올리셨더군요"
"예, 그랬죠. 보셨는교 ?지는요, 아무거란도 좋으니까 마니만 주이소 ㅋㅋㅋ!
"남편분 전화번호만 적어놓고 신청하신분 전화번호를 몰라서 남편분께 물어보러
전화를 드렸는데 눈치 채신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그래요, 그 사람 눈치가 급수도 없어서 기억력도 3초라 영 모를꺼라예....."
"생일 축하사연 코너에 방송할 겁니다. 그거 아시죠?
남편분과 부인되시는 분을 연결하여서 이야기를 나누게 하는 코너 말입니다."
"윽,
그렇게 까지는 필요없구요.
떡 케잌이나 하나 남편 회사로 보내 주시만 되는데예
뭐 방송까지 탈거 없어예, 쑥스럽고 당황시러버서 안할랍니더.!
예~? 기어코 나와야 된다꼬예? 예, 예, 알아심더.....![]()
"게시판에 들어 가셔서 축하 멘트 한 10줄만 더 써 주세요
오늘 밤 안으로 꼭 쓰셔야 합니다"
"예, 끈심더"![]()
게시판에 다시 들어갔다. 구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까지 쫙~~ 메꿨는데
축하사연 더 쓰라니 .... 쩝~~~~ 무엇을 쓰리요... 곰곰....![]()
아, 그래! 시 한편쓰자! 시 한편 올렸다 ... 끝~~!!
생일날 아침 8시 30분 녹음 준비하고 열심히 기다렸다
8시 45분 "벨렐렐렐레~~~~~~~~~ 벨렐레레레~~~~![]()
"지금부터 연결 되니까 준비 하세요"
DJ의 멘트에 이어서 남편의 목소리가 들린다.
놀라서 인지 당황한 목소리가 확연하다![]()
구구절절히 구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시 한편, DJ 가 낭독을 하고나니
남편은 잠시 동안 침묵이 흐른다 . 감동 먹었냐?
아, 내가 들어도잘썼다 ㅋㅋㅋㅋㅋㅋ![]()
드디어 나와 남편이 연결되고.... 매일 같이 보는 얼굴 매일같이 나눈 대화
방송사연에 다 써버려서 새삼 더 할말이 없었다
남편이 한 마디 한다 "고맙다."
니기미 지X~!
말 더 하면 누가와서 잡아 먹냐~~!!
하긴 뭐 갱상도 사나이가 고맙다 한마디면 많이 한거지 뭘 더 바래냐...
끝이 나고 PD가 수고 했다며 XXX호텔 뷔페식사권, 꽃다발, 케잌교환권,
안경교환권,등
선물로 준댄다.. 그거 도착할려면 며칠 걸릴텐데...
그래도 그게 어디냐 좀 늦으면 어때 무자게 많이 준다는데~~
에헤라 디야~~ 경사 났네~~ ![]()
대구 경북권 지역방송을 탄 결과인지 하루죙일 축하전화에 바빴단다
아는 놈, 쬐금 아는 놈, 아는 놈인지 모르는 놈이지 헷갈리는 놈까지 다 왔단다
빚쟁이는 안 왔는가 몰러.........ㅎㅎㅎ![]()
저녁에 외식으로 남편의 생일은 그렇게 지나갔다
하루가 오늘 같기만 해라 하는 마음이다
부부가 만나 몇 십년을 같이 살면서
무덤덤하고, 처음과는 달리 습관적으로 되어버린 사이, 같이 있으면 표도 안나는 사이
잘은 모르지만 부부란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고, 상대를 배려하고
내 마음보다 상대의 마음에서 생각해 주는 게 아닐까....
가을 하늘이 너무 청명하다
눈이 부시게 파랐다
너무 깨끗해서 눈물이 나려고 한다
배낭하나 달랑 짋어지고 산에나 다녀와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