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꿈을 꿨더랬읍니다.
꿈에 경순이가 보이더군요.
물론 여러분이 아는 경순이는 아니고
나랑 어린시절 강원도 어느 시골에서 국민학교를 같이 댕긴
동창 여자얘가 경순임니당.
걔랑..주번두 같이 하구..
학교 끝나믄 운동장에서 배구를 하기도 했고
비오는 날이면..교실에서 이리뛰고 저리 뛰어 댕기며
얼굴에 서로 왕자표 빨간 크레용을 칠해 가면서 놀기도 했더랬읍니다.
경순이..
어렸을때 참으로 이쁘고 참했더랬읍니다.
긴 생머리에 훤칠한 이마..앙증맞은 입술..
콩나물 처럼 여린듯 하면서도 야물딱 졌고
자갈밭에 들어 가면 어느게 돌인지 구분 못할 나와는 달리
공부도 제법 잘했더랬져.
그런 경순이를 중학교때 까지는 같은 버스를 타고 통학 하는 바람에
자주 보다가 내가 충청도로 가면서 부터는
더이상 볼수가 없었지여..
그러다 세월이 흘러..흘러 저만큼 흐른 어느날
대한민국 병무청은 나에게 전시에 지역을 방어 하라고
8시 출근해서 세상 뒤집어져도 5시에 퇴근 해도 된다는
방위 판정을 명(命)했기에..
시골로 내려가서 탄약 부대에 다시 출퇴근 하면서
읍내에서 직장 생활 하는 경순이랑 다시 아침으로 저녁으로
버스에서 보게 되었더랬져...
그나마 동창이라고 반갑게 대해주는 경순이를 따라
그녀의 집앞에서 나도 같이 따라 내렸고
동씨네 구멍가게 앞에 있는 파라솔 붙은 테이블에서
오징어 땅콩이랑 해서 맥주를 마셨더랬쑴다.
찬찬히 경순이를 바라 보았더랬져.
근데 세월이 무심해 그런건가...
사람이 세월에 변하기 때문인가...
경순이는 많이 변해 있었드랬읍니다..
목소리도 변성기때 잘못 넘겨서 그런지 약간 허스키 하게 변했고
어린 시절..당차고 똘똘한 모습은 다 가라 앉져 버리고
얼굴도 많이 까칠하고 몸에 살도 없이 삐적 말라 있었더랬읍니다.
사는 동안에 먼가 나름대로 마음 고생이 많았는가 생각 했더랬읍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가 20대 초반이었을때니 아마도 자기 인생 진로 문제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여..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건..
경순이란 이름만 생각하면..어린 시절..이뿌고 착하고 천진난만스럽던
영상이 가득한데 막상 그녀를 볼때는 그런 아련함들이
다 사라지더군여..
왜 그런지는 모르겠었쑴다.
우리는 별말 없이 또다시 세월 따라 걷기 시작 했고
나는 탄약 부대에서 맨날 삽질하고 낫들고 가서 풀베는거나 시키고
대한통운 11톤 트럭으로 열 몇대씩 포탄이랑 실탄 들어 오면
어깨다 메서 날르는거만 시켜서 깍쇠(이발병) 부사수를 자원해서
소집해제 될때 까지 이발소에서 책이니 읽다..잠이나 자다..
휴가가는 고참들이 머리 길게 깍아 달라구 담배 사가지고 오면 피다가
이제 부대 그만 나와도 된다고 누가 그러길래..
워카 벗어 버리고 다시 서울로 올라 왔더랬읍니다.
그러면서 경순이는 다시 볼 수 없었고...
그냥..내 앞에 닥치는 일 해가면서 살아가던 스물 중반쯤 어느해
우연히 칭구넘한테 경순이 시집 간다는 얘기를 들었음돠..
머..그렁가 부다 했더랬져..
얘가 착하니깐..잘 맞추면서 살거라고 생각도 들었고여..
그리고 그동안 잊고 살았더랬읍니다..
그런데 며칠전 꿈에 경순이가 서너살쯤 돼 보이는 사내애를 안고
예전 즈집 근처에 서있는 모습이 보이더군여..
그래도 다행인건 얼굴이 그리 우울해 보이진 않았기에
별 의미 없는 꿈이려니 넘기면서도.....
이제는 서른 중반을 바라 보는 나이가 돼서
어린시절 추억에 얽힌 사람들이 떠오르는건 아마도 가을이기에
마음에 잠겨 있던 망각의 호수에 비가 내리려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