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체취가 묻어있는 양은냄비와 나무젓가락..
지금 주방에서 남편과 두 아들은 밤참으로 라면을 끓여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데 내 흉을 보는지 하하호호 신바람이 났다. 우리 가족은 라면을 좋아하는데
남편과 아이들은 간식이나 밤참으로.. 나는 비오는 날 점심으로 즐겨먹는다.
그때 라면을 끓이며 사용하는 그릇은 예쁜 꽃무늬가 있는 그런 냄비가 아닌 오래 되고
낡은 양은냄비이다. 오래전 분식점에서 주로 사용했던 작고 납작한 모양의 냄비로 라면 이인분은 끓일 수 있는 크기인데 그것은 내가 산것은 아니다.
우리가 결혼하기 5년 전에 돌아가셔 내가 한번도 뵌적이 없는 시어머니 생전에
사용하셨던 양은냄비인데 나는 결혼을 하며 오래된 물건은 모두 버렸지만 그 냄비는
왠지 시어미니 체취가 묻어 있는 것 같아 결혼 후 10년도 넘게 사용을 하는 물건이다.
또 하나 시어머니께서 사용하셨던 물건은 주방에서 사용하는 긴 나무젓가락..
나는 결혼을 하고 시어머니 생전에 사셨던 집에서 남편과 신접살림을 시작했는데 당시 최고 괜찮은 세간살이로 집을 꾸몄지만 그 양은냄비와 나무젓가락을 특별히 주방에서
눈에 잘 띄는 곳에 두고 즐겨 사용을 했다.
나무젓가락은 언젠가 나의 서툰 요리로 끝부분을 태워 버릴까 고민을 하다 연필 깎는
칼로 끝부분을 예쁘게 다듬어 사용한 것이 그것도 10년이 지난 지금도 사용하는데 나는
집게를 사용하는 것이 익숙지 않아 하루에도 몇번을 사용하는 것이 그 나무젓가락이다.
나물을 데칠때.. 생선이나 고기를 구울때.. 라면을 끓일때.. 튀김을 할때 등등..
내가 가족을 위해 하루에도 여러번 나무젓가락을 사용하며 나는 한번도 뵙지 못한
시어머니를 체취를 느끼며 어머니께서도 지금 나와 같은 어머니로 막내아들인 남편을
키웠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남편이 미운날 나는 그 나무젓가락으로 요리를 하며 시어머니도 같이 미워하고 남편의 월급날 한달동안 고생한 남편과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정성들여 식탁을 꾸미며
당신께서 잘 키우신 덕분에 우리 가족이 행복의 보금자리를 꾸며 살수 있게 하심에
감사한 마음도 가진다.
그것은 어쩌면 한번도 뵙지 못한 시어머니와 며느리와의 무언의 대화가 아닌지
모르겠으며 시어머니께서 하늘에서 우리가족을 지켜주셔서 결혼 생활이 큰 굴곡없이
살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시어머니 생전에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양은냄비를 사시고 나무 젓가락을 사시며
그것을 얼굴도 모르는 며느리가 당신을 그리워하며 오랫동안 사용할거라고 꿈에도
생각하셨을까.. 또 당신의 두 손자가 그 냄비에 라면을 끓여 맛나게 먹을거라고도
생각하셨을까..
우리집에 오는 손님들은 그 양은냄비가 건강에 좋지않다는 이유로 없애라고 말하는데
나는 언제까지나 사용할 생각이다. 집에는 예쁜 냄비가 여럿 있지만 나는 시어머니
체취가 물씬 느껴지는 그 양은냄비와 나무젓가락이 좋다.
그기에 우리아이들의 할머니.. 남편의 어머니.. 그리고 나의 시어머니 체취 때문에..!!
사랑과 진실 - 임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