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그건..
셰리는 어쩔 줄 몰라하며 두 손을 마주 잡았다.
-아버지가 당신을 반 헬싱 밑으로 보낸 건 그 연구 일지 때문이었어. 그런데 그 연구 일지를 어디에 숨긴거냐고?
-그.. 그건, 저도 모릅니다. 반 헬싱이 숨겼습니다.
-그런 거짓말이 나에게 통할거라 생각하나?
카밀라가 셰리 앞으로 한 발자국 다가갔다. 셰리는 뒷걸음질치다 다리가 꼬여 또 넘어졌다.
-밸프족이 멸종했다 생각했었어. 그런데 다시 나타났어.
-그럼.. 어제 그?
-맞아. 알고 있었군. 그래서 그 연구 일지가 필요해. 그 약이 있어야지만 우리 일족을 지킬 수 있다고.
-정말 모릅니다. 아가씨. 반 헬싱은 저를 이 방에 오지도 못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벨프족의 습격을 받은 직후 그 연구 일지를 어딘가에 숨겼습니다. 그 후에는 아시지 않습니까? 아버님께서 반 헬싱을...
그때였다. 윗 층에서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젠장할! 벌써?
-아가씨!
셰리가 거의 죽을상이 되어 카밀라를 바라봤다.
-내가 해결할테니 너는 조용해 질 때까지 이 방안에서 나오지 마. 알았어? 이 방은 벨프족이 들어오지
못해. 찾아보면 무기가 있을거야. 알았어?
-네, 알겠습니다.
카밀라는 셰리를 놓아두고 지하실에서 뛰어나갔다. 거실 한가운데 미이라처럼 깡마른 사람이 서 있었다.
-보헨!
-이게 누구야, 블라드의 총아가 아니신가?
-누구십니까? 무슨 일이에요?
조슈아가 소리쳤다. 그는 난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때, 보헨이라 불리운 사람이 마치 날아오르는 것처럼 윗 층으로 올라갔다. 그가 노리는 것은 조슈아의 목덜미였다.
-어딜!
그 앞을 막은 것은 카밀라였다. 그녀는 보헨의 옷자락을 잡아 쥐고는 한바퀴 돌려 맞은편 벽에 패대기쳤다. 그리고 조슈아 앞에 섰다. 그녀는 걷는 것이 아니라 날아다니고 있음이 분명했다. 조슈아는 방금 일어난 광경에 놀라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날아다니고 가냘프게 생긴 여자가 남자를 들어서 돌리다니.
-저 녀석은 반 헬싱가의 마지막 후손이야. 저 놈만 없으면 된다구.
-아직도 입은 살았군. 그 불구덩이 속에서 살아나오다니. 대단해.
보헨은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거실 한 복판에 섰다.
-그렇지 않나? 생각해보라구. 카밀라. 너와 나는 뿌리가 같아. 둘 다 블라드를 아버지로 두고 있다고. 그러나 저 놈은 태어날 때부터 우리를 잡아 죽이는 게 일이잖아?
그때 깨어진 유리창을 넘어 검은 옷을 입은 두 남자가 들어왔다.
-이런, 카밀라. 난 한 명인데 세 명은 너무 한거 아니야?
-보헨,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지?
카밀라가 조심스럽게 틈을 노리며 물었다.
-반 헬싱의 연구 일지와 그의 마지막 핏줄!
말을 마친 보헨은 카밀라가 미쳐 보지도 못한 사이에 조슈아를 겨냥해 작은 화살을 날렸다. 화살은 정확하게 조슈아의 왼 쪽 어깨에 꽂혔다. 조슈아가 쓰러지는 것을 안 카밀라는 재빨리 그를 부축했고, 검은 옷을 입은 두 명의 남자가 보헨을 공격했다. 그러나 보헨이 한발짝 더 빠르게 창 밖으로 사라졌다.
-됐어. 알렌, 쫒지 말고 조슈아를 부축해! 그리고 존은 셰리를 불러와. 지하실에 있어.
조슈아를 방으로 옮긴 카밀라는 조슈아의 상처를 살폈다. 다행히 깊진 않았다.
-멍청한 놈. 은 화살을 쐈네. 괜찮아요?
-뭡니까? 당신 도대체 누구에요?
-잠깐만요. 알렌. 돌아가서 오빠에게 여기 상황을 이야기하고 형제들을 다섯만 보내달라 전해. 그리고 셰리! 그렇게 서 있지만 말고 가서 구급약이나 가져와!
알렌이라 불린 남자는 곧 방에서 나갔고 셰리는 우물쭈물하다 깜짝 놀라 옆방으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당신 누구에요? 당신이 그런거죠? 203호 환자도 당신이 그런거죠?
-난 그런 일 안해요. 방금 나간 알렌이 했죠. 적당히 하라 했는데, 감정이 격했었나보죠.
-경찰에 신고하겠어.
-뭐라고 신고할건데요? 남자가 날아다니고 여자가 남자를 빙빙 돌린다고 말하겠어요? 누가 믿을 것 같아요? 내 말 좀 들어봐요. 셰리! 뭐가 이리 늦는거야?
카밀라의 재촉이 셰리가 재빠르게 구급상자를 들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셰리. 이 여자를 모른다고 했잖아요.
조슈아의 말에 셰리는 다시 두 손을 마주 잡고 처량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죄송합니다, 도련님.
-셰리가 나를 모를 리가 있나요? 셰리는 내 아버지 맡에서 200년 동안이나 충직한 집사 노릇을 했는데요.
-200년?
조슈아는 무슨 헛소리냐는 듯 고개를 저었다.
-다들 제 정신이 아니군!
-이야기 좀 들어봐요. 진정하고.
카밀라는 조심스럽게 그의 상처에 약을 바르기 시작했다. 쓰렸지만, 그것보다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컸다.
-당신은 당신 가문에 내려오는 전설을 알고 있나요?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것은 그저 소설 속에 나오는 이야기 일 뿐이잖나요?
-다들 그렇게 생각하죠. 그러나 그 이야기는 사실이에요. 믿기 어렵겠지만.
조슈아는 얼굴을 찌뿌렸다.
-지금 그 이야기를 나에게 믿으라는 것이오?
-믿지 않아도 어쩔 수 없지요. 당신은 곧 믿게 될 테니까.
누군가 방문에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형제들이 왔어요!
셰리가 소리쳤다. 방 문이 열리고 건장한 청년 다섯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벨프족이 부활한 것이 확인되었어. 내 눈으로 보헨을 봤거든? 트리스탄 오빠는 뭐라던가?
-아가씨는 빨리 집으로 돌아오시고 반 헬싱은..
-뭐?
-아가씨 마음대로 하시랍니다.
카밀라가 조슈아를 내려다보았다.
-어떻게 할 건가요? 나를 따라 갈건가요, 아니면 여기서 벨프족의 야식이 될 건가요?
-야식이 되던 말던 내 마음대로 하겠어.
-하지만 당신은 당신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해 알고 싶을걸요?
조슈아는 한대 칠 눈초리로 카밀라를 노려보았다.
-도련님. 아가씨 말씀대로 우선 레스타드 저택으로 가시지요. 이곳은 안전하지 못합니다.
조슈아는 고개를 휙 돌려 그를 노려봤다. 그리고 침대 위에서 일어났다.
-레스타드 저택으로 가자.
카밀라가 앞서 나섰다.
203호 환자 끝. 이제부터 본격적인 소설이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