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우는 양팔을 걷어부치고는 그동안 게을리 했던 형우의 가계안을 깨끗히 대청소
해주고 있었다.
넉넉한 스웨터를 입은 그녀의 이마에는 어느새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고 있었고,
그녀를 본 형우는 내심 걱정스러운듯 쳐다본다.
"억척녀가 따로 없네요..홀몸도 아니면서...나중에 그사람한테 저 혼나라고 일부러
이러는 거예요?"
그녀의 입가에는 어느새 웃음이 번졌고,이마에 난 땀을 손으로 스윽 닦으고는 싫지
않은 눈으로 형우를 쳐다봤다.
"본래,임신할때는 이렇게 움직여 주는 거래요...그래야 나중에 순산한다나 어쨌다나"
형우는 어처구니 없는듯 콧방귀를 껴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거야,만삭이 가까워 졌을때의 일이구요...지금이 제일 중요하다구요..남자인
나보다 저렇게 뭘,몰라서야 ...큰일이네..."
"그런가?"
은우는 머리를 갸우뚱해 보인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다시 걸레를 잡아 테이블마다 깨끗히 닦기 시작했다.
이를본 형우는 들고 있던 걸레를 낚아 챈다.
"이리줘요..진짜 이여자 말 안듣네..저쪽으로 가있어요.."
그녀를 슬쩍 밀치듯 형우가 걸레를 잡고 테이블을 힘껏 닦았다.
갑자기 그녀의 움직임이 없자 형우는 테이블을 닦다 말고 그녀를 쳐다본다.
"와~형우씨 눈이예요...."
그제서야 형우는 은우가 움지이지 않고 부동자세로 창쪽을 바라보며 서있다는
것을알았다.
"첫눈은 아니에요"
"그래요?언제..내렸던가?"
"은우씨 병원에 있을때 그때 잠깐 내렸어요..감질맛 나게"
"그랬군요.....첫눈......그사람도 봤겠죠?"
형우는 움직이던 몸을 멈추고는 은우쪽을 주시한다.
그리고는 그도 은우가 바라보고 있는,조금은 거칠게 내리는 눈을 같이 바라봐
주었다.
한참을 그렇게.......
조용한 실내의 정적을 깬건 은우의 핸드폰 벨소리였다.
은우는 깜짝놀란듯이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형우도 궁금하다는듯 그녀에게 눈짓으로보내고 있었다.
"당신 남편이군요...받아요.."
은우는 망설였다.
떨리기도 하고 긴장도 됐었지만,막상 받아서 무슨말을 해야 할지가 떠올리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형우가 핸드폰을 빼앗아,폴더를 열어주고는 그녀의 귀에
살며시 대주었다.
".........."
'....나야....'
".........."
'당신...듣고 있나?'
그녀의 눈에 이슬들이 간간이 맺히기 시작했다.
철진의 목소리를 들은 그녀의 목이 조금씩 메이기 시작했다.
' 잘 지내고 있겠지?'
"물론이에요...당신도...잘지내죠?....."
그제서야 말문을 연 은우는 목이메인걸 간신히 참을수 있었다.
'그래...나야...언제나..잘 지내지...비행기 방금 전에 탔어,곧 3시간 후면 도착할꺼야'
"......그렇게 빨리요?일은 잘 됐나봐요"
은우의 억양은 스스로가 또박또박 흐트러짐 없이 얘기하려는게 형우 눈에 보여졌다.
보기에 답답한 형우는 은우의 팔을 자신의 팔로 쿡쿡 찔렀다.
"조심히 오세요...여기 한국은 지금 눈이 오고 바람까지 동반하고 있어요..."
'신기하군..여긴 햇빛만 내리쬐고 있는데 말이야....한국은 눈이오고 있다니....
.....몸은...괜찮은건가?'
그녀는 그가 어떤 의도로 하는말이라는게 쉽게 짐작할수 있었다.
일단 은우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다시 내뱉었고,그녀는 맘에도 없는 말을 그에게
하고 말았다.
"미안해요..당신이 생각했던 그런건 없어요..."
'...무슨 뜻이지?.....'
철진도 한참을 수화기에 대고는 아무말도 하지 않는게 느껴졌다.
그녀의 거짓말을 철진은 쉽게 눈치채지를 못하고 있었다.
'...그래? 어쩔수 없지... 그럼...다...시...시작하지 우리...'
철진의 말에 은우는 순간 거짓말을 한거에 대해서 몹시 후회하고 있는듯 했다.
'..생각해 봤어...난...하루도 ..당신 없인 못살것 같더군....듣고 있는 건가?'
그의 말에 은우는 자신의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눈물이 나올것만 같았다.
그에게서 처음듣는 그의 고백이라면 ..고백 같은거....
철진의 말에 은우는 보이지 않게 그냥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그동안 당신한테...그렇게 대했던건...당신을....제기랄! '
철진은 도대체 어떤말을 그녀에게 해야할지 난감해 하는것 같았다.
'난...이런게 서툴러....준비도 없었고 말이야......내가 ..당신에게 이런말..
한적 있었나?....사...랑....사랑한다...사랑한다...윤은우...'
하마터면 은우는 들고 있던 휴대폰을 떨어뜨릴뻔 했다.
심장이 터질듯한 충격은 충분히 감수했고,가슴은 한없이 곤두박질 해대기 시작했다.
........준비는 그녀 자신도 못했었다.
그녀또한 그에게 무슨말을 해야할지가 무척 힘이들고 애가 닳았다.
'...당신...힘없이 주저 앉고 있는건 아니지? 목소리가 듣고 싶군...'
은우의 눈은 이미 폭포수가 되고 말았다.
그녀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고,철진이 듣지 못하도록 자신의 입은 계속
막고 있었다.
그녀는 너무나 미안했다.....
"철진씨!!.....듣고 있나요?"
철진은 말이 없었고,갑자기 전화가 끊긴듯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여보세요!!...여보세요...철진씨!..."
옆에서 보고 있던 형우가 무슨일이냐며 물어본다.
"전화가 끊긴거예요?당신이 한번 다시 걸어봐요..."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은우는 철진의 휴대폰 번호를 사정없이 눌러대기 시작했다.
"안받아요..."
은우의 표정은 몹시도 다급했다.
그런 그녀의 표정을 본 형우가 걱정스러운듯 얘기했다.
"한국에 도착하면 그때 사실대로 다얘기해요...제가 봐도 은우씨 아까 나빴어요.."
은우는 멍하니 그냥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 버렸다.
"내가 미쳤나 봐요...그사람의 심리가 갑자기 궁금해 졌어요...갑자기..내가 왜그랬는지..
그래도.. 그사람 나에게 뭐라 그런줄 알아요?....다시...시작하제요...그사람이..."
"그래요...이제 은우씨나..그사람이나...마음은 서로가 확인 했으니까...기다려
보기로 해요...그사람 분명 달려 올꺼에요...단지...맘에 들지 않는 곳이기 하지만..."
은우는 머리를 살레 살레 흔들었다.
그녀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고였다.
"확인 못했어요...아니,제가 그사람에게 말을 못했어요...사랑한다고...
그 자존심강한사람은 나에게 쉽게 사랑한단 말을 했는데...저는 바보같이
거짓말이나 해대고,하지 못했어요..."
그녀는 흐느적 거렸다.
그녀의 어깨를 언제나 처럼 형우는 조심스레 감싸 줬다.
"필리핀 여기서 가까운 곳이에요...두세시간만 지나면 만날수 있는데...뭐가 문제죠?
바보같이 계속 이러고 있을 꺼예요?"
은우는 형우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여기서만 기다리고 있을거냐구요...지금 공항에 나가도 충분히 그사람과 만날수 있어요
준비해요...데려다 줄께요...."
그제서야 은우는 흐트러진 자신을 가다듬고,형우가 하자는 대로 공항에 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인천국제공항을 가는동안에도 눈은 거침없이 오고 있었다.
바람이 부는 덕분에 눈들을 맞으면 아플정도 였다.
은우는 두손을 깍지를 낀채 몸에는 가벼운 숄을 걸치고는 걱정스러운듯 말을 이었다.
"비행기가 제대로 착륙할수 있을런지도 모르겠어요"
운전을 한 형우가 은우를 보더니,미소를 머금는다.
"예전에는 더 심할때도 비행기가 이륙하고 착륙하고 그랬으니...걱정하지 말아요"
그녀는 차안의 시계초침만 보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을 본 형우의 입가에 웃음이 가시질 않는다.
"그렇게 좋아요?아~부럽다...강철진이란 사람..나도 이렇게 애타게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고는 그는 은우의 눈치를 살피고는 다시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철진이 오기전 30분전에 도착했다.
형우는 은우를 보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이제 여기서부턴 당신 혼자 예요...아니지...그사람이 오면 ..나올땐 둘이 겠구나"
은우는 형우를 부드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미안하고,고맙고,그래요...정말 형우씨 같은 남잔 세상에 없을꺼에요.."
"알긴 아네?"
피식 거리는 형우는 은우의 등을 떠 밀어 주었다.
은우는 대기실에 조용히 앉아 그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나오면 뭐부터 해줘야 될지....무슨말부터 해줘야 될지.....
그녀는 온갖 생각으로 사로 잡혔다.
30분은 이미 지났다
여전히 두손은 깍지를 낀채 출구 쪽을 보고 있었다.
마닐라의 푯말이 돌아갔다.
그녀는 시선을 계속 고정 시킬때쯤,그녀의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지연......지연됐단다...
갑자기 공항 안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아니,왜그런거죠?지연이라뇨...예정시간이면 도착해야 되지 않나요?"
중년의 여성은 공항 직원에게 다가가 다짜고짜 따지기 시작했다.
"잠깐 기다리세요...눈이 오고 있으니...비행기가 조금 늦어지는것 뿐이에요"
안내 방송에서는 다소 비행기가 착륙하는 시간이 늦어질수 있으니 조금만더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공항 직원들이 갑자기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서로가 무슨다급한 일이라도 생긴것처럼 자기들끼리만 서로 귓속말로
주고 받곤 했다.
그 광경을 본 아까 그 중년의 여성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당신들!지금 뭐하는거야?!!벌써,40분이나 지났어!필리핀은 여기서 3시간30분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구...왜...쉬쉬 하지?"
그때까지 보고 있던 은우의 손이 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설마...설마....무슨 일이 있는건 아닐테지.....
"어서 말들 하라구..어서!!"
그중년의 여성의 목소리는 거의 쉬어 버렸다.
그녀를 본 공항 직원이 고개를 푹숙이고는 다가와,충격적인 말을 전해 왔다.
"정말 죄송하군요...비행기가 갑자기 사라졌어요...."
그시끄럽던 공항 안이 일순간 조용해 졌다.
"사정권 범위내에서 이탈을 해버렸어요...그러니까...저희 나라에 거의 들어올
즈음에...아마도..."
그중년의 여성은 그자리서 쓰러져 버렸고,조용했던,공항안은 순식간에 쑥대밭이
되버렸다.
이리저리 뛰어 다니는 사람,울며 불며,안절부절 못하는사람,멍하니 은우처럼
서있는 사람.....
은우는 숨이 멎는듯한 고통을 느꼈다.
은우는 스스로 머리를 쎄게 흔들어 댔다.
사고는 아닐거라고.....조금 비행기가 늦어지는 것 뿐이라고.....
공항안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달려가는 곳은 TV이 앞이었다.
너도나도 할것 없이 TV이 앞에 앉았고,매스컴은 역시나 빨랐다.
[마닐라편에서 오던 보잉 333기가 끝내 눈바람을 이기지 못하고,인천국제공항에
채 오지도 못한채 인근의 땅에 떨어져 폭발해 버렸습니다.
탑승자는 153명이었고,전원 사망한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공항안은 순식간에 눈물바다가 되버렸다.
그녀,은우도 힘이 풀린 다리때문에 자리에 폭삭 주저 앉아 버렸다.
저멀리서 형우가은우를 부르며 달려오고 있었다.
그녀는 아픈배를 움켜잡으며 오열을 터뜨렸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형우도 눈물로 지켜 봤다.
그녀는 숨이 거의 끊긴것처럼 눈물을 흘렸고,형우는 주저 앉아있는 그녀에게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주었다.
사랑한단....말을....못해 버렸어요....당신에게....아니죠...당신....지금 내게로
달려 오고 있는거죠?.....강한 ..당신 이니까....지금 당신은 ...오고 있어요...
보여요...당신이....내게로 달려 오고 있는게.....
그녀는 ,.....그리고....쓰러졌다.....그리고...공항안은 다시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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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고민끝에 이글을 ....올리게 됐답니다...더러 실망하시구...그러는 분들도
계실것 같아요....하지만....이게 끝은 아니니까...실망은 이글이 끝나고 나도
늦지 않을거라 생각해요....![]()
저두 오늘 하루는 기분이 영~아닙니다.....그래서 그런지...글들이 더 활기를 찾지
못한것 같아요...그런다구...제기분과 연루 된다는건 아니구요....
주말은 어떻게 다들 잘 보내고 계시는지......
힘 내야 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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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휴~~~다들 놀래시는군요......
철진이는 죽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