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아침 조깅을 시작하기로 했다
살과의 전쟁을 선포 하며…
엄마는 천지가 개벽할 일이라며 그만 두라고 하셨지만
동생의 야유를 무시 하며…(작심 3일이라고…)
5시부터 일어나 1시간 조깅하기.
저녁 6시 1시간 조깅하기.
첫날, 재수 없게 은성 오빠를 만났다.(--;)
만나자 마자 하는 말 “살 빼게? 작심3일이라고
지석이가 그러던데? 3일 이상 지속된 거 없다고..”
“오빠! 나 상관 말고 그냥 가셔~잉”
“야! 난 원래 매일 뛰고 있어. 여기 말고 뛸 곳이
없는 것은 너가 잘 알잖아?”
“그럼, 그냥 말 하지 말고 가! 알았지!”
“왜 갑자기 조깅이야? 내가 하자고 하니까 못 일어난다며
못하겠다고 했잖아? 남자친구 생긴거야?”
“무슨~ 나한테 무슨 남자 친구가 생겼다구 그래…”
“어~어. 정색하고 말하는 게 이상한데?”
“진짜. 아니야! 빨리 뛰기나 해!”
“왜~이래? 끝을 봐야지~. 난 궁금한 것은 못 참는데~”
“허공에다 대고 물어봐라! 대답하나. 난 간다~
오빠가 오던지 말던지”
뒤도 안 돌아 보고 도망치듯 뛰었다.
나를 놀리는 게 재미가 없는지 은성 오빠도 다시
뛰기 시작한다.
‘아~ 오늘 진짜 재수 없다. 왜 나는 되는 일이 없나 몰라.’
나리와 아침 운동 길에 만났다.
내가 나리를 알게 된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다.
이렇게 새벽같이 나와서 조깅을 하는 일이…
무슨 일이 있긴 있나 보다.
조금 놀렸는데 과민 반응을 보인다.
진짜 남자 친구가 생겼나?
이상하게 심술이 난다.
그래서 계속 놀렸더니 진짜 화내면서 간다.
내가 넘~ 놀렸나?
나리가 다 컸다.
벌써 남자를 좋아하니…
근데, 내 마음이 기뻐하지를 않는다.
여동생 같은 나리가 컸다고 좋아 해야 하는데….
학교에서 진영이와 말할 기회가 좀처럼 없다.
진영이를 보고 달려가 보면 어디로 갔는지 없어진다.
몇 번 학교에서 짧게 얘기 한 적이 있는데
모두들 쳐다보고 수군수군 거렸다.
“야! 너 어떻게 진영이 알아? 진영이는 너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너가 어디 볼 데가 있다고?”
왕싸가지 가인이는 항상 나를 뒤집어 놓는다.
“으~응, 아빠 친구 아들이더라구, 여름 휴가에서 우연히 만났어.”
“뭐? 여름휴가를 같이 갔다 왔다구? 놀고 있네. 너 지금
거짓말 하는 거지?”
“확인해봐! 진영이 한테!”
씩씩거리며 진영이 에게 달려간다.
ㅋㅋㅋ….내가 바라던 바다.
조깅은 작심3일로 끝나지 않았다.
은성 오빠를 여전히 조깅 길에 만났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나의 눈에는 진영이 밖에 보이지 않는데 그까짓
은성 오빠가 나를 놀린다고 대수냐…
은성 오빠도 내가 받아 주지 않으니까 심심한지
요즈음은 그냥 뛰기만 한다.
우리는 말도 안하고 뛰기만 한다. 모르는 사람처럼…
나리가 심각한가 보다.
그런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누구지?
누군데 나리가 안 하던 짓을 하고 있어?
궁금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고 내가 나리 학교에 가서 “누구야?”
하고 외칠 수도 없고 되게 궁금하네?
나리는 말도 안 한다.
대꾸도 안 한다.
그냥 뛰기만 한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몸도 조금 빠진 거 같다.
하긴 그렇게 열심히 뛰는데…
안 빠지면 어떻게 될지 겁나지~
드디어 저울의 눈금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몇 년 동안 꿈쩍도 안 한 저울의 눈금이 움직인 것이다.
난 넘~ 기뻤다.
드디어 내가 해낸 것 이다.
비록 몇kg빠지지 않았지만 내 생전의 처음 인 것 이다.
온 식구가 믿지를 않았다.
모두들 눈만 깜박이며 그럴 리가 없다고…
도대체 딸 네미가 살 뺐다고 기뻐하는데 기뻐하기는커녕
그럴 리가 없다니…도움이 안되네!
나는 아무도 눈치 채지 않기를 바랬다.
매일 조깅을 하고 식이요법을 해가며
내가 달라지기를 바랬다.
학교에서 그를 바라보고 있으면 나는 날아갈 듯이
행복했고 가슴 설레 였으며 기뻤다.
‘그는 내 거야!’
남몰래 이 말을 되새기며 내 생애 처음으로
사랑에 빠졌다.
몸무게만 빠진 게 아니었다.
공부하기 시작했다. 죽을 힘을 다해서…
외우고 또 외웠다.
집안 식구들은 이제사 철이 드나 보다고 반가와 했다.
시험 때도 10시 이전에 잤는데 시험이 아닌데도
새벽 1-2시는 예사였으니….
나의 성적은 놀랍게도 쑥쑥 올라가기 시작했다.
식구들 모두 눈이 동그래 졌다.
이번에도 그럴 리가 없다며….
성적표를 바꿔 온 거 아니냐며, 담임선생님께
확인 해야 되겠다며 전화까지 했다.
매일 뒤쪽에서 맴돌던 아이가 갑자기 중간성적으로
껑충 올라갔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