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礎律(초율) 7화

피바다 |2004.09.15 12:22
조회 457 |추천 0

 초율은 바닥에 닿아 질질 끌리는 머리카락을 다듬어 잘라내고는 오랜 시간을 들려 목욕을 했다.

 300년이라는 시간동안 겹겹이 쌓여 몸에 들러붙어있던 때와 먼지를 씻어내는데는 지독하게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지하 감옥의 퀴퀴한 냄새와 어둠의 그림자는 여전히 그의 세포 하나하나에 남아 몸의 일부가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초율은 벗은 채로 전신 거울 앞에 우뚝 섰다.

 감옥 속에서 그의 피부는 핏줄이 보일만치 투명하고 하얗게 변해버렸고 손발은 앙상해져서 뼈마디가 두드러지게 불거져 있었다.

 찬찬히 자신의 모습을 살피던 초율의 시선이 왼쪽 가슴에서 멈추었다. 초율은 붉게 새겨진 문양을 발견해 냈다. 천계의 상징이 뚜렷하게 가슴에 박혀있었다. 초율은 그 문양의 의미를 알았기에 냉정을 잃고 크게 동요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거울 위로 손가락을 뻗어 천천히 가슴 위의 문양을 다시 새기듯 따라 그려보았다. 초율은 그제서야 자신이 역시 부쩍 커 버렸음을 알아차렸다. 보랏빛 눈동자는 더욱 색이 짙어졌고  키도 훌쩍 자라있었다. 먼지에 쌓여 푸석이던 머리카락은 씻고 난 뒤 빛을 발하며 찰랑였다.

 예전보다 이목구비가 뚜렷했으며 얼굴과 몸의 선이 선명해진 것으로 보아 초율은 자신이 있을 수 없는 일이 분명함에도 벌어지게 된 성인식을 치뤄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초율은 굳게 닫힌 채 자신을 지켜보고 있던 커다란 상자 곁으로 다가갔다. 그안에는 세상과 자신을 완전하게 격리시켜주는 새 가면과 갑옷, 흰 비단 장갑이 들어 있었다. 상자 속에서 갑옷을 꺼내놓고 초율은 다시 한 번 자신의 몸을 살폈다.

 그의 재생력은 그의 몸에 상처를 하나도 남기지 않았고 오히려 더 깨끗해진 듯 했다. 초율은 머리카락을 단단하게 올려 묶고 가면을 얼굴에 고정시켰다.

 세상을 조롱하는 듯한 웃음을 짓고 있는 붉고 흰 무늬의 가면과 갑옷을 정비해 입고 마지막으로 흰 빛이 흐르는 비단 장갑을 꼈다. 그 모든 행동들은 의식처럼 신중하게 진행되었다.

 복장을 정비하고 우뚝 선 초율은 갑옷의 거대한 위풍에 거인과도 같아 보였다. 괴기스런 가면과 붉은 갑옷, 대조적인 하얀 장갑-그제서야 진정한 초율이 탄생했다.

 초율은 원래로 돌아온 자신의 모습을 그립던 연인처럼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상자 제일 밑바닥에 놓은 작은 단도를 마지막으로 꺼내 들었다.

 단도를 싼 흰 비단은 핏자국이 얼룩져 있었다. 그는 칼 집에서 칼을 조심스럽게 빼 내었다.

 칼 날에는 "가교(佳橋)"라는 글자가 새겨져 금으로 채워져 있었고 초율은 그 글자를 조심스레 어루만졌다.

 슬픈 목소리로 그는 속삭였다.

 " 내가 왔다,가교야. 너를 위해 죽지 않고 살아돌아왔단다. 네가 유일하게 소망하던 것을 이루어주기 위해 나는 지하 감옥에서 이를 악물고 버티었던 것이다."

 초율은 칼을 칼집에 넣고 비단으로 다시 싼 뒤 품속 깊은 곳에 넣었다. 그리고 다짐하듯 다시 말했다.

 " 네 유일의 소원을 반드시 이루어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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