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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래프트xp 팬아트섹션 게시물에서 퍼왔습니다. 코믹한 마운틴 킹의 모습입니다. 동카스의 모델.. ㅎㅎ)
병사의 안내에 따라 지하통로 깊숙히 들어간 동카스와 베르베르 등은 기이한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통로의 한쪽 벽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버서커에게 짓이겨진 병사들의 시체가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입구 방향으로 바닥에 끌려진 혈흔을 따라가보니 레오르도가 눈을 부릅 뜬 채 무릎으로 선 그 모습 그대로 돌처럼 굳어 있는 것이 아닌가?
동카스가 레오르도에게 가까이 다가가 맥을 살폈다.
"사... 살아있어요. 희미하게나마 맥박이 느껴진다고요."
동카스가 베르베르를 돌아보며 말을 건네고는 레오르도의 몸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이... 이럴수가.. 어떻게 이 사람이..."
동카스는 몹시 놀란 듯 숨을 고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답답한 마음에 베르베르가 나선다.
"도대체 왜 그러시오?"
생각에 골똘하던 동카스가 말문을 연다.
"이 사람 거의 죽은 목숨일 판인데 정말 보기 드문 수법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소. 이것은 정복왕께서 전수하시고 왕궁 의국의 의사들만이 겨우 아는 수법인데 신체에 주요한 부위의 근골과 신경을 살펴 머리카락보다 가느다랗고 검보다 길다란 아홉계의 철심을 박아넣으면 아무리 위급한 상황의 환자라도 생명 부지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예전에 젊은 시절 전장에서 정복왕님의 어깨너머로 몇번 보기는 하였으나 어떤 수법인지 나로서는 알 수 없으니 정말 낭패이오."
베르베르가 그 얘기를 듣고는 앞으로 나서 가만히 살펴보니 자신이 아는 수법이다.
보아하니 레오르도는 복부에 자상을 입고 출혈이 너무 심해 자신의 손으로 직접 아홉개의 철심을 박아 넣은 듯 했다.
베르베르는 즉시 레오르도의 팔과 다리 정수리, 그리고 몸통에 주요 부위에서 아홉개의 가늘고 길다란 철심을 찾아 뽑아내었다.
마지막으로 복부 자상 근처의 지혈을 위해 박아놓은 듯한 작은 철심 수십개를 모두 뽑아내자 갑자기 레오르도가 '꽥~!'하고 고함을 지르며 의식을 회복하고는 입으로 피를 토해낸다.
레오르도가 눈이 뒤집히고 배에서 피를 줄줄 흘리니 주위에 섰던 동카스의 수하들이 놀라 뒤로 슬금슬금 물러난다.
베르베르는 즉시 레오르도를 바닥에 눕히고는 자신이 가진 성스러운 영기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십이대의 지장에게 주어지는 치유능력은 매우 강력하여 순식간에 레오르도는 상처가 아물고 얼굴엔 화색이 돈다.
나지막히 계속 부르던 '아이리스'의 이름도 잦아들고 레오르도는 곧 잠이 들었다.
안장위에 앉아있던 아이리스가 갑자기 이 대목에서 왈칵 울음을 터뜨리자 얘기를 하던 베르베르가 당황하여 황급히 자신의 말고삐를 잡아당겼다.
루씨는 괜히 뻘줌해져 딴청만 피우며 아이리스의 눈치를 살피었다.
루씨는 왠지 이 상황이 우스꽝스러웠다.
자신은 이미 아이리스와 함께 지낸 시간이 꽤 되는지라 이런 분위기에 익숙했지만 베르베르는 그렇지 않았다.
아이리스의 큰 눈에서 닭똥같은 눈물이 뚝뚝 쉴새없이 떨어지자 거뭇거뭇한 수염의 베르베르 아저씨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대는 것이다.
때는 정복왕 폴크스겐이 타계한지 십오년.
아스가르드 왕국엔 또 다시 전란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인간들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계의 존재들이 세계간의 격벽을 허물고 인간계로의 침공을 시작한 것이다.
과거 대륙통일 전쟁이 인간 대 인간의 전쟁이었다면 이번 전쟁은 앞으로의 그 형상을 상상할 수 없는 다른계와 다른 계 사이의 존재들에 격돌인 것이다.
베르베르는 아이리스에게 곤두와나 성의 지하통로에서 그녀의 아버지를 구해내던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만 아이리스가 울음보를 터뜨리는 바람에 괜히 애꿎은 자신의 말고삐만 잡아채고 있는 중이다.
헬름평원에서 루씨와 아이리스님을 구해낸 후 베르베르는 원래 곧장 달라니안으로 향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자신의 아버지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은 아이리스가 한사코 고집을 부려 할 수 없이 베르베르와 루씨가 아이리스님을 모시고 레오르도를 만나기 위해 다시 곤두와나 성으로 향하게 된 것이다.
대신 베르베르는 나머지 십이대의 천사들에게 한시바삐 달라니안으로 향하여 천공으로 돌아가라는 지시를 내렸다.
지체없이 위가르드님께 어서 지상의 상황을 보고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했던 것이리라.
하지만 베르베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이 있었으니 혼돈계 마물들의 세력이 벌써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속도로 인간계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스가르드 왕국 내 모두 열두 지역의 창공에서 벌써 엄청난 숫자의 공포의 무리들이 빛의 폭발과 함께 강림하여 백성들을 유린하며 대지를 짓밟고 있었다.
어느덧 해와 달이 지고 뜨기를 반복하여 그동안의 여정을 되짚자 아이리스 일행은 마침내 곤두와나 성에 도착하였다.
땅달막한 키에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성주 동카스가 버선발로 나와 반긴다.
레오르도는 몹시나 수척해있었다.
아마도 딸 걱정에 수많은 밤들을 지새웠나 보다.
그는 아이리스와 서로 부둥켜 안고 한참동안이나 펑펑 울었다.
부녀간의 눈물 겨운 상봉에 주위에 모든 사람들에 콧끝이 징한데 루씨와 베르베르는 서로 마주보며 씽긋 미소를 지어보인다.
이윽고 안데르센 산맥의 골짜기 밑으로 해가 기울고 다시금 곤두와나 성엔 어두운 밤이 찾아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