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 정말 긴 여행이었어. 온몸이 찌뿌둥해."
14시간의 비행 끝에 두 사람은 쮜리히 글로텐 공항에 도착했다. 일본과 홍콩에 가 본게 해외여행의 전부였던 하연에게는 끔찍할 만큼 긴 여행이었다.
"나중에 집에 돌아갈 때는 어쩌지? 맛있는 거 많이 줘서 좋긴 하든데 넘 힘들다."
정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눈썹을 찌푸리는 하연의 볼을 태윤이 살짝 꼬집었다.
"잘만 먹고 잘만 자더니만. 나는 괴로워 죽을 뻔 했는데.."
"왜? 내가 어깨에 기대고 자서? 아님 다리 올려서?"
하연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태윤의 어깨를 콩콩 두드리는 시늉을 했다. 태윤은 하연의 얼굴을 살짝 쥐고 입을 맞추었다.
"하연이 너한테 뽀뽀하고 싶어서 참느라 괴로웠지."
하연은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태윤을 살짝 쳤다.
"야!! 누가 보믄 어쩌려고 그래.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태윤은 다시 한번 하연에게 키스하며 웃었다.
"여기서는 이런 거 아무도 신경안써. 그리고 누가 본다해도 뭐 어때. 내 신부인데."
"으~ 정말 못말려!!!"
하연은 얼굴이 빨개져서는 입국수속대에 줄을 선 사람들 쪽으로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태윤은 웃으며 가방을 끌며 그 옆에 섰다.
"What's your purpose for visiting?"
금발에 푸른눈을 지닌 키가 큰 출입국사무소 직원이 질문을 했다. 하연이 입을 열기도 전에 태윤이 대답했다.
"for our honeymoon!!"
다소 딱딱해 보였던 직원이 환하게 웃으며 축하인사를 건내자 태윤이 하연의 머리에 다시 한번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두 사람은 비교적 쉽게 입국심사대를 통과해 짐을 찾아들고 공항을 나섰다.
"여기서 어디로 가는거야? 우리 루쩨른이란 곳에 3일 머문다고 하지 않았어?"
"응. 그래서 지금 바로 또 기차역으로 가야해."
"기차? 또 타는거야? 우~ 이제 그만 타고 싶은데...."
하지만 쮜리히에서 루쩨른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보는 풍경은 참 멋졌다. 스위스하면 눈에 덮힌 산이 떠오르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실감할 정도로 멋진 풍경들이 차창 밖으로 스쳐지나갔다.
역에서 내려 두 사람은 다시 택시로 갈아탔다.
"와~ 이 도시도 풍경이 진짜 아름답다."
하연의 탄성에 태윤이 웃으며 하연의 어깨를 살며시 끌어안았다. 루쩨른이란 도시는 중세의 풍경과 현대적 풍경이 함께 잘 어우러진 도시였다.
풍경도 무척 아름다웠는데 거대한 호수가 도시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둘러싸고 있었고, 야트막한 산과 그 산을 둘러싼 성곽이 있는 구시가지와 화려한 상점가들이 자리한 신시가지가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었다.
"피곤하지? 씻고 잠시 자둬. 있다가 식사하러 나가믄 되니까."
호텔에 도착해서 침대에 드러누운 하연을 보며 태윤이 부드럽게 말했다. 태윤은 호텔 전화로 레스토랑에 예약을 했다. 태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유창한 불어에 하연은 놀라며 누워서 물끄러미 태윤을 올려다보았다.
어린 시절 약속이 있긴 했지만, 이렇게 평범한 자신을 저렇게 멋진 태윤이 그토록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이 마치 꿈만 같았다.
흰색 터틀넥을 입고 몸에 붙는 청바지를 입은 태윤. 당당한 태도와 멋진 얼굴과 몸매 때문에 여행 중에 서양인들 사이에서도 전혀 초라해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호감을 가지고 말을 걸어오는 여자들이 있을 정도였다.
"뭘 그렇게 봐?"
통화를 마친 태윤이 그대로 누워서 자신을 바라보는 하연에게 웃으며 말을 건냈다.
"그냥."
하연은 왠지 부끄러워져서 고개를 돌리려했지만 그 옆에 누운 태윤이 하연의 얼굴을 두 손으로 꼭 감싸쥐는 바람에 그럴 수가 없었다.
"왜 그렇게 봐?"
하연은 태윤의 눈빛에 자신도 모르게 태윤과 똑같은 질문을 건내고 말았다. 태윤은 입꼬리를 매력적으로 올리며 환하게 웃었다.
"믿기지 않을만큼 너무 좋아서... 하연이가 내 신부라고 생각하니까 너무 좋아서...."
하연은 태윤의 마음을 알 것만 같았다. 자신도 조건 때문에 태윤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니까. 사랑은 조건이나 그 사람의 외모 때문이 아니라 그저 좋은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하연은 손을 내밀어 태윤의 얼굴을 끌어당겨 입을 맞추었다. 처음이라 깜짝 놀라던 태윤도 이내 하연의 머리를 부드럽게 만지며 입술을 깊숙이 맞추어왔다. 온몸이 나른해지고 머리가 어질해지는 것 같은 키스.
"아~ 위험하다."
끝이 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키스는 태윤의 억눌린 듯한 목소리로 중단되었다. 하연은 자신의 옆에 누워버린 태윤을 의아한 눈빛으로 보며 말했다.
"뭐가?"
태윤은 욕망으로 약간 흐려진 눈빛으로 정말 의아하게 자신을 내려다보며 물어오는 하연은 바라보았다. 아직은 너무도 하얀 그녀.
"너를 갖고싶어지잖아 자꾸... 아직은 기다려주고 싶은데... 자꾸만 가지고 싶어져."
태윤의 약간 쉰듯한 목소리가 속삭여오자 하연은 짜릿한 기운이 온몸을 통과하는 듯 했다. 태윤도 남자니까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고백하듯 태윤의 입을 통해 들으니 생각보다 놀라웠다.
"괜찮아. 우리 남들보다 급하게 결혼했으니까 난 네가 원할 때까지 기다릴꺼야. 그러니까... 부담갖지마."
바싹 얼어버린 하연의 얼굴을 보던 태윤이 웃으며 말했다. 그는 말을 마치고 일어나며 하연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그럼 나 먼저 씻는다!!"
씩씩한 듯 욕실로 들어가는 태윤의 뒷모습을 보며 하연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경치 정말 좋다."
태윤이 예약한 식당은 강의 야경이 그대로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하연은 태윤의 어머니가 귀뜸한대로 이브닝 드레스를 준비해오길 잘했다고 내심 생각하고 있었다.
"식사는 어땠어?"
"응~ 무지 맛있었어."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며 2시간여동안 식사를 한 두 사람은 강변으로 걸어내려왔다. 태윤은 기분이 무척 좋아보이는 하연의 머리칼을 한번 쓰다듬었다.
하연은 그런 태윤의 미소를 보고서, 버릇대로 주머니에 넣었던 손을 빼서 태윤의 팔장을 꼈다. 그런 하연의 손을 태윤은 꼭 잡고 자신의 점퍼 주머니에 쏙 넣었다. 늘 매끈했던 하연의 손에 결혼반지가 끼워져 약간 불퉁해 진 촉감을 쓰다듬으면서....
호텔로 돌아와 하연은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목욕을 하고 있었다. 영화에서 보았듯 제법 큰 둥그런 욕조에 거품입욕제를 풀어놓고 장난을 치던 하연은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다 씻었어?"
가운을 입고 나오는 하연의 모습에 태윤은 잠시 긴장했다. 발그레진 뺨과 젖은 머리칼, 촉촉해진 피부.
"음.... 태윤아 키스해줘!!!"
"뭐?"
화장대에 앉아서도 머리를 빗다가 한숨을 쉬고 가운을 불안한 듯 단단히 하던 하연이 벌떡 일어서며 태윤에게 소리쳤다.
"키스해달라고...."
하연이 태윤이 앉은 쇼파로 걸어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태윤은 손을 내밀어 하연을 끌어당겨 자신의 무릎에 앉혔다.
"네가 해달라고 한거야...."
태윤은 하연의 뜨겁고 부드러운 입술에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달콤한 향기와 함께 촉촉하고 뜨거운 하연의 피부에 태윤의 온몸이 뜨겁게 달구어지기 시작했다.
"하아..."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흘러나온 한숨소리에 깜짝 놀라 입을 막는 하연의 모습에 태윤이 웃으며 하연을 안아들고 침대로 향했다.
"사랑해, 하연아."
태윤의 뜨거운 손이 하연의 얼굴과 목을 스쳐 벌어진 가운 안으로 들어갔다. 태윤의 바싹 마른 듯한 뜨거운 손길에 하연은 자신도 모르게 움찔하고 몸을 움츠렸다.
"아름다워..."
태윤의 입술이 하연의 귓볼과 목덜미에 입을 맞추며 가슴께로 내려갔다.
"너.. 이거...."
벌어진 하연의 가운 안으로 친구들이 선물한 속옷이 보였다.
"나도... 너 사랑해... 아직은 잘 모르지만 너를 사랑하니까 네가 참느라 괴로워하는 거 싫어."
상기된 뺨의 하연이 떠듬떠듬 말을 이었다.
"너 왜 이렇게 사람을 놀래키니... 사랑해..."
하연의 손바닥에 손가락과 팔에 태윤은 차례로 입을 맞추었다. 태윤의 매끈한 피부에 송글송글 땀이 맺히고 하연의 가슴과 맞닿은 부분에서 빠르게 심장이 뛰고 있었다.
"아..."
하연은 태윤의 입술이 가슴에 닿자 깜짝 놀라며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내었다. 자신의 입에서 나온 소리에 깜짝 놀라 신경을 쓰는 하연의 모습에 태윤이 웃으며 다시 하연에게 입맞추었다.
뭔가 간질간질하면서도 부드럽고 짜릿한 느낌. 태윤의 뜨겁고 촉촉한 입술이 자신의 가슴을 애무하자 그런 느낌이 들었다. 하연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가늘게 떨고 있었다.
이윽고 태윤의 긴 손가락이 하연의 다리 쪽으로 내려왔다. 손가락에 속옷 매듭 부분이 걸리며 스르르 풀어져내리자 하연이 깜짝 놀라며 다급하게 외쳤다.
"태윤아!!! 잠깐만!!!"
놀라서 동작을 멈춘 태윤이 눈물 가득한 하연의 눈동자에 비추어졌다. 태윤은 깜짝 놀라 하연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하연아 왜 그래?"
"흑... 갑자기 너무 무서워져서...."
하연은 부끄럽기도 하고 태윤에게 미안하기도 해서 눈물을 떠트렸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손이 아래쪽에 닿자 무섭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태윤은 한숨을 내쉬며 가운자락을 끌어당겨 하연의 몸을 가려주었다.
"화...났지? 내가 먼저 말해놓고서는...."
한참을 울던 하연이 훌쩍이며 조심스레 태윤에게 말을 건냈다. 말없이 하연을 안아주고 있던 태윤이 짐짓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하연을 내려다보았다.
"그러게 무리하지 말라니까 왜 그래?"
태윤의 화가 난 듯한 표정에 하연은 놀라서 눈만 깜빡깜빡 거렸다. 태윤은 이내 웃으며 하연에게 말했다.
"괜찮아, 난 기다릴 수 있다고 했잖아. 네가 그런 마음 가져 준 것만 해도 난 고마운걸."
"태윤아.... 고마워... 나 앞으로 노력할께."
하연의 말에 태윤이 소리내어 웃으며 하연을 꼬옥 끌어안았다.
"근데... 나 오늘 무지 좋았다. 이제까지는 키스만 했잖아. 오늘은 네 가슴도 보고...."
음흉하게 웃으며 하연을 놀려대는 태윤의 얼굴을 하연이 베개로 가볍게 내리쳤다. 그렇게 의미심장한 결혼 첫날밤이 흘러가고 있었다.
"우음~"
하연은 찌뿌둥한 몸을 움직이며 기지개를 켰다. 눈을 비비며 뜨자 앞머칼이 드리워져 더욱 부드러운 표정의 태윤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잘잤어?"
태윤이 살짝 웃으며 하연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하연은 문득 눈꼽이 끼지 않았을까, 아까 기지개켤 때 표정이 이상했을텐데 하는 생각에 걱정이 되었다.
"어디가?"
벌떡 일어나 거울을 보려 하는 하연의 몸을 지긋이 누르며 태윤이 말했다.
"아...아니 거울 좀 보려고."
"음.. 왼쪽 눈에 눈꼽 두 개 꼈고 어젯밤에는 코고는 소리가 아마 대단했지."
태윤의 말에 그렇지 않아도 하얀 하연의 얼굴이 더욱 하애졌다.
"저..정말이야?"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태윤의 얼굴에 하연의 얼굴은 새빨개졌다.
"푸핫! 거짓말이야 거짓말!! 하연이 너 울겠다."
새빨개지더니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는 하연의 모습에 태윤이 폭소를 터뜨리며 사실을 말했다.
"진짜 뭐야!!! 앞으로 같이 안잘꺼야!!!"
심술이 나서 벌떡 일어나는 하연은 가운이 스르르 흘러내리는 바람에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러고보니 어제 입었던 속옷도 끈이 풀려서 반쯤 흘러내려 있었다.
"이쁜입으로 거짓말하믄 안되지."
태윤이 뒤에서 담요로 하연을 감싸안으며 말했다.
"여보야, good morning! 사랑해!!"
추석 잘 보내셨나요?
추석 동안 많이 올리겠다고 해놓고선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렸네요. 할머니댁에 컴퓨터가 인터넷이 안되어서 올릴 수가 없었어요. 죄송 ![]()
하연과 태윤의 러브러브 신혼여행 잼나게 읽어주세요. 첫날밤은 비록 미수에 그쳤지만 곧 이루어지겠죠? 크크~
추천과 답글도 많이 달아주시구요. 내일부터 또 주말을 기다리며 화이팅!!! 아자아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