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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죄송해요...

..... |2004.09.30 21:52
조회 400 |추천 0

비가 쏟아 지는 토요일 오후..
저는 우산을 가져 오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엄마는 우산을 가지고 저를 기다리십니다.
그리고 전..엄마가 혼자 남아 있기만을 기다립니다. 초라한 모습의
엄마를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 입니다. 왜냐하면 전 ..
엄마가 부끄러웠기 때문입니다.
넉넉치 못했던 형편이었지만 그래도 큰 불편함은 모르고 살았던 우리집은
4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선 바로 위 누이의 학교갈 형편조차 어렵게 되었습니다.
결국 누나는 학교를 중퇴하고 1년전 집을 나갔습니다.
'이놈의 집구석 있어봤자 더 나아질 것도 없어. 자리 잡히는데로 연락할께.
  엄마에게 전해줘'
이렇게 적힌 메모만을 남겨놓고...
누나가 집을 나가던 날.. 엄마는 소리없이 하루 종일 우셨습니다.
우리 엄마는 남자 화장실도 아무렇지 않게 드나들어야 하는...
우리 엄마는 청소부입니다.
어려운 집안형편..돌아가신 아버지..집 나간 누나...청소부 엄마...
제가 가진 이 같은 환경은 절 책상 앞에 앉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전 전교등수 10위권 안에 드는 소위 우등생입니다.
친구들은 제가 과외를 해서 공부를 잘 하는줄 알고 있습니다.
보라빛 꿈이 있어서도 아닙니다. 고생하는 엄마때문에도 아닙니다.
단지 전...지금의 가정 형편을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입학때부터 절 사로 잡았던 같은 반 은혜라는 여자애..
은혜는 종종 제가 수학 문제를 물어오곤 합니다.
"민석아 이것좀 가르쳐 줄래?"
"그래..?"
"여길 이렇게 해서 이렇게 싸인값을 대입하면..."
"와~ 민석이 너에게 설명 들으면 이렇게 쉬운데 혼자서는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어.."
" 하하..뭘 나도 많이 부족한걸.."
은혜가 있기에....
전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행복해질 수 있었습니다.

"민석아. 편지 왔는데 어디서 온건지 모르겠구나. 읽어 볼래.?"
"아.~ 동철이형 이번 일요일에 결혼 한데요..장소는 ㅇㅇ 예식장 이구요."
천애 고아로 자라나 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못하신 우리 엄마는 한글도 제대로 쓰고 읽을줄
모르는 문맹입니다.
매번 집으로 편지라도 올 때쯤이면 전 엄마에게 일일이 읽어줘야 합니다.
그런 엄마를 위해 전 그림으로 글자를 설명할수 있는 수첩을 만들어 드리곤 했습니다.
그런데도 하루에도 몇번씩 같은 물건에 대한 설명이 계속되곤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민석아. 오늘 시간 되니.?  그동안 신세진 것도 있고 해서 오늘 저녁이나 살까 하는데
괜찮겠어.?"
"마..마침 오늘 과외가 없는 날이네..그래 그럼..."
태어나서 이렇게 기쁘고 가슴 떨려 보기는 처음 이었습니다.
은혜와의 저녁식사 단둘의 데이트..

"민석아..여기야..여기.!!"
" 이분은 우리 엄마.."
"방가워요..은혜에게 얘기는 많이 들었어요. 은혜가 많이 배우고 있다고.."
제 기대했던 단 둘만의 시간과는 달리 은혜는 엄마와 함께 와있었습니다.
건설업을 하시는 아버지..모 대학 전임 강사라는 어머니...
조금씩 은혜의 부모님에 대해 알아 갈수록..조금씩 은혜에 대해 알아 갈수록...
둘 사이에는 테이블로 나뉘어진 경계만큼이나 넘기 힘든 길고 긴 경계선이
있다는걸 알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천근만근 무겁기만 합니다.
집으로 돌아와 한참 동안을 생각해 봤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내린 결론으....
은혜에 대한 마음을 접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는데 엄마가 들어 오셨습니다.

"민석이 와있었네..잘됐다. 이 편지좀 봐라 옆집건지 우리건지 모르겠네"
".......(편지 확인중..)"
"옆집거니..? 옆집아들 군대 갔다고 했는데 혹시 옆집거니..?"
"엄마.......이거.......엄마 이름이야..."
" 그랬니..? 아이구 요즘 눈이 침침해서..."
"엄마 이름 이라고.....엄마 이름.......엄마 이름......
   엄마 이름 이라고....!! 엄마 이름 이라고....!!  "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에게 큰 소리를 냈습니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집에서
뛰쳐 나왔습니다.
모든게 싫습니다. 절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이 싫습니다.
엄마도,,, 저 자신도 싫습니다.
정처없이 거리를 헤매며 밤을 지새우고 아침해가 밝아올 무렵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서...선생님.."
"못난놈 같으니.."

뜻밖에도 집에는 담임 선생님이 와 계셨습니다.

"병원 갈 준비 하고 따라와 ...어머님 교통사고 나셨다."

집을 뛰쳐나간 저를 찾으러 경황없이 거리를 헤매시던 엄마는 마주오던 차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차에 치이셨던 겁니다.
가벼운 사고 였지만 엄마는 이런 가벼운 사고에도 병원 신세를 질 만큼 약해지셨던 겁니다.

"자..그리고 이거 받아라.."
"그..그런 동정 따윈 받고 싶지 않습니다. 돈은 필요 없어요.."
"아니야..민석아. 이건 너희 어머니께서 맡겨 두신 돈이야."
"엄마가 돈을 맡겨요.? 그게..무슨...."
"그러니까...."


"민석이. 어머님 자꾸 이러시면 안 됩니다. 빨리 가져 가세요."
"선생님 받아 두세요. 그리고 우리 민석이 잘 부탁 드립니다.. 그럼 전 이만.."
"민석이 어머님..민석이 어머님........."

 

"워낙 막무가내셔야지..이러길 벌써 수십번이었다. 마주치면 자꾸 돌려드리려는걸 아시고는
 그 다음 부터는 아예 직접 주지 않고 내 자리 곳곳에 넣어 두셨단다."
"선생님. 직접 안 받으신거는 저희 어머니가 주셨다는걸 어떻게 아셨죠..?"
"봉투를 봐라.."
"보..봉투요..?
 
선생님이 건네준 엄마의 봉투....
봉투위엔 삐뚤삐뚤 못나디 못난 글씨였지만
'이민석' 이라는 내 이름이 분명히 적혀 있었다.
몇번 본적 없는 하지만 분명히 기억하는 엄마의 필체였습니다.

그름으로 그려가며 몇번씩 설명을 해줘야 하고..자기 이름도 쓸줄 모르고 읽을줄도 모르는
바보 엄마면서.....아들 눈치나 보는 소심쟁이 엄마면서....
그런 엄마면서,....그런 엄마면서....아들 이름은 왜 잊어 먹지 않았는지..

"자..잘못 했어요...잘 못했어요..흑 흑...잘못 했어요..흑흑...잘못했어요..."

그렇게 전 정신을 읽고 쓰러져 계신 엄마 옆에서 소리치며 울수 밖에 없었습니다.

입원후 엄마는 건강이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엄마..입 맛 없다고 남기지마. 알았지.?"
"그래..알았어.."
"엄마. 엄마는 아빠 보고 싶을때 어떻게 해.?"
"우리 민석이 보고 있으면 다 괜찮아."
"그럼 엄마...만약에..정말 만약에...먼 훗날 엄마가 세상에 없으면....
  그런데...자꾸 엄마 보고 싶으면 어떡하지.? 난....어떻하지..?"
"걱정마..엄마는 절대 안가.."

알고 있어요..엄마..거짓말이라는 걸...
엄마도 언젠가 가실 거라는 걸....
하지만 엄마...되도록 오래...아주 오래...제곁에 있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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