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서 오십시오. 잠시 다른 생각을 했나 봅니다.”
“그래? 선아가 청청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한 것 같더구나.”
“이모님이 가운데서 많이 힘드셨지요?”
“그렇지 않다. 내가 한 일이 없어. 나는 그냥 네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 외에는 내가 해줄 말이나 내가 해준 말이 없었다.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
“제가 많이 경솔하고 가볍게 행동했습니다. 충동을 누를 수 있어야 했는데....”
“지난 일에 대한 자책은 할 필요가 없다. 앞으로 더 이상 자책할 일을 안 하면 되니까. 알면서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건 네가 사람이 덜된 탓이겠지....” 강하지 않은 질책이었으나 효연에게는 쇠망치 같았다.
“죄송합니다.......”
“알았으면 되었다. 다행히도 선아나 청청이 받아들였으니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부처도 몸을 돌릴 일이구나.”
“여러가지로 심려를 끼쳐드려 할 말이 없습니다.”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처신을 잘해야 한다.”
“잘 알겠습니다.” 대답을 하면서도 연아의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어머니 같은 원주의 말이 가슴을 찌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겨우 약관의 나이에 벌써 두 애내를 동시에 거느린 가장이라니....
하지만 효연은 자신도 주체할 수 없는 두 여인의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거부할 만큼의 자제력을 갖지는 못하여 벌어진 일이란 생각으로 스스로에게 변명을 하며 자위해 보지만........
겨울날의 싸늘함이 뺨에 묻어나자 효연은 원주에게 안으로 들어 이야기 하자 하였고 원주가 먼저 안으로 들자 따라 들어가게 되었다.
유선이 나와 있어서 빈 방이라 생각했던 효연은 방안에 청청이 먼저 와있어 놀랐다.
청청은 유선의 방에서 뭔가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흠... 벌써 이렇게 가까워 진 게야?” 다정한 원주의 말소리가 놀란 분위기를 차분히 가라앉혔다.
“아! 주인도 없는 방에서 제가.....”
“아니? 지금 무슨 바느질을 하나?”
“네 원주님. 그냥 심심해서..... 아가 옷과 이불 같은 것을 같이 만들자하셔서 제가 먼저 시작했습니다.”
“흠.... 같이 준비한다....” 원주가 바느질하던 옷감을 들고 찬찬히 살피더니 “호오! 천의무봉이 따로 없구만...”
“.......” 대답을 못하고 얼굴을 숙이는 청청에게 “역시 내가 보긴 잘 봤지...”
빨간색의 자그마한 옷이 거의 만들어지고 있었다.
“언제 이렇게 까지 만들었지 정말 빠른 솜씨군....”
“미리 조금씩 만들기 시작했었지요. 헌데 같이 만들자고 하시니 정말 기뻤거든요.”
“흠.... 그래야지... 서로가 위하면 전부 좋은 게야. 그럼 청청은 계속 만들고 우리는 이야기를 계속해야지?”
원주는 탁자에 앉아서 찻잔에 차를 따라 효연에게 밀어준다. 효연도 마주 앉아서 찻잔을 받아들었다.
“그래 오늘은 청룡, 백호단원들이 진전을 보이던가?”
“상상이상의 진전을 보이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영충형은 이미 각대문파의 장문인 이상의 공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단원들도 그에 못지않은 진전을 보이고 있어 유선이 깜짝 깜짝 놀랐으니까요.”
“그래 위험을 감수하고 추진했던 일이 이런 성과를 가져오다니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야.”
“그렇습니다. 이제 그들도 섣불리 덤벼들었다가는 큰 봉변을 면치 못할 것 입니다.”
“그래도 충분한 준비를 해두어야 하니 더욱 정진하도록 독려하여야 하네.”
“물론입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각 파의 장문인과도 좀더 많은 접촉을 하도록 하고 그들의 협력을 얻어내야만 하네.”
“알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제가 습득한 각파의 절예를 그들에게 전수하여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번 청룡, 백호단의 수련이 끝나면 바로 각파의 정예를 소집하여 전부 전수할 예정입니다. 그러면 임시로 정예를 이곳에 집결시킬 수도 있겠구요.”
“그것참 묘안이군. 자연스럽게 그들을 이곳으로 모이게 한다.... 그럼 내 즉시 이를 각대문파에 알려 전수를 받아야 할 정예를 선발하여 천무장으로 모이도록 기별하겠네.”
“그렇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당분간 제가 청룡, 백호단의 수련 때문에 폐관중이라고 그들에게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자네 뜻이 그렇다면 그리하겠네. 그리고 청청. 너무 수척해보이니 조심해야겠다.”
“네? ... 잘 알겠습니다.”
“내가 지금 보아서는 청청의 건강상태가 썩 좋아 보이지 않아 그러니 신의에게 한번 보이고.....”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해야지.” 하며 원주가 천무관으로 나갔다. 곧이어 유선의 목소리가 들리며 원주와 이야기하더니 유선이 방으로 들어왔다. “많이 추워지네요.”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들어온다.
“어? 청청언니도 여기 계셨네요?”
“예, 원주님하고 같이 이야기 하느라....”
“어마! 예뻐라.... 벌써 이렇게 만들었어요?” 하며 청청의 손에 들린 옷을 빼앗듯 받아들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진짜 언니 솜씨가 빼어나시군요.”
“무슨 말을 또 하시려.....”
“아뇨, 정말 너무 예쁘고 바느질도 꼼꼼해서 어디를 꿰매었는지 조차 보이지 않아요.”
“그렇게 봐주니 고마워요.”
“오늘은 아기 옷 끝내고 내일부터는 이불을 꾸며야겠어요.”
“저는 몰라요. 그냥 언니만 믿을께요.”
“하하하...호호.... 즐거운 웃음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다.”
“아니, 뭐가 그리 즐거운 일이 많으신 거예요?” 방문이 열리며 추정까지 합세하였다.
효연은 얼른 일어나 자신의 자리를 추정에 양보하고는 “그럼 세분이서 즐겁게 이야기 하십시오.”
“아니? 어딜 가시려고 그러세요?”
“아직 할일이 너무 많아서 일을 좀 해야겠습니다.”
“호! 그러시겠지요. 이런 미녀들을 먹여 살리시려면 부지런히 일하셔야 할 겁니다.”
“흠.......”“까르르......” 숨이 넘어가는 듯한 웃음소리를 뒤로하고 무안해진 효연이 얼른 방을 나와서 문밖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음.... 이거 제명에 못 죽겠군....”
효연은 백호당으로 가서 백호단원에게 미진했던 요결을 다시 한번 되짚어 해설을 해주고 그들의 운공상태를 점검해 보았다. 모두들 거의 삼갑자가 넘는 듯한 내공을 운기하고 있어 효연의 마음을 든든하게 하여 주었다.
삼령자매는 별도의 방에서 운공하는 중이었는데 효연의 인기척에 미리 방밖으로 나와 효연을 인도하였다.
“이제 산화수와 만천화우를 완벽히 습득하였습니까?”
“염려해주신 덕분에 겨우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럼 내일부터 실전에 급하니 우선은 영충의 편법과 소림삼검을 수련하십시오. 요결은 제가 전해드리겠습니다. 암기한 직후에는 반드시 소각하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옥령이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효연에게 말을 하였다.
“예전에 버릇없이 굴었던 것 지금 사죄드리겠습니다.”
“그래요? 아직 마음에 두었었군요. 나는 이미 다 잊었으니 걱정 말아요.” 금령이 나서며 “정말 그때 미리 막지 못해 죄송스러웠습니다.”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옛이야기를 꺼내면 쑥스러운 이야기 밖에 더 있겠습니까? 유선과 사형제간이니 저에게도 똑같이 대해주십시오. 저도 사형제로 여기겠습니다.”
“이리 해주시니 너무 감사합니다.”
“아예 지금 여기에서 삼검을 전수하는 게 편할 것 같군요.” 이야기 하다보니 서먹한 감정이 사라지자 편해진 마음의 효연이 말을 하자 금령이 즉시 지필을 준비하였다. 효연은 금령이 준비를 끝내자 재빠르게 요결을 써 내려갔다. 효연의 운필솜씨는 마치 용이 춤을 추는 듯 막힘이 없이 마지막 글씨를 찍고 빠져나왔다.
효연이 건네준 요결을 받아들자 전부 종이가 뚫어져라 바라보며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글씨 자체가 검술의 극치를 보는 듯 예리하고 힘이 있게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절예를 전수하시어도 되는 건가요?”
“흠.... 검은 마음에 있으니 마음이 곧 검이요. 검이 곧 마음이 될 것 입니다. 제게는 이미 검결이나 검로가 문제가 되지 않으니 아무런 필요가 없습니다. 자매님들도 빨리 심검의 경지를 밟도록 하십시오. 그것이 제 바램입니다.”
“잘 알겠습니다. 열심히 해보아야지요.”
“소림삼검이 끝나면 그때는 아미의 검결에 대하여 저와 토론해 보도록 하시지요.”
“알겠습니다.” 대답을 듣고 나서 효연은 방을 나서며 “암기한 후에는 즉각 소각하도록 하세요.” 하며 처소를 향하다가 오늘은 아무래도 청청을 대동하여 신의를 뵈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자 청청의 처소로 향했다. 아직 유선의 방에서 돌아오지 않은 모양인지 불빛이 없었다. 언제까지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효연은 청룡당으로 먼저 갔다. 청룡단원들의 환대속에 효연은 그들의 심결을 다시 해설하여주고 검로의 틀을 깨는 것이 무형의 검 즉 심검이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각인 시킨다. 이렇게 돌다보니 어느새 밤이 늦어 옷깃을 파고드는 바람이 살을 에이 는 듯 하였다.
날이 많이 풀리는듯하네요. 그래도 환절기에 감기는 꼬옥 예방하세요.
건강해야 새로운 한주에도 열심히 일 하겠지요? 모두들 아자! 아자! 넘어갑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