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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원과 보자기

무늬만여우... |2004.10.08 09:54
조회 1,021 |추천 0

나 어릴적 우리 아부지 수금하러 가신다면 물었다.

"아부지, 아부지 오늘 수금 얼마하는데? 얼마 가져올껀데?"

"응, 백만원."

울아부진 언제나 백만원의 수금을 해오신다고 하셨다.

"와~ 백만원이면 얼만큼이지?"

어린 맘에 아부지 서류가방을 보니 백만원이 안들어 갈꺼같다.

그래서 얼른 방으로 뛰어들어가 서랍속에서 연두색과 빨간색이 어우러진 보자기를 갖다드렸다.

"아부지, 여기다 싸와. 돈."

"그래."

근데 내 기억으론 그 보자기에 하나가득 수금을 해오셨던 적이 없다.

아부지의 어깨는 항상 쳐져있었고, 뒷모습은 쓸쓸해보였다.

사기단에게 넘어갔던 땅들을 찾느라 법정에 매일같이 출입을 하셨지만, 왜그런지 어린 내가 보기에도 아부지가 그 땅을 찾을 수 있을꺼같지 않았다.

"땅 찾으면 우리 공주 뭐해줄까?"

난 이층집의 이층창문에 이쁜 침대랑 이쁜 커튼을 가진 내 방을 갖고 싶었다.

언제나 날 무릎에 앉히고 빨간 색연필로 그어놓은 아부지가 찾으실 땅지도......성내동과 천호동의 그 땅들은 지금까지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언제나 쳇기가 있던 어릴 적, 쳇기빼주는 할머니에게 아부지가 데리고 가시곤 했는데, 성내동과 천호동 경계에 있던 넓은 공터가 우리땅이라고 이제 조만간 찾으실꺼라며 날 데리고 그 땅을 밟으러 가곤했다. 그 땅은 내가 결혼하고 한국에 다니러 갈때마다 몇 번 아부지를 그리며 찾아갔더랬는데...여전히 공터로 있었다.

그 뒤로 어느날 저녁 아부진 쓰러지시고 우린 남겨졌다. 세상물정 모르는 어리광쟁이 엄마랑 어린 동생과.

난 아부지 돌아가실 때의 그 나이 50살보다 열살어린 나이에 있으면서 이제 아부지의 심정을 생각한다. 철없는 내 행동이 울아부지의 마음을 얼마나 쓰리게 했을까.

오늘 랑한테 그 보자기 이야기를 해주었다. 수금을 제대로 못해오는 랑에게 짜증어린 소리를 했더니 자기가 죽어서 울아부지한테 가서 다 일러준댄다. 자기한테도 안보이는 보자기를 줬다고.

난 한번도 돈때문에 랑에게 바가지 안긁었다고 자부하고 사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착실하게 월급쟁이처럼 돈을 제대로 가져온 랑이 아니다. 사업하는 사람들이 모두 그렇듯이 잘되면 좋고 안되면 내 힘으로 아이들 학교보내며 살아야하는거다.

근데 내가 오늘 긁은 바가지가 충격적인가보다.
ㅋㅋ 다른 집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지만 랑이 나에게 대놓고 말한다. 상처받았대나.

그리고 살면서 내가 한번도 사과를 안했댄다. 이상하다 한거같은데...
미안하다고 했다.

하긴 누군 그렇게 수금하고 싶겠냐...

하지만, 회사와 연관된 일에서 내가 참아야하는 일이 많아지니 나도모르게 짜증을 냈다. 그렇다고 그 보자기에 비유하다니...그 보자기때문에 울아부지가 돌아가신 것처럼 날 공격한다.

"네가 무서운 것은 작은 집으로 이사가는 것과 식모를 부리지 못하는거지?"

아니다. 정말 그건 아닌데... 하지만 변명하고싶지 않아 그냥 웃었다.

나와 마시고 싶어서 사왔다는 다이어트용 맥주를 보며 그래 사는게 그렇지 머...

근데 다이어트용 맥주는 살이 안찐다는건가?...알콜도수가 낮다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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