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식(ysku) 기자
▲ <조선>은 5일자에서 국방연구원의 모의분석 보고서와 권철현 의원의 '친북·반미 교과서' 발언을 1면에 대서특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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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한 젊은 기자가 자사의 1면 머릿기사 두 건을 신랄하게 비판한 글을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비판대상에 오른 두 건의 기사 모두 <조선>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기사들로, <조선> 기자가 자사 기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정치부 소속 정우상(33) 기자는 지난 5일 기자블로그에 올린 '노무현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글에서 "조선일보 기자지만 10월 5일자 조선일보에 대해선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5일자 1면 머릿기사들에 비판의 칼날을 날카롭게 들이댔다.
정 기자가 비판의 도마위에 올린 기사는 '미군없이 한국군 단독방어 땐 남침 16일 만에 서울 함락' 기사와 권철현(한나라당) 의원의 '친북·반미·반재벌 교과서' 발언을 다룬 '701개 고교 민중사관 교과서 수업' 기사 등 2건이다.
"금성사 교과서처럼 다소 '삐딱한' 교과서도 유통될 수 있어"
먼저 정 기자는 전자의 기사에 대해 "최근 여론처럼 '미군이 없어도 우리나라는 문제없어' 식의 단순논리도 문제가 있지만 '미군 없으면 우리는 죽어'라는 식의 극단적 가정 또한 여러 허점을 갖고 있다"며 "그런 가능성 있는 리포트를 오늘의 가장 중요한 기사로 다룬 것은 여러 가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전자의 기사가 기사로서 보도할 가치는 있지만 1면 머릿기사로 보도할 정도의 내용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정 기자의 지적은 특히 조선이 '반북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오버'한 것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이어 정 기자는 후자의 기사에 대해 "금성출판사의 교과서는 본지가 보도한 것처럼 '민중사관'에 철저히 기초한 것이 아니라 민중사관을 흉내낸 것"이라고 혹평한 뒤 "역사에 대한 관점은 다양할 수 있고 금성출판사 교과서처럼 다소 '삐딱한' 교과서도 유통될 수 있다"고 조선에 '열린 자세'를 강조했다.
정 기자는 "문제는 학교에서 최근 시류에 맞춰 그 교과서를 지나치게 많이 선택했다는 것인데 그건 하나의 '오버'"라며 "제 또래가 국가에서 만든 교과서로 공부했지만 조금 머리가 크면 그것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쉽게 깨달을 수 있었다는 경험칙이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요즘 아이들은 교과서에서 중요한 것을 배우지 않"기 때문에 전국의 고교에서 "삐딱한" 금성출판사 교과서를 50%에 가깝게 채택했다고 하더라도 호들갑을 떨면서 걱정할 일은 아니란 얘기다.
하지만 정 기자는 "참여정부의 기반을 무너뜨리려는 공세"라며 역공를 편 열린우리당 의원들에 대해 "텍스트(text)을 보지 않고 컨텍스트(context)를 비판"한다고 혹독하게 비판했다. 그는 "텍스트를 보지 않고 컨텍스트를 비판"하는 풍토가 결국 조선의 '오버'를 초래했다는 논리를 폈다.
"이 교과서는 노무현 대통령 재임시에 검정을 통과한 것이 아니라 김대중 전 대통령 때 만들어진 것이다. 더군다나 그 교과서의 필자들은 '검정'이라는 검열 때문에 솔직한 자신들의 사상도 담아내지 못한 '절름발이' 교과서를 만들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열린우리당 교육위 의원들은 그 교과서를 한번도 제대로 검토한 적도 없으면서 신문보도만 보고 분기탱천하는 어리석은 행동으로 조선일보의 '오버'를 정당화시켜줬다."
정 기자는 "두 기사 모두 기사 가치는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는 조선일보에서 정색을 하며 다뤄야 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조선의 '오버'를 인정했다. 이어 그는 "한가지 안타까운 것이 있다면 최근 언론매체들은 이런 기사 가치가 있는 기사들조차 백안시한다"며 일부 개혁성향 신문들을 겨냥한 뒤 "그런 일반적인 백안시가 조선일보로 하여금 과도한 '사명감'을 촉발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 기자는 "조선일보는 노무현 대통령에 중독됐고 열린우리당은 조선일보에 중독됐다. 사랑은 중독되도 좋지만 증오는 중독되면 불행해진다"는 의미심장한 문장으로 끝을 맺었다. 이는 '노무현 증오'에 중독된 조선이나 '조선 증오'에 중독된 열린우리당 등 개혁진영 모두 위험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2004/10/07 오후 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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