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연의 심리가 갑작스럽게 불안해 진 것을 깨달은 강반장은 빠르게 다음 사건으로 넘어갔다.
“여섯 번째 살인! 최창경 형사 사건.”
그리고 이 사건의 진술에 이르자, 그는 길게 쉼 호흡을 했다.
“이 사건이야말로…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일이야… 절대로…”
강반장은 어쩔 수 없이 흥분하고 말았다. 그는 채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시선을 느낀 채연도 그를 바라보았다.
“잘 알잖아… 나란 여자는 말이야. 한때 사랑했던 오빠가 죽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던 나야… 하물며, 최형사겠어…?”
“…그래, 그렇겠지… 날 잡아두고는 최형사를 죽게 내버려 두었어… 넌…”
강반장의 이 말에 김필우는 크게 놀라는 표정이었다. 그러고 그러한 그의 심리변화를 강반장은 놓치지 않고 있었다.
“내게 사과 같은 건 바라지 마.”
“바라지도 않아. 너한테… 그런 것… 다만, 이 사건의 진술이 끝나고 나서….”
“…”
“진술이 끝나고 나서도, 네가 가슴속에 사무치게 뭍어 두었던 사연들이… 날,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
“내 손으로 널 죽일 거야.”
“…당신은 못해. 절대로…”
“…왜 그렇게 단정하지?”
“넌, 사랑하는 사람을 죽일 정도로… 그렇게 악하지 못하니까…”
“닥쳐! 누가 누구를 사랑한다는 거야?”
“…”
채연이 침묵하자 강반장이 결연한 의지를 드러내며 말했다.
“명심해. 날 설득시켜야 해… 반드시…”
그러나 여전히 채연은 침묵했고, 필우도 침묵했다.
“…최형사는 불행하게도 내가 없는 사이에... 진실을 깨달아 버렸다. 그래서, 이 사건이 예언서의 모방살인이 아니라… 예언서를 모방한 살인의 모방살인이라는 것을 깨달은 거야… 그런데, 예언서를 모방한 살인은 어처구니 없게도 소설책이었어. 예언자들의 예언서와 성서를 쫓으며, 헛걸음을 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정말 어이없지… 시각이 너무 좁았던 거야… 빌어먹을…”
긴 침묵.
“성서의 한 부분인 예언서를 모방한 살인사건을 다룬 한 기호학자의 소설. ‘장미의 이름’ 이 소설이 이번 모방살인의 모체였어. 그의 이름은 ‘에코’… 영화사에 시나리오를 공모한 원작자의 닉네임이기도 하지. 김채연. 바로 너야.”
“…너무 늦게 도달했군… 내 소원대로…”
“역시… 타이밍 인가?”
“훗…”
“하지만, 아직이야…”
“그런가?”
“…결국, 최형사는 그 책의 비밀도 알아냈어… 문여상이 의뢰인인 김경수에게 복사본을 남기고, 그가 우리에게 넘긴 등기의 진실. 그것은 ‘안내의 일기’ 바로 그것 이었어… 그 등기의 내용이 우리에게 넘어가는 것을 방관함으로 해서.. 그것으로 김필우는 너는 최형사를 이곳 국회도서관의 일반서고로 유인한 거야… ‘안내의 일기’가 꽂혀 있는 이 서고로 말이야…”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듣고만 있었다.
“하지만, 최초로 최형사가 사망했을 때, 나는 ‘안내의 일기’를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어… 그래서 찾지 못했지… 최형사가 죽어야 했던 진실을… 다만, 김채연의 살인을 증명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어떤 책을 찾았던 거야… 하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했어. 아마… 그 많은 예언서 중에서 요한계시록을 읽었으면서도, 최초에 이 사건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한 것과 같은 이치겠지. 찾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목격하고서도 인지하지 못한 실수를 두 번이나 반복한 거야…”
“정말?”
이 대목에서 김채연의 알 수 없는 반문에 강반장은 잠시 주춤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이 또 다른 형태의 김채연이 심리적 트릭이라고 생각하고 애써 그녀를 무시하려 했다.
“하지만, 그래도 최형사가 그렇게 간단하게 책 더미에 깔려 죽었다는 것은 믿을 수 없어… 그래서 나는 생각했지… 그것에는 틀림없이 최형사와 김필우 말고 또 다른 한 명이 있었을 거라고 말이야…”
강반장은 김필우에게 물었다.
“그게 누구지?”
“이봐요. 반장님… 난 지금 무척 혼란스러우니까… 그런 질문은 누나한테 해줘요.”
“뭐?”
강반장은 김필우의 이 반문에 잠시 자신이 무엇인가 실수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불안해 졌다.
‘아까의 놀라는 반응과 관련이 있는 건가? 왜?’
그러나 지금 당장 그는 아무런 생각도 떠 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생각에 잠겨 아무 말이 없자 채연이 다시 물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뭐지?”
“최형사는 진실을 찾기 위해 이곳 ‘안네의 일기’가 있는 책장까지 도달했어. 아마 그는 그 상황에서 극도로 긴장되어 있었을 거야. 그리고 책을 뽑아 보았겠지… 그곳에 그가 무엇을 보았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속았다는 것을 알았을 거야.”
필우가 대신 대답을 해 주었다.
“그래, 그는 속았어. 그 책에는 아무것도 없었거든.”
“…그것을 깨달은 순간, 그는 온 몸의 감각이 곤두섰을 거야… 그런 상황에서는 주변의 모든 변화에 민감해 지지. 그는 아마 누구인가의 기척을 느꼈을 거야. 그리고 그곳에 온 신경이 몰려 있었겠지… 바로 그 순간이 그를 공격할 절호의 기회. 즉, 누구인가 그의 시선을 빼앗을 대상이 있었을 테고, 그 순간, 그를 다른 제 3자가 노렸을 거야. 그러니까… 김필우 너에게는 어쩌면 김채연도 모르는 조력자가 있을 거야. 틀림없이…”
“과연… 대단하시군요…”
“누구지? 그 조력자는…”
“…”
“지금 이 도서관 어디인가에 숨어서 우릴 지켜보고 있나?”
“그래… 지켜보고 있어.. 지금 이 순간을 말이야… 똑똑히…”
“…”
“그런데, 이번에도 거짓말이 지나친 것 아냐? 내가 또 속을 것 같아?”
“뭐?
강반장 잠시 혼란에 빠졌다. 지금 그는 이번에도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서로가 서로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이 상황을 완전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은 오로지 채연 뿐이었다. 강반장은 잠시 동안 이 의문을 뒤로한 채,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이 사건의 핵심은 여의도가 거대한 수도원이었다는 거야. 그래서 모든 사건이 수도원을 벗어나지 않았어야 했던 거지… 그리고 수도원에 갖추어지지 않은 조건은 영화를 통해 메우었지… 또한, 김채연 너는 아마 틀림없이 엄마를 찾기 위해 스스로 서울까지 왔었을 거야… 그리고 아마 엄마도 찾았겠지. 하지만, 아버지가 자살했는데도 엄마는 너희를 거부했고, 너는 아마 틀림없이 그것을 계기로 그때까지 세우고 있었던 살인계획을 완성하기로 결심했을 거야… 그때 아마… 엄마를 찾아 서울에 왔을 때, 국회를 비롯한 여의도 전체를 답사했을 거야.”
채연은 아무런 대꾸 없이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그래서 거대한 수도원 살인 사건이 완성된 거야… 첫째, 아델모 사건, 그는 장서관 동쪽탑루에서 자살. 이철의 자살과 일치해. 두 번째, 베난티오가 교회 뒤 담벼락에서 피를 뒤집어 쓰고 사망한 사건. 하지만, 그는 식당에서 살해 당하고 옮겨졌지. 그러니까 성윤기가 식당에서 피를 토하며 죽은 사건과 일치해. 세 번째, 행방불명 된 베렝가리오의 익사체, 이것은 행방불명 되었다가 고수부지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이정아의 사건과 동일하지. 그리고 네 번째, 시약소에서 천구의로 살해 된 세베리로 사건, 이것은 영화세트에서 소품인 천구의로 살해 된 문여상 사건이야. 다섯 번째, 미사 도중 독살 당한 말라카이 사건, 이것은 교회에서 집회 중에 독살 당한 김경수야. 마지막 여섯 번째, 진실을 안 수도원장을 장서관에서 압사시키지. 이것은 진실은 안 최형사를 도서관에서 책 더미로 죽인 사건과 일치해. … 표면적으로 이 사건은 이렇게 완성되어 간 거야.”
긴 장고 끝에 강반장의 사건 분석이 끝나가고 있었다. 이제부터의 문제는 이 시점 이후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에 모두 침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