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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백수 예정자의 비애

달고나 |2004.10.16 19:59
조회 1,464 |추천 0

오늘도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보그걸에서 인턴사원 모집한다길래 '그냥 한 번 지원해볼까?'란 생각에 온라인 지원서를 썼다.

뭐가 그리 복잡하고 별별 것을 적으라고 하는지...

그래서 포기하고 내친김에 아예 인크루트에 가서 지원서들을 날려보기로 했다.

요즘 대기업에서 신입을 많이 뽑더구만...

되지도 않겠지만 일단 접수나  해보려고 이곳저곳을 찔러보았다.

인터넷접수라 별 생각 안 했는데 이거 장난이 아니네. - - ;

 

난 남들이 흔히 말하는 삼류지방대 출신에 성적도 그리 좋지않고,

노래방 가서도 영어가사라도 나오면 뷁하는 정도라 토익셤 같은건 본 적도 없고,

그 흔한 워드자격증 조차 없고 있는거라고는 달랑 운전면허증 하나에,

그렇다고 집안이 빵빵해서 무위도식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니고, 

어찌보면 황당하리만큼 미래의 준비가 전혀 안 된 대학 졸업예정자이다.

 

그런 내가 '인터넷지원서 좀 써볼까나?'생각하고 실행에 옮기려 하는데

당황스러움과 황당함에 다 접어야 했으니...

 

이름(한글, 한자), 주민번호, 주소, 전화번호, 핸드폰번호, 키, 몸무게, 시력, 출신고교(학교명, 위치, 주-야, 인문-실업, 졸업년도, 졸업-검정고시), 출신대학(학교명, 위치, 전공명, 주-야, 입학년도, 졸업년도, 입학-편입학, 성적), 어학연수, 봉사활동, 외국어(가능한 외국어, 점수), 자격증, 가족사항(구성원 이름, 구성원 나이, 구성원 학력, 구성원 졸업학교명, 구성원 회사명, 구성원 직급, 부모 생존여부), 종교, 월수입액 등 등...

 

대한민국 대기업에 취직하려면

키도 크고 날씬하고 시력도 좋아야하고,

고등학교도 서울은 아닐지언정 그 지역에서 어느 정도 레벨이 있는 주간 인문계 나와야하고,

대학교도 포항공대나 카이스트가 아닌 이상 서울에 있는 대학 중 알아주는 대학 나와야 하고,

열심히 봉사활동하고 어학연수도 다녀오고,

토익도 최저 700점 이상이어야 하고,

컴터자격증도 기본으로 갖추어야 하고,

가족들도 좋은 대학, 좋은 직장 다니고 직급도 어느 정도 돼고

부모님 모두 신체건강하게 살아계시는 중산층이상은 돼야한다는 느낌을 팍팍 받았다.

 

But 난 여기에 전혀, 네버 해당사항이 없다.

그래서 지원서를 쓰다가 윈도우 창의 X를 계속 눌러야만 했다.

 

나의 자격지심때문에 그렇게 생각한걸까?

 

도대체 키랑 몸무게가 왜 필요하며?

고등학교 위치와 주야구분, 졸업방법이 왜 필요하고?

대학교 위치와 편입여부가 왜 필요할까?

어학연수는 꼭 가야돼?

가족이 학력이 어떻고, 뭔 회사에서 뭐해먹고 사는 것 알아서 뭐하게?

 

아무래도 이 기회에

살도 빼고, 시력교정수술도 받고,

토익시험 보고, 자격증도 따고, 어학연수도 다녀오고,

YSK에 갈 때까지 수능도 다시 보고,

양부모님 좀 새로 맞이해야겠다.

그런데 조건 다 갖추려면 얼마나 걸리려나?

다 갖추면 또 하나 걸리지. 나이제한.

 

빈둥빈둥거리다가 노숙자 신세로 전락하는거 아냐? ㅜ_ㅜ

그러다가 신문 한 귀퉁이에 내 이름이 나올지도...

"70대 할머니 길가에서 굶어서 동사"

 

안 그래도 엄마한테 집구석에서 밥 축내, 전기세 축낸다고 구박 받는데...

취직 못 하면 어캐하지?

시집이라도 가볼까?

근데 누가 날 데려가지?

나랑 결혼해 줄 남자 구한다고 해도

어제 TV에서 보니까 혼수비용이 장난 아니던데...

혼수 많이 안 해갔다고 남편한테 맨날 맞고 사는 것 아냐?

 

아~ 대학민국 졸업예정자의 비애로세.

아니 대한민국 백수예정자의 비애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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