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소설] << 흡혈귀 마녀와 동침을II -01 >>
쓰는 이 : 연지바른 마녀(mskim0920@nate.com)
*등장인물*
-신윤아(여, 17세, 화자)
-최선우(남, 57세) : 아시아 대 배우, 엔터테인먼트, 푸른 극장 대표
-이민수(남, 18세)
-한 욱(남, 18세)
-지나현(여, 17세)
-이태석(남, 59세) : 태석 영화사 대표
-강현민(남, 48세)
-유성린(여, 57세) : 선우 약혼녀, 뮤지컬 배우
그 외...
#
나 신윤아, 오늘따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간략하게 사태파악을 하자면
내 짝꿍 지나현, 영화배우 최선우의 왕팬!
그런데 오늘 우리 학교로 촬영을 온다나 뭐라나 그래서...
팬으로써 최선우를 맞이할 나현의 만발의 준비에
나까지 심란해 죽을 맛이다.
사인받을 티셔츠와 마커 준비는 그렇다쳐도,
점심시간에 학교 담넘어 미용실갔다 온 건 좀 심한거 아닐까.
도대체가 내 머리론 이해할 수 없다,
대체 늙다리 독신 남자가 뭐가 좋다구?
물론 평소 대체적으로 모범적이고,
연기도 꽤 하고, 엔터테인먼트 끼는 충분히 갖췄지만...
여지껏 독신인데는 뭔가 문제가 있는 거다.
정신적이든, 신체적이든.
혹시 동성애자일 수도 있다.
홍콩에서 자살했던 독신 영화배우에게
동성애에 관한 설도 돌았으니까.
지금까지 다른 연예인의 평균만치는
스캔들과 약혼설, 결혼설이 있었지만
곧 흐지브지된 것엔 뭔가 분명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걸거다.
무조건 돈이나 권력 배경으로만 입막음한다고
여지껏 한번도 크게 터지지 않을 순 없다.
우리나라 연예부 기자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줄 아냐고...
그들도 나름대로 무지막지한 정보줄을 쥐고
호랑이 굴에 수류탄을 짊어지고 들어갈만큼 무모하며
또한 단 하나의 억측만으로도 수십 번 울궈먹을 소설을 쓸
글 재량도 갖고 있거든. ^^;;;;
[나현 : 너 오늘 분명히 캠코더 갖고 왔지?]
[윤아 : 어, 어. -_-;;;]
학교 교정 찍으려고 캠코더 갖고 왔다가
학주한테 걸려서 반성문 쓴 게 몇 일 전인데...
기어이 나를 또 시험에 들게 하는구나.
못말린다, 못말려.
#
오후 2시경쯤, 학교가 발칵 뒤집혔다.
최선우는 그렇다치고,
배역 파트너로 채승희가 같이 왔기 때문이다.
채승희는 인터넷 얼짱으로 뜬 신인 여배우로
특히 남자들의 열성 환호를 받으며 한창 뜨고 있는
햇병아리 연예인이다.
드라마에서 보면 대사 발음도 불분명하고,
시선 처리도 엉망이더만...배우는 무슨, =.= 명칭이 아깝다.
나이가 우리랑 동갑이라지, 아마.
그래도 우리 학교 남학생들,
교실 창에 달라붙어서 거의 황홀 수준이다.
선생님들도 수업하는 걸 아예 포기하시고,
같이 창가에 붙어 계신다. -.-'''
내가 감독이면 채승희같은 앤 절대 안쓰겠구만.
해외 수상 경력이 수두룩한 감독이
어떻게 저런 앨 믿구 영화를 찍는건지 몰라.
나현인 수업 끝나는 벨이 울리지마자,
준비해 둔 티셔츠와 마커를 들고,
다른 한손엔 내 손을 잡고 허걱 -_-;;;
잽싸게 촬영 중인 운동장으로 날랐다.
[윤아 : 나, 나현아, 왜 나까지 가야하는 건데?]
[나현 : 니 캠코더로 내가 최선생님하구 얘기하는 거 찍어줘야지. ^^]
[윤아 : -.-''''']
으으... 괴롭군, 내 캠코더는 그런 허접한 연예기사나
찍으려고 있는 것이 아닌데.
[나현 : 너 그거 편집해서 내 인터넷 까페에 올려줘야 돼, 알았지?]
[윤아 : -_-;;;]
....
나현인 이미 촬영장 근처로 모인 아이들을 불도저처럼 뚫고
촬영장에 가장 근접한 곳으로 나를 끌고 갔다.
[윤아 : 어? 선배?]
[민수 : 너도 구경하러 나왔어? ^^]
[윤아 : 구경은 무슨... 아니! 욱이선배도, 설마 채승희보러 온 거예요?]
특별활동 영화부의 민수 선배와 욱이 선배는 단짝 친구다.
민수 선배는 영화감독 지망생이고,
욱이 선배는 액션전문배우 지망생이고.
[욱 : 어. ^_^;;]
[윤아 : 이런, 실망인걸요. 성미 선배한테 일러야겠다. ^^]
성미 선배는 같은 영화부, 욱이 선배 여자친구.
[민수 : 성미는 선우 삼촌보러 나왔을걸?]
자연스럽게 민수 선배에게서 나오는 호칭... 선우 삼촌.
진작에 알긴 알고 있었지만, 쪼금 부럽다.
민수 선배... 영화 쪽 집안 태생인데다,
(태석 영화사 대표이자 영화배우인 이태석의 아들)
영화 관계자들과 친척처럼 가깝게 지낸다는 거.
나같은 대전 촌뜨기로선 꿈도 못꿀 일이다.
조감독인 듯한 사람이, 구경나온 우리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인상쓴다.
몇 번 TV에서 봤던 더벅머리 감독은 한시도 가만앉아있지 못하고,
자기가 액션을 시험해보이더니, 그늘 쪽 의자에 와서 앉았다.
이제 시작하려나...
[감독 : 액션...스타트으~!]
폼은 제대로 잡혔다, 그래도... 민수선배만은 못한 것 같다.^^
민수 선배는 이태석 아들답게 배우로 나서도 될 만한 외모와 얼굴이지만,
(액션! 외치는 폼을 보면 연기도 좀 될 것 같다)
왜인지 굳이 영화 감독쪽을 고집하고 있다.
운동장은 순식간에 영화 속의 심각한 분위기로 가라앉았다.
최선우는 이 영화에서
고교시절 첫사랑이었고 이혼녀가 된 여자와 재혼해서
여자의 어린 딸(채승희)의 새 아버지가 되지만,
고등학생 된 채승희가 새아버지인 최선우에게
이성적인 사랑을 느끼고 적극적인 애정 공세를 퍼붓게 되고...
아내와 딸 사이에서 방황하는 남자로 나온다.
평소 구축해놓은 이미지의 연장선같은 배역... 잘 골랐구만.
-----------------영화 촬영 중----------------
최선우, 채승희를 보더니 그냥 돌아서 앞장서 교문으로 걸음을 옮긴다.
채승희가 학교에서 뭔가 사고치고 처벌까지 받은 상황에서
최선우가 보호자로 데리러 온 분위기다.
[승희 : (몇걸음 따라가다가 멈춰서) 아빠!]
[선우 : (돌아서 보더니 승희에게 걸어온다) 엄마 기다린다.]
[승희 : ...]
[선우 : ...]
[승희 : 아빠! 사랑해요! (선우에게 공격적인 기습키스하는)]
------------------------------------------
모두 이 극적인 상황을 지켜보며
절대 촬영을 방해안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민수 선배의 주먹이 부르르 떨리고,
나현인 눈물이 그렁 고였다. -.-'''
[윤아 : 아, 촌스러. '아빠 사랑해요'가 뭐냐,
분명히 쟨 지 새아빠를 남자로 인지하고 있다는건데, 아빠가 뭐냐.
이 영화, 캐릭터는 제대로 파악하고 만드는거야?]
[감독 : 야!!!]
허걱!
분명 나 혼자 쫑알거린 건데,
드, 들렸나...? 0.0
촬영은 중단됐고,
운동장에 모인 인원들의 수많은 눈동자가 나를 쏘아본다.
[윤아 : 죄, 죄송합니다. (_ _);;;;;;;]
식은땀 쫘악~ 난다.
감독이 팔을 척 들더니,
나보고 오라고 까딱까딱 손짓한다.
[윤아 : (민수보고) 선배, 나 가야돼?]
[민수 : 응.]
영화부 회장인 민수 선배에게 도움을 애원했지만,
알짜없이 거절당했다.
에이씽, 뭐 이판사판 배짱으로 가지 뭐.
해외 수상 경력 감독은
뭐 밥 안먹고, 화장실 안가냐? ^^;;;;
안떨어지는 걸음으로
밍기적밍기적 감독한테 다가갔다.
어느새 감독 옆으로 온 최선우와 채승희가
나를 쳐다본다.
그런데... 최선우, 날 보는 표정이 좀 묘하다.
뭐야, 난 댁같은 늙다린
내 다큐영화에 절대 캐스팅 안할거라구.
[감독 : '아빠 사랑해요'가 촌스러우면, 뭐라고 하면 되겠냐?]
[윤아 : 네?]
느닷없는 질문에 멍-해졌다.
[윤아 : 아... 그냥 거기 최...]
나현인 최선우를 최선생님이라구 부르던가...?
[윤아 : 최선생님 배역 이름으로 가는게 좋을 것 같은데요.
딸은 이미 새아버지를 남자로 이성으로 느끼고 인식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 장면 전에, 딸이 혼자서 새아버지 이름을
여러번 부르는 그런 장면이 들어갈 것 같은데...]
[감독 : 응, 맞어. 있어.]
[윤아 : 그럼, 자기 감정이 통제가 안되서 폭팔하는 순간엔,
자기 몰래 불렀던 새아버지 이름으로 가는게 더... 그 딸의 감정상태를
극적으로 잘 보여줄 것 같아요.
최선생님 배역 이름이 뭔데요?]
[감독 : 현기, 손현기.]
[윤아 : 그러니까.. '현기씨 사랑해요', 이게 더... 아마 받아들이는
현기 입장에서도 더 큰 쇼크로 다가갈거고.]
[감독 : 야, 채승희. 한번 해봐라. '현기씨 사랑해요.']
[승희 : (감정잡고) 현기씨! 사랑해요!]
[감독 : '아빠 사랑해요' 해 봐.]
[승희 : (감정잡고) 아빠! 사랑해요!]
[윤아 : 하.하. -_-;;; 듣고 보니 두, 둘 다 괜찮은 것 같은데요.]
[감독, 승희, 선우, 조감독 : -_-;;;;;;;;]
내가 괜한 소리를 지껄였나?
[선우 : (싱긋) 그럼 일단 두 개 다 가죠,
편집할 때 감독님이 선택하세요.]
[감독 : (더벅머리 한번 쥐어뜯더니) 그럴까요, 최선생?]
[윤아 : ...죄송합니다.]
그때였다.
[나현 : 최선생님! 싸인 해주세요!]
아...정말 분위기 못맞추고,
타이밍 쥑이게 뛰어드는 내 짝꿍.
[나현 : 야, 너 뭐해. 얼른 찍어, 니 캠코더 어딨어?]
[윤아 : 어, 어... 민수 선배한테 잠깐 맡겼는데.]
[나현 : 이잉~ 뭐야~]
음... 갑자기 굳어진 감독표정 보니,
나현인 문제가 아니다.
잽싸게 민수 선배한테 달려가서
캠코더를 갖고 와
감독님한테 들이밀었다.
[윤아 : ^^;;; 저, 저는 감독님한테 싸인받고 싶어요! 헷~]
쓰... 여태 싸인 공세같은 쓸데없는 짓을
해 본 적이 없는데...
나현이때문에 내 스타일 팍팍 구긴다.
[감독 : 잉?]
[윤아 : 이 캠코더에 싸인해주시면,
작업할때마다 영광으로 알겠습니다.(꾸벅)]
에고... 이제야 감독의 표정이 좀 풀린다.
[감독 : 너 영화에 관심있냐?]
[윤아 : ..아, 예.. 독립영화..나, 다큐쪽으로..]
[감독 : 거 그 바닥 배고픈데, 그렇다고 상업영화쪽으로 갈
발판쯤으로 여기다간 큰 코 다쳐.]
[윤아 : (억울) 그런 거 아니예요!]
[선우 : (나현의 티셔츠에 싸인해주다가) 어, 민수야.]
어느 새 민수 선배와 욱이 선배가
캔 음료수를 잔뜩 들고 왔다.
[민수 : (꾸벅) 감독님 죄송합니다.
(음료수 봉지 내밀며) 이거 드시고 하시죠.]
[감독 : 어? 너 이대표 아들 아니냐?]
[민수 : (멋적게 웃으며) 네.]
민수 선배... 데뷔하기전부터
알아봐주는 사람들 많아 좋겠수, 쩝.
[감독 : 근데 니가 뭐가 죄송하냐.]
[욱 : (윤아를 눈짓하며) 저희 영화부 후배예요.]
[감독 : 어? 그래?
(욱을 알아보고) 야, 이 자식 너 오랜만이다.]
[욱 : (꾸벅) 안녕하셨어요.]
어라? 욱이 선배도 알아?
욱이 선밴 성룡같은 액션전문배우를 꿈꾸며
중학교 때 서울로 상경했다고 들었다.
그래도 아직까진 영화판에 제대로 데뷔도 안한 상탠데...
(가끔 엑스트라로 하이틴 영화에서
패싸움하는 장면같은데
출연한 적 있다고 들었다.
비록 편집 화면에...팔 한짝, 다리 한짝 밖에
안나왔다지만 -_-;;;)
어떻게 저 감독을 알지?
[감독 : 니가 다니는 학교가 여기야?]
[욱 : 네.]
민수 선배, 어느 새 조감독하고 손발맞아서
스탭들에게 음료수 돌리고 있다.
[감독 : 운동 여전히 매일 하고?]
[욱 : 네.]
[감독 : 액션스쿨 사장 그 녀석이, 내 대학 동기 아니냐.
니 칭찬 많이 하더라.]
평소 터프맨인 욱이 선배,
멋적게 머리를 긁적이는 모습이
낯설다.
[감독 : 근데 내 영화엔 전문 액션장면이 거의 없어서 말야.]
[욱 : 아닙니다.]
[감독 : 아, 서감독이 니 얘길 가끔 하더라구.]
하긴 욱이 선배는 중학교때부터
액션 스쿨에서 몸과 체력을 만들어 온지라...
감독들 사이에서도 이름이 자주 거론되는 모양이다.
싹수있는 배우 지망생이라고...
[감독 : 넌 이름 뭐냐?]
[윤아 : 네?]
욱이 선배랑 대화 잘 하다가,
느닷없이 나한테 질문을 날리니
당황 그 자체다.
[감독 : (짜증) 너 이름 뭐냐구우?
꼭 두 번 말하게 하냐?]
하여튼 자기 분야에서 이름 좀 있는 사람은,
다 제멋대로인 것 같아.
난 나중에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
#
수업끝나고 영화부 방으로 들어가는 내내
나현이한테 들볶였다.
[나현 : 그러니까, 최선생님이 왜 널 그렇게
묘한 눈빛으로 쳐다봤을까?]
[윤아 : (짜증)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나현 : 너 모르지, 니가 감독님하고 얘기하는 내내
계속~ 계속~ 너만 쳐다본 거 알아? T_T]
[윤아 : 제발 좀 그만해라.
내가 언제 그 인간보구 나 봐달라구 했어? 어?]
[나현 : 팬클럽에 가입한 다음에
팬 캠프에 한번도 안빠진 난 기억못하구....
어떻게 너만 그렇게 쳐다보냔 말야...Y_Y]
[윤아 : 우, 울지마... 혹시 아냐, 그 인간이 로리타 컴플렉슨지.]
[나현 : 로...뭐?]
[윤아 : 늙다리 남자가 어린 여자 좋아하는 거.
너 로리타라는 영화 못봤어?]
[나현 : 너어!!! 감히 우리 최선생님을!! 어떻게 보구!!!]
그렇다고 그토록 분개할 것 까지야 ^.^;;;;;
[나현 : 우리 선생님... 로맨티스트란 말야...]
잘두 로맨티스트겠다.
그 나이먹도록 독신인 거 보면,
분명 정신적 이상이 있는 거지.
나야말로 날 그런 소름끼치는 눈빛으로
보지말라고 사정하구 싶단다, 짝꿍아.
[나현 : 옛날에 사랑했던 분을 아직두 못잊구, (울먹울먹)]
[윤아 : -_-;;;]
[나현 : 기다리고 있다고 했단 말야.]
[윤아 : 야, 야, 그런 거 다 뻥이야. 이미지 관리란 말야.]
[나현 : 아냐!!! 선생님이 직접 그렇게 대답했어, 캠프에서.]
어지간히 이미지 관리에 신경쓰는 인간인가보네.
팬 캠프에서까지 그런 식으로 자길 포장하는 걸 보면.
[윤아 : 기다리긴 뭘 기다려, 호호백발 할머니를 기다려?
아니면 꼬맹이 하나 데려다 키우고 있대? 여자될 때까지?]
[나현 : 넌 어쩜... 선생님을 직접 뵙고도,
그런 막말이 나오니. T_T]
[윤아 : -_-;;;]
최선우 얘기만 나오면,
순식간에 청순가련형으로 돌변하는 내 친구 나현이.
이 때만은 연기자로서의 자질이 좀 보이긴 한다.
최선우하고 연기하고 싶어서, 배우가 되려고
영화부에 가입한 아이니, 더이상 말이 필요없긴 하지만.
나현일 참아주는 거, 더 이상은 한계라고 느껴진다.-_-'''
물론 최선우를 처음 직접 보니, 빛이 나는 사람이긴 했다.
꼭 잘생겼다는 것보단... 뭔가 분위기도 있고.
그의 나이보다 한참 젊어보이고,
아름다운 남자라는 타이틀이 붙을만하긴 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체 뭘 먹고 무슨 운동을 하면 저렇게 어리게 살 수 있대?
연예인 세계라고 따로 대단한 비결이 있는 건 아닐텐데.
난...1학년 중간에 서울로 전학와서,
민수 선배 덕에 영화나 연극 관련된 ...
꿈을 꾸며, 환상 속을 살기에,
참... 아름다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래, 굳이 답을 찾아야 한다면...
최선우도 꿈을 먹으며 환상 속에서
피터팬으로 사는 남자는 아닐까.
아아... 그나저나 내가 그 인간이랑 무슨 상관이래?
일반인들의 일상성 다큐를 선호하는 나로선,
그런 대 배우하고 다시 얼굴 마주칠 일 없을텐데.
#
욱이 선배를 졸라서, 액션스쿨 견학을 갔다.
잠깐만 구경하고, 곧바로 '푸른 극장'으로 가야한다.
우리 영화부가 '소희영 추모제'에 초대받았기 때문에...
빽있는 민수 선배가 회장이다보니,
이런 덕을 자주 보게 된다.
나야 좋지 뭐... 공짜루 옛날 영화두 보고.^^
그나저나 욱이 선배 연습하는 거 보니까,
액션배우, 거 아무나 할 게 아니다.
액션배우는 다른 배우랑 몇 배는 더 힘들텐데...
연기도 되야하고, 액션도 되야하고,
얼굴도 좀 따라가줘야 되고.(욱이 선배가 이건 좀 되지..ㅎㅎ)
몸도 계속 만들어야 되고,
운동도 매일매일 해야되고,...
다치기도 많이 다칠텐데...
게다가 영화 화면이나 테레비에서 볼 때는 그냥 그랬는데,
줄에 매달려 허공 날아다니는 인간을 보니...
무.섭.다.
저러다 툭! 나한테 떨어지면 어째? 0_0
무서운 건 무서운 거고,
내 손은 나도 모르게 근질거려
캠코더 파워를 켜고 액정에
액션스쿨 안의 각도를 잡아 그림을 잡아본다.
아까 귀동냥하기론
이 액션스쿨 사장은 스턴트맨으로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다든데...
우리나라에 전문액션배우가 귀해서,
욱이 선배한테 특별히 공을 들인다고 들었다.
"너 뭐야!"
느닷없이 캠코더를 확-뺏겼다.
[윤아 : 저, 저... ]
허락도 없이 찍는다구, 뭐라 할 모양이다.
그런 건 어려서부터 카메라 들고 여기저기 다녀 버릇해
수십번 겪어서 겁 안나지만,
지금 내가 절절매는 이유는
그 디지털 캠코더 버튼을 잘못 누르면
앞서 찍어놓은 것이 순식간에 날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컴퓨터로 옮겨놓지 못했는데...
근데 잠깐!
이 노친네는 아까 인사드렸던
액션스쿨 사장이 아닌걸?
당당하게 나오는 걸 보니, 부사장쯤 되나?
하여튼 캠코더를 돌려받으려면
무조건 숙이고 들어가는 수밖에...
[윤아 : (꾸벅)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런데 저 그거 함부로 만지시면 안되거든요?^^;;;
아직 찍지도 않았지만요...]
일단, 내 말이 먹혀든 것 같다.
생글생글 웃으면서
슬쩍 팔을 캠코더쪽으로 뻗었다.
[노친네 : 너... 몇살이냐?]
[윤아 : 네?]
왜 꽃다운 아가씨 나이는 묻나...
내 얼굴은 배우 형도, 액션 형도 아닌데.
[액션스쿨사장 : (다가오며) 선배님 왜 그러세요?]
[윤아 : ...]
[노친네 : 고등학생이야?]
교복 입고 있는 거 보면,
내 나이 대략 짐작이 안가시나?
[윤아 : 네에- 열일곱인데요.]
[노친네 : 그래? (갸웃, 손가락으로 셈해보더니 또 갸웃)]
[윤아 : ...?]
[사장 : 왜요, 선배님?]
[노친네 : ^^;;; 아냐, 내가 전에 알던 사람이랑 비슷해서.]
[사장 : 예에- 얘, 욱이랑 같은 영화부 앤데...
영화 쪽 관련 사람이요?]
[노친네 : 아냐, 드라마 할 때 알았지.
그 때 내가 사극 무술 감독이었거든.
...그 사람한테 딸이 있었나...?]
도통 무슨 소릴 하는건지...
나잇살이나 잘 드셨으면,
그냥 열심히 사시지...
아는 사람이랑 비슷하다는 둥,
헤어졌던 여자하고 닮았다는 둥,
죽은 여자를 생각나게 하다는 둥...
그런 종류의 허접한 멘트를 날리시다니.
이 도시엔 왜 이렇게 날파리가 많은 거냐 -_-;;;;;
[노친네 : 하긴 그럴리가 없지, 열일곱이면..^^;;;]
[윤아 : (?) 저... 그만 그 카메라를 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_^]
겨우 노친네한테서 캠코더를 받아들었다.
노친네는 사장의 배웅을 받으며
액션스쿨을 나갔다.
[욱 : (땀닦으며, 다가온다) 야, 사고뭉치.]
[윤아 : (입 삐쭉) 칫.]
[욱 : 샤워하고 올게, 말썽부리지 마라.]
칫...
[윤아 : (샤워실로 가는 욱의 등에 대고)
빨리 안나오면, 저 혼자 가요! ]
[욱E : 너 극장가는 길이나 아냐?]
허걱! -_-;;;;
#
소희영, 아시아계를 매혹시켰던 아름다운 여배우.
모나카 왕비처럼, 작은 섬의 왕세자비가 되어
영화계를 떠나 다른 삶을 꿈꾸었지만...
권력 다툼의 희생자가 되어 비행기 폭팔 테러로 29세에 사망.
추모제 첫 날은 일반인보다 영화계 관계자가 대부분이고,
특별한 이벤트도 있어... 엄숙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이 추모제는 '푸른 극장' 공동 대표인 최선우의 기획으로 알려져있다.
'푸른 극장'이 생기기 전엔
여러 극장을 전전하며 꾸준히 진행되어 왔고.
5년 전,
대학로 공연 거리에 '푸른 극장'을 지으면서,
추모제는 비로소 이 곳에서 정착됐다.
[윤아 : ...언젠가 한 번 와보고 싶었는데.^^]
'푸른 극장'이라....
다목적 전문 공연장답게
건물은 아담하고 독특한 형태에
깔끔한 미색이다.
맘에 쏙 든다. ^^
[민수 : 왔어?]
민수 선배가 인솔해 온 영화부 멤버들이
극장 입구 한쪽에 모여있다.
나현이가 나한테 와서 팔짱낀다.
[나현 : 아~ 너무 좋아, 최선생님한테 초대받다니.^0^]
[윤아 : 너 혼자 초대받았어?
우리 영화부 이름으로 민수선배한테 온 거지.]
[나현 : 그래도~ ^0^]
하긴, 착각은 자유지.
누가 뭐랄 수 있겠니.
입구에서 민수 선배가 초대권을 내밀자,
모두에게 초가 나눠졌다.
특별한 이벤트도 있다더니,
이벤트용인가보다.
로비에 들어서자
예술계 여러 유명 인사들이 여기저기서
인사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말만 추모제지, 무슨 친목 모임같다.
단정한 정장 차림의 최선우가
대 공연장 입구 근처에서
참석자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의 주변에 있는 이들...
한번쯤 TV나 영화에서 봤던 낯익은 사람들이다.
이태석, 강현민, 지난번 영화감독,
그리고 아까 액션스쿨에서 봤던 노친네도 있네. -_-;;;
아... 그리고 최선우 옆으로 와서
다정하게 귓속말하는 여자는...!
유성린....?
뮤지컬 배우 유성린....?
최선우와 약혼설이 있는 유성린?
[나현 : 어머, 어머, 어머! 웬일이니! 저 여자 뭐야!!!]
최선우 왕팬인 나현이가
최선우의 약혼설 상대인 유성린을 모르진 않을텐데.
대놓고 저 여자라니... 이번엔 내가 분개하고 싶어진다.
예전에 TV에서 유성린의 뮤지컬 공연을 본 적 있다.
타고난 미인이기도 하지만, 센스있고, 강인하고,
뮤지컬 배우로서도 늘 넘치는 열정을 지니고,
그럼에도 자만하지 않는... 멋진 여자.
뮤지컬 배우로서 이미 해외에서도 극찬을 받고 있으며,
암을 기적적으로 이겨내고 다시 활동을 재기한 뒤,
인터뷰했던 기사를... 언젠가 여성잡지에서 읽은 적 있다.
그런 존경스런 여성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게되다니!!!
나현이의 광분 옆에서
나는 열심히 감동 중이다.^^;;;
유성린의 귓속말에 최선우가 밝게 웃고 있다.
옆에서 나현이가 뭐라든,
두 사람... 참, 잘 어울린다.
물론 조건을 굳이 따진다면
유성린이 남편을 사고로 잃고,
중학생 딸을 둔 엄마라는 것이
독신인 최선우에 비해 좀 꿀리긴 하지만.
그거야 노인네들이나 따지는 거고,
요즘같은 세상에 당사자들이 좋다면야...
[욱 : (작게 소곤) 대단한 자리지?]
[윤아 : ...네, 오시는 분들마다 대단하네요.
다들 한 자리씩 하시는 분들 아녜요.]
[나현 : 민수 선배, 선배네 아버지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어떻게 최선생님하구 저런 여자를 붙일 수 있냐구요...T_T]
[민수 : (대략 난감) ...-_-;;;;]
민수 선배 아버지=이태석이
유성린과 최선우를 밀어준다는 건
약혼설이 터졌을 때 딸려나온 스토리 일부인데...
그걸 왜 민수 선배한테 추궁하는건지...
최선우에 대해서만 초딩수준으로 돌변하는 나현인
정말 난감, 처치곤란이다.
[현민E : 어이! ^0^]
누가 내 어깨를 탁! 쳐서 얼결에 돌아봤다.
[민수 : 어, 현민이 삼촌.]
민수 선배 친다는게, 날 잘못쳤군.
그래도 그렇지... 남자 교복 바지하구
여자 교복 치마도 구별 못하나.
[윤아 : 아야- >_< ]
[현민 : 어? 많이 아퍼?]
[윤아 : 그 쪽은 살짝 치신건지 몰라도,
남자 손에 여자 피부는 엄청난 학대라구요. T_T]
강현민.
헐리우드에까지 진출한,
코믹 영화계에서 잘나가는 한국 남자배우.
잘나가는 것만큼 스캔들도 장난 아닌 배우.
이 인간도 민수 선배한테 삼촌이라 불리나...?
그는 나에게 가까이 와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그의 나이답지않게
귀염성있게 생글생글 웃는다.
중년 남자가 이렇게 귀여울 수도 있구나.
스크린에서 보던 것 이상으로
굉장히 장난꾸러기일 것 같은 분위기가 풍긴다.
하기사.. 연예인들은 보통
원래 자기 나이보다 한참 어려보이니까.
[현민 : 미안미안미안~^0^]
이태석 대표가 저만치서 성큼성큼 걸어왔다.
[현민 : 형, 형, (윤아 가리키며) 봐, 얘 좀 봐. ^^]
뭐, 뭐야 -_-;;;
무슨 구경거리 났나?
내가 왜 갑자기 동물원 원숭이가 되는건데?
계속 생글생글 웃고 있는 강현민에 비해
나를 본 이태석 대표의 표정은 한층 굳어졌다.
영화부 멤버들이 꾸벅 인사했다.
나도 얼결에 묻어서 인사를... 했다.
그런데 민수 선배는 약간 삐딱한 포즈로
이태석 대표를 제대로 보지 않고 있다.
아버지하고 사이가 별로 안좋나...?
이럴 땐 잠깐 자리를 피해주는 게 예의가 아닐런지.
[윤아 : (욱에게) 여기 화장실이 어디예요?]
[욱 : 왼쪽 끝에.]
강현민의 태도 때문에
날 보는 영화부 멤버들 시선도 곱지 않고...
슬금슬금 화장실로 튀었다.
앗! 세면대에서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고 있는 건... 중견배우 민동희!
와... 가까이서 보니 티없이 너무 곱다.
연예인들은 다 그런가?
늙어도 늙은 티도 잘 안나고.
[동희 : (거울 속 윤아보더니, 놀라서) 어머!]
응? 왜 나를 돌아보지?
얼결에 꾸벅 인사했다.
뚫어지게 보는 시선이 자꾸 거북스러워서,
칸으로 들어갔다.
누가 또 화장실로 들어오는 발소리가 들린다.
[성린E : 아, 동희씨 여기 있었네.]
[동희E : 예...^^ 참, 언니, 봤어요? 그 아이?]
[성린E : 응, 멀리서 잠깐.]
[동희E : 어머, 걔 여기 있다! 우리 우선 나가요.]
...?!
#
유성린과 민동희가 나가는 발소리가 난 후에도
한참을 그냥 멍-해 있다가 화장실을 나오는데,
누군가에게 와락! 두 어깨를 잡혔다.
[현민E : 잡았다! ^.^]
[윤아 : 저, 저...-.-''']
[현민 : (윤아 볼 잡고 흔들며) 아우, 귀여워라- ^0^]
[윤아 : -_-;;;]
아무래도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기엔,
이 아저씬 도가 지나치다.
아무래도 빨리 떨궈야하겠는데.
[윤아 : 저... 이 손 좀 치워주실래요?]
[현민 : 왜? 내 손이 싫어? ^^]
[윤아 : 그, 그게 아니라... ]
[현민 : 흠, 내 손이 싫단 말이지.
(자기 손을 찰싹찰싹 때리며) 이놈, 이놈- ^^]
[윤아 : (당황) 그, 그만하세요.]
[현민 : 이젠 좋아? ^^]
[윤아 : 네, 네!]
어째... 이 장난꾸러기 아저씨한테 말려든 기분인걸 -.-;;;;
[현민 : 이따가 내가 맛있는 거 사줄까? ^^]
아... 역시, 쫌만 방심하면
이런 일이 발생하는군.
어쩐다...
[성린E : 그만 놀려라, ^^ 그러다 선우한테 혼나.]
오... 존경스런, 구세주!!!
[현민 : 그러라지 뭐, 나야 비행기타고
헐리우드로 날르면 형이 쫓아올거야 뭐야.
(윤아에게) 그치? ^^]
[윤아 : ...-_-;;; 저어, 강선생님...]
[현민 : (질색) 뭐어! 선생님이 뭐야!!!]
[성린 : ㅋㅋ]
[현민 : 오빠라고 해 봐, 오빠-]
[윤아 : -.-'''' 선생님 따님이 초등학생 아니예요?]
[현민 : 음... (생각하다가) 그렇지. 우리 이쁜이.]
[윤아 : 그럼 저한테 이러는 거, 양심 안찔리세요?]
[현민 : *_* ;;; 윽-]
[성린 : (쿡-) ]
최선우가 왔다.
[선우 : 뭐가 그렇게 재밌어.]
[현민 : 형, 나 쟤한테 한방 먹었다.T_T]
내가 뭘 어쨌다구....-.-
다 큰 어른이... 최선우한테 엄살피며 매달린다.
...내가 뭐 잘못했다구...???
다행히... 최선우는 나에게 미소지어보인다.
그럼 그렇지.
정의는 이기는 거고,
진실은 밝혀지는 거란 말야.
최선우에게 꾸벅 인사했다.
[윤아 : 저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지난번처럼
날 이상하게 볼까봐 -
후다닥 공연장 안으로 들어갔다.
[선우E : 시간 다 됐어, 준비하러 들어가자.]
#
공연장에 들어가 나현이 옆에 앉았는데...
어라?
[윤아 : 나현이 너 왜 울어?]
[욱 : (퉁-) 최선생님 오늘 약혼발표한대.]
[나현 : 으앙~]
허걱!
나현이를 둘러싼 영화부 멤버들,
나현이를 달래느라 거의 덮치다시피했다.
하지만 내 말이 직빵일걸?
[윤아 : 아냐, 최선생님 약혼발표 연기한대.]
[나현 : (훌쩍) 저엉말?]
[윤아 : 응.]
[민수 :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윤아 : 여기 들어올 때 민수선배 아버님이랑
말씀하시는 거 잠깐 들었어요.]
[민수 : (복잡한 표정) 아, 또 삼촌 무슨 일이야?
이번엔 정말 문제 없는 거 같던데.]
나야말로,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얼결에 엿듣게 된 어른들의 대화...
최선우, 유성린, 민동희, 강현민, 이태석, ...
이 분야에선 지명도가 있는 사람들...
모두들 날 아는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면서도
다들 짜고 날 모른 척하는 것 같다.
이게 웬 공포SF영화도 아니고...말야.
#
공연장 천장의 불빛이
2층 관객석에서부터 스크린 앞까지
한 줄 한 줄 탁탁- 꺼지고...
스크린에 소희영 배우가 출연한 작품들과
메이킹 필름을 편집한 영상이 나타났다.
촛불을 든 최선우가 무대에 올라왔다.
뒤이어 이태석, 강현민, 다른 배우들과 감독... 등
소희영 배우를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는 사람들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왔다.
[선우 : 오늘, 한 때 우리와 함께 했던,
한 여배우를 추억하기 모였습니다....]
최선우가 옆에 있는 이태석의 초에 불을 붙이자,
[태석 : 우리의 인생도, 사랑도, 사람도, 흘러가지만...
추억은 항상 그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립니다.]
이태석이 옆 사람의 초에 불을 붙였다.
그동안 관객석에 있는 우리도 서로 옆 사람의 초에서
불을 받고, 불을 붙여줬다.
추모 글귀 낭송이 이어졌고....
슬픈 추모곡의 노래가 이어졌다...
...사람은 죽어도, 예술은 남는 것.
소희영, 그녀의 생명은 오래 전에 끝났지만
그녀의 생명이 담겼던 영상은 우리에게 남아있다.
영원불멸의 생명과 사랑...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예술은 해볼만한 거겠지.
그렇다면 나는 스크린에다 어떤 이야기를 해야,
그녀처럼 영원불멸의 사랑을 가질 수 있을까.
이어서 소희영이 출연한 옛 영화 중
첫번째 선정작이 시작됐다
'나는 눈물이다'
스크린 불빛에 비춰, 추모제 팜플렛을 들여다봤다.
'나는 눈물이다'
-태석영화사 첫 제작작품.
-감독 설** / 작가 김윤아(유고작)
-주연 이태석, 소희영
와우...! 태석영화사의 첫작품이면...20년도 넘은 거네.
[윤아 : (민수에게) 이 영화는 선배보다 나이가 많네요. ^^]
[민수 : (우울) 으응.]
아아... 그나저나 저 촌스런 패션과 헤어스타일을
어찌 눈뜨고 봐준단 말이냐.
게다가 최루성 멜로라... +_+
물론 배우들은 다 잘나고 멋있고 이쁘지만.
그러고보니 민수 선배,
이태석 대표의 젊은 모습을
많이 닮았다.
옆의 민수 선배를 보니,
뭔가 심기가 상당히 불편한 모양이다.
보통 민수 선배는 영화광 아니랄까봐
영화에 한번 집중하면 꼼짝도 안하는데,
지금은 계속 앉은 자세를 자꾸 뒤척인다.
나현인 아직 최선우 약혼발표 후유증으로
훌쩍거림이 남아있고,
(다행히-_-;;; 약혼발표는 정말 없었다)
맞은편 민수 선배는 계속 뒤척이고 있고,
난 전혀 내 스타일이 아닌 최루성 멜로에 ,
오늘 새벽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다큐 콘티를 짰던지라...
수면부족으로, 상당히 괴롭다.
어디서든 잠깐 졸았으면 좋겠는데...
살금살금 몸을 낮추고 공연장을 나왔다.
나오는 것까진 좋았는데, 달리 갈데가 없다.
서울 지리를 잘 아는 것도 아니고,
여기서 영화 끝나면,
영화부 부원들하고 같이 움직여야 할테니...
그냥 여기 있지 뭐.
로비 구석에 놓여져있는 의자에 웅크리고 앉아
눈을 감았다.
[선우E : ...왜 나왔니?]
[윤아 : ?]
눈을 번쩍 뜨고 고개 들어보니, 최선우다.
허겁지겁 일어나서, 꾸벅 인사했다.
[선우 : ...]
[윤아 : ^^;;; 저 영화 예전에 봤거든요,
테레비서 주말의 영화로... 그래서... ]
[선우 : (끄떡) ...으응.]
그가 천천히 팔을 뻗어 그의 손바닥을
잠깐 내 머리에 얹었다.
[선우 : 키가... 작네? ^^]
내 키 작은데, 뭐 보태준 거 있나?
웃으면서 말하는데, 뭐랄 할 수 없고, 참...-_-;;;
슬쩍 상영관 문이 열리더니,
민수 선배가 나왔다.
최선우를 보더니, 화들짝 놀란다.
[선우 : 넌 또 왜 나왔어?]
[민수 : (윤아 보는)]
민수 선배, 뭔가 불편해보이더니,
기어이 나왔군.
그나저나 나 , 나중에 민수 선배한테 혼나는 거 아냐?
[민수 : (선우에게 퉁명)
저런 걸로 아빠 보고 싶지 않아.
가식적으로 보여.]
[선우 : ...^^;]
[민수 : 딴 데 있다 올게.]
[선우 : 그래. 참,]
최선우가 지갑에서 수표 한 장 꺼내
민수 선배에게 내밀었다.
[선우 : 이따 끝나고 영화부 애들
피자라도 사줘. 후원금이다. ^^]
[민수 : (받으며, 꾸벅) 늘 감사합니다~^^]
[선우 : (민수 어깨 툭 치며) 녀석... ]
최선우는 날 한번 보더니,
돌아서서 가버렸다.
#
[윤아 : 서, 선배...같이 가요.]
민수 선배는 극장의 중앙 계단을 계속 올라가더니,
옥상으로 나섰다.
주변의 공연장, 극장, 유흥업소, 꼬불꼬불 골목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높은 곳 바람이 시원하다.
[윤아 : 영화 끝날 때까지, 여기 있을거예요?]
[민수 : ...응.]
[윤아 : 금방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고, 추울 것 같은데.]
잠은 이미 확- 깼다.
[민수 : ...]
에라- 모르겠다.
메고 있던 가방을 깔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민수 선배가 나를 보더니 픽- 웃었다.
그래도 앉지 않고, 건물들만 열심히 구경한다.
침묵... 어색하다.
괜히 사이까지 서먹한 것 같아, 별루다.
이럴 땐 무조건 수다를 떨어야 한다, 수다, 수다, ...흠.
영화부 선배하곤 영화 얘기가 최고지.
[윤아 : 선배 아버님 진짜 잘생겼데요. ^^]
[민수 : ...]
화재를 잘못 꺼냈나?
그러고 보니 언젠가 민수 선배
상태가 상당히 안좋았던 때가 있었다.
(지금 분위기가 딱 그 때 같다)
괜한 신경질에, 화도 내고, 말없이 사라지기까지.
[욱 : 그 자식 요즘 방황하는 시기야, 냅 둬.]
[윤아 : (투덜투덜) 방황도 자기 할 일은 하고 해야죠.
이게 뭐예요, 영화부 회장은 그냥 공으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자리냐구요!!!]
[욱 : -_-;;;]
[윤아 : 또 가출까지 해요?
그것도 욱이 선배 자취방으로?
민수 선배 그렇게 어린애냐구요!]
[욱 : 민수... 형이 있었어.
그것때문에 그래.]
있었어?
과...거..형???
그 때 인터넷으로 신문 기사를 검색했을 때...
글쎄... 나로선 아는 척 하고 싶지 않은
리스트들이 떴었다.
------------------------------------
검색어 : '이태석'
...신작 영화 발표회 성공적...
...태석영화사 배급한 영화 &&& 관객 000000명 동원...
...태석영화사 대표, 모델 $$$와 밀월여행
...연예인 자녀의 조기 유학 이유는? ...
.................
..........
....
-------------인터넷-----------------
그 중에 -큰 아들 이현수가 미국 유학 중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욱이 선배가 말하던, 민수 선배의 죽은 형이라는 사람.
어려서부터 아버지 영향으로 영화 감독을 지망해서,
미국의 유명한 예술고등학교로 공부하러 떠났던...
이태석 대표가 아끼던 큰 아들.
[윤아 : 아버지 별로 안좋아하나봐요?
나같음 그런 멋있는 아버지 참 좋을 것 같은데.]
민수 선배가 나를 돌아봤다.
[윤아 : ^^;;; 물론 울아빠하구 바꾸자면
절대 안바꾸지만요.]
...기사들을 읽고나서
한동안 민수 선배 가족사가
마음에 걸렸었다.
가족을 잃는다는 건,
사람만 잃는 것이 아니다.
어린 자녀를 잃고,
서로에게 그게 상처가 되어
부부가 이혼하는 경우... 많다.
가정이 사라진다....
민수 선배에게,
형의 죽음은 어떤 모습의 상처였을까.
아버지에게 반항하고, 가출할 정도로
커다란 트러블의 원인이었을까.
[민수 : (한숨) 별로야, 이름있는 부모의 자식이란 거.]
솔직하고 직선적으로 나온다.
의외다.
[윤아 : ... 그래두, 지난번에 가출은 넘 유치했어요. ^^
아무리 형을 잃은게 힘들어도...(허걱!)]
아차!
내가 내 입을 막았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민수 선배는, 잠깐 굳어있더니, 피식 웃었다.
[윤아 : 죄송..해요.]
[민수 : ...]
[윤아 : ...]
[민수 : 어차피 누구나 다 아는 얘긴데, 뭐...]
민수 선배의 미소가 굉장히 쓸쓸해 보였다.
잠시 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민수 : ...형을 좋아했었어.
똑똑하고 뭐든지 잘하는 형처럼 되고 싶었고.
그래서 엄마아빠가 형을 더 사랑하는 것도
당연하게 생각했어.]
[윤아 : ...]
아, 민수 선배도 동생이었구나...
영화부에선 늘 큰 형 위치인데.
[민수 : 어릴 적에 한 번은 아빠하고 엄마가
이혼 직전까지 간 적 있었는데,
그 때 진짜 무서웠어...
아빠나 엄마... 형은 데려가겠지만,
난 버려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
[윤아 : 0_0 ... 설마요.]
[민수 : 진짜루, 진짜루, 그 땐 그랬어. ^^;;;
그래서 놀이터에서 혼자 울다가,
선우 삼촌한테 들켰다?
그 때 삼촌이 내 얘길 듣고, 뭐라고 했게.]
[윤아 : 뭐랬는데요?]
[민수 : 그럼 나랑 살면 되지 - 그러더라.]
...최선우, 그 남자... 참 다정한 사람이구나.
불안했던 민수 선배의 어린 마음이
금방 안심됐을거야.
[민수 : 그래서 난 아빠보다 삼촌이 더 좋아.]
이해할 수 있다.
바람피워 이혼까지 갈 뻔했던 아버지보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을 거둬주려했던 삼촌이
훨씬 믿음직스럽고 의지가 됐을거야.
아아... 그러니 '나는 눈물이다'에서처럼
한 여자를 지고지순하게 사랑하는 남자를 연기한
아버지 모습을 보기가 좀 껄끄러웠겠군.
[윤아 : 그래도 형이 죽은 건,
아버지 잘못이 아니잖아요.
유학가서 교통사고로...
유학, 그거 본인이 결정한 거 아녔어요?]
[민수 : ...]
민수 선밴, 자기 얘기할 땐 한 박자씩 꼭 뜸을 들이는군 -_-;;;
기다려야지... 별 수 있나.
예상외로 민수 선배의 침묵이 길었다.
[민수 : 하지만 형이 죽었을 때,
엄마 아빤... 내가 있는지도 몰랐어.
아들은 형만이 아니었는데,
난... 보이지도 않는 것 같았어.
앞에 따라가야 할 모델이 사라지고,
이젠 나 혼자 알아서 일어서야 한다는 것보다...
형없인 누구에게도 이민수란 존재가 보이지 않는다는 거...
그게 막 화가 났어.]
[윤아 : 자아 의식을 꽤 늦게 발견하셨네요.^^]
[민수 : ..^^;;; 그 때 처음으로 형을 질투했어.
한번도 형을 그렇게 생각한 적 없었는데,
웃기지? 형이 죽은 뒤에야 질투를 하다니.]
[윤아 : 아뇨, 선배는 그 때 처음 질투한 게 아니라
늘 질투하고 있었던 거예요.]
[민수 : 뭐?]
[윤아 : 형은 선배의 인생 모델이 아니라, 라이벌이었을거라구요.
원래 존경과 질투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선배는 형을 더 이상 질투할 수 없어서 화가 났을거예요.
이젠 죽은 사람을 이길 수도 없고, 앞서가려고 노력할 수 없으니까.
선배를 자극시키고 의욕나게 하는 라이벌이 없어졌으니까...
화풀이할데가... 선배를 어릴 적에 불안하게 만든 아버지한테 돌아간 것 같네요.]
민수 선배가 나를 빤히 봤다.
[민수 : ...제법이다, ...너.]
[윤아 : 헤헷... 기본이죠. (^^)v]
조금은... 민수 선배를 알게 됐다.
난 태생부터 영화계 사람이었던
민수 선배가 많이 부러웠는데...
다른 집하고 하나도 다를 것 없이...
아니, 어쩌면 더 힘들게 자랄 수도 있다.
부모의 치부를 온 세상이 다 알고 있다는 것...
자신의 잘못도 아닌데, 함께 세상의 시선을 감당해야 할 몫이 주어졌다는 것...
같은 길을 가려하면, 부모의 그늘을 늘 의식해야 한다는 것...
연예인의 자녀 노릇도 만만찮은 거로군.
[욱E : 여기 있었냐.]
헉, 언제 소리도 없이 왔대...
여긴 또 어떻게 알고...
민수 선배랑 욱이 선배는
여기 자주 오나보지?
[민수 : 끝났어?]
[욱 : 내려가자, 애들 로비에 있어.]
[민수 : 응. ^^]
민수 선배는 언제 쓸쓸했던 모습을 연출했냐는 듯이
금새 평상시 모습으로 돌아왔다.
과연... 연기자 아들답군. -_-'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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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발 : <사담이 좀 깁니다...>
일단 올려봅니다...
전작에 비해 스토리 자체가 좀 무거운 편입니다.
선우는 자신의 사랑에 확신이 선 순간 행동으로 옮기는 캐릭터인 반면
윤아는 행동을 하기 전에 몇가지 생각을 더 하는 캐릭터였기 때문이죠.
비록 2탄에서는 17살 여고생 신윤아의 시점으로 가지만...
2탄을 쓰고 싶다 생각하면서부터, 드라마를 봐도 영화를 봐도
제대로 보이고 들리는 것이 없었습니다.
요즘도 그렇습니다. T_T
쌀도 떨어진지 오래고, 드라마 관련된 면접에서도 떨어졌고,..
먹고 살려면 알바자리라도 구해야 하는데...
선우랑 윤아가 제 머리채를 잡고 놓아주질 않는군요.
조만간 이거 쓰다가 굶어죽을지도 모른다는 패닉 상태로 갈 것 같습니다.
초반만 간신히 썼습니다,
그래서 2탄은 올라가는 속도가 많이 늦어질 듯합니다.
전작과 연결된 부분에 대한 설정을 놓고..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다가
결국 열심히 죽이고(?) 있습니다. ㅎㅎ
이미 소희영도 죽였습니다. (덴장...)
우리로선 보지도 못한 민수 형도 죽었죠.
윤아가 죽기 전에 태어난 이태석의 첫째 아들입니다.
선우와 윤아가 TV에서 봤던...
2회에서도 죽은 사람 또 나올겁니다. (띠벌...)
사람죽이는 게임같은 거 쳐다도 못보는 제가 어쩌다 이리 되었는지.. -_-;;;;
재미없음, 더 안올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흡혈귀 마녀와 동침을> 말고 좋은 제목 생각나시는 거 있음 알려주세요. ^^
2탄까지 쓰다보니... 다른 예쁜 제목이 욕심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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