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소오강호 영호충입니다. 요 근래 2주정도 본의 아니게 오지 못했습니다.. 모든 분들 건강하게 잘 계시지요? ^^ 가을이 깊어가고 잔잔한 이야기 하나 올려봅니다
오늘은 Love Is (http://nalove.hihome.com/) 에서 가져옵니다..
<1>
그 날, 지하철 안에서 잠이 들어 30분이나 늦어버린 소개팅 시간 때문에 그 높은 이대역 계단을 헉헉 거리며 뛰어올라갔습니다.
그리고 땀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으로 소개팅 장소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웃으며 제게 하얀 손수건을 건네주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그녀와 저의 첫 만남 이었습니다.
그 뒤 우리는 자주 만났습니다.
<2>
그러다가100일이 되었고, 전 그녀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고 싶어 난생처음으로 스테이크 요리집에 갔습니다. 가기 전 날, 요리매너책을 보면서 스테이크를 주문할때는well done-잘 익힌 것, medium-중간으로 익힌 것 rare-덜 익은 것이라고 외웠습니다.
그녀에게 잘 보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요리집에 가서 웨이트레스가 "어떻게 해 드릴까요?" 하고 물어보니 무척 떨렸습니다.
그러나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어제 책에서 본 영어로 해 보고 싶었고, 중간으로 익힌것이 좋을 듯 해서
그렇게 얘기를 하고싶었는데 그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가까스로 말을 한다는게 " middle로 주세요..."
"예? medium 말씀 하시는 거에요?"
순간, 난 말을 잘못했음을 알았지만 그녀 앞에서 망신 당할 수는 없어서 "
그럼 well done으로 해 주세요."" medium well-done 말씀하시는거에요?"
결국 전," 그냥.... 바싹 익혀주세요...."
그 날 너무 바싹 익혀서 딱딱 해져버린 고기를 씹으면서도 그녀는 저를 향해 웃어주었습니다.그리고 전 그런 그녀가 좋았습니다.
<3>
전날의 실수를 만회하려고 전 다시 그녀를 데리고 T.G.I 프라이데이를 갔습니다.
무지 비싼걸 알았지만 그녀를 위해서 라면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요번에 음식을 시킬때는 저번처럼 망신을 당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메뉴에 나온 이름도 처음 보는 수많은 음식들 대신에 제일 친숙한 "햄버거"를 두 개 시켰습니다.
이번엔 아무 것도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막상 나온 햄버거는 제가 매일 보아 왔던 햄버거와는 다른 모양이었습니다.
빵 따로, 고기 따로, 야채 따로, 그리고 포크와 나이프가 접시에 담겨져 있었습니다.전 고민했습니다.
과연 따로 먹는걸까, 아니면 합쳐서 먹는걸까...
결국 다른 사람들 먹는걸 지켜보려고 그녀와 음식을 앞에 놔두고 그냥 실없는 얘기를 하며 다른 테이블을 보았지만 20분동안 아무도 햄버거를 먹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결국... 한 사람이라도 덜 망신스러우려고 전 다 합쳐서 한입에 먹고 그녀는 따로 나누어 먹기로 했습니다.
햄버거는 정말 맹숭 맹숭 하게 맛이 없었습니다.
나중에 알았습니다.
햄버거를 먹을때 뿌리는 케찹과 겨자는 테이블에 따로 놓여 있다는걸..
그리고 나중에 알았습니다.내가 부끄러워할까봐 그녀는 알면서도 그냥 먹었다는걸...
<4>
우리는 이제 많이 친해졌습니다. 그러나 한번도 같이 술을 마신 적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 생일날, 그녀와 처음으로 맥주 집에 갔습니다. 함께처음 먹는 맥주라서 비싼걸 먹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없는 돈을 털어 밀러를 시켰습니다. 그리고 밀러가 나오자 병마개에 물에 젖은 냅킨이 올려져 있는걸 보았습니다.
전 병을 깨끗이 닦아 먹으라는 건 줄 알고 그녀 것까지 열심히 닦았습니다.
그리고 병 따개를 찾아보았지만 아무데도 없었습니다.
병따개를 달라고 하자 주인 아저씨는 그냥 따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전 테이블 어딘가에 병따개가 달려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테이블이 고정되어 있는 철판 모서리에 병마개를 대고 뚜껑을 따려했습니다.
그러나 뚜껑은 열리지 않았고, 보다 못한 아저씨가 와서 뚜껑을 돌려서 열어주셨습니다.
그 날 전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마셨고, 그녀는 그런 저와 같이 술을 마시고는 제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었습니다.
전...그녀의 머리에서 풍기는 여릿한 샴푸냄새에 취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5>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었습니다.
이제 그녀와 제가 만난지도1000일이 다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우린 이 날을 기념하려고 1000일째 되는 날 밤 기차를 타고 동해로 갔습니다.
겨울바다는 하얀 눈과 함께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전 갑자기 영화 "러브스토리"에 나오는 장면중에서 주인공들이 서로 눈을 던지며 달려가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눈을 한 웅큼 뭉쳐 그녀의 옷에다 집어넣고는 웃으며 막 도망쳤습니다.
그러다가.. 그만 눈 밑에 가려 안보이던 빙판에 미끄러져 넘어졌고, 뒤따라오던 그녀도 저에게 걸려서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날 저희는 처음으로 키스를 했습니다.
<6>
우리가 만난지 5년, 그리고 이제 우리는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턱시도를 차려입고 결혼식장에 서니 무척이나 떨렸습니다.
그리고 아버님의 손을 잡고 들어오는 그녀의 모습에서 전 행복에 겨워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주례선생님의 말도 저 멀리서 누군가가 그냥 혼잣말을 하는것 처럼 들렸습니다.
그래서...
주례선생님은 영원히 함께 사랑하며 살겠냐는 질문을 세번이나 해야했고, 저는 엉겁결에 " 예, 선생님~!" 하고 소리쳐 버렸습니다.
그리고 식장은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나중에 비디오 찍은것을 보고 알았습니다.
사람들이 웃은 이유에는 제 바지 자크가 열려있던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는걸...
<7>
이제 저희도 다 늙어버렸습니다.
어느덧 아이들은 전부 자신들의 삶을 찾아 떠났고, 영원히 검을것 같던 머리도 눈처럼 곱게 희나리져 갔습니다.
그녀도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허리가 굽은 할머니가 되어버렸습니다.
가끔 자다가 이불에 오줌도 싸고, 길도 잃어버리기도 하고, 저를 알아보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전 기쁩니다.
그동안, 그 긴 세월동안 제 수많은 실수들을 미소로 받아주었던 그녀를 이젠 제가 돌볼 수 있으니까요.
전 그녀를 영원히 사랑합니다....
뭐 특별히 걱정해주시는 분들은 아무도 안계셨지만(게시판지기님은 걱정해주시더군요. ^-^)특별히 글을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동안 직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면서 직급을 조금 높은 자리로 옮기는 바람에 일도 늘어났고 적응도 해야 했었고, 항상 비슷한 패턴의 글을 올리다 보니 좀 다른 성격의 글을 올려볼까 했었는데 제가 애초에 객원게시판지기가 되면서 네이트님들에게 말씀드렸던"사람냄새가 나는 게시판"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존엄한 인간으로서 태어난 이상 가장 중요한 인간만의 감정과 언어인 "사랑"에 대해서 쓰는것이 그래도 저한테 맞는 컨셉인거 같아서 다시 이렇게 돌아왔습니다. 혹시라도 걱정해 주신 분들이 계시다면 심려끼쳐 드려서 죄송합니다. (_ _)
나에게도 이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자다가도 일어나 생각이 나고 아침에 눈이 떠졌을 때 생각이 나서 부시시 눈 비비며 전화 할 수 있는 사람
이런 나를 다독이면서 감미로운 목소리로 다시 나를 재워 줄 수 있는 사람
내가 그 사람에게 바라는 욕심이 무척 많은데도 그런 욕심을 채워주려 노력하는 사람
아침에 일어나도, 출근길에 지나가는 산들바람에도 생각이 나는 사람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만약 그런 사람도 나를 원하고 나와 같은 생각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무엇을 하든 잠을 자든 모든 걸 떨치고 일어나 그 사람만을 반겨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랑해요~
당신이 나를 생각하지 않는 시간에도...
날이 선선해 지니 마음마저 선선해지는군요..^^ 언제쯤이면 이런 기분을 떨쳐버릴수 있을지...
네이트의 모든 분들 행복한 시간 되시고 예쁜 사랑 하세요..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는 네이트 게시판과 더불어서 디시인사이드(DC) 정치,사회갤러리 에서도 같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10월 10일 경마공원으로 사진대회를 나가서 찍은 저와 DC에서 활동하는 친구 사진을 같이 올립니다. 못생겼다고 구박하지 마시고 이쁘게 봐주세요(못생겼다고 하시면 33살 솔로부대 마음 찢어집니다 ^^)
사진의 오른쪽이 저이고 왼쪽의 선글래스는 디시인사이드 정치,사회갤러리 친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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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의 객원게시판지기 소오강호 영호충
노래는 사이먼&가펑클의 ScarboroughFa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