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춤[影舞] 18 - 제1장 지나온 세월, 그리고 새로운 출발 17 -내글-
- 새로운 출발은 항상 기분을 들뜨게 한다. 약간의 두려움을 주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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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은 잠시의 소동을 통해서 노인과 더욱 친숙해졌다. 노인은 정민이 다시 숟가락을 놀리기 시작하자,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내일부터 목각을 깎도록 해라. 내가 이미 깎아놓은 것을 보고 똑같은 모양으로 깎도록 해라. 여섯 개이니, 모양대로 하나씩 정성을 다해서 깎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나는 내일 서울에 있는 큰 아들집에 갈 거니까, 우리 할망구 잘 데리고 있어야 된다. 딴 맘 먹지말구, 크크. 목각을 을 다 깎고 나면, 할망구가 책을 한권 줄 거다. 아마 삼 개월만 익히면 다 뗄 수 있을 거야. 그게 끝나면 큰아들을 보낼 터이니 그 애를 따라가서 한 일 년은 일을 배우도록 해라. 그리고 나면 너에게 내가 네놈이 할 큰일을 알려주마. 알았냐? 그래, 그럼 밥 다 먹고 저기가면 물지게가 있으니 샘에 가서 물이나 한 지게 퍼오너라. 샘은 저기 둔덕에 올라가면 보일 것이다. 에구구, 나이를 먹으니 힘이 드는군. 난 방에 들어가 쉬어야겠다. 딴생각말구, 이곳에서 내 시키는 일이나해라. 어험!”
“네, 아르신! 잘 알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놈, 대답 한번 시원시원하게 하는구나!”
“그런데, 어르신의 성함을…?”
“이놈, 어른의 이름을 물을 때는 존함이나 함자라고 하는 겨!”
“아, 네! 죄송합니다. 어르신의 함자가 어떻게 되시는지요?”
“그건 알 것 없다. 그냥 할아버지라 불러라. 어험!”
- 덜컹, 탁.
노인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정민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방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정민은 황당했지만 노인을 무어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냥 노인의 하는 양만 보수 밖에 없었다. 노인은 방에 들어 간지 얼마 않되 코고는 소리를 냈다. 정민은 잠시 멍청하니 있다가 먹던 밥을 마저 먹었다.
오월이라 아직은 해 떨어진 후의 산 공기는 차가웠다. 정민은 잠시 산봉우리 넘어 있는 도시의 불빛으로 봉우리위로 후광처럼 어스름하게 비추는 빛을 바라보았다. 그 빛이 점점 검은 밤하늘과 진하게 대비되기 시작되었다. 그리고 검은 하늘엔 하나, 둘 별들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 별들을 보며 2년 전 비행 관숙 훈련을 위해 비행기를 타던 때가 불현듯 생각이 났다.
비록 15분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직접 조종간을 잡고 구름 위를 날고 있을 땐 모든 세상이 내 것으로 느껴졌었고, 구름위로 비행기 그림자가 생기고 그 주위에 동그란 무지개를 보았을 땐 환상 그 자체였다. 비갠 뒤에 보는 반쪽짜리 무지개가 아닌 비행기의 그림자를 완벽하게 동그랗게 둘러싼 무지개는 영원히 잊지 못 할 환상적인 추억이었다. 꼭 전투기 조종사가 되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 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비행훈련을 받기위해 훈련비행단에 내려가서 마지막 신체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고 서울로 올라와서, 항공의료원에 입원하여 4일 동안 마지막 검사를 받으며 남모르게 흘린 눈물이 얼마나 많았는지, 다시 생각하니 가슴이 쓰렸다. 한 줄기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어 정민을 과거의 생각 속에서 현실로 깨웠다.
정신을 추 스리고 다 먹은 밥상을 치우기 위해 빈 그릇만 남은 소반을 들고 부엌 쪽으로 갔다. 부뚜막에 호롱불이 켜있었고 아궁이에는 군불을 때는지 장작이 불타고 있었다. 약간 어두운 부엌에는 여인이 아궁이 앞에서 불을 군불을 지피며 앉아서 불을 들여다보며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정민의 기척을 못 들었는지 타오르는 장작불빛을 보며 잔가지에 불을 붙여서 어린아이처럼 불장난을 하고 있었다. 정민이 어렸을 적에 시골집에서 군불 때는 아버지 옆에 앉아 잔가지를 가지고 불장난을 하다가 야단을 맞던 생각을 나게 하는 장난을 하고 있었다.
마치 처음 불을 때보는 아이처럼 신기해하며 불을 붙인 가지를 흔들어 보기도 했고, 불씨만 남은 가지를 빠르게 돌려 잔상으로 원을 그려보기도 하고 글자를 만들기도 했다. 부지깽이로 아궁이를 뒤적거려 불씨가 작은 불씨들이 날아올라 불꽃처럼 퍼지는 것을 보며 신기하다는 미소를 띠우기도 하며 불장난에 몰두하는 모습은 마치 유치원생이 노는 것을 보는 느낌이었다. 주위에 무엇이 있던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옆에 무슨 일이 있던 상관없이 장난에만 몰두해있는 천진한 아이의 모습 그대로였다.
정민은 그런 여인의 모습이 황당했지만 한편으로는 천진한 모습에 호기심이 생겼다. 분명 불장난을 할 나이는 아니 것 같은 데 그런 행동을 하는 모습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계속 소반을 들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일부러 알아챌 수 있는 기척을 냈다. 한참을 불장난에 빠져있던 여인이 정민의 기척을 느끼고 깜짝 놀라, 가지고 놀던 불붙은 가지를 급히 아궁이에 던져 넣었다. 정민이 황당한 표정으로 소반을 들고 서있는 모습을 여인은 어색한 웃음으로 반겼다.
여인은 해맑은 미소가 가득한 맑은 눈으로 정민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정민은 다시 한 번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어스름한 등잔불은 여인의 모습을 더욱 신비함을 더해주고 정민의 눈을 떨리게 했다. 정민은 머릿속에 번득하는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생각은 온몸에 소름을 돋게 하였다.
‘이건 아니야! 내가 귀신에게 홀린 건가? 그게 아님, 여우들에게 홀린 거다.’
여인이 소반을 받으려고 손을 벌려 앞으로 내밀자. 정민은 더욱 굳은 얼굴로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기 시작 했다.
- 턱, 와장창, 쿵
- 끄응.
정민은 뒤로 물러서다 무언가에 걸려 뒤로 자빠졌다. 그리고 머리를 땅에 누이며 바로 정신을 잃었다.
- 덜컹
정민이 넘어지며 만든 요란한 소리가 방에서 코를 골며 자던 노인을 깨웠는지 방문을 열리고 얼굴을 내밀었다. 그리고 황당한 표정으로 마당에 정신을 잃고 큰대자로 넘어져 있는 정민과 그 모습을 보며 소리는 내지 않으나 문자 그대로 요절복통하며 지켜보는 여인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노인은 상황이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가로 졌다가 여인에게 명령하듯이 말했다.
“쯔쯔쯔! 그 애 데려다 건넌방에 눕혀라. 앞으로 네가 주인으로 삼고 모셔야 할 사람인데 그게 무슨 짓이냐? 만나자마자 장난을 치다니…! 어허, 그놈도, 큰일 할 놈이 참 그렇게 대가 약해서야…!”
여인은 노인의 명령에 고개를 저으며 불만을 표하고는, 다시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기절해있는 정민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찬찬히 정민의 얼굴을 살펴보다가 손을 들어 소중한 무언가를 만지듯 조심스럽게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노인은 다시 소리쳤다.
“어허, 아니 벌써 그놈에게 반했냐? 하지만 아직은 이르다. 너하고 그놈이 다시 만나려면 천일 수양이 필요 하다. 그 전에 이번 백일의 인연을 잘 보내야 하느니라. 그리고 너의 얼굴 좀 다르게 바꾸어라. 그래가지고는 이놈이 제대로 공부하겠느냐?”
이제까지 공손하게 말을 듣던 여인은 얼굴을 찌푸리고 노인을 쏘아보았다. 노인은 그런 여인을 향해 소리쳤다.
“어허, 아직도 수양이 부족하구나! 아직도 네가 그때를 잊지 않으니 문제로다, 끌끌! 다시 말하니 명심해야하느니라. 이번의 인연을 잘 보낸다면 네가 인간 세상에서 벌렸던 악업은 씻어질 것이다. 네가 맡은 바에 조금도 소홀함 없이 보내야하느니라.”
노인의 질타가 이어 지자, 여인은 다시 머리를 숙였지만, 여전히 무언가 억울하고 분하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 어험.
그러나 그것도 잠시, 노인의 헛기침 소리에 찔끔한 여인은 잠시 머뭇거리다 조그만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힘으로 정민을 가볍게 안아들더니 정민을 위해 준비해 놓았던 건넌방으로 들어갔다. 그런 여인의 뒷모습을 보며 노인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고집하고는, 둘 다 고집 때문에 순탄하게 일을 하기는 힘들겠군. 그러나 저러나, 이렇게 된 이상 저놈의 기억에 조금 손을 봐야겠어!”
잠시 뒤에 여인이 다시 방에서 나왔다. 노인은 여인을 불러 세웠다.
“자, 이리 좀 오너라. 네 모습을 조금 바꾸어 주마. 그리고 너의 이번 백일간의 인연을 순탄하게 보내게 하기 위해서 너의 능력을 봉인해야겠다.”
- 상제(上帝)님, 그건!
“어허, 다 너를 위해서 하는 일이니 순순히 따르라. 이게다 하늘님의 큰 배려에 의해서 너를 그놈에게 붙여주는 것이다. 하늘님의 뜻만 아니었다면 일만 이천 년의 봉인(封人)수양이 아니고 영을 사라지게 만들었으리라.”
- 그건 너무 억울합니다. 나는 단지 보잘것없는 혼들을 가지고 장난친 것을 그렇게 가혹한 형벌을…!
“아직도 정신이 덜 들었구나. 그 혼들이 벌여놓은 것을 벌써 잊었더냐? 다시 말하는데 저놈하고의 인연을 헛되이 하지 말거라. 너의 허물을 벗겨줄 유일한 존재가 될 것이니라.”
- 하지만, 저 인간의 영은 제 눈에는 실체가 보이지 않는 그림자와 같은 저급한 영입니다. 그런 영이 어떻게 저와 같은 상급 영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까? 아무리 하늘님의 뜻이라 해도, 너무한 거 아닙니까, 상제님?
“어허! 그게 바로 너의 수양이 모자랍이다. 너의 눈에 보잘것없는 그림자의 영은 한바탕 춤을 출 것이다. 그것도 하늘님의 춤을 그대로 따라 추는 그림자의 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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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이 시작되는 첫날입니다.
이번달은 기념일도 없군요.
겨울의 문턱에 둘어선다는 입동이 있네요.
겨울 준비해야되는 달인가요! 뜻인는 나날되세요.
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날까지... 아자!
한글을 사랑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