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춤(影舞) 31 - 제2장 죽음과 삶의 기록들 10 - 내글 -
- 죽음은 삶의 마침표가 아니다, 단지 삶의 쉼표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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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은 파란빛해태와 빨간빛새매의 매듭은 그물을 다 짠 후에 다시 만들기로 했다. 어제 본 물고기의 크기를 고려해서 그물코를 3 ~ 4cm 정도로 해서 책자에 나오는 설명대로 그물을 짜기 시작했다. 읽을 때는 쉬울 것 같았는데, 막상 직접하려고하니 생각대로 되질 않았다. 처음엔 낚시를 하기위해 풀어 논 줄로 짜려고 시도를 했는데, 가늘어서 자꾸만 줄이 꼬였다. 정민은 꼬인 줄을 풀어가며 계속 시도를 하다가 결국 가는 줄로 그물을 짜려는 생각을 버리고, 풀지 않은 원래의 낙하산 줄로 그물을 짜기 시작했다. 줄이 굵으면 좀 더 쉽게 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맘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 정민은 한참을 줄과 씨름을 하다가 진척이 되질 않자, 좀 더 빠르고 쉬운 방법을 찾아 생각에 빠졌다.
“그래, 그거야! 추를 달아서 걸쳐놓고 하면 쉽게 되겠군.”
정민은 낙하산에 붙어 있던 쇠붙이를 분리하여 챙겨놓은 보퉁이를 풀어 줄에 하나씩 매달았다. 그리고 적당한 바위 한쪽에 걸쳐놓고 그물을 짜기 시작했다. 추를 달아 씨줄을 바위에 걸어놓고 날줄로 감아 가면서 짜나가니 쉽게 그물형태를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
어느 정도 그물모양이 갖추어 가면서 어깨가 뻐근해지자, 정민은 기지개 펴면서 굳은 어깨를 풀고 손목시계를 보았다. 10시 21분을 지나고 있었다.
“흠, 부대에 있었다면 특별훈련만 없다면 취침을 할 시간이군. 아까 늦게까지 잠을 잤기 때문에 잠이 올 것 같지는 않고 잠이 올 때까지 이거나 짜야겠군.”
정민은 무의식중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그대로 말하는 버릇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가 어렸을 적 시골집을 홀로 지키면서 하던 버릇이었는데 혼자지내기 시작한지 칠일이 지나면서 점점 되살아나고 있었다.
혼자말하기는 그가 어렸을 적 외로움과 무서움을 이기위해서 스스로 터득한 일종의 자기암시적인 방법이었다. 어려서 혼자 말을 통해서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도 스스로의 말을 듣기 때문에 혼자 있다는 기분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고 두려움을 이겨내는 한 가지 방편이 되었다.
그런데 지금 정민은 그런 어렸을 때 행하던 버릇이 다시 되살아나고 있었다. 이런 현상은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그를 힘들게 하고, 또한 그가 공포를 이겨 내기위해 얼마나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무의식중에 표현하는 것이었다.
정민은 비록 특수훈련을 받았고, 사관학교에서 혹독한 생활을 겪었지만 이곳에서 아무도 없이 홀로 지내는 것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구를 포기해야 되는 것이었고, 분리의 공포를 이겨내야 되는 것이었다.
분리의 공포는 인간이 태어나면서 가장 먼저 겪는 원초적인 공포다. 엄마의 자궁 안에서 10개월을 보내고 세상에 첫 울음을 울기도 전에 겪는 분리의 공포는 잠자고 있는 무의식의 세계에 항상 지울 수없는 상처로 남아 있다가 어느 순간 깨어나 공포를 더욱 크게 증폭시켜 사람의 감정을 피폐하게하고 이성을 마비시킨다.
정민은 그나마 어릴 적 경험을 통하여 분리공포를 어느 정도 소화하고 있었고, 그의 아이가 연정의 뱃속에서 크고 있다는 사실이 그를 냉정하게 이성을 지키고 감정을 제어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와 더불어 생존을 향한 그의 의지를 더욱 굳게 해주어 어려움 속에서도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버틸 수가 있었고 그 후의 일을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후 아함, 졸려!”
정민은 하품을 하며 시계를 봤다. 새벽 1시를 막 넘어 가고 있었다.
“벌써 이렇게 됐나! 어영부영 하루를 보냈군. 겨우 1m를 짜는데 두 시간을 넘게 보냈군. 앞으로 이만큼을 더 짜야 고기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정민은 자기가 이루어 놓은 결과물이 조금은 맘에 들지 않은 듯 투덜거렸다.
“이걸로 진짜로 고기를 잡을 수 있을까? 문자 그대로 눈먼 물고기를 잡는 것이라 하지만 이렇게 엉성해서야 고기가 잡히겠나? 내일은 좀 더 신경 써야겠다. 졸린데…, 잠자리를 펴야겠군.”
정민은 좀 더 편하고 안전하게 지낼 장소를 찾았다. 이틀을 지내면서 조금편한 곳을 마련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광장에 있는 세 개의 동굴을 탐험하기 위한 준비를 위해서는 어찌되었건 여러 날을 이곳에서 보내야 하기 때문에 임시 거처라 하더라도 편하고 확실한 잠자리가 필요했다.
정민은 졸음이 오는 것을 참아가며 물가를 중심으로 다시 한 번 조심스럽게 살폈다. 원래 배낭을 숨겨 놓았던 곳은 약한 지형으로 벽이 함몰된 곳이었기 때문에 위험했고, 지난번 휩쓸고 간 충격파에 약간 허물어져있었다.
30분여를 살피던 정민은 결국 물가에서 10m 정도 떨어진 곳에 적당한 장소를 발견했다. 지난번 충격파에도 천정이나 벽에서 떨어진 것들도 없었고 바닥의 흙도 다른 곳에 비해 부드러웠다. 더욱이 약간 둔덕이 져있어서, 물이 넘치더라고 어느 정도 대비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정민은 야전삽으로 땅을 고르고 물길을 냈다. 만일에 물이 넘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비상 낙하산을 네 쪽을 내서, 두 쪽은 습기가 올라오는 것을 막기 위해 바닥에 깔았다. 그리고 나머지 두 쪽 중 한 쪽으로는 두 개의 바위를 머리맡과 다리 쪽에 굴려다 놓고 연결해서 간이 텐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돌을 주워서 낙하산의 한 쪽을 눌러서 쌓았다. 다시 삽으로 흙을 퍼서 돌 주위에 쌓아올렸다. 완성된 모습은 기다란 통을 사등분한 한쪽을 두 개의 바위에 기대여 세워놓은 모양으로 만들어 졌다. 정민은 간이 텐트를 쳐다보며 만족한 듯 얼굴에 미소를 띠웠다.
“드디어 내 집이 완성되었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진 내 집이군. 후후후!”
시게를 보니 세시가 다되었다. 정민은 시계에 태업을 감아주고 비상식량 통에서 한 조각을 떼어 입에 물고 텐트 안에 앉았다. 그리고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입을 오물 거렸다. 가끔 물위로 튀어 오르는 묽기의 소리만이 조용한 동굴의 정적을 깰 뿐이었다.
- 졸졸졸
- 첨벙
정민은 입안을 수통의 물로 행군 다음 자리를 잡고 배낭에 기댔다. 그리고 아무런 생각 없이 낙하산으로 만든 텐트의 천정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렇게 정민이 의식하지 못하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 하 아암
정민은 긴 하품을 했다. 정민은 나른한 몸을 뒤척이며 자세를 다시 잡았다. 그리고 그는 머리에 팔베개를 하고 쏟아지는 졸음에 자신을 맡기고 앞으로 해야 될 일들을 생각하면서 머릿속에 계획을 세워 나갔다. 앞으로 짜다만 그물을 완성 시키는 것과 식량을 비축하는 것이 가장 급했고, 세 개의 동굴을 탐험할 준비를 해야 했다. 정민은 졸음이 가득 묻어나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래, 내일은 바쁘게 움직여야겠는 걸!”
- 뭐하는 거예요, 잠만 자고! 하루 종일 기다렸는데 왜 안 왔어요?
‘뭐라고 하는 거냐?’
- 뭐라고 하다니요! 그렇게 얘기했는데도 이렇게 이곳에서 시간만 보내고 있다니, 진짜 이러면 저 화낼 거예요!
‘아니 너는 누구고, 나에게 뭘 원하는 거냐?’
- 아니 아직도 내가 누구인지 모른단 말이에요?
‘네가 누구인지 본적이 없다. 그리고 네가 누구인지 알 필요도 없다.’
- 뭐, 뭐요! 날 본적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니….
‘그래, 더 이상 날 이상한 놈으로 만들지 말고 직접 네 모습을 보여주던가, 아님 사라져라.’
- …!
‘나는 단지 이곳에서 살아서 밖으로 나가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다. 그리고 너의 도움은 필요 없다. 그러니 내 일에 상관하지 말라.’
- 호호호, 가상하군요. 다시 말하지만 나의 도움 없이는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그러니 당신은 꼭 나를 풀어 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죽는 그 순간까지 이곳에 갇혀있어야 될 겁니다.
‘무슨 소리! 나는 나의 힘만으로도 이곳을 빠져나갈 것이다. 그렇게 겁주지 말라.’
- 후후, 겁주는 게 아닙니다. 당신은 저와 함께하도록 선택받은 자(者)입니다. 이것은 절대로 거부하지 못할 숙명입니다.
‘…!’
- 호호호, 저는 주인님을 만나기 위해 일 만년을 기다렸습니다. 이제 그 기다림에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입니다.
‘일 만년을 기다리다니? 나는 그렇게 오랜 동안 기다릴 만한 인물이 못된다. 네가 갇혀있는 곳을 알려다오. 그럼 너를 꺼내 주겠다. 그리고 나는 누구의 주인이 되는 것은 싫다. 또한 선택받는 것도 싫다. 나는 언제나 나의 선택에 의해서 살아온 놈이다. 그 누구의 관심도, 도움도 나에게는 모두 바라지 않는 부담이다.’
- 과연 상제님이 하신 말씀이 틀림이 없군요. 제가 있는 곳은 저도 모릅니다. 단지 주인님이 계신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주인님의 의식과 감응하여 이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뿐입니다. 주인님의 의식이 저와 연결된 건 두 번째입니다. 첫 번째는 상제님의 도움으로 실체를 가지고 주인님의 곁에서 머물며 시중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주인님의 능력만으로 저의 실체를 찾아 주셔야 합니다.
‘나는 지금 살아서 이곳을 나가는 것이 급하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나는 너에게서 시중을 받은 기억이 없다. 때문에 지금 시간을 내서 너를 찾아내는 건 결국 다시 이곳에 갇혀 지내라는 것이니 출구를 찾은 뒤에 너를 찾아서 자유를 주겠다. 그게 더 합리적이지 않은가?’
- 흥, 아직도 내말을 믿지 않는 군요! 다시 말하지만 저랑 같이하지 않는 다면 이곳을 절대로 빠져나갈 방법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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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한글을 사랑 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