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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력(帝國曆) 1302년.
용국(龍國)의 대장군 협성(浹性)이 지휘하는 부대가 수추국(秀鄒國)의 적성(適城)을 공략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용의 군영에는 대장군 협성의 손녀이자 군사인 소녀 미란(美爛)과 태자인 소년 적룡(赤龍)도 참전하고 있었다. 지금 군막에서 군사 미란이 참모회의에서 자신의 전략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우리 용군이 철옹성이나 다름없는 적성을 함락하기 위해서는 작은 구멍을 내야 합니다.”
“구멍이라니…?”
그녀의 전략에 대해 협성이 묻자, 미란이 다시 대답했다.
“내부에 혼란을 야기시켜야 한다는 말입니다.”
“어떻게 혼란을 야기시킬 것이냐?”
“내부로 침입할까 합니다.”
“침입이라… 하지만 네가 말한 대로 철옹성인 적성에 어찌 침입할 생각이냐?”
“적성은 좌(左)는 강으로 우(右)는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정면은 성벽이 가로막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장수 악귀(鍔鬼)가 물었다.
“후면을 치자는 애기요?”
“아닙니다. 어차피 후면은 100여 개에 달하는 미로처럼 얽힌 동굴로 이어져 있습니다. 안내자가 없으면 수추국의 군사마저도 길을 잃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늘과 지하지만, 땅에 굴을 파는 것은 시간도 오래 걸리 뿐더러 암벽으로 이루어진 이 성 주변의 산에서 그러한 군사행동은 무모하다고 판단 됩니다. 그래서 남은 한가지 방법인 하늘을 이용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에는 장수 무비(戊比)가 물었다.
“연을 띄운다는 말입니까?”
“처음에는 그리 생각했습니다. 허나… 연을 띄운다 해도 궁수들 때문에 그 또한 효과가 적습니다. 더구나 제 전술을 실현하려면 침투는 은밀하고 전광석화 같아야 합니다.”
그러자 장수 선경(宣璟)이 되 물었다.
“그렇다면 모든 길이 다 막힌 것이 아닙니까?”
“네, 지금까지가 적이 생각할 수 있는 방어 전략일 것입니다.”
미란의 이 말에 모두 갑자기 조용해 졌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막힌 길 중에서 과연 그녀가 어떠한 길을 선택할지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저는 절벽을 이용할까 합니다.”
그녀의 이 결정에 대장군 협성이 물었다.
“하지만 절벽은 적군이 항상 감시를 하고 있지 않느냐?”
“그것은 다른 곳에서 주의를 끌면 됩니다.”
“다른 곳?”
“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보아라.”
“적의 장수들과 대결을 제안할 생각 입니다.”
“네 생각대로 정말로 대결이 벌어진다면, 주의를 끌 수는 있겠으나, 저들은 지금까지 한번도 우리의 도발에 응한 적이 없느니라.”
“이번에는 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어째서…”
“적성(適城)의 성주 탁승(卓昇)은 비록 잔혹하기로 악명이 높지만, 자신이 성에 단 한번도 적의 발을 들여놓지 않은 것으로도 세상에 그 이름을 널리 알린 자 입니다. 즉, 분명히 뛰어난 장수임에는 틀림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수하는 그렇지 못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적성이 철옹성인 것은 그 지리적 이점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인재의 강함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그 동안 그의 부장들이 우리의 도발에 단 한번도 응한 적이 없다는 것으로도 미루어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겁쟁이들 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성주만 취한다면 성은 그대로 우리 손에 떨어질 것이라는 이야기 입니다.”
“그렇다면, 그 겁쟁이들을 끌어낼 방법은 무엇이란 말이냐?”
“겁쟁이도 겁을 내지 않을 풋내기를 내보내면 될 일 입니다.”
“네?”
전략이 갑자기 예기치 못한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자 모두 미란의 전략에 의문을 표했다.
“아니, 그렇다면 어찌 절벽을 오를 시간을 벌 수 있겠습니까?”
장수 무비가 묻자 미란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제게 비장의 카드가 있습니다.”
“비장의 카드?”
“네!”
“그 비장의 카드라는 것은…”
“곧 소개시켜 드리겠습니다. 아무튼, 적은 한번 애송이에게 패한 후부터는 이미 시작한 싸움을 그만 둘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아마 더 강한 자가 나오겠죠. 그 다음부터 이 작전의 성패는 애송이에게 달린 것입니다.”
“그런… 애송이에게 승, 패의 열쇠를 쥐게 하다니…”
“어찌 되었든 저와 태자전하는 절벽을 통해 적성에 잠입해서 적장의 목을 가져오겠습니다.”
“뭐요?”
“태자전하도?”
“그건 너무 위험합니다.”
전략회의에 참가한 대부분의 장수들은 애송이도 모자라 태자까지 동반하려 하자 이를 극구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자 대장군 협성이 미란에게 단호하게 물었다.
“미란! 여기는 전장이다. 군사로서 실언은 많은 병사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것이다.”
“그건… 조부님이 가르침으로 익히 잘 알고 있습니다.”
“네 말에 책임을 질 수 있느냐?”
“그렇습니다.”
미란의 확신에도 불구하고 좌중은 여전히 시끄러웠다. 그때 태자 적룡이 장수들의 분분한 의견을 잠재우려는 듯 말했다.
“저도 가겠습니다.”
“태자 전하!”
“이미 결정했습니다.”
“…”
태자의 단호한 결단에 이제는 감히 반론을 제기하는 장수는 없었다. 그렇게 전략회의는 끝나가고 있었다.
용군의 진영에서 한 소년 병사가 창술을 연마하고 있었다. 그러자 다른 병사들이 그에게 말했다.
“꼬마야! 그렇지 않아도 곧 공격이 시작되면 지겹게 싸울 테니… 쉴 때는 좀 쉬어 두거라!”
“네… 쉬시는데 방해되었다면 죄송합니다.”
“쳇… 저런 애송이가 전투만 벌어지면 귀신처럼 되어 버리니… 원 알 수 없는 놈이 구만…”
“…이봐 저기…?”
“뭐?”
“태자전하 아냐?”
“뭐?”
“그러게…”
“이곳으로 오는 것 같은데?”
“뭐해 이 사람아 어서 엎드리라고?”
사병들이 그러한 대화를 하는 사이 태자와 참모들이 곧 소년병사가 있는 진영에 다다랐다. 그리고 모든 병사가 그들에게 예를 갖추었다. 엎드려 예를 갖춘 병사들 사이에서 자신의 비장의 카드를 발견한 미란은 앞서 나와 적청의 앞에 섰다.
“일어서거라!”
미란의 명을 들은 소년 병사는 일어서 자신을 부른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미란은 갑작스럽게 큰 소리로 호령을 했다.
“천한 하급병사가 감히 내 앞에서 고개를 들다니 무엄하구나!”
이 말이 떨이 떨어지자. 곧 미란은 갑자기 칼을 뽑아 소년 병사의 목을 쳤다. 이 돌발적인 상황에 모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응?”
소년 병사는 이미 다시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었고, 미란의 검은 허공을 가른 뒤였다. 그리고 이 광경을 보고 가장 놀란 것은 대장군 협성 이었다.
‘걷기 시작해서부터 무예를 연마한 저 아이의 검을 무방비 상태에서 피하다니…’
미란은 여전히 무표정한 상태로 태연하게 물었다.
“어찌 검을 피하는 것이냐?”
“제가 죽어야 한다면, 적어도 그 이유는 알고 싶습니다.”
“그것은 이미 말 하지 않았느냐?”
“그것이 이유라면 제가 용군의 군영에 머물 이유 또한 없습니다.”
“호오… 어찌하여 그리 생각하느냐?”
소년 병사는 고개를 들어 강한 살기를 드러내며 미란에게 말했다.
“저를 비롯한 여기 있는 예비군은 본시 국경지대의 적산(適山)에 살면서 적성주(適城主)에게 핍박을 받으며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지금 용국군에 스스로 입대한 것입니다. 그런데 용국군이 적성주와 같이 백성을 핍박한다면 전 용을 떠나 다른 나라로 가겠습니다.”
소년 병사의 이 거침없는 답변은 그곳에 모인 모든 장수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그리나 곧 필연적으로 큰 반발을 살 수 밖에 없었다.
“평민 주제에 여기가 감히 어디라고 입을 놀리느냐?”
미란은 노를 발하며 고개를 들어 자신을 똑바로 올려보고 있는 소년 병사의 따귀를 힘껏 내리쳤다. 그리고 곧 뒤의 장수들에게 명했다.
“누가 이자의 목을 베겠습니까?”
이 광경을 지켜보던 장수 무비(戊比)가 칼을 빼 들었다.
“제가 세상물정 모르는 겁 없는 이 녀석의 버릇을 좀 고쳐 주겠습니다.”
장수 무비에게 미란은 노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아뇨. 전 목을 원합니다.”
“하지만, 이런 어린아이를 상대로…”
“장군께서는 지금 이 아이의 참담한 말을 듣지 못하셨습니까?”
“…그렇다면 할 수 없군요.”
무비는 칼을 빼어 들고 소년 앞에 섰다.
“일어서거라!”
무비의 명에 소년 병사가 일어섰다. 그러나 이 작은 소년의 기세는 자신 보다 2배는 더 크고 혈기가 왕성한 젊은 장수 무비에 절대로 뒤지지 않는 것이었다.
‘이 녀석 봐라…’
무비를 적청에게 다시 명 했다.
“네 무기를 가져오거라!”
장수 무비는 젊은 장수답게 소년 병사가 자신이 쓰던 무기를 취할 수 있도록 호기를 부렸다. 그렇게 그는 소년 병사와의 대결을 원했다. 소년 병사가 무기를 가지고 다시 나타나자 무위는 미란에게 말했다.
“미란 군사! 이러면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미란은 자신의 뜻을 잘 알아주는 무비에게 미소로 답했고, 곧 무비와 소년 병사 두 사람은 칼과 창을 들고 대치했다.
“네가 미란 군사의 발도를 피하는 것은 이미 보았다. 그러니 나도 적당히 하지는 않을 것이다.”
“원하는 바 입니다.”
그리고 곧 단 일 합의 결전이 펼쳐졌다. 장수 무비의 검이 파고들 때 놀랍게도 이미 소년 병사의 창이 무비의 심장을 찌르고 있었다. 무비는 그 순간 그만 간담이 서늘해져 버렸다. 그러나 소년 병사의 무력한 창은 무비의 갑옷을 뚫지 못하고 그만 자루가 부러졌으며, 그 순간 무위의 칼이 소년 병사의 목을 휘감고 있었다.
“멈추시오!”
대장군 협성의 명이 떨어지는 순간 장수 무비는 검을 멈추었다.
“이런, 내가 너무 흥분한 모양이군…”
무비가 검을 거두자 이번에는 다시 미란이 나섰다.
“잘 하셨습니다. 장군님!”
“이 녀석의 창이 부러지지 않았다면 내가 먼저 당했을 것입니다.”
“그것도 이미 계산에 있었습니다.”
“네?”
“너무 노여워 하지 마세요. 이런 하찮은 창이 장군의 갑옷을 뚫을 리 없잖습니까?”
미란은 소년 병사와 다시 마주섰다. 그러나 적청은 이번에는 무릎을 굽히지 않고 있었다.
‘어떻게 그 소년을 얻을 것이냐? 미란…’
협성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미란은 갑자기 소년 병사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이 돌발적인 행동은 그곳에 모인 모두를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먼저, 무례를 사죄하겠습니다.”
그 갑작스러운 상황에 소년 병사도 미란의 머리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그리자 미란이 고개를 들어 소년 병사의 손을 잡고 말했다.
“널 갖고 싶다.”
“…”
“이름이 무엇이냐?”
“…적청이라 합니다.”
“네 이름은 오늘 이후 역사에 기록 될 것이다.”
사태를 지켜보던 태자 적룡이 두 사람에 다가와 미란에게 물었다.
“네가 말한 비장의 카드가 이 병사이냐?”
“그렇습니다. 태자 전하”
소년 적청은 다시 태자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자 태자가 물었다.
“용국을 위해서 목숨을 내어 놓을 수 있겠느냐?”
그러나 소년 적쳥은 다시 침묵했고 그의 이러한 태도에 이번에는 미란 마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미란이 말했다.
“태자전하께서 물으시지 않느냐? 어서 말하거라?”
“그럴 수는 없습니다.”
소년 적쳥의 이 대답에 모두 놀랐다. 일부 장수는 칼을 빼어 드는 자도 있었다. 그러자 태자가 장수들을 제지하며 그 이유를 물었다.
“어째서냐?”
“스승님의 가르침 때문 입니다.”
“스승? 평민이 스승이 있다니… 그래, 네 스승은 누구이냐?”
“그건 저도 모르옵니다.”
“…”
“세상에 이름을 남기고 싶지 않다 하시어 한번도 제자인 제게도 이름을 알리신 적이 없사옵니다.”
“네 스승의 가르침이란 무엇이냐?”
“싸움에 임할 때, 임금보다는 백성을 위하라 하셨습니다.”
“...참으로 무례한 자로군…”
태자의 이 말에 소년 적청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 눈에는 살기를 품고 있었다. 이러한 적청의 눈빛을 보며, 이번에는 대장군 협성이 칼을 빼어 들어 소년의 목에 대었다. 다른 장수가 아닌 군의 사령관인 대장군 협성의 칼은 자칫 태도에 따라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의 시퍼런 칼날의 한기가 적청의 목에 전해졌으나 그는 전혀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 이놈…’
이러한 사태에 좌중은 모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는 적청의 호기에 협성이 먼저 칼을 거두었다.
“미란아… 네가 사람은 제대로 본 모양이구나. 허! 허! 허!”
협성마저 빼어 든 칼을 다시 접자 태자 적룡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너는 어찌하여 수추국이 아니라 용국의 병사가 되었느냐?”
“용국이 천하를 통일할 만 하기 때문입니다.”
처음으로 두 사람이 교감을 하는 순간 이었다. 용국의 태자 적룡과 소년병사 적청은 서로를 마주보았다. 그리고 미란이 이러한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태자 전하… 지금 이 순간 전하는 가장 강력한 힘을 얻으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