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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1부 2막 : 적청(赤靑)의 추억 #06)

J.B.G |2004.11.29 00:29
조회 194 |추천 0

 

첫째 날.

수추국의 대군이 벽제성으로 밀려왔고, 곧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 그 전투를 지켜보며 대장군 정초우가 미려에게 물었다.

 

“군사! 정말 그 계책이 성공할 수 있을까요?”

“적의 시선을 얼마나 다른 곳으로 유도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관건 입니다.”

 

수추의 병사들은 필사적으로 성을 함락하기 위해 달려들고 있었다. 사다리를 통해 성벽을 기어오르기 위해서 많은 병사가 성벽 아래에 진을 치고 있었다. 이에 대응해 용의 병사들도 성벽 아래로 돌과 화살을 쏟아 넣고 있었다. 그러나 수추의 병사들은 여러 개의 방패를 엮어 만든 큰 방벽을 위로 향하면서 이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성벽 아래에는 적병이 새까맣게 가득 들어차 있었으며, 대열을 이루어서 방패에 몸을 숨기다가 자신의 차례에 일사불란하게 사다리를 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멀리에서는 포차와 궁수가 계속 성벽을 향해 공격하고 있었다.

 

“피해를 최대한 줄이면서 성벽을 오르려 하는군요.”

“대오를 잘 갖추어 피해를 줄이고는 있지만 효과적인 공략법은 아닙니다. 이리 되면 우리 군은 정해진 길목만 지켜도 적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흠…”

 

그렇게 그날의 낮의 전투가 양국에 아무 소득 없이 종료되자 수추군은 다시 멀리 능선이 펼쳐진 초원지대에 진을 쳤다. 그리고 수추군이 물러간 야간에 용의 병사들은 남문을 통해서 은밀히 수추의 진영으로 이동했다. 그들의 주요 작전은 모두 예상한 대로 야습 이었다. 적은 숫자로 적진을 기습하고 빠지는 방법을 통해서 조금씩 적의 숫자를 줄이는 방식 이었다. 사실 이것은 숫자를 줄인다기 보다는 심리적인 측면이 더 강한 전술이었다.

 

“역시 군사의 예상대로 야습을 하는군요.”

“네…”

“하지만, 저렇게 해서 우리 군사를 몇이나 줄이겠습니까?”

“군사의 숫자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심리전 입니다. 매일 밤 시도 때도 없이 적이 야습을 해 온다면 우리 병사는 수면이 부족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적이 야습으로 우리병사의 목을 취해 낮에 성벽에 내건다면 그 공포는 극에 달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비를 해야 할지 않습니까?”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3만 군사의 진이 너무 넓다는 것이 우리의 약점 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저들의 작전이 먹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 사기를 높여줄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들이 조금이라도 방심한다면, 그것이 우리에게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다음날.

수추국의 군사 미려의 예상대로 벽제성에는 야습으로 목숨을 잃은 수추국 병사들의 목이 내걸어 졌다.

 

“역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오늘도 역시 같은 방법으로 성을 공략합니다.”

 

그렇게 양국의 밀고 당기는 그러한 줄다리기는 8일 동안 계속 되었으며 전세는 용에 유리하게 진행되는 듯 보였다.

 

수추국의 진영.

군사 미려가 장군에게 말했다.

 

“내일은 달이 가장 어두운 날 입니다. 따라서 더욱 적의 야습에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 밤은 군사를 좀 더 쉬게 하시지요.”

 

용국의 진영.

미란, 적청, 적룡이 전략에 대해 점검할 때 장군 선경이 들어와 미란에게 말했다.

 

“미란 군사! 한 백성이 군사 뵙기를 청하는데 어찌하죠?”

“지금은 내일 밤의 주요 전략을 짜는데 머리가 복잡합니다. 군사인 내가 전쟁 중에 백성까지 돌보아야 하겠어요?”

 

미란의 이 말에 부장 선경(宣璟)은 그만 백성을 돌려보내려 하고 있었다. 그러자 적청이 그녀를 나무랐다.

 

“미란! 나도 그 백성 중 하나였다. 어찌 눈 여겨 보지 않느냐?”

“사형…!”

“…”

“선경 장군님! 그 백성을 만나보겠습니다.”

 

미란은 등을 떠 밀리다시피 하여 그 백성을 막사로 불러들였다. 그녀를 찾은 것은 한 노인 이었다.

 

“무슨 일이죠?”

“군사님께 보여드릴 것이 있습니다.”

“무엇을 말이죠?”

“저를 따라오시죠?”

“…”

 

미란은 한참 심각하게 이 전쟁의 승패를 결정지을 내일의 결전을 준비하고 있었으므로 선뜻 따라 나서는 것을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자 적청이 먼저 일어났고, 곧 태자도 일어나 노인을 따랐다. 상황이 이리 되자 미란도 할 수 없이 노인을 따라 나섰다. 서쪽 성벽에 다다르자 노인에게 미란이 물었다.

 

“도대체, 무엇을 보여주려는 것이죠?”

“이제 곧 도착합니다.”

 

노인은 미란에게 서쪽 성벽의 일부를 부여 주고 있었다.

 

“이게 무엇이 어찌되었다는…”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밤이라 어두운 성벽에 큰 변화를 읽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미란은 지금의 이러한 상황이 쓸데없는 시간낭비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그러자 노인의 미란의 손을 잡았다.

 

“…”

 

노인이 자신의 손을 덥석 잡자 미란은 흠칫 놀랐다. 그러나 노인은 이에 개의치 않고 미란의 손으로 성벽의 돌이 맞부딪치는 곳을 가렸다.

 

“군사의 손을 잘 보시죠.”

“…”

 

미란은 차가운 성벽을 맞대고 놓여진 자신의 손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러자 노인은 미란의 손을 성벽에서 거두어 들였다. 그 순간 미란의 얼굴빛이 창백해 졌으며, 이 광경을 다른 모든 장수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죠?”

“글쎄, 사매의 얼굴빛이 변한 것을 보니… 무엇인가 일이 벌어진 듯 한데…”

 

철기주의 예상대로 미란은 너무나 큰 충격에 발을 제대로 뗄 수가 없었다.

 

‘이럴수가…’

 

한 순간 놓았던 정신을 가다듬은 미란은 황급히 군영에 돌아와 장군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그리고 결행을 명하고 있었다.

 

“어찌 된 일이냐? 결행은 내일이 아니더냐?”

“시간이 없습니다. 내일이면 이 성이 적의 손에 떨어집니다.”

“뭣이?”

 

군영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군의 수뇌부가 이미 심히 동요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란은 침착하고 냉철하게 사태를 판단하고 다음 전략에 대해 말했다.

 

“오히려 더 잘 되었습니다. 내일은 마침 달이 가장 어두운 날이니 적은 오늘보다 내일의 야습에 더 대비할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 결행하겠습니다.”

“하지만, 적의 진영에 첩자로 있는 무비장군 일행은 어찌하고…”

“무리라 해도 오늘 결행해야 합니다. 다 제가 부족한 탓입니다.”

“사매…”

“젠장…”

 

미란은 애써 냉철하게 행동하고 있었지만, 적청이나 적룡의 눈에는 상당히 화가 난 듯한 얼굴 이었다. 자기 자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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