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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알갱이 - 49 (완결)

이끼 |2004.11.29 09:16
조회 1,881 |추천 0

결국 태준은 메이플 대표이사에 복귀했고, 실추된 자신의 명예도 찾을 수 있었다. 태준의 어머니는 물론 아버지까지도 유채가 정식인사를 하기 위해 집을 방문했을 때 그 어떤 고위직 인사가 방문했을 때 보다 융숭한 대접을 해주었다.

 

결혼식의 날짜가 잡히고 속초에 있던 유채의 식구들은 모두 서울로 이사를 오게되었다. 유채의 동생 나리는 예전에 그 나쁜 기억을 모두 잊고 자신의 소원이었던 모델 수업을 받아 패션쇼 무대에까지 올랐다.

 

모든 일은 믿어지지 않을 만큼 너무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태준에게 공격을 퍼부었던 백사형은 미련없이 뉴욕으로 유학을 떠났다. M&A로 기업을 사고파는 일이 아닌 제대로 된 경영마인드를 갖춰 경영을 해보라는 장백그룹 총수의 엄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파란피 동물병원이 있던 자리는 이내 다른 가게가 들어왔다. 얄궂게도 보양식품을 파는 영양원이 말이다.

 

이제 유채의 결혼식 날짜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나, 어때요?"

 

드레스룸에서 웨딩드레스를 피팅한 유채의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 태준은 숨도 쉬지 못하는 표정으로 유채를 바라보았다. 처음 바에서 봤을 때도 파티에 갔을 때도 유채는 늘 빛났지만 이렇게 환상적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처음하고 있는 태준이었다. 차마 아무말도 할 수 없어 태준은 입을 벌린 채 멍하게 서 있었다. 그런 멍청한 태준의 표정에 유채는 조바심이 났다.

 

"이상해요?"

 

"어? 아냐. 예... 예뻐."

 

겨우 정신을 차린 태준이 혹시나 흘렀을지 모를 입가의 침을 닦으며 겨우 말을 뱉었다.

 

"어머, 태준이가 이렇게 수줍어 하는 건 처음보네."

 

디자이너 리디아 쿠의 이야기에 태준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리디아 쿠는 태준 어머니의 절친한 친구였다. 세기의 결혼식으로 기록될 화제의 결혼식이라면서 리디아 쿠는 유채를 위한 웨딩드레스는 따로 만들어 주었다. 싯가로 치면 리디아 쿠의 작품은 몇 천만원을 호가할만큼 동경의 대상이었다. 유채 역시 자신이 리디아 쿠의 옷을 입는 다는 사링에 연일 들떠 있었다.

 

"정말 예쁘다. 유채야, 진짜 예뻐."

 

옆에서 같이 보고 있던 샐리가 박수까지 치면서 환호성을 질러댔다. 샐리의 눈은 결혼에 대한 바램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그런 샐리의 생각을 알아챈 유채가 샐리에게 빙긋 웃어보였다.

 

"샐리 너도 입어 볼래?"

 

"아, 아냐... 내가 결혼하냐?"

 

"그래도 입어봐. 재미있잖아."

 

"아니라니까..."

 

샐리가 극구 사양하면서 손을 휘휘 내저었다. 샐리의 옆에 멀뚱히 앉아있던 태민이 그 손을 휙 나꿔챘다.

 

"입어봐."

 

"넌 또 왜 그래. 내가 결혼하냐? 내가 웨딩드레스를 왜 입어?"

 

태민의 말에 신경질적으로 샐리가 틱틱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또 샐리 커플의 논쟁이 시작되는 듯 했다. 유채가 태준을 바라본채 고래를 가로로 도리질을 했다. 이 커플은 대체 왜 커플이 되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커플이었다.

 

"시끄러워. 나도 보고 싶어서 그래. 너도 입어봐."

 

샐리의 의사는 아랑곳도 안하고 태민이 벌떡 일어서서 샐리를 푹 잡아끌었다.

 

"어머, 너 또 왜 이래?"

 

"입으라면 좀 입어!"

 

"싫다니까!"

 

"아씨... 말 무지 안 듣네."

 

"내가 니 말을 왜 들어. 내가 니 딸이라도 돼?"

 

"어휴..."

 

샐리와 태민의 대화를 들으면서 유채가 피식 웃었다. 불과 얼마전만해도 유채도 태준과 저런 식으로 티격태격대면서 싸웠었다. 그 때는 왜 그렇게 자꾸 싸우게 되는 것인지 몰랐었다. 알고 보니 그것도 좋은 감정의 또 다른 표현이긴 했지만....

 

"리디아 쿠 선생님."

 

샐리와 태민 커플의 악악대는 싸움을 보다 못한 유채가 디자이너 리디아 쿠를 불렀다. 리디아 쿠는 '왜?'라는 표정으로 유채를 바라보았다.

 

"저기 쟤도 하나만 옷 입혀주세요."

 

"아, 노스텔지어 따님? 어머, 몸을 보니 55 정사이즈겠네. 이리와요. 내가 예쁜거 하나 보여줄께."

 

"유채야."

 

리디아 쿠가 손짓을 하자, 더이상 버틸 수 없는 샐리가 낙담한 표정으로 태민과의 논쟁을 포기하고 리디아 쿠를 따라서 드레스 가봉실로 들어갔다.

 

"형수님, 고마워요."

 

"고맙긴요. 그나저나, 준비는 되었어요?"

 

"그럼요."

 

"태민씨 화이팅!"

 

샐리에게 들릴 새라 유채와 태민은 소근소근하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태민씨가 뭐야? 도련님이라고 해야지."

 

"어? 어..."

 

이미 계획의 내용을 다 알고 있는 태준이 유채와 태민이 귀엽다는 표정으로 피식 웃으며 지적했다. 도련님이 맞는 호칭이라는 것은 알지만 좀처럼 입에 잘 붙지 않아서 유채는 도무지 태민에게 도련님이라고 부를 수가 없었다.

 

"태민아."

 

"응, 형."

 

"그리 쉽지 않다. 잘 해봐라."

 

"응..."

 

태준이 태민의 등을 한대 툭 치고는 유채에게 걸어갔다.

 

"우리는 잠시 저 쪽으로 가있자. 구경하러."

 

"응."

 

장난기 어린 태준의 표정을 따라 유채가 엉거주춤 따라나서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펑퍼짐한 드레스는 좀처럼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그런 유채의 모습을 본 태준이 한번 씨익 웃고는 아무말도 없이 갑자기 유채의 허리를 잡고 유채를 번쩍 들어올렸다.

 

"어머!"

 

갑작스럽게 태준에게 들린 유채가 화들짝 놀라 태준의 어깨를 꼬옥 잡았다.

 

"살 좀 빼야겠네. 첫날 밤에 들고 들어가기 쉽지 않겠는데?"

 

"뭐예요?"

 

티격티격거리며 사랑싸움을 하는 유채와 태준의 닭살 커플이 커텐 뒤로가서 숨었다. 몇 분이 지나가 리디아 쿠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예쁜 아가씨 나가십니다."

 

앞에 있던 커텐이 출렁거리고 흔들리자 태민의 어깨가 움찔하는 모습이 뒤 쪽에 숨어있는 유채와 태준의 눈에 들어왔다.

 

"태민씨 긴장하고 있나봐."

 

"긴장하겠지... 저게 쉬운 줄아냐?"

 

"칫. 누구는 뭐 제대로 했나?"

 

유채가 볼 멘 소리로 투덜거렸다. 그 다음 태준이 뭐라고 말을 할거라고 예상하고 있던 유채는 태준이 아무대답도 없자 의아한 맘에 태준이 서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미처 태준의 얼굴이 눈에 들어오기도 전에 태준의 입술이 갑작스럽게 유채의 입술을 덮쳤다.

 

"읍!"

 

천천히 그리도 감미롭게 태준의 키스가 시작되었다. 예전에 강제로 윽박지르듯 유채를 옴짝달싹 못하게 몰아쳤던 그런 키스가 아니었다. 좀 더 따뜻하고 좀 더 부드럽고... 말하지 않아도 유채의 가슴속은 태준의 감정으로 가득 차 오르고 있었다.

 

"뭐야!"

 

갑자기 날카로운 샐리의 외침이 유채와 태준의 분위기를 뚝 끊어버렸다. 무슨 일이 벌어진건지 알 수 없는 유채와 태준이 급히 태민이 서 있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옷 이상하다니까! 다른 거 없어?"

 

"참 내... 옷이 어디가 어때서! 웨딩드레스를 입어도 안 예쁘다 이거야?"

 

"옷이 이상하댔지 누가 너보고 못생겼다고 했어?"

 

"못... 못 생겨?"

 

샐리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아무래도 저 커플은 구제불능인 듯 싶었다. 솔직히 샐리의 드레스는 별 다른 이상한 점이 보이지 않았다. 괜히 태민이가 트집을 잡고 있다는 것이 맞을 듯했다.

 

"으이구..."

 

태준이 한숨 소리를 내자 유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태준을 바라보았다.

 

"왜요?"

 

"태민이 저 녀석 샐리씨 옷이 너무 야하다고 괜히 트집잡나본데... 멍청이... 으이구..."

 

"뭐가 야해? 저런거 보통인데?"

 

유채가 말도 안 된다며 펄쩍 뛰었다. 그냥 어깨가 시원하게 드러났을 뿐인데 뭐가 야하다고! 샐리가 어깨선이 예뻐서 리디아 쿠가 일부러 어깨가 드러난 디자인의 옷을 입혀준 것 같은데 괜한 트집이었다. 어깨가 예쁘면 드러내놔도 된다는 것이 유채의 지론이었다.

 

"저 바보 저러다가 못 주는거 아냐?"

 

"에? 설마.."

 

태준의 말에 유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태민을 바라보았다. 연신 손을 뒤로한 채 만지작거리는 것이 분위기를 못 잡아서 망설이는 것 같았다.

 

"에이씨... 나 안 입는다니까..."

 

또 다시 신경질적으로 변해버린 샐리가 다시 드레스 가봉실로 들어가려고 방향을 틀었다.

 

"자, 잠깐!"

 

태민이 갑자기 소리를 질러 샐리를 불러세웠다.

 

"휴우..."

 

계획이 무산되는 줄알고 가슴이 철렁했던 유채와 태준은 동시에 한숨을 몰아쉬었다. 정말 문제가 많은 커플이다. 앞으로도 이러면 어찌 지켜보노...

 

"왜?"

 

빽빽거리는 샐리.

 

"저기... 저기..."

 

"저기 뭐?"

 

"......"

 

샐리의 윽박지름에 다시 태민이 움츠려드는 모양이었다. 유채와 태준은 마음속으로 태민에게 응원을 하기 시작했다. 해...! 해...! 하란 말이야!

 

"샐리야, 나랑 결혼해줘."

 

다짜고짜 갑자기 튀어나온 태민의 말에 눈이 휘둘그레진 샐리였다. 그러나 태민이 자신을 보고 멀뚱히 서 있기만 하자 샐리의 표정은 또 다시 원상 복귀 되었다.

 

"너 지금 나 데리고 장난하지?"

 

"뭐?"

 

"장난하는거지?"

 

"야, 넌 뭐 여자가 프로포즈를 해도 반응이 그러냐?"

 

또 다시 핏대를 올리는 샐리와 태민의 대화에 유채와 태준은 돌아버리기 일보직전이었다. 어휴... 답답해라.

 

"넌 프로포즈를 맨 손으로 하냐?"

 

"내가 언제 맨손으로 했어? 여기봐. 반지 안 보여?"

 

헉...! 순서가 어찌되었건 표현이 어찌 되었건... 제대로 진행은 된 듯 싶었다. 유채와 태준은 침을 꼴깍 삼켰다. 태민은 자신이 불쑥 내민 작은 반지함을 조심스럽게 샐리가 보기좋은 방향으로 돌려 열었다.

 

"어머!"

 

샐리의 탄성이 들리는 순간 유채와 태준은 하이파이브를 쳤다. 성공이다!

 

"나와... 결혼 해... 줄 거야?"

 

태민의 질문은 아까 소리 칠 때와는 완전 다르게 점점 죽어들고 있었다.

 

"결혼 안하면 어쩌겠어. 아빠 없는 애는 나도 싫은걸."

 

"뭐?"

 

갑작스러운 샐리의 말에 소스라치게 놀란 것은 태민 뿐이 아니었다. 애 소리에 경기를 일으키듯 놀란 유채가 숨어있던 커텐 뒤에서 튀어나왔다.

 

"무슨 소리야? 샐리야... 너 아기 가졌어?"

 

유채가 놀라 허둥지둥 걸으려고 했으나 이내 드레스가 발에 걸려서 비틀거렸다. 비틀거리는 유채를 태준이가 잡았다. 태민 역시 쟁반만큼 커다랗게 된 눈을 들어 샐리를 멀뚱멀뚱 보기만 하고 있었다. 이것은 프로포즈보다 더한 깜짝 쇼였다.

 

"나... 임신했어."

 

"헉!"

 

샐리의 말에 태민이 입을 떡 벌렸다. 태민과 샐리가 동침을 했던 날은 그 날 밖에 없었다. 그 날 술 먹고 취해서 잤던... 그 날!

 

"왜 말 안 했어?"

 

유채와 태준보다 정신을 먼저 차린 태민이 샐리를 추궁했다.

 

"그냥... 이런 걸로 책임지라고 하는 것 같아서 자존심 상해서..."

 

"너, 바보냐?"

 

유난히 샐리가 태민에게 요즘 들어서 더 신경질적이라고 생각해오던 유채였다. 임신이란 이야기를 들으니 그 이유를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여자가 임신하면 호르몬의 변화때문에 예민해진다고 하더니만... 과연...

갑자기 임신 고백을 하게된 샐리는 반지를 고개를 푹 숙인채 반지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갑자기 임신 고백을 했으니 자수한 느낌이라도 드는 모양이었다.

 

"너, 어쩔꺼냐?"

 

태준의 굵은 목소리가 샐리와 태민의 사이에 끼어들었다.

 

"뭘 어쩌긴. 형 결혼 내가 먼저해. 형이 나중에 해. 식장 잡은 거랑 지금까지 준비 한거 다 넘겨."

 

"뭐? 너 미쳤냐?"

 

"그럼, 어떻게 해? 형은 애 있어? 우린 애가 있잖아. 배부르기 전에 먼저 할테야."

 

"무슨 결혼이 레스토랑 예약인 줄 알아?"

 

"아, 몰라... 형이 딜레이 해. 안 그러면 나 이번달 내로 식 올려버린다."

 

"웃기는 놈이네. 어머니 아버지가 허락하실 것 같냐?"

 

"허락 안하시면 확 도망가버리지 뭐!"

 

"저런 생각없는 놈 같으니라고. 참 니 애가 잘도 보고 크겠다."

 

샐리와 태민의 싸움은 태준과 태민의 싸움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결혼을 미루라는 태민의 말에 흥분할 대로 흥분해버린 태준이 씩씩거리기 시작하자 결국 유채가 입을 열었다.

 

"저기, 그럼 싸우지 말고 같이 하는 건 어때요?"

 

"같이?"

 

유채의 말에 샐리와 태민, 태준 세사람이 동시에 질문했다.

 

"왜, 합동 결혼식도 있는데... 같이 하면..."

 

"형이 아우랑 결혼 같이 하는거 봤어? 안돼 싫어."

 

태준은 딱 잘라서 말했다.

 

"저기... 어차피 중복되는 손님도 많고... 또 나름대로 재미있고 괜찮지 않겠어요? 그냥 우리 딱딱한 결혼식 말고 축하파티 형식으로 결혼식을 하죠."

 

"그래, 유채야. 우리 그럼 서양애들 하듯이 들러리도 세우고 그렇게 하자."

 

샐리가 찬성을 하고 나오자 태준과 태민은 불만 가득한 표정을 한 채 입을 다물어 버렸다.

 

"파티업체에 제대로 맡겨서 결혼식다운 식을 하자고요. 네?"

 

"진행하기 쉽지 않을거야."

 

여전히 부정적인 태준이었다.

 

"하지만 나 영국에 있을 때 결혼식 보면 하나같이 다 축제 분위기고 좋기만 하더라. 우리나라랑 달라. 우리나라는 주례사빼면 결혼식 아무것도 없잖아."

 

태민은 샐리가 방긋방긋 웃기 시작하자 태준을 설득하는 것을 거들기 시작했다. 어찌 되었건 샐리가 임신을 했다고 하니 태민에겐 샐리의 기분이 최우선 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럼... 유채가 제대로 알아봐. 그렇게 할 수 있나."

 

"와우!"

 

태준의 입에서 긍정적인 대답이 떨어지자 유채는 샐리와 신나게 하이파이브를 했다. 친구와 같이 결혼식을 하다니 그것도 리디아 쿠의 웨딩 의상을 입고서 말이지... 정말 꿈에도 상상 못할 일이었다.

 

"그런 예식하려면 지금 그 드레스는 너무 무겁겠군. 둘 다 내가 가볍게 잘 움직일 수 있도록 다시 만들어 줄테니까 결혼식 계획 잘 세워봐. 재미있겠군."

 

저만치 떨어져서 두 커플을 지켜보던 리디아 쿠가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했다.

 

"감사합니다."

 

리디아 쿠의 말에 네사람은 동시에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럼 들러리 의상은 뭘로 할까? 보라색 어때? 보라색."

 

"아니 전에 보니까 들러리 의상은 그래도 핑크색이 제일 낫더라."

 

"그래, 그런데 들러리는 몇명이나 세우지?"

 

"누굴 세울 건데? 친구들이 들러리 서려고 할까?"

 

"아, 맞다. 남자들도 세워야하는데..."

 

"우리 그냥 모델들 쭉 세워버릴까?"

 

"아냐아냐... 모델들 세우면 너무 튀잖아. 주인공은 우리인데..."

 

드레스 가봉실로 사이좋게 들어가면서 유채와 샐리가 떠들어대는 소리를 들으면서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어대며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 태준과 태민이었다.

 

"형... 우리 결혼 제대로 하는거 맞아?"

 

"넌 아닐지 몰라도 난 제대로 하는거 맞아."

 

"헉! 누가 제대로 안 하는거래? 누가 뭐래도 난 제대로야."

 

"속도 위반한게 큰 소리는... 부모님께 뭐라고 얘기할래?"

 

"그게 요즘 세상에 뭐 큰 일이라고..."

 

"어쭈. 그래 요새 애는 혼수라고 하더만 혼수냐?"

 

"형..."

 

조용하고 품격있기로 유명한 리디아 쿠의 웨딩드레스 샵은 이 들의 대화로 몇년만에 정신이 없을 정도로 시끌 벅적해지고 있었다. 뭐, 앞으로 이들의 삶 역시 시끌벅적하겠지만... 태민과 말싸움을 벌이면서 태준은 속으로 빙그레 웃었다. 유채와 연결되면서 나름대로 심심하던 삶이 많이 재미있어 지고 있었다.

문제는 앞으로는 절대 그 조용하던 삶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좀 시끄럽고 요란스러워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헤어지면서 하는 굿 바이라는 인사말고 매일 아침 부시시한 모습으로 굿모닝이라고 외칠 수만 있다면 말이지...

 

 

 

 

그 동안 유리알갱이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2월 3일부터는 따로 이끼의 작가방이 마련될 예정입니다...

 

계속 제 글 읽어주실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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