짖궂은 장난이 계속 되더니 아들 녀석은 밥을 먹는걸 싫어했다.
걱정이 되어서 쫓아다니며 한 수저씩 먹이기도 하고 협박도 하고, 수저에 밥을 뜨고 비행기 놀이도 하며 얼른 밥수저를 입에다 넣곤했다. 아들 녀석 밥 먹이는게 하루의 힘든 일과중의 하나였다.
자기 혼자 밥 잘 먹는 애들도 많던데...저 녀석은 왜그리 밥을 먹는걸 싫어하는지 몰랐다.
밥을 먹이는게 전쟁이 되다시피 하니깐 여러가지 방법이 동원되었다. 반찬을 가지고 동화를 지어내서 전쟁 놀이를 하며 멸치가 전쟁에 져서 입에 들어가야해 하며 수저에 얹어서 우는 소리 내며 넣기도하고 ...그러다 보니 나도 지쳤다. 그래서 그냥 내버려 두자 싶은 맘이 생겼다.
지가 배고프면 먹겠지...
아들넘은 삼 일동안 꼬박 물만 마시고 밥 한알갱이도 안먹었다. 물론 간식도 안줬다. 그래도 아들 녀석은 잠시도 앉아있지 못하고 하루종일 다람쥐처럼 뾰르르 쪼르르 뛰어 다니며 신나게 놀았다. 걱정도 되고 한 편으론 뭐 저런 녀석이 다 있나 싶기도 했다.
삼일 저녁 되던 날 아들 녀석은 내게 밥을 요구했다. 배고프댄다.
오호~
밥을 물에 말아서 얼른 줬다. 김치와 멸치에 소나기 밥을 먹더니 아들은 신나게 다시 놀았다. 그 날 이후로 아들이 밥을 안먹으면 난 바로 상을 치워버렸다. 간식도 안줬다. 버릇을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했더니 매정한 엄마는 제 시간에 앉아서 밥을 안먹으면 밥을 안준다는 것을 터득했다. 아이는 밥 때만 되면 얌전히 앉아서 지 먹고 싶은 만큼 얌전히 앉아서 밥을 먹었다.
아침에 밥을 하러 나가는데 아들 녀석 베개를 아빠가 베었나부다. 아들 녀석은 지 아빠에게 큰소리로 말했다.
"베개 줘 잉~"
요즘 존댓말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갑자기 반 말이 튀어나온거다. 랑은 아이를 가르칠 요량으로 아들에게 존댓말로 하면 베개를 돌려준다고 말했다. 아들은 다시 말했다.
"베개 줘 잉~"
랑은 다소 역정난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베개 주세요. 해."
내가 밥을 안치고 국을 끓이고 청소를 하고 할 동안 방에선 계속 그 대화가 이어졌다.
"베개 줘잉~"
"베게주세요. 해!"
시간이 갈수록 아들은 울음소리가 섞여가고 아빠는 화가난 목소리 뒤에 엉덩이 때리는 소리가 찰싹 하고 났다.
밥을 다 차렸는데도 그 대화는 이어졌다. 어지간히 고집 쎈 부자지간이다.
밥을 먹으라는 내 소리에 아들 녀석은 나를 한 번 쳐다보더니 울먹이며 말했다.
"베. 개. 주. 세. 요"
너무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그렇게 자기 베개를 받아들고 나오면서 아들은 한 마디 외쳤다.
"베개 줘 잉~"
랑은 기가 막혀서 아들을 쳐다봤고, 난 웃음이 튀어나왔다. 어휴. 저 고집불통.
날씨는 더웠고 갈수록 몸은 무거워져가서 빨래도 힘들고 밥 해먹는거도 귀찮아졌다. 그저 누워있고만 싶었다. 그래도 뙤약볕에서 일하고 온 아버님과 랑 밥은 영양가 생각하며 해줘야했기에 몸은 항상 노곤했다. 또 빨래는 왜그렇게 많은지 손빨래로 그걸 다 해내려니 배가 딴딴해져서 앉아있지를 못하겠다.
커다란 다라에 빨래를 하나가득 담가놓고 때가 잘 지게끔 물비누를 풀어놨다. 그렇게 해놓고 낮잠이 살포시 들었다. 잠결에 철버덕 소리가 났다. 화장실에서 나는 소리였다. 생각이 빨래에 미치었다. 누구지?
화장실 문을 여니 커다란 빨래 다라에 온몸에 비누칠이 된 아들넘이 들어가서 놀고 있었다. 빨래를 여기저기 걸쳐도 놓아서 온 화장실이 비누칠 투성이에 지 옷은 또 다 젖어있다. 난 너무 짜증이 났다. 그렇게 피곤에 쩔어있는 날 보며 아들넘은 환하게 웃었다.
그런 녀석을 다짜고짜 엉덩이부터 때렸다.
"지금 엄마가 얼마나 힘든데 여기서 이렇게 장난해. 엉~!"
몇 대 맞더니 아들넘은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 나한테 미안하다고 해요"
울먹이며 뎀비었다. 그래서 몇 대 더 때려주었다.
"임마 엄마 힘든데 네가 물장난해서 옷 버려놨으니 네가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해야지~!"
"내가 내가 엄마 힘들어서 도와줄라고 빨래한건데~!"
세 살 짜리 아들 녀석 입에서 나온 의외의 발언에 난 놀랬다. 설핏 들었던 잠기운도 확 깨었다.
"어머, 네가 엄마 도와줄라고 빨래하고 있었던거야?"
"네"
눈물 가득한 아들 녀석 눈을 들여다 보며 난 감격했고, 또 엄청 미안했다.
"응. 엄마가 미안해. 윤희한테 엄마가 참 미안해. 잘못했어. 고맙다 윤희야~"
아들 녀석을 안아줬다.
기특한 넘. 쪼고만게 별 생각을 다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