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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stery Mr.Lee 두울] 잔혹할매 1

Mr.Lee |2004.12.16 22:23
조회 177 |추천 0

[이야기 두울] 잔혹할매

 

1.

은사랑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은사랑: 하이요.

Mr. Lee: 하이.

조형: 하이.

은사랑: 학교 다녀왔어요.

Mr. Lee: 일찍 왔구나.

은사랑: 네, 할머니께서 또 병살이 돋은 거 같다고 하셔서... 조퇴했어요. 근데 큰일 났어요.

Mr. Lee: 뭐가?

조형: ?

은사랑: 할머니가 보이지 않아요. 집에 안 계시는 것 같아요. 거동이 불편하셔서, 밖에는 혼자 나가지도 못하시는데... 호흡기도 안 좋으셔서, 바깥공기가 치명적인데...

Mr. Lee: 고생이 많군. 그래도 너무 걱정하진 마. 집 안 어딘가 계시겠지. 손자가 조퇴까지 한다고 했는데, 설마 혼자 나가셨기야 하겠어?

조형: 잘 찾아봤어?

은사랑: 아뇨, 자세히는...

조형: 거봐거봐...

Mr. Lee: 그나저나 할머님 병환은 요즘 좀 어때? 내일이 병원 모시고 가는 날.. 맞지?  

은사랑: 네. 용케도 기억하시네요. 근데 정작 할머니는 날이 갈수록 더 안 좋아지시는 것 같아요.

Mr. Lee: 걱정이 크겠네... 병원비도 만만찮겠구... 친지가 없으니, 이렇다할 도움을 받을 사람도 없구... 소년가장의 어려움이군..-.-.

조형: 대견하죠.

은사랑: 뭐, 하루 이틀 일인가요. 할머니만 건강하시면 그걸로 됐죠 뭐^^. 그나저나 할머니, 어디 가셨지?

 

Mr. Lee: 흠.... 뭐 어딘가 계시겠지. 근데 말이다, 내가 조형과 더불어 너를 알아온 지 벌써 3년이 다 되어 가잖니?

은사랑: 네... 아저씨 ^^

조형: 벌써 그렇게 됐나요?

Mr. Lee: 널 3년 동안 지켜보면서, 항상 생각해 온 건데... 넌 얼마든지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거야.

은사랑: ?

Mr. Lee: 흠... 이제 슬슬 얘기를 해줘야 하나...

은사랑: 말씀하세요, 아자씨.

조형: 무언가 심각한 이야기가 나올 듯...

Mr. Lee: 생각을 해봐, 너희 부모님이 물려주신 재산이 꽤 돼지? 그래서 지금껏, 소년가장치곤 별 어려움 없이 살아왔잖아.

은사랑: 마자요. 그 점에선 항상 하늘에 계신 부모님께 감사하고 있죠.

Mr. Lee: 근데 느닷없이 어떤 어려움... 아니 커다란 장애물이 튀어나와, 너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해, 난. 부모님의 한없는 사랑을 빼면 모자랄 것이 없는 네가, 네 모든 것을 버려야할 막다른 길에 봉착해버린 셈이지.

 

은사랑: 무슨 말씀...

조형: ...

Mr. Lee: 이건 인간적이고 뭐고를 떠나서, 난 현실적인 문제를 말하는 거야. 넌 평생 떵떵거리고 살 수 있을 만큼의 재산을 물려받았어. 하지만 지금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거야. 너의 곁에 있는 한 노파 때문에.

은사랑: 흠...

조형: 맞는 말이긴 하네요.

Mr. Lee: '하네요'가 아니라, 맞는 말이야. 할머니 병원비... 적은 액수는 아니라고 했잖아? 벌써 2년째 병원 약 없이는 숨도 못 쉬는 노친, 남은 돈으로 2년이나 채 버틸 수 있겠어?

은사랑: 솔직히 말씀드리면, 1년 반 정도는 버틸 수 있어요. 그 이후엔 아르바이트라도...

Mr. Lee: 사서 고생하는군. 고작 시급 3000원짜리 싸구려 아르바이트로, 할머니 병원비를 충당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 정도 액수면 내가 이런 말을 하겠냐구. 생각을 해봐 바보야, 할머니 연세가 어떻게 되지?

은사랑: 일흔 넘으셨어요.

Mr. Lee: 그렇다면 앞으로 얼마나 더 살까? 10년? 아니 5년은 사실까?

은사랑: 거기까진 생각을...

Mr. Lee: 넌 고작 5년, 그것도 콧바람에도 휘청거릴 듯한 노인... 곧 죽을 사람에게, 네 전 재산... 아니 - 네 일평생이 보장된 - 부모님이 물려주신 소중한 유산을 전부 바치는 꼴 밖에는 안 돼.

은사랑: ...

조형: 맞는 말이긴... 맞는 말이네요.

Mr. Lee: 난 인간적인 사람이고,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도 아니야. 하지만 이건 아니라고 봐.  몇 년 버티다가 자동으로 저 세상 갈 인간 때문에, 한사람의 일생이 망쳐지는 꼴은... 정말 보고 싶지 않구나.

 

은사랑: 그렇다면... 전 어떻게 해야 하죠?

Mr. Lee: 그 노친 성격을 생각해 본다면,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둔다... 그건 말도 안 되는 방법이야. 네가 그랬잖아? 노친 몸에서 나는 구린내만큼이나 지독하게 삶에 집착하고, 괴팍하다고. 언젠가 넌 할머니가 무서워 가출도 생각했었지?

은사랑: 네, 맞아요.

조형: 그렇다면?

Mr. Lee: 그렇다면 방법은 한 가지야. 일단 할머니를 찾아. 지금 안 보인다고 했으니... 화장실에나 있겠지. 몸이 불편하니, 멀리는 못 나갔을 거야. 그리곤...

은사랑: 그리곤?

조형: 그리곤?

Mr. Lee: 목을 졸라.

 

조형: 헉.

은사랑: ...

Mr. Lee: 딴 생각 말고, 네 인생만을 생각하라구. 일이 끝나면, 넌 남은 재산으로 네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는 거야. 학원도 다니고, 술도 먹으러 다니고, 또... 네가 좋아하는 글도 쓰고. 아르바이트 따위로 시간 죽이지 말고, 네가 원하는 것들을 누리며 살란 말야.

은사랑: 하지만...

Mr. Lee: 어렵지 않아. 그 노친이 아무리 괴팍하다 해도, 일흔 먹은 노인네가 힘이 어딨겠어. 그냥 눈감고 목을 조르기만 하면 돼. 시체? 지하에 창고 있다고 했지? 그 곳에 땅을 파서 묻어버리면 그만이지 뭐. 자기 숨쉬기 바쁜 노인 하나쯤 없어진다고 해서 관심 둘 사람은 한 명도 없을거라구.

조형: ...

 

은사랑: 글쎄요, 저로썬...

Mr. Lee: 왜, 아직도 자신이 없어?

은사랑: 글쎄요.

Mr. Lee: 할머니가 무서운 모양이지?

은사랑: 그건 아니에요.

Mr. Lee: 내가 볼 땐 맞는 것 같은데?

조형: 그러게요.

은사랑: 그건 아니에요! 그냥...

Mr. Lee: 이거 괜히 나만 천벌 받을 놈 됐구먼. 널 위한 일을 가르쳐 줬을 뿐인데 말야. 할 수 없지. 그냥 오늘 내가 했던 말 잊고, 지금처럼 네 인생을 버리고 살아라. 할머니의 종이 되라고. 평생 그 발밑에서 구부리고, 하루 종일 알바 해서 번 돈 병원에 고스란히 갖다 바치며 병신같이 지내라구!  

 

은사랑: 시팔, 종 아니에요! 난 누구의 종도 아니에요. 단지... 그 빌어먹을 노인네 성격이 좆같을 뿐이죠. 씨바, 개같은 년, 내 당장 죽여 버린다.

 

...

조형: ... 은사랑?

...

조형: 은사랑?

Mr. Lee: 갔나보군.

...

조형: 리형, 옳은 조언이었나요?

Mr. Lee: 난 항상 옳아. 아마 몇 십 년 후면, 저 놈은 날 생각하며 평생의 은인으로 고마워할 테지. 쓰파. 그 때 콩고물이나 떨어졌으면 좋겠군.

조형: 저도 그렇게 되길 빌어요.

 

 

2.

Mr. Lee는 다소곳이 앉아서 새로 산 고급 노트북의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은 승리의 기쁨으로 빛나고 있었고, 그의 입술은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였고, 그의 손은 누군가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보셨죠? 저게 당신 손자의 마음입니다. 겉으로는 당신을 존경하며 평생 모실 것을 맹세하지만, 실은 당신을 증오하며 당신이 죽을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지요.”

Mr. Lee의 손은 응큼하게 그녀의 가슴을 쓰다듬고 있었다.

“이제 아시겠지요?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이제야 믿으시겠지요? 저의 마음을... 저만이 당신의 돈이 아닌 마음을 사랑하는, 이 세상 유일한 사람입니다. 이제 저의 프로포즈를 받아주세요. 저와 결혼해 주세요.”

마음이 찢어지는 그녀의... 아니 노파의 눈에선 눈물이 흘렀지만,

Mr. Lee의 입술은 잔인하게도 그녀의... 아니 노파의 입술을 훔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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