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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로그-인>2

박성순 |2004.12.20 04:22
조회 89 |추천 0

 

 

 3.


 형준이네 집은…. 


 “다 왔어.”
 “……?”


 엄청나게 잘 살았다. 뭐랄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도, 도대체 돈을, 얼마나 많이 쳐 바른 거야?’


 요 정도고, 복잡하게 말하자면….


 “이거 너네 집?”
 “응. 우리 집.”
 “…….”


 하아, 이건 보통 잘 살아야 설명을 하지! 세상에 이런
별천지가 아니, TV속에나 나올 법한 초호화 다이나믹 울트라
파워리스크 집이 어째서 돈 없다고 발발대던 네 놈의 집이라는
말인가!


 “후우….”


 그래도 일단은 설명. 우리가 보통 1평이라고 칭하는 것은,
 (3.3058㎡)
 즉 3.3제곱미터라 칭하며 이놈의 집은 어림잡아도 족히 200평.
 1평 = 가로(1㎡) x 세로(3.3058㎡)
 100평 = 가로(100㎡) x 세로(3.3058㎡)
 200평 = 330.58㎡*2


 그렇다면 계산은?


 “…….”


 커다란 정원에 수영장까지 딸린 집이면 말 다했지.


‘뭘 계산해?’


 몰라, 아무튼 그 엄청난 평수를 자랑하며 떵떵거리고 사는
녀석이, 어찌하여 그동안!


 “야! 너 가난하다며!”
 “나, 나야 가난하지. 부모님 집이….”
 “뭐? 뭐? 뭐?”
 “…내 집은 아니잖아. 그리고….”
 “뭐?”
 “아니야….”


 미친,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설마 네 놈 보러‘아유,
기특한 녀석. 정말 독립심이 투철하구나? 장차 이 나라 이 땅에
큰 일꾼이 되겠어? 오호호호!’라고 해주기라도 바란 거였냐?
 황당함으로 온 몸을 떨고 있는 내게 녀석이 말했다.


 “일단….”
 “뭐?”
 “내 방으로 가자.”


 말을 마치며 걸음을 옮긴 형준이의 표정이 지나치게 어두워
보이기는 했지만, 그러한 것들을 신경 쓰기엔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흥분감이 커진 터.


 “오냐, 가자!”
 난‘표정이 왜 그래? 걱정이라도 있냐?’라는 말은 생략한 채,
녀석을 따라 걸었다.

 

 긴 정원을 따라 형준이의 방까지 들어선 나.


 “세, 세상에!”


 온 방이 금덩어리, 은덩어리, 보석덩어리들로 가득 들어 차
있었다! 따위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 정도의 갑부
급이라면, 방도 꽤 잘 꾸며져 있을 거라 생각했던 나였는데,
정작 들어온 녀석의 방은.


 “수수하잖아?”


 겸손할 만치 수수했다.


 “어, 어떤 걸 기대한 거야?”
 “그냥, 금 덩어리라도 있으면 몇 개 집어갈라고 했지.”


 녀석의 방은 간단할 만큼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똑딱거리며
흘러가는 작은 벽걸이형 시계와 공부를 하기 위해 사용될 걸로
보이는, 조금은 오래된 소형 책상. 그리고 잠을 자기 위해
마련되어 있는 아이보리색의 소형 싱글침대. 그리고….


 “그래도 방은 깨끗하다 야.”


 전체적으로 포근한 느낌이 강한 상아빛의 벽지들. 곳곳에
들어차 있는 녀석의 상장은, 모르긴 몰라도 지난 날 녀석이
살아온 이정표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공부도 못하고 운동도
못하며 얼굴도 잘 생기지 않은 나와 비하면, 녀석은 정말
왕자와 거지를 보는 것처럼 나와 심히 대조가 되는 모습인데….


 “너, 나랑 친구가 맞냐?”
 “그럼, 우린 친구지.”


 망설일 것도 없이 바로 대답하는 녀석. 하지만 이건 영 뭔가
찝찝한 느낌이야.


 ‘어째서 이런 녀석이 나와 친해질 수 있었을까.’


 잠시 동안 생각하며 결론을 내리려던 나였지만, 아무래도
그것에 대한 해답은 찾아낼 수 없었다.


 ‘모르겠어….’


 그렇다고 지우려 하기엔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 것이, 꼭
아무리 닦아내도 한 번 배인 이상 섣불리 지워지지 않는‘진한
잉크자국’과 같은 느낌이었다. 그 느낌이 싫어 얼른
떨쳐버리려 하긴 했지만, 꽤나 오랜 시간동안이나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 생각은….

 

 ‘오오, 저게 가상현실 장치인가?’
 녀석의 방 한쪽 구석에 가상현실장치로 보이는 낯선
기계장치들이 보였다. 가상현실장치를 생판 처음 보는 나로선
신기할 수밖에 없었던지라 애꿎게도 형준이 녀석이 목이 졸려
버리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우어어어?”


  다급해지면 말보다는 괴성을 지르는 편인 나. 그 버릇이 또
나와 버렸던지라 결국‘저거야?’라는 말이 이런 음성으로 터져
나왔고 다행히도 녀석이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상하로
끄덕거렸다. 그제 서야 난 녀석의 목을 풀어주었고, 검정 색의
기계 장치들로 다가갔다.


“이거 어떻게 사용하는 거야?”


 난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했을 때나 지었을 법한 어린 시절의
표정으로 녀석에게 대답을 촉구했고, 녀석은 바로 답해주었다.


 “그냥 갖다 끼면 되.”
 “…….”


 워낙에 무성의한 대답이었던지라 다시 한 번 목을 조르려던 그
순간. 녀석이 하나 둘씩 장비들을 내 몸에 장착시켜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끝. 이다음은 네가 알아서 해봐.”


 알아서? 뭘? 알아서? 뭘? 알아서? 뭘…….


 “이런 미친!”


 다시 한 번 목을 조르려 했다. 하지만 다급하게 손을 내저으며,
 요렇게 외치는 녀석.


 “축하한다. 네 놈이 착용한 건 사실‘뱃살 빼기용
기계장치’였다만, 뭐 상관없겠지. 우선 네 놈은 뱃살부터 좀
빼야 할 것 같으니까.”


 이렇게 말하며 표독스러운 표정을 대놓고 짓는 녀석. 난 그런
녀석에게 물었다.


 “……이거 가상현실장치 아니었냐?”
 “당연.”
 망할…….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그게 아니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한 번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나.
 단조롭기만 하던 녀석의 방안에서도 유독 눈길을 끄는 은빛의
특이한 물체가 보였으니, 그건 내 짐작이 맞았다면.


 “야, 저거냐!”
 “응! 저거야!”


 호오! 이거란 말이지?


 [KM8312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인식 장치]


 처음으로 가상인식장치를 보는 나로선 놀라움 반, 황당함
반이었다.


 “정말…이런 걸로 접속하는 거야?”
 “…응. 좀 당혹스럽지?”
 “응….”


 우리의 앞에 놓인 건 다름 아닌 야구 방망이였다. 그러니까-
무척이나 굵직한.


 “그, 그럼 이걸로 어떻게 하지?”
 설마! 뒤통수를 후려갈긴다는 건?
 “응. 기절할 준비 해.”
 “……흐윽?”


 녀석의 방망이가 내게로 날아왔다. 어떻게 날아왔냐고?


 빠각-


 강하게.

 

 노, 놀란 거야? 사실은 이렇게 묻는 내가 더 놀랬다.


 “야, 놀랐잖아!”
 “하하! 장난이었고, 사실은 이 방망이를 들고 로그인을
시작하면 돼. 나 같은 경우엔 휴대용과 호신용의 목적으로 요
야구방망이형 VRM(Virtual Reality Machine)을 구입한 거고,
사실 VRM은 모양도 꽤나 여러 종류고, 가격 또한 다양해. 일단
종류로 보자면, 캡슐형,의자형,일체형이 일반적인 VRM의 종류고,
 그 외에도 채찍,팔찌,핸드폰 같은 값비싼 VRM도 존재해. 뭐
각자의 능력과 취향에 따라 구입하면 되는데, 난 단지
야구방망이 VRM이 좋았을 뿐이야.”


 “그, 그럼 넌 할 때마다 야구방망이 들고 하는 거?”
 “…물론이지.”


 황당해라. 할 때마다 야구방망이 들고서‘열려라! 가상현실!
’이라고 외친단 말인가! 아니, 그건 둘째 치고 대체 이런
모양을 호신용으로? 호신용으로 쓰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게 치면 값싼 알루미늄방망이도 많잖아? 혹시
이놈!


 “야! 오형준!”
 “…어?”
 “너 혹시… 그렇고 그런!”
 “아, 아니야!”


 이, 이 자식. 볼 붉히지 마라! 아니다, 이놈은 둘째치고라도
채찍 구입하는 놈들은 뭐란 말인가. 혹시 가상현실에도….


 ‘아아! 더 때려주세요!’
 ‘뭐야? 이 정도로 부족하단 말?’
 ‘그, 그래요!’
 ‘좋아, 그렇다면! 이이잇!’


 철썩-


 이, 이런 종류의 사람들이?


 “…….”


 당장 형준이에게 그런 사람들이 있는지에 대해 물어볼까도
싶었지만 아무래도 그건 곤란한 질문인 듯했고 시간도 얼마
없는 터라 일단 난,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럼 형준아. 넌 게임을 하는 내내, 이 VRM이란 걸 들고
있어야만 해?”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형준이가 말한 건.


 “물론 아니야. 접속을 하기 위해선 VRM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일단 로그인을 하고 나면 더 이상 들고 있을 필요는 없어. 아니,
 버려도 돼. 만약 들고 있어야 한다면 어떻게 게임을 하겠니?
으음, 이건 뭐랄까. 그래, 일종의 부싯돌 역할 정도로 보면 돼.
담배에 불을 붙일 땐 반드시 필요하지만, 일단 붙이고 나면
계속 켤 필요가 없는…. 아무튼 그런 거야.”


 얄미운 녀석. 상당한 설명을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지라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일까?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허나
결론적으로 볼 때, 계속 들고 있어야 한다는 건 아닌 것
같았기에 결국….


 “이제 시작해볼까?”
 “…오냐.”


 난 가상현실에 세계. 즉 게임 Hero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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