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어.
준은 중얼거리며 차를 출발시켰다.
-머가?
미은이 묻자 준이 대답했다.
-전부다. 넌 사는 게 재밌니?
-재미없을 건 또 뭐야? 건 그렇고 너네 재즈 바에 엄청난 사람들 많이 온다며?
-글세. 그런 이야긴 처음인데.
-넌 모르는 구나. 너네 바 고급이라고 소문났어. 뭐, 어디어디 회장, 어디어디 상
무, 어디 그룹 후계자.. 다들 드나든다고 소문이던데, 뭐.
-그런 사람들도 다 똑같은 손님이지, 뭐. 다를거 있나?
준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핸들을 꺾었다. 차는 어느새 시내로 접어들고 있었다.
차를 지하 주차장에 주차시킨 준은 미은과 함께 바로 올라갔다.
-그런데 혹시 이 빌딩도 니꺼니?
-잘 모르겠는데.
준은 역시 심드렁한 말투였다. 미은은 입을 삐쭉 내밀었다.
-왠일이냐?
강인이 문을 열며 말했다.
-야, 나가자. 내가 근사한데서 한 잔 쏠게.
상준의 말에 강인은 방에 누워서 숙제를 하고 있는 현인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야, 동생눈치 보냐? 야, 현인아! 오빠 좀 나갔다 와도 되지?
상준이 말하자 현인이 쪼르르 달려나왔다.
-술먹으러 가는거지?
-아냐. 술 쪼끔만 먹을거야. 정말이야.
큰소리치던 상준도 현인의 눈치를 슬슬 보며 말했다.
-좋아. 그 대신 빨리 들어와야해.
현인이 인심을 쓰는 듯 말했다. 강인은 그런 현인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방안에서 자켓을 가져왔다.
-나가자.
상준이 앞장섰다.
-야, 여긴 비싼데 아니냐?
Knockin' On Heaven's Door 란 간판을 달고 있는 술집 앞에서 강인이 상준에게 말했다.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상준이 대답했다.
-비싸기만 할까. 여기 내노라하는 놈들은 다 모인다드라. 술 맛도 좋고. 바텐들도 이뿌고.
-참, 여자 얼굴보고 술먹냐?
강인이 핀잔을 주자 상준이 정색을 하고 말했다.
-야, 왠만하면 장미 앞에 두고 술 먹는 게 낫지. 호박 꽃 앞에두고 술 먹으면 술
맛 달아나.
상준의 말에 강인은 피식 웃었다.
-여기 사장이 무지 젊은 여잔데.
-그래?
강인은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한 이야기였지만, 그래도 맞장구를 치고 있었다.
-근데 혼혈이라드라. 뭐, 어디 그룹 회장 서출이란 소문도 있고 어디 호텔 사장 첩이란 소문도 있고... 나도 몇 번 봤는데 정말 이뿌긴 하드라. 왠만한 연예인 뺨치게 이뻐.
-그래?
엘리베이터는 층마다 멈추며 느릿느릿 올라간다.
-여기 바텐 하는 놈이 내 후배 녀석 아니냐. 그 놈 말로는 여기 사장 이런 바가 두개 더 있고 큰 레스토랑도 있다드라. 엄청난 부자래. 세상 좆같지 않냐? 누구는 기름밥 먹어도 바둥바둥 살까 말깐데, 어떤 년은 부모 잘 만났는지, 남자 잘 만났는지.. 그 나이에 그런 고급 술집이나 하고 있고.. 세상이 불공평하다, 야.
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야, 내리자.
상준이 강인의 어깨를 툭 쳤다. 바는 건물 맨 윗층이었는데, 엘리베이터 문을 열자마자 바로 바로 통하게 되어 있었다. 나이 지긋해보이는 매니저가 자리를 안내하려고 다가왔다. 그러자 상준이 손을 들었다.
-아, 우리는 여기 바에 앉겠어요.
-아, 그러십시오, 손님. 좋은 시간 되십시오.
매니저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어, 형, 오셨어요?
자리에 앉자 바텐이 고개를 숙였다. 상준이 거만하게 손을 들었다.
-오늘도 너네 사장 왔냐?
-아, 사장님이요? 저기 내실에 들어가셨는데요. 뭐 드실래요?
-그냥 스트레이트나 주라. 좋은 걸로.
-네, 형.
강인은 바 안을 한바퀴 훑어봤다. 과연, 다들 번쩍거리는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었다. 갑자기 자기 자신이 초라해지는 것 같았다.
-야, 둘러 보지마. 촌티 나잖아.
상준이 우스갯소리를 했다. 그 말에 강인이 피식 웃었다. 사이에, 술잔이 앞에 놓였다.
-사장님 나오셨어요.
바텐이 속삭였다. 상준이 바텐이 가리키는 쪽을 바라봤다.
-야, 그 여자 나왔다.
-어디?
강인도 상준이 가리키는 쪽을 바라봤다. 놀랍게도, 거기엔 준이 서 있었다. 매니저
에게 뭔가 지시하는 듯 심각한 표정으로 손짓을 해가며 말을 하고 있는 그녀는 확실히 공부방에서 보던 것과는 달랐다. 공부방에서는 약간 푼수처럼 보이고 철 없는 여대생으로 보였는데, 지금은 냉철한 커리어우먼처럼 보였다. 단정하게 묶은 머리, 검은색 정장, 은은한 화장까지. 상준 말처럼 대단한 미인으로 보였다.
-어떠냐? 이뿌지?
상준이 묻자 강인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야, 니네 사장 좀 불러봐.
-왜 그러세요, 형. 우리 사장님 그런 분 아니에요.
그러자 상준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야, 그러고 안 그러고가 어딨어? 손님이 부르면 와야지.
-아이 참. 우리 사장님 그런 분 아니라니까요, 형. 그러다 망신만 당하신다니까요.
-야, 이 자식. 말하는 것 좀 보게.
-야, 그만해라.
강인이 끼어들었다.
-나, 저 여자 알아. 그러니까 그만해라.
-너가 저 여자를 안다고? 어떻게?
상준이 몸을 앞으로 내밀고는 물었다.
-저 여자, 현인이 공부방 선생님이다.
강인은 술잔에 입을 대며 말했다. 그러자 상준이 놀랍다는 듯 말했다.
-야, 이렇게 부자인 여자가 머가 아깝다고 그런 일을 할까?
-모르지.
강인은 술잔을 빙빙 돌리며 대답했다. 왠지 입맛이 썼다.
-마티니.
준이 강인의 옆에 앉았다. 바텐은 고개를 숙이고는 능숙하게 마티니를 만들었다.
그리고, 준 옆에 미은이 앉았다.
-어머, 안녕하세요.
준이 먼저 강인을 알아보고 인사를 했다. 강인은 몰라봤더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준이 인사를 하는 것을 보고 미은도 고개를 내밀었다.
-어? 잘생겼네. 누구야?
미은이 속삭이자 준이 대답했다.
-현인이 오빠. 공부방에도 왔었잖아.
-아, 그때 그 남자.. 기억난다, 야.
미은은 그땐 몰랐는데, 오늘 보니 무지 잘생겼네, 하고 생각했다. 조명발인가? 미은은 체리콕을 주문했다.
-어쩐 일이에요?
-아, 친구가 한잔 산다고 해서.. 여기 주인이시라고..?
-아, 여기요. 네, 제가 주인이에요. 그냥 얼굴만 주인이구요. 운영은 다른 사람이
해요.
준은 대답하고는 마티니를 한 모금 마셨다.
-뭐, 벌써 한잔 하셨어요? 제가 한 잔 더 사죠. 뭐 하실래요? 블랙러시안? 그거 좋
은데. 여기 블랙 러시안 두 잔 드려.
-아니, 됐습니다...만..
-아, 저번에 떡볶이랑 사셨잖아요. 그 보답이니 그냥 드세요.
상준이 고개를 내밀고 준을 보기위해 노력했다.
-아, 이쪽은 제 친구에요.
강인이 그때서야 상준을 소개 시켰다.
-한상준입니다.
상준이 손을 내밀어 준과 악수를 했다.
-아, 네. 이쪽은 제 친구 김미은이에요.
-안녕하세요?
미은은 특유의 애교섞인 말투로 인사했다. 강인은 그냥 꾸벅 고개만 숙였다. 왠지 마음에 드는 걸? 미은은 그런 강인을 곁눈질로 훔쳐봤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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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감기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