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뭐하세요? II ; 루미나리에
유리는 매혹적일 만큼 선정적인 배너 앞에서 손가락이 떨렸다.
---제이슨우와 함께 크리스마스를!
당신은 지금 마지막 클릭 대기자입니다. 당신을 포함해 배너를 클릭한 여성 중 1명을 추첨하여, 곧 바로 크리스마스 아침까지 할리웃에 날려 보내드립니다. 그리고 설레는 배너 만큼! 추첨된 1분은 제이슨과 함께하는 데이트서비스 기회를 갖게 됩니다. 단, 추첨되신 분이 원하신다면 비버리힐즈, 제이슨의 빌라에서 함께 하실 수도?
‘ 마우스만 클릭하면 천국이 눈앞이라는 거지? ’
! 여자들이 꿈꾸는 hottest guy, 제이슨??
제이슨은 릭윤처럼 재미교포출신의 섹시한 헐리웃 톱스타다. 물론, 제이슨은 전적으로 릭윤과 흡사한 스타일의 배우는 아니다. 릭윤이 그의 스타일리쉬한 체격으로 모델로 캐스팅되어 그 발판으로 배우가 된 캐이스라면, 제이슨은 친구와 함께 공동 집필한 ‘굿바이 미스터 칠드런’이란 영화의 대본으로 할리웃에 입성, 그 대본과 함께 배우가 된 케이스다. 제이슨으로부터 대본을 받은 감독은 대본 뿐 아니라 제이슨의 섹시한 용모에도 매료, 그를 대본의 주인공으로 전격 캐스팅하였고, 제이슨은 캐스팅과 더불어 곧 바로 헐리웃 탑이 되었다.
‘굿바이 미스터 칠드런’은 유리도 굉장히 좋아하는 영화다. 투자상담가인 이유리로서 한번쯤은 만들고도 싶은 영화일 정도.
‘ 하지만, 너무 잘생겼어?’
유리는 배너 앞에서 마우스를 두근두근 톡톡 굴렸다.
솔직히, 제이슨은 넘 멋지다. 소위 말하는 캐리어워먼 중에서도 엘리트 그룹의 여성인 이유리도 홀라당할 정도다. 하지만, 그렇게 hottest한 그의 옆자리에 서는 것과 팬의 입장에서 그를 바라만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만일, 이유리가 데이트이벤트에 당첨되어 할리웃으로 날아가게 된다면? 날아가서 거의 최고로 hottest한 제이슨을 이유리가 정면으로 보게 된다면?? 유리는 생각만 해도 자기 자신이 절대 녹지 않는 얼음 석고상이 될 것만 같았다.
‘ 이 정도만 생겼어도 해볼만한데?’
유리는 LCD 화면에 선명히 빛나는 배너 앞에서 스크립트한 꽃미남들을 올망졸망 떠올렸다. 그들 역시 잘생기고 멋진 편이지만, 그들이 가진 조건은 제이슨이 가진 조건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들의 용모와 직업은 적어도 현실적이다. 유리는 남자들이 빛나는 톱스타 보다 레이싱걸을 현실적으로 원하는 지 알 것 같았다. 그들 역시 힐베리의 나이스바디를 터치하는 순간 절대 녹지 않는 얼음 석고가 되어 버릴 테니까??
그뿐인가?
여기에는 트레이드 머니라는 것이 관련돼있다. 그것도 100불이라는 제법 큰돈! 마우스로 배너를 홀라당 클릭하면 그대로 100불이 할리웃으로 지불된다. 지불된 돈은 세계연인기금으로 사용된다나?
‘ 미쳤어!! ’
유리는 지난번 벤쳐투자를 잘못하여 난리가 났던 기억이 떠올랐다. 네트워크스란 IT계통의 벤쳐그룹이었다. 투자 당시 아이템이 상당히 신선하여 유리는 그것을 기획하였는데, 막상 투자펀딩을 하자 의외의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네트워크스는 약속과 달리 자회사에 인수금을 주지 않았고 이것은 주주들의 불만을 야기, 주가가 곤두박질을 치게되었었다. 다행히 네트워크스가 개과천선하여 자회사에 인수금을 주고 주주들의 불만도 해소되어 주가가 현상유지 되었지만.
근데?
그때였다.
유리의 머릿속에 지난번 혼난 벤쳐투자와 제이슨의 난투극이 벌어질 때였다.
(E) “ 똑똑!! ”
파티션 너머 사내 친구, 수현이의 노크소리가 들렸다.
“ 뭐해?”
파티션 유리 너머 수현이는 빨리 나오라는 듯 유리를 향해 노크하였다.
“ 알았어.”
유리는 눈을 깜빡! 머릿속의 난투극을 지우며 빨간 코트를 집어 들었다. 유리가 빨간 코트를 집어 드는 순간 수현이가 파티션 너머 유리의 작은 공간으로 들어왔다.
“ 오늘은 누구야?”
“ ?? ”
유리는 유리의 작은 공간에서 손으로 LCD 화면에 떠오른 데이트 배너를 가렸다.
“ 제이슨우와 데이트하기??”
수현이는 유리의 손을 치우고 까르르 넘어갔다. 그리곤 유리가 완전 Mr. Right, now(이상형을 찾습니다.)라고 까지 했다. 평소 자기도 유리가 스크립한 데이트상대들을 비공개 여성회원으로서 관람하면서 말이다.
“ 제이슨 좋아해? ”
“ 당연하지! ”
유리는 수현이의 질문에 답하며 극도로 한숨을 내쉬었다.
“ 하지만, 이것은 트레이드머니야! ”
그리곤 한숨을 오피스윈도우에 날려 보냈다. 창밖엔 크리스마스 루미나리에가 절정에 달하며 서치라이트 빛줄기가 폭죽을 이루었다. 진짜 크리스마스 막이 오른 것! 그것은 어디에선가 크리스마스 밤으로 보내줄 투명한 하아프 연주로 들릴 것만도 같아, 유리는?
건너편 빌딩에서였을까??
“ 수현아, 저기!”
유리와 필이 통했는지, 건너편 건물에서부터 인공눈이 쏟아져 내렸다. 그것은 온통 밤하늘에 땡그란 하아프 음표와 같이 마구 흩뿌려졌는데, 흩뿌려진 음표들 사이로 예상치 못하도록 기다란 할로윈 빗자루가 보였다. 마법의 공주들이 타고 날아갈 듯 한! 빗자루의 비부분은 밤하늘의 별빛을 모은 듯, 빛을 날려 인공눈들과 함께 눈부신 멜로디라인을 만들기도 했다. ‘ 세상에!’
“ 유리야, 너도! ”
수현이도 유리만큼 뭐 대단한 것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유리의 손을 잡고 방방 뛰었다. 그 바람에 유리의 머리가 수현이의 머리에 부딪치기도 했다. “ 아 앗!”
“ 너! 당첨 됬어”
“ 뭐라고?”
유리는 수현이의 단단한 머리에 부딪친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번엔 눈이 동그래졌다. 수현이의 이야기를 들어보고는 눈망울이 쏟아질 것처럼 눈이 더욱 동그래졌다.
수현이가 그만 자기 맘대로 100불짜리 배너를 클릭했다는 것!
“ 내가 그냥 눌렀어!”
수현이는 얄미운 혀를 유리를 향해 날름!
하지만, 그것은 이유리에게 주어진 뜻밖의 당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