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랑이건 기다리게 하면 연체료가 붙는 법이다.
[가슴앓이 by 키라라]
어디로 가는건지...
누굴 만나러 가는 것인지 묻지 않았다.
아마도 지연에게 가서 사과하자는 것이겠지...
손에 이끌려 그의 차에 오르자 지난번 내가 일반 방향제 대신 만들어 걸어놓은 천연 방향제가 상쾌함을 뽐내고 있었다.
차 안에서 부드러운 이브닝 프림 로즈향이 톡 쏘는 로즈마리 향과 어우러져 코 끝을 감싸왔다.
다시금 눈물이 쏟아질 것같아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가다가 속이 울렁거리면 말해. 다른 곳에서 쉬었다 갈 수도 있으니까..."
그가 여유있는 손놀림으로 안전밸트를 채워주었다.
감당하기 힘든 자상함에 고갤 돌렸다.
아직도 그의 앞에 있는 나라는 사람은 어린애니까...
말없이 숨을 고르려고 큰 숨을 내쉬자 기어를 바꾸던 손이 다가와 사선으로 가슴 앞섶을 누르고 있는 밸트를 넉넉하게 잡아당겼다.
가슴께가 조금 편안해지는 것 같아 몸을 틀어 바로 앉았다.
아직까지 밸트를 잡아 당기고 있는 그의 손끝이 가슴을 스쳤으나 일부러 외면했다.
살짝 스친 약간의 온기만으로도 내 마음은 이미 그에게 빼았긴 상태였다.
창에 머릴 기대고 여러가지 생각을 하는 도중 잠에 빠졌다.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잠이 들었는지 의문이지만 그가 다왔다며 깨울때 까지도 꿈을 꾸고 있었다.
눈을 떠보니 운전석 창문이 내려가 있고 내가 앉아있는 조수석 의자가 뒤로 눕혀져 있었다.
그가 여분으로 차에 실고 다니는 자켓이 이불처럼 덮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내가 깰 때까지 기다린 것 같았다.
꽤나 깊이 잠이 들었던 듯 전혀 알지 못했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넓은 공간에는 주차되어 있는 차들이 꽤나 많았다.
[가슴앓이 by 키라라]
그가 날 데리고 간 곳은 경찰서였다.
내심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으려고 습관적으로 물어뜯던 손톱을 감췄다.
각오는 했었지만 이렇게 빨리 진행될 줄은 몰랐다.
그로서는 최선을 다한 선택이리라...
먼저 내린 그가 문을 열어주기 위해 반대쪽으로 다가왔다.
차문을 열어준 그는 몸을 숙여 날 조이고 있는 밸트까지도 풀어주었다.
"손 이리 줘."
자신에게 기대라며 손을 내밀었지만 나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말로 뿌리쳤다.
꼼지락 거려지는 손가락들을 꽈악 움켜쥐고 입술을 핥았다.
무서웠다.
침으로 입술을 축이며 칙칙한 색이 칠해져 있는 건물을 올려다 보았다.
경찰서 건물이 점점 크게 부각되어 다가왔다.
잡아 먹힐 듯한 아찔한 느낌에 고갤 뒤로 젖히며 뒷걸음질쳤다.
황급히 물러서다 그의 발끝을 밟는 실수를 저질렀다.
웅얼거리며 당황해하자 그가 들어가자며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됐어. 태워다 줘서 고맙게 생각해... 혼자서 갈래..."
일부러 눈을 마주치지 않고 말했다.
다른 범죄자들 처럼 수갑이 채워지져 고개 숙인 모습을 보이고 싶지않아서였다.
갈비뼈 사이사이가 시려왔다.
어떡하지...어떻게해...
망설이다 입술을 깨물고 건물 입구를 향해 뛰었다.
입안에서 찝질한 피맛이 감돌았다.
무서움을 떨쳐내려고 깨물다보니 아픈 것도 몰랐다.
안내라고 써져있는 곳까지 뛰다 지난번 조사 때 만났던 조형사와 마주쳤다.
"저기..."
선뜻 말이 나오지않아 어물거렸다.
가슴이 답답하다...
한 눈에 날 알아 본 그는 무슨일이냐며 떨고있는 내 팔을 잡고 복도 휴게실로 이끌었다.
"무슨 일 있소?"
수선스러울 정도로 여러가질 물어왔지만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가벼운 대화일 뿐인데도 전혀 대답할 수가 없었다.
조형사는 어디 아프냐는 말을 하며 내 안색이 매우 창백하다고 했다.
"뭔지는 몰라도 그렇게 기운없을때는 커피가 최고요. 어디... 맛있는 걸로 하나 뽑아드려 볼까나..."
조형사는 텁수룩한 수염 사이로 웃어 보이며 멋들어진 손 동작으로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내게 내밀었다.
"걘 커피 못 마십니다. 그냥 절 주시죠."
목소리가 들리는 곳엔 준수가 있었다.
날 뒤따라 온 모양이었다.
안돼...그런거 보면 안된단 말이야...가버리지...가버리지...
원망에 가득찬 눈으로 그를 보았다.
"종일 굶어서 이런거 마시면 안되거든요. 죄송합니다."
그는 원망스러워하는 내 시선을 모르는 척 피하며 조형사의 손에 들려있는 커피를 빼앗아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지난번 사건 수사진행이 궁금해서 왔습니다. "
그리고 박형사가 곧 나올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세휘 넌 이거 마셔."
그가 동전을 넣고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한번도 볼 수 없었던 강압적인 모습이다.
요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캔이 떨어져 나왔다.
알루미늄 캔이 쿵쾅거리며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나도 모르게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가 그런 날 보고 있었다.
적잖이 당황되어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눈이 마주치자 얼른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놀랄 필요는 없잖아...이리와."
준수는 조형사가 듣지 못할 만큼 낮게 중얼거리며 날 경찰서 복도 한켠에 줄줄이 놓여 있는 나무 의자로 이끌어 앉게했다.
경찰서 의자들 모두가 그렇듯 벽에 바싹 붙여진 탓에 벽에서 심한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범죄자들을 다루는 곳이다보니 유난히 냉기가 느껴졌다.
마음만큼이나 등이 시려와 등받이에서 조금 떨어져 앉자 그가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며 옆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자신이 걸치고 있던 얇은 린넨 셔츠를 벗어 등받이에 걸쳐주었다.
냉기를 피할 수 있게 세심하게 배려해주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가 내 손에 이온음료를 들려주었다.
잠시 만지작거리자 다시 가져가더니 입구를 깨끗하게 닦기 시작했다.
"자네~ 결벽증 있는가?"
심한 전라도 사투리의 조형사가 물었다.
"......."
심드렁하게 조형사를 흘겨 보던 그가 캔 뚜껑을 소리나게 열었다.
"캔은 입구가 제일 드럽다는게 맞는 모양이구먼? 그렇게 광나게 닦는 걸 보믄 말이여~?"
떨리는 손을 탓하며 이온음료 한모금을 마시려 했다.
그러다 입으로 가져가려는 음료캔을 뚫어지게 들여다보는 조형사의 눈초리에 민망한 나머지 차마 마시질 못하고 캔을 쥔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워낙 뚫어지게 쳐다보는 통에 조형사만 두고 마시기 미안해졌다.
조형사는 자신의 커피 보다 몇 백원 더 비싼 음료캔을 못마땅하게 내려다 보았다.
"그냥 습관입니다."
짧고도 딱딱하게 대꾸하던 그가 내 앞을 가로막고 서서 조형사의 시선을 가려주었다.
괜찮으니 어서 마시라는 그의 입모양을 읽고 가만히 캔을 입으로 가져가 입술을 축였다.
그는 내가 두 모금 정도 마시자 내 머릴 쓰다듬으며 미소지어 보였다.
송곳니까지 드러나 보일 정도로 환하게 웃는 그 모습에 약간은 위안이 되긴했지만 날 지탱해주고 있는 긴장감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그의 속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
"조형사님...완전 범죄라는게 가능할까요?"
"흠...근께~ 그것은 말이여~...."
두 사람이 2~3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창가로 걸음을 옮겼다.
그들의 대화 내용을 흘려들으며 복도를 지나치는 범죄자들과 경찰들을 지켜보았다.
몇몇의 사람들이 지나쳐 갔다.
그러다 결박 당한 그들 중 한 명과 눈이 마주쳤다.
얼굴에 커다란 흉터가 있는 그는 갑자기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낮게 으르렁대는 소리를 비쳤다.
마치... '뭘봐...너도 죽어볼래?'...라는 듯...
흉폭한 눈빛으로 날 보는 그 남자가 너무 무서웠다.
슬그머니 시선을 돌리고 싶었으나 몸이 말을 안들었다.
"눈 깔어~! 개뼈딱 같은 노무 자슥아~!!"
그가 날 위협해 내가 떠는 것을 알아챈 조형사가 소리쳤다.
조형사의 우렁찬 목소리에 그 남자는 몸을 돌려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아가씨~ 저런 놈들 그렇게 빤히 쳐다보는 거 아니요~ 그러다 눈에 익으면 나중에 건든단 말이요~"
나보고 겁없이 저런 인간을 봤다며 조심하라는 말을 여러번 반복했다.
조형사는 내가 우물쭈물 대답을 못하자 혀를 차며 준수를 보았다.
두사람의 이야기가 다시 이어졌다.
그가 조형사에게 몇가지 질문을 하는 동안 박형사가 나왔다.
"여어~ 오래 기다렸습니까?"
박형사는 아직까지 점심을 못먹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가 먼저 어디가서 설렁탕이라도 먹자며 앞장섰다.
다음에 또 보자는 날카로운 조형사의 말에 꾸벅 인사를 하고 박형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는 그의 뒤를 따랐다.
"으허~ 배 고프다~!!"
박형사가 보폭을 넓게 걸으며 손바닥을 비볐다.
어지간히 배가 고픈가보다.
정말 식당을 향해 열심히 걸어가고 있다.
난 지금 초조해 죽겠는데....넌 지금 배가 고프다구...?
손톱을 물어 뜯으며 천천히 움직였다.
앞선 두 사람을 따라가느라 내가 뒤쳐지자 준수가 다가와 손을 잡아주었다.
경찰서 앞 허름한 식당 안으로 박형사가 앞장서서 들어갔다.
"날 믿지? 그렇지?"
기름때로 찌른 구슬 발이 쳐져 있는 입구에서 그가 내 얼굴을 감싸쥐고 물었다.
쉽게 대답하지 못하자 몸을 숙여 날 안으며 한숨을 쉬었다.
뭐라고 몇마디 중얼거리는 것 같았으나 지나가는 차 소리때문에 들을 수 없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박형사가 미리 음식을 시키고 있는 중이었다.
머쓱하게 마주앉은 세 사람 모두 음식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특히 나로서는 뭐라도 나와야 이 어색함이 줄어들지않을까 싶어 더욱 간절히 기다렸다.
한 가지 메뉴만 취급하는 집이라서 그런지 설렁탕이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마른 목안을 먼저 물로 축였다.
종업원이 그릇을 내려 놓는 소리를 듣는 순간 심한 배고픔이 밀려온 탓이었다.
박형사가 자신 앞에 놓인 탕에 소금을 넣어 간을 맞추고 파를 듬뿍 얹어 내 앞으로 밀어 주었다.
이 인간...나한테 갑자기 친절해진 이유가 뭐야!
아...아...울고싶다.
이런게 바로 잡아먹기 전 살을 찌우는 행위잖아...
헨젤과 그레텔을 잡아 가둔 마녀처럼 말이야...
[가슴앓이 by 키라라]
머리라도 쥐어 뜯고 싶었다.
"식기 전에 먹어봐요. 이 집이 아주 죽여주는 집이라니까~?"
흑...
죽여.준.대~~~~~~
난 몰라...날 죽인다는 소린가 봐.
그의 말을 곡해해서 들은 내가 당황해하자 유난히 유쾌해 하는 박형사를 날카롭게 바라보던 준수가 혀를 차며 수저를 쥐어 주었다.
"뜨겁다...조심해."
국물 부터 천천히 마셔보라는 그의 권유에 그릇을 조심스레 입으로 가져갔다.
손이 떨려서 그릇을 놓칠 것 같자 준수가 그릇 밑을 받쳐주었다.
"고...고마워..."
한 모금 이상은 못 먹겠다고 했다.
"그러지 말고 먹어 봐. 속이 풀릴거야..."
쇠로 된 커다란 대접을 내려 놓으려고 하자 조금만 더 마시라며 그릇을 기울여 주었다.
"자고로 사람은 속이 든든해야 세상 살기 쉬운 법입니다."
끝까지 먹으라는 말로 박형사까지 날 재촉했다.
그려~
내 배터지게 먹고 잡혀주마, 잡혀 줘~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커다란 깍두기를 베어 물었다.
잘 익어 시큼한 향과 아삭한 감칠맛이 식욕을 돋궜다.
"............"
"....흠..."
두 사람은 내가 식사를 마칠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왜 이것들이 아무 말도 않하는겨~
무서워 죽겠구만...
평상시엔 죽어도 먹기 싫어하는 깍두기 한 접시를 다 비웠다.
너무 열심히 먹은 내가 부끄러워 그들의 눈치를 살피자 박형사가 테이블 넘어로 냅킨을 건네주며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분명 지연양은 죽은 이미애양에게 맞았다고 했었단 말이죠?"
"네. 그러나 혼자 덮어 쓰기엔 너무 억울하다더군요."
박형사의 질문에 그가 대답했다.
어떻게 내용을 다 알고있는 것일까...
아!!
내가 취해서 자는 동안 친구들이 그에게 이야길 해둔게 분명하다.
안그럼 저렇게 자세히 알고 있을리가 없지...
두사람의 행동엔 날 대화 상대에서 제외 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그는 꽤나 자세한 내용까지 박형사와 이야기를 나눴다.
미리 전화 통화라도 한 것 마냥 두 사람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앞뒤가 딱 들어 맞았다.
그러다...
"그럼...김세휘씬 수진양과 함께 있었단 말이 맞겠군요?"
어...어..어라?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대화내용의 일부분을 놓치긴했지만 박형사의 질문을 듣고보니 지금 이 상황은 수갑 찰 분위기가 아니었다.
"네. 수진인 분명 미애가 사고를 당한 그 시각에 이 친구와 같이 있었다고 제게 말해줬습니다."
이거...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음...그건 뭐 경찰 조사 때도 그렇게 진술했으니까...현재까진 알리바이가 성립되겠지..."
박형사가 자신의 품에서 낡은 수첩을 꺼내 펼쳤다.
자수하라는게...아니었어?
뭐가 어떻게 되는거야...
그렇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었다.
가만히 듣고있다 보면 박형사의 끝을 흐리는 말 속에 뼈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를테면
'현재까진 성립되겠지'라든가 '그렇게 진술했었으니까' 또는 '말이 맞겠군요' 등등
자신의 의심을 숨기고 상대방의 의견과 논리에 동조해주는 듯한 말을 자주 하기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그들은 옆에 앉아 있는 날 빼고 이야기를 끝낼 모양이었다.
식탁 밑에서 손톱을 쥐어 뜯자 그가 가만히 잡고 힘을 주었다.
"제가 병원에 있는 동안 제 다른 친구들이 이 친구와 이야길 했다더군요."
준수는 내 손가락과 자신의 손가락을 깍지 끼웠다.
"병원이요?"
박형사가 며칠간의 밤샘으로 까칠하게 돋은 턱수염을 손톱으로 긁듯이 만졌다.
"네. 거의 8시간 정도 있었습니다. 지연이가 할 말이 있다며 남아주길 원하더군요."
그녀와 같이 있었다는 말을 듣고도 질투보다는 부러움이 먼저 앞섰다.
아아...나란 인간은....참~
이런 내게 질려 고개를 설레설레 저어 머릿속을 지우려고 했다.
"여러 가지로 이상한 말을 하더군요. 그러는 도중..."
그가 하던 말을 멈추고 날 보았다.
"왜그래?"
"응?"
준수의 말에 놀라 손을 빼려다 수저를 떨어뜨려 버렸다.
건너편에서 형사 특유의 무관심을 가장한 날카로운 눈초리로 날 보는게 느껴졌다.
너구리 같이 빙글거리는 웃음이 여간 보기싫은게 아니었다.
은근히 준수의 관심을 돌려놓는 질문으로 대화를 진행시키긴 했으나 그의 시선은 날 따라다녔다.
"병원 의에게 들은 바로는 지연인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해 꽤 오랫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았더군요."
준수는 자신이 지연이에 대해 알아낸 사실을 꺼내놓았다.
"뭐~ 여자란 동물은 원래 태생이 스트레스 잘 받게 난 태생인 걸 어쩌겠습니까~ 허.."
박형사가 너털 웃음을 보이며 내게서 시선을 거뒀다.
"지금으로선 지연양은 미수범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가 종이 끝이 부스러진 수첩 한 장을 뜯어내 세월의 흔적으로 인해 울퉁불퉁한 테이블 바닥에 올려 놓고 몇 자 적었다.
[ 미수범 공통의 요건 ]
파란색 볼펜으로 재빠르게 흘려썼다.
모서리에 크게 적어 볼펜을 돌리며 준수에게 내밀어 보였다.
"불능미수의 성립에도 일단 미수범 일반에 적용되는 공통의 요건은 모두 요구됩니다."
"불능미수라니요?"
준수가 물었다.
빙긋이 웃던 박형사가 다시 글을 썼다.
"1... 범죄의 미달성(未達成)? 이게 뭔데요?"
그보다 먼저 읽은 내가 물었다.
"미달성이라뇨? 지연이가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깁니까?"
준수의 목소리 톤이 조금 높아졌다.
"목적을 달성했잖습니까? 그런데 미달성이라니 이해가 안되는군요."
그가 놓았던 내손을 다시 잡으며 말했다.
갈 수록 힘을 주는지 아프기 시작했다.
"범인은 범인이되 완전 범인으로 몰수는 없다는 말인가요?"
점점 힘 주어 잡는 그의 손때문에 손가락이 으스러질듯한 통증을 참느라 큰숨을 몰아쉬며 물어보았다.
"후훗...글쎄요..."
박형사가 알듯 말듯한 웃음을 보이며 애간장을 태우기 시작했다.
갑자기 머리 회전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불능미수라.......
그럼...
나와 지연이 중 누가 불능범이 되는건가.....
[가슴앓이 by 키라라]
여자란 동물은 스트레스를 잘 받게 난 동물이다.
특히...
사랑이라는 것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