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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아~ 커피좀타온나~"

내나이24살 |2005.01.04 13:32
조회 1,851 |추천 0

제나이 올해 24살 됐습니다.

연초부터.. 별루 기분이 좋지 않아 이렇게 글을 씁니다.

대한민국의 여성, 경리라는 직업을 가진 분들 많이 봐주셧음 좋겠네요..

 

 

저는 여상다니면서 19살에 처음으로 취업나가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무역회사 경리로 갔는대요.. 전 그때까지만해도 모든 여자들은 회사에서 경리만 하는 줄 알았답니다..

회사에서도 사장이며 대리며.. 저에겐 묻지도 않고 모두 자연스레 "미스박~ 미스박"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아, 여자는 당연히 경리를 하면 호칭에 미스가 붙는구나..' 했죠. ..

참 바보같은 생각이었던거죠.. -_-;;

 

그렇게 몇개월을 보내고.. 졸업 후 고등학교 동창회에 나가면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경리가 아닌.. 사무관리직을 하는 친구들부터 해서 무슨 디자이너니.. 텔레마케터니.. 다양하더라구요..

물론 제 꿈도 웹디자이너이긴 했지만, 말 그대로 '꿈'이었던거였죠..

친구들과 회사생활 얘기를 하며.. 호칭 문제가 나왔어요..

제가.. 친구들에게.. "회사사람들이 나더러 미스박이라 부르던데.." 그랬더니 다들 기겁을 하데요..

통 알수가 없었죠.. 당연한줄로만 알았는데..

 

그 다음날 회사에갔는데 또 "미스박~커피한잔만 타와"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그랬어요.. 이제 미스박이라고 부르지 마시구 그냥 이름으로 불러달라구.. 그랬더니

머리에 피도 안마른게 어른들한테 대든다며.. 되바라졌다며.. 다그치길래

짜증나는 맘으로 흡연실(그건물에 여성흡연실 잇었어요)가서 담배한대 피고 왔더니

쪼그만게 담배냄새 풀풀 풍기고 다닌다며 구박하길래 대리랑 싸우고 드러워서 때려쳤습니다..

물론, 제 생격도 좀 문제가 있긴하죠.. 그런다구 그만뒀으니..

 

그만두고서.. 뭔가 발전이 필요하겠다 싶어서.. 웹디자인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출판사로 취직해서 편집디자인이란 일을 했구요.. 그때는.. 참 행복했어요..

잦은 야근, 많은 업무, 열악한 시설.. 그렇지만 행복했어요..

그러다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다른곳으로 넘어가게 되면서 저도 그만둬야 했었죠..

 

출판사를 그만두고 좀 쉬고 싶었어요.. 부모님한테 욕먹어가며 간신히 1년 5개월 놀았습니다....

 

맘먹고 일해야지.. 하고 찾아나서는데.. 정말 일자리 구하기 힘들더라구요..

더구나 고졸인대다 딱히 경력이라고는 편집디자인 2년이 전부인데.. 그걸로는 택도없더라구요..

그렇게 한 3개월정도 방황하다가..

여느날과 다름없이.. 인터넷으로 일자리를 찾는데..

저희집에서 5분밖에 걸리지않는데다가 복리후생도 좋고.. 모든게 맘에 들더라구요..

여기다 싶어서 전화를 했어요.. 그렇게 면접을 보고.. 취업이 됐죠.. 경리로요....

다시 하면.. 잘할수있겠지.. 하고 굳음다짐으로.. 예전에 했던것 하나하나 기억해가며

이것저것 시키는일도 다 했어요..

 

회사가 개업한지 반년도 되지않아.. 솔직히 일은 할게 없었어요.. 그저 영수증정리뿐..

직원도.. 딱4명입니다.. 사장 포함해서요..

사장이 여자라서 더 좋다고 생각했죠.. 제 나름대로는..-_-

한.. 3~4개월 다니고 참 좋았어요.. 월급도 제날짜에 딱딱 주고, 5일 근무에.. 일도 많지 않고..

진짜 담배만 안폈지, 겜방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솔직히 하루하루 불안했어요.. 이러다가 또 망하는거 아닌가 싶어서..

근데 사장이 원래 돈이 좀 많은가봐요..

몇개월동안 수입이 없는대도.. 월급이며 사무실 유지비는 꼬박꼬박 결제하거든요..

 

아.. 서론이 무쟈게 길었네여.. 이제부터 본론으로...  쩝..

 

 

제나이.. 올해 24살됐어요.. 82년생이죠..

그래두 먹을만큼 먹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회사는요.. 사람도 별로 안많고, 마땅히 시켜먹을 곳도 없고, 사장이 여자인지라.. 직접 밥을 해먹거든요..

제가 쌀씻으면 사장이 국끓이고.. 제가 설겆이하고.. 그런식으로요..

첨엔 좀 민망하더라구요.. 치우고, 음식하고 그런건 어릴때부터 좋아해서 괜찮은데..

이거 집도 아니고.. 회사에서 살림할려니 좀 그렇더라구요..

그래두 열심히 했어요.. 하는일도 없는데.. 월급받기 미안하니까..

 

근데요.. 사장이 절 부를때.. 그냥 이름 부르면 좋은데..

경상도사투리 억양을 섞어서.. "박양아~" 이렇게 불러요.. (이거 어케 흉내내야하지...;;;)

그래두 이름이 있는데....... 첨 취업나갔을때도 그랬다시피.. 이름두고 왜 글케 부른대요??

 

하루는요.. 딱 하나뿐인 거래처가 될 곳에서(?) 손님이 온답니다.

오자마자 청소하자고 난리 피우더군요..

전 성격상 청소같은건 혼자서 조용히 해야 속 시원하거든요..

그래서 남자직원들한테 청소하잔말 잘 안해요.. 그냥 혼자 일찍 출근하거나.. 퇴근 좀 늦게하고 청소하거든요..

오늘은 느닷없이 사장이 청소기 돌리고 바닥 닦고 어쩌고 하라구 하더라구요..

그래서 남직원들이 청소기 돌리고.. 바닦 닦고 했죠..

전 잡동사니 정리하는데.. "박양아~ "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갓더니..

"박양아~ 청소는 일주일에 두번씩은해라.. 우리가 지내는곳인데 이렇게 더러워서 되겠냐"

솔직히 .. 저 여기 3~40평되는 사무실.. 청소 못해도 일주일에 한번은 꼭 했구요,

좀 많이 더럽다 싶으면 두번 했거든요..

근데 대놓고 사장한테 그렇게 말하기 뭐하더라구요.. 그래서 '네..' 했죠..

그러고 또 정리하는데.. "박양아~" ....... -_-;; 그래서 또 갓어요..

그랬더니 이번에는..

"사무실에 손님이 오면.. 커피도 좀 타주고,, 웃으면서 얘기도 좀 해라"

...............

무슨 얘길 해야하죠?? 뭐 인사정도는 하죠.. 차한잔드실꺼냐고도 묻고요..

제가 말수가 많진 않아요.. 낮가림이 있긴 한데.. 그래두 좀 지나면 괜찮거든요..

친구들 사이에서는 재치꾼이란 소리도 듣곤 하는데..

저더러 그러더라구요.. " 여자는 곰보다는 여우가 되야한다. 너무 말안해도 좋은게 아니다. " 저도 알죠..

솔직히 남직원들은 제가 말걸어도 그냥 단답형 대답만하고 .. 말을 잘 안해요..

근데 바쁘게 자료찾으며 있는 남직원들 붙들구 저 혼자 일없다고 수다떨며..... 히죽거리고 싶진않거든요...

 

제 생각이 잘못된건가요?

하..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합니다..

"박양아......박양아.......박양아........" 쩝..

사장이.. "박양아~ " 하고 부르면.. 혈압이 막 오르는거 같고, 얼굴이 시뻘개져요..

더구나 제가 표정관리가 좀 안되거든요.. 요샌 좀 나아진 편인데..

기분이 별루 좋지 않으면 딱 티가 나나봐요.. 남친도 그러더라구요.. 말투부터 변한다고..

근데 .. 저도 요샌 그걸 느껴서 회사에서 만큼은 티 안내려고..

기분안좋아도 샤방~ 웃고.. 하는데.. 휴..

 

요새 일자리도 구하기도 힘든데.. 이 곳에 계속 다녀야 하나요?

전.. 사장이 "박양아~"하며 부르는것두 싫구요,

여자라고, 경리라고 해서 커피심부름을 해야하는것도 싫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나가라고 하겠죠...

 

글구요... 추신으로.....

여기 3~40평되는 사무실.. 직원 3명이 쓰긴 크죠?? 매우 큽니다.. 춥습니다..

요새 날씨 무쟈게 춥죠.. 이곳에 열풍기 1개뿐인데요.. 손발이 꽁꽁얼어.. 괴로워요..

히터도.. 산다..산다..하면서.. 안사구요..

기껏 삿다더니.. 온풍기는 전기세 많이 나온다구 안된다고 하고, 석유난로? 그걸삿대요..

그러면서 저더러.. " 박양아~ 건너편 주유소 가서 석유 좀 사다놔라"

 

.....

 

에효.. 힘드네요.. 원래 경리란 ... 이런게 맞나요??

나이가 19살 20만 됐어도.. 이젠 그냥 참을 수 잇을거같은데..

나이 24살 되고서.. "박양아~" 소리 들으려니.. 좀 깝깝합니다.

제가 너무 지나친 욕심을 내는건가요?

 

(악플은 삼가할게요.. 그냥 인생선배님들의 충고가 듣고싶습니다.. )

 

 

 

- 추가내용입니다.. -

 

일단 리플달아주신분들.. 충고 감사합니다..

이것저것 많은걸 생각하게 해주셧어요..

 

저희 사장님은 여자분이시구 나이는 올해 40되셨어요..

그리구 제가 이곳에 입사하고 한달인가 지났을때..

제가 말씀드렸거든요.. 사장님도 그러셧어요.. 요새 젊은사람들 예민하다구..

"미스박~"이라고 부르는게 기분나쁘면.. 언제든 얘기하라구.. 이름불러준다구 하셧어요.

그래서 저두 그랬죠.. "미스박~"이라구 하는거보단. 이름부르는게 더 친근감생기고 좋을거같다구요..

근데도 똑같으세요..

 

저 회사에서 이런 고민이나 속상한일 있어도 집에가서 말 못해요..

딸자식 낳아서 학교졸업하고 사회생활하는거 뿌듯하게 생각하시는 부모님한테

회사에서 설겆이하고, 커피타고, 박양이라는 소리에, 음식물쓰레기 치우고 그런얘기

어느부모님이나 마찬가지인거 뻔하잖아요.. 속상하죠..  내 자식인데..

정말 친한 친구들도요.. 제얘기 들으면 전부 다 똑같이 그만두고 다른데 가래요..

 

이 글 올리고나서 몇일 곰곰히 생각했어요.. 그리고 오늘 리플달아주신것들 보았는데요..

제가 24살이지만 실질적으루 회사다닌것두 고3때 취업나가서부터 3년정도밖에 안되구요,

사회경험이 부족한거 사실이구요, 어느 직장을 가던 대부분 비슷하다는거 알고있습니다.

그래두 저 나름대로는 학교다닐때부터 백수여서 노는동안에도 부모님한테 손안벌리고.. 피자집전단지 아르바이트부터..

철판닦는 아르바이트.. L사 공장에서 초코렛박스 포장도.. L게임아덴노가다도.. 백화점판매도.. 대형마트 캐셔도.. 해서

제 용돈은 제가 벌어서 썼어요..

 

커피요? 손님한테 대접할수있죠.. 직원들요? 남직원들은 알아서 타마시거든요.. 사장님.. 타드릴수있어요.

근데 제가 경리직을 하는한은.. 어쩔수없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박양이라고 불리는거.. 커피 타고 청소하고 해야하는거..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어쩔수없다고 생각했어요..

여자라고, 경리라고해서 "미스" 라는 호칭과 "~양" 커피 심부름...... (경리는 다방내지가 아니에요..)

또 청소, 기타 잡일들..

좀 좋은 곳 다니시는분들은 건물청소나 쓰레기 치워주는 아주머니들 있어서 편하시겠어요..

전 화장실에 불도 켜지지않아.. 요즘같이 해가짧을땐..  퇴근까지 참아야 합니다..

(저보다 열학한 환경에서 일하시는분들도 계신거 알지만.. )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곳에 계속 있을지, 아님 또 다른곳을 갈지는..

하지만.. 이건 다들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

여자라고, 경리라고 해서 꼭 커피를 타야하거나, 책상 걸레질을 해야한다거나, 잡심부름을 해야한다거나..

사무실에 조금 먼지가 쌓였다고 해서 경리에게 책임을 문다거나... 하는것들..

무시당해 마땅한 사람들 아니에요.. 한 인격체이고, 사실 회사의 전반적인 자금의 흐름을 알고있는데

결코 무시하거나 우습게 볼 사람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안그러신분들도 계시지만..)

 

그냥 좀 우울합니다.

많은 리플에.. 충고에.. 좋은말씀들 많이 해주셨는데도 이래저래 맘을 잡질 못하겠어요..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고 넘길일도 같은데..

왜 이렇게 복잡해지는지.. 참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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