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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그건 절대 안됩니다. 자칫 잘못하면 형님이 죽임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모인 여러 중간보스들은 그걸 바라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제발..."
백상민은 강민호의 허황된 말을 정정해달라고 간곡히 바랬다.
"아니다, 상민아! 저들을 마음 속 깊이 승복시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 나 강민호, 오늘 대결에 목숨을 걸고 꼭 이길테니 걱정하지마라... 만약 불의의 사태가 생기더라도 이건 내가 선택한 길이다. 상민아! ... 날 믿어라"
하며 강민호는 천천히 대결장으로 걸어나갔다.
열명의 파이터들도 각자 자신의 연장을 들고 대결장으로 나아갔다.
장내의 모든 관중들은 눈을 껌뻑거릴 겨를도 없이 대결장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시각과 청각을 집중시켰다.
약 일천명의 관중들 중 누구하나 조금의 움직임도 없이 침묵으로 장내를 더욱 긴장시켰다.
전무후무한 이 대결은 나중에도 길이길이 뒷골목세계에서 '체육관의 전설'로 불리게 되었다.
조직내 최고의 파이터 열명과 대치한 강민호.
윗통을 모두 벗어던지고, 힘을 주어 온몸의 뼈마디와 근육을 긴장시켰다.
순간, 강민호의 온몸 구석구석이 상처투성이인걸 보고는 모든 사람들이 놀라고, 무대위 전설적인 열명의 파이터들은 결코 쉽게 볼 강민호가 아님을 한눈에 알고는 그를 빙 둘러싸고 싸울태세를 갖추었다.
일초.
이초..
십분...
이십분....
시간은 흘러만 갔지만 무대위 열한명의 실력자들은 아직 아무도 손짓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으... 이럴수가... 강민호... 정말 엄청난 놈이다...'
강민호를 노려보던 동대문구구역 보스인 빅(BIG)곰 박민우는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며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를 모르고 정신이 나간 듯 꼼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이제 나이 서른 여섯의 빅(BIG)곰 박민우.
별명에서도 보듯이, 몸무게 150킬로그램, 키 184센티미터의 어마어마한 덩치를 자랑하는 그는 자신의 덩치보다 큰 황소도 단번에 고꾸라뜨리는 삼손같은 힘의 소유자로 유명하였다.
그의 특기는 상대의 척추를 무지막지하게 짓이겨 부러뜨리는 것이어서 조직내 어떤 싸움꾼도 맨손으로 대결하길 꺼려했다.
그 뿐만아니라, 번뜩이는 사시미칼을 양손으로 꼭 쥐고 있는 손민규.
약 일미터오십센티미터 길이의 수중에서 물고기를 잡을 때 쓰는 날이 뾰족한 작살을 쥐고 있는 임두혁.
대나무를 날카롭게 깎아만든 약 50센티미터 가량의 창을 양손에 들고있는 송하철.
벽에 못도 박을 수 있는 엄청난 악력의 손날치기가 주특기인 오세열.
등등 나머지 9인의 파이터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그들 모두 강민호의 보이지 않는 기에 눌려 꼼짝도 못하고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역시 민호형님이다. 나도 저 분의 기에 눌렸었지... 정말 엄청나다...'
하며 백상민은 긴장을 온몸으로 느끼면서도 웬지 강민호가 승리할 것 같은 예감에 씨익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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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고수들의 보이지 않는 대결을 알지 못하는 대부분의 관중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막 삼십분여가 지나갈 무렵,
드디어 강민호가 먼저 선제공격을 시작했다.
첫 상대는 자신의 뒤에 서서 무섭게 번뜩이는 작살로 호시탐탐 등을 노리고 있는 임두혁이었다.
성북구구역 행동대장인 임두혁.
일명 '작살'
그는 제주도 태생으로 가난한 해녀의 아들로 태어나 어렸을 적부터 바닷가에서 잠수를 하며 작살로 잡은 물고기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많아 그의 작살을 던지는 실력은 보통이 아니었다.
주먹을 쓰는 뒷골목세계에서 작살을 연장으로하는 그는 잔인하기로 소문난 싸움꾼이지만, 그를 자세히 아는 사람은 작살을 던지는 실려보다는 헤엄치면서 단련된 빠르고 매서운 발차기가 그의 진정한 실력이라고 말하곤 했다.
작살은 멀리서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강민호는 임두혁을 먼저 선택한 것이었다.
임두혁은 갑자기 강민호가 무서운 속도로 자기에게로 달려오자 흠칫 놀라며 오른손에 들고 있던 작살을 힘껏 던졌다.
<쉬익>
공기를 찢으며 무서운 파공음을 내는 작살이 강민호의 심장에 꽂히려는 찰나 강민호는 재빨리 오른쪽으로 비껴 아슬아슬하게 작살을 왼쪽 겨드랑이에 낀 채로 달려가 임두혁의 얼굴에 주먹을 꽂았다.
<퍼억>
자기의 작살을 피하기도 어려운데 도리어 공격을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는지 임두혁은 주특기인 발공격을 해보지도 못하고 놀란눈으로 얼굴에 엄청난 충격을 받고는 그대로 대결장밖으로 나가 떨어져 의식을 잃었다.
민호는 자신의 주먹이 임두혁의 얼굴을 강타하는 것을 느끼자마자 오른편의 죽창 송하철에게 오른발 옆차기를 휘돌렸다.
한편 임두혁의 왼쪽에 섰던 사시미 손민규는 바로 옆의 임두혁이 나가떨어지는 걸 보는 순간 번뜩이는 사시미를 위에서 아래로 갈랐다.
하지만, 자신의 사시미는 강민호가 왼쪽 옆구리에 끼고 있던 작살의 절반을 싹뚝 베었고, 강민호의 오른발 옆차기를 양손의 날카로운 죽창으로 'X'자로 엇갈려 얼굴을 보호한 송하철은 민호가 무서운 속도로 방향을 돌려 명치로 뻗은 발공격에 맞고는 숨이 턱 막혀오며 뒤로 나가 떨어져 웅크린채 꼼짝하지 못했다.
정말 눈깜짝할 순간에 두명의 고수가 당한 것이었다.
하지만, 강민호의 공격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자신이 이길 방법은 오로지 속전속결로 끝내야 함을 자신이 더욱더 잘 알기 때문이다.
송하철의 명치를 오른발로 찬 것과 사시미 손민규가 강민호를 아슬아슬하게 약간 비껴 작살을 벤 것은 거의 동시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