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나잇 스탠드 - 3
-One day-
지금 내 앞에서 수줍게 웃고 있는 그녀는 분명 나보다 고단수 이거나 혹은
생각없이 사는..그러니까 뇌 없이 사는 여자임이 분명했다.
도대체 그녀가 무슨 목적을 가지고 내 앞에서 순진한척,청순한척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난 보통 남자들과 다르다.
여자들이 살살 꼬리치면 거기에 빠져 들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남자들과는 다르다고..
아니,오히려 그런 여우같은 여자들을 가지고 놀던 게 나였다.
저렇게 부담스럽게 생긴 계집에게 당황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이다.
진수와 미란이 테이블로 돌아오자 선애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듯 뻔뻔스럽게 행동하고 있었다.
난 그런 선애를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선애는 그런 나의 표정에 단지 미소로만 맞서고 있었다.
진수는 미란과 함께 화장실을 갔다온 이후로 더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치고 있었다.
그러니까 겉으로는.."미란씨는 무슨 옷을 입어도 잘 어울릴 것 같아요."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한 번만 줘.-_-;;"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날 가지고 놀았던 선애를 떠올리자면 지금 당장 이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겠지만
여자와의 하룻 밤을 위해 몇 십 만원을 쏟아 붓은 진수를 생각하자니 그럴 수도 없는 일이였다.
어쨌든 괘씸한 건 괘씸한 거고 고마운 건 고마운 거니까.
난 서둘러야 되겠다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
"여기 답답하고 시끄러운데 어디 조용한 데 가서 소주나 한잔 더 할까?"
그러자 미란이 깜짝 놀라며 손을 휘젓는다.
"안돼요.저희 그만 들어가봐야 해요."
난 말도 안된다는듯 콧방귀를 낀다.
"에이.어린애들도 아닌데 왜그래?"
하지만 미란의 굳은 표정을 보니 설득하기가 쉬울 것 같진 않다.
"저희 통금시간이 있어서 12시까진 들어가봐야 해요."
-_-
예쁜 것들이 빼거나 튕기고 하면 얼굴값 하겠거니 하며 넘어가겠는데
지금 이 부담스런 것들이 빼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치 훈련병들이 말년에 훈련은 무슨 훈련이냐고 소리치는 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_-
그리고 솔직한 심정 같아선 그냥 집으로 보내주고 싶었다.
아니,가기 싫다고 해도 보내주고 싶었다.-_-;;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진수가 미란을 몹시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였으므로 난 그녀들을 잡아야만 했다.
"12시까지 들어가봐야 된다고?"
"네."
핸드폰을 열어 시간을 확인하니 12시까지는 30분 남았다.
그러니까 내가 그녀들을 설득할 수 있는 시간이 30분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머리를 굴려야 했다.
진수도 진수지만 한번 물은 먹이감은 절대 놓치지 않는다.
그건 나의 프라이드고 인생관이다-_-
일단 잘 생각해보면 처음 그녀들과 합석할때도 선애의 마음을 잘 이용했기에 성공한 것이였다.
그러니까 난 지금 어떻해서든 선애의 마음을 얻어야 된다는 건데..
여자 앞에선 IQ수치가 200대를 기록한다던 나의 뇌는 돌아가기 시작한다.
OK!생각 끝.
난 선애를 향해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아쉽네.가볍게 스치는 만남이라 할 지라도 무겁게 여기면
오래 갈꺼라 생각했는데..어쩔 수 없지.
우리들의 인연은 여기가 한계인가봐."
난 말을 이으면서 선애의 눈치를 살폈다.
고개를 숙인 그녀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선애 옆에 있던 미란은 슬슬 자리에서 일어날려는 행동을 보이고...
난 점점 다급해지기 시작한다.이대로는 안된다.절대!!
그때 나이트 안을 가득 메우던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점점 작아지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부턴가 감미로운 블루스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어떤 여자의 대사..
난 그 조용한 음악소리와 함께 그 대사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정말 내 자신도 모르게 말이다.
"전 사랑을 하고 싶어요."
그런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자 진수,선애,미란의 시선이 날 향한다.
"사랑은 저에게 있어 동경의 대상과도 같아요.
사춘기 소녀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백마탄 왕자님을 기다리듯..
사랑 역시 저에게 그런 존재랍니다.마치 끝없는 기다림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러자 옆에 있던 진수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마,마이클.미쳤니?"
난 그런 진수의 얘기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하던 말을 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존재하고,거론되는게 사랑이지만..
그 중에 진실된 사랑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저는요.너무나 행복해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사랑보단
생각을 할때마다 아픔이 가슴에 스며들어 씻어도 씻겨지지 않는
가슴속에 커다란 자국이 남을 그런 사랑을 하고 싶어요."
모두가 할말을 잃었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난 그때서야 그들의 시선을 의식하는척..씨익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랑했던 사람이 라디오를 통해서 했던 얘기야."
나의 얘기를 듣고 있던 미란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런 얘기를 갑자기 왜 하시는 건지?"
난 다시 한번 미소를 지어보였다.
왠지 웃으면서 얘기해야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았다.
"지금 이 나이트에 울려 퍼지는 곡 Gary Moore의 One day..
그 사람과 처음으로 춤을 출 때 흘러나왔던 곡이기도 하지.
그냥 갑자기 그 사람이 생각이 나서.."
물론 개뻥이다.-_-
진짜 안넘어 오는 여자들을 위해 만든 나만의 비장의 무기였는데..
이런 애들한테 쓰고 있을 줄은.....
나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선애의 눈동자가 왕방울 만큼 커져있었다.
그런 눈으로 날 멍하게 쳐다보던 선애는 입을 열었다.
"헤어졌나요?"
난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렇지.지금 이 세상에 없거든.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아이였으니까."
순간 우리 테이블을 감돌던 조그만 숨소리 마저 달아난듯 보였고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듯 놀란 표정으로 날 쳐다보았다.
지금 내 귓가에 들려오는 슬픈 노랫소리 때문인지 나의 연기는 점점 완벽에 가까워졌다.
의도하고자 한 것도 아닌데 나의 볼 위로 눈물 한방울이 흘러내린 것이다.
"하하..젠장.추한 꼴 보였네.미안."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러자 날 붙잡는 선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저랑 춤 출래요?"
고개를 돌려 선애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나 처럼 연기를 하고 있었던 것일까?
선애의 볼에 흐르는 눈물이 그녀의 연기 역시 완벽함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밝지도,어둡지도 않은 색들의 조명이 그녀와 나를 비춘다.
한손은 그녀의 허리에,한손은 그녀의 목을 감싼다.
그리고 아주 익숙하게 음악 위에서 춤을 춘다.
I've seen that look somewhere before.
Your sorrow's like an open door.
You've been this way for much too long.
Somebody must have done you wrong.
전에도 그 표정을 어디선가 봤었지
당신의 비애는 하나의 열린문과도 같아
당신은 너무 오랫동안 이런식이었지
분명 누군가 당신을 잘못대한 걸거야
But one day the sun will shine on you,
turn all your tears to laughter.
One day your dreams may all come true,
one day the sun will shine on you.
하지만 어느날엔가 태양이 당신위로 비춰
당신의 눈물을 모두 웃음으로 바꿔줄거야
어느날엔가 당신의 꿈들이 모두 현실로 이뤄질지도 몰라
어느날엔가 태양이 당신위로 비출거야
나의 가슴에 안겨있는 이 계집애...
지금 떨고 있다.그리고 울고 있다...
하지만 그녀를 안고 있는 나의 입가엔 비웃음만이 지어 질 뿐이다.
결국 그녀도 나의 계략에 걸려 든거나 마찬가지다.
내 품에 안겨 있는 선애의 어깨가 심하게 떨려온다.
진수를 생각한다면 좋은 결과임이 분명하지만 나의 입장에서 봤을땐 아니다.
혹시라도 오늘 이일로 나의 연락처를 묻거나 나의 옷자락을 잡고 사랑타령이라도 하게 된다면
상당히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나의 발동작에 맞춰서 천천히 따라 움직이던 선애가 입을 열었다.
그녀의 그 한마디는 나의 불안한 예감이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그렇게 아팠으면서 왜 그렇게 멀쩡하게 돌아다녔어?
너의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나 아파보였어.
이젠 괜찮아.아프면 아프다고 말해.
내가 이렇게 왔으니까.."
-좋아?-
밖으로 나오자 차가운 겨울 바람이 나이트 안에서의 뜨거운 열기를 빠른 속도로 식혀주었다.
미란이 짧은 한숨을 내쉬며 선애를 향해 묻는다.
"정말 집에 안갈꺼니?"
"안갈꺼야."
"갑자기 왜 그러는건데??"
"몰라.가기 싫어졌어.난 안가."
그렇게 말하던 선애는 슬그머니 나의 얼굴을 쳐다본다.
난 그런 선애를 향해 어색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씨발..;비장의 무기가 끔찍하게도 제대로 먹혔구나..-_-;;
미란은 이렇게는 안되겠다고 느낀건지 선애의 손목을 낚아채고는 왼쪽편 골목으로 끌고간다.
아마 미란은 선애를 설득을 하려 들 것이다.
하지만 난 알고 있다.
날 바라보는 선애의 확고한 눈빛을 보건데,그녀는 절대 집에 가지 않을 것이다.
미란과 선애가 우리 앞에서 멀어지자 난 그때서야 한숨을 내쉬었다.
진수가 그런 나의 어깨를 흔들며 난리 법석을 떤다.
"이야.너 정말 대단하다!!아니 어떻게 그런 거짓말을 할 생각을 다했냐??"
그런 진수를 보자 난 더 답답해지기 시작한다.
"너의 명성을 소문으로만 들었었는데..
오늘 이렇게 실제로 보니 감탄이 안나올 수가 없구나!!
여자를 꼬시기 위해서 눈물 까지 쏟아내다니...-_-
넌 진짜 여자 등쳐먹기 위해 태어난 놈이다;;"
난 그런 진수를 불렀다.
"진수야."
"응?"
"진짜 미안한데..우리 오늘은 그냥 가면 안되겠냐??"
진수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진다.
"가다니?어딜?"
"지,집에.."
"이 씹새끼가 미쳤냐-_-?"
"그래.나 미쳤어.미쳤으니까 오늘은 그냥 가자;;제발.."
진수는 큰 소리를 내며 비웃는다.
"뜨거운 밤이 눈 앞에 있는데 그냥 가자고??"
"응."
"그럼 오늘 나이트에서 쓴 내 돈들은??"
"꽝이지."
"너 지금 꽝 소리나게 맞고 싶냐?"
-_-
난 더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이트에서 엄청난 돈을 써버린 진수 앞에선 난 약자였다.
에이 씨팔..;;그래.될데로 되버려라!!
언제 그런 거 생각하고 여자 꼬셨냐.
계집애들이 아무리 열받아봤자지.
설령 날 죽이기야 하겠어?-_-
잘 생각해보니 난 실제로 여자에게 살해 당할뻔 한 적이 있었다.-_-;;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학교에서 장난으로 건들여 본 여자애였었는데
하룻 밤을 지내고 연락을 딱 끊어버리니..
하루는 학교 베란다 앞으로 날 불러내더니 같이 뛰어내리자고 협박을 했었다.-_-;;
수 많은 여자를 접해본 나 이기에 여자가 사랑 앞에서 정말 쉽게 무너진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지만
누군가를 향해 한을 품으면 정말 끝도 없이 무서운 존재로 변한다는 사실 역시 알고 있었다.
난 다시 한번 진수에게 자비를 구했지만
진수의 대답은 여전히 조까 씹새야 였다.-_-
저 구석에서 열심히 얘기를 나누던 미란과 선애가 우리에게로 다가온다.
미란의 어두운 표정을 보니 설득은 커녕 자신이 설득 당한 표정이다.-_-;
나와 눈이 마주친 선애는 씨익 웃더니 나에게로 쪼르르 달려오더니
나의 팔을 덥썩 잡고는 말한다.
"나 오늘 집에 안가!!기쁘지?너도 기쁘지??"
"그,그러니?"
"기쁘지??응?"
"............"
"기쁘다고 말해!!어서!"
-_-
"으,응.기뻐;;;;"
니 면상을 내 앞에서 치워주면 기쁘겠다.-_-
진수도 결국 자신이 바라는데로 되어서 기뻤는지
미란의 손을 덥썩 잡더니 소리쳤다.
"자.2차 갑시다!!"
"이 손 놓을래?!"
"아 으,응.-_-;;"
저 븅신;도대체 화장실에서 뭘 하다가 온거야?;
2차로 어디가 좋을까 찾고 있던 중 나의 손목을 꽉 잡고 있던 선애가 나에게 말한다.
"우리 저기 가자!"
"어디?"
"저기!"
선애가 손을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_-
"저긴 단란주점이잖아!!"
"하지만 너 저런데 좋아하잖아?"
"아니야.절대."
"아니면 말구.^^*"
아니 아까 전 까지만 해도 아프니 어쩌니 하면서 울던 기집애가 -_-
역시 전부 연기였던가?
뒤에서 따라오던 진수와 미란이 우릴 부른다.
"뭘 자꾸 가냐.여기 들어가자."
그렇게 해서 겨우 찾아들어간 곳이 감자탕 가게.
아까와는 다르게 나의 옆에 선애가 앉았고
맞은편엔 진수와 미란이 앉았다.
진수가 말을 하진 않지만 좋아 죽겠다는 표정이 얼굴에 그대로 들어난다.-_-;
표정 관리 좀 하지..많이 추하다...;;
잠시 후 소주 2병과 감자탕이 테이블에 올려지자
선애는 내 앞에 있는 빈 그릇에 고기들을 퍼 주기 시작했다.
"하하.."
그녀가 마치 나의 여자친구라도 된듯한 그런 행동에 난 어이없는 웃음만이 터져나왔고 선애는 그런 나의 행동을..
"좋아?"
그런식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_-;
"좋냐고 묻잖아.^-^?"
"-_-;"
"좋은거지?그치?"
"................"
"좋은거 맞지?"
"음.."
"응?대답 좀 해봐바.좋아?"
"................."
그때 나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진수가 테이블을 강하게 내려치며 소리지른다.
"씹새야!!시끄러우니까 좋다고 해버려!!"
-_-;;
그러자 선애와 미란이 기가막힌다는 얼굴로 진수를 바라보았고..
진수는 그때서야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았다는 표정으로..
"그,그러니까..그게."
이건 아무리 봐도 수습 불가능이다.-_-
난 할 수 없이 선애를 바라보며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었다.
"그래.좋아."
그러자 선애는 다 용서할 수 있다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빌어먹을 계집애;참 꼴통이네?-_-;;
도대체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다.
내 앞에서 그렇게 아픈 울음소리를 내는 여자.
그리고 지나치게 밝은 모습의 여자.
어떤 모습이 그녀의 본 모습이란 말인가??
잘 생각 해보니 그녀의 정체를 알 필요도 없는 것 같다.
어차피 여자란 존재는 나에게 원 나잇 스탠드에 불과 하니까 말이다.
Written by Lovep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