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스물둘의 여름
서영이 진석을 다시 만날 건 고교 졸업 후 그는 지방대학생으로 그녀는 직장인으로 각자의 길로 접어들어 어느덧 3년을 지낸 여름이었다.
진석을 마지막으로 만날 당시에는 여고시절의 마지막 겨울방학이었고, 학력고사를 끝내고 시험결과를 기다리던 때였다.
고3때의 공부를 썩 잘하지는 못했지만, 주구장창 책상에 앉아서 책과 씨름하느라고 쪘던 청승살이 빠지고 어엿한 숙녀의 티가 물씬 풍길 때였나 보다.
진석은 서영이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짝사랑해서 스물둘이 된 그때도 여전히 가슴속에 연정을 품고 사랑했던 사람이다.
아마 스물둘 때도 진석의 생일을 핑계로 서경이 먼저 만나자고 전화를 했고
여름방학 무렵이라서 지방대학교 기숙사 생활에 지쳤던 마음을 위로받고 싶어서 오랜만에 옛 친구들도 만나고 엄마가 해주시는 맛있는 음식도 먹으며 객지생활의 설움을 달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 좋다며 졸졸 쫓아다니던 밉지 않은 순수한 여자에게 연락을 받을 때는 내심 우쭐하는 마음까지 들었을 것이다.
서영은 집안 형편도 좋지 않고, 공부를 썩 잘하지 못해서 대학진학을 못해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고, 평소에는 명랑하고 쾌활하고 자신만만하지만,
자신이 너무 좋아하는 진석 앞에서는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전할지 몰라 벙어리 냉가슴 앓고 있는 상황이었다.
“저....거기가 서진석이네 집이지요?”
“그런데요?”
“예에...안녕하세요? 저는 진석이랑 같은 교회 다니는 친구 희경이라고 합니다.”
“아하! 희경이 그래...잘 지냈니?”
“네에”
“그래! 너는 공부를 잘해서 서울에 있는 사범대를 갔다고 하던데... 공부는 여전히 잘하지?”
“네에! 근데 진석이는 학교에서 올라 왔나요?”
“어! 그래 잠시만 기다려라.”
서영이가 고민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서경의 단짝친구 희경이가 대신 진석이네 집에 전화를 해주고 있었다.
진석이네 집에서는 한바탕 진석이를 부르는 소리가 나더니 상냥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어.... 진석아, 나야 희경이.”
“어, 그래! 웬일이니? 네가 나한테 전화를 다하고?”
진석과는 고등학생 시절에 약간의 경쟁심이 있었던 희경이가 자신에게 전화를 하자 약간은 떨떠름한 목소리로 변했다.
“아니! 너는 오랜만에 전화한 친구한테 좀 반가운 척이라도 하면 어디가 덧나니?”
“아하 그래 미안하다. 그래 무슨 일로 전화 했니?”
“딴 것이 아니라 너 예전에 내 친구 서영이 알지?”
“으응. 그런데 왜? 그 친구랑 연락이 안 된지는 한 3년 된 것 같은데”
“그 친구가 이제 어엿한 직장인 아니겠니?”
“그래! 잘 지내니? 그래도 모두 왈가닥이 네 친구들 사이에서 제일 여성스럽던데”
“어... 그래 그 친구가 좀 그렇지... 그래서 그 친구가 네 얼굴본지 오래됐고, 또 이번 주에 네 생일도 있고 해서 생일 턱 낸데”
“정말? 남자 체면에 얻어먹기만 하면 안 되는데”
“그래! 그러니까 네 친구 태훈이랑 함께 나와라. 나도 쫓아 나가게”
“불청객 두 사람이나 끼면 서영이가 돈을 너무 많이 쓰는 거 아니야?”
“야야 나랑 태훈이는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생일 당사자는 염려 붙들어 매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