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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ZY LOVE STORY-1

소소한행복 |2005.03.07 21:00
조회 330 |추천 0

normal.

이 단어는 남규이를 위한 단어였다.

남규이가  정하진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미친 사랑 이야기 -1


규이가 고급 바에서 웨이터를 시작한 지 2달 남짓이다.

제대하고 복학하기까지  7개월 남짓 한 시간을

돈을 버는데 몽땅 쏟아 붓기로 한 규이다.

밤에 술집에서 하는 웨이터 생활은 고되지만 돈이 많다.

거기다 고급 바인 까닭에 연예계, 정계, 그리고 회사 고위 간부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듣는 것도 규이에게는

큰 취미거리이자 배움거리였다.


9등신 몸매에 세련된 마스크와 좋은 매너로

규이는 여자 손님들 뿐만 아니라 남자 손님들에게도 팁을 두둑히 얻는

가게의  얼굴 마담 이미지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규이가 소위 요즘말로 하는 까지거나 밝히는 놈은

절대 아니다.

 

남규이는 대한민국 정상 가정에서 정상교육을  normal 한 놈이다.

 규이는 딱 6개월만 이 웨이터 생활을 할 것이고  모은 돈으로

대학 등록금을 하고 남는 돈으로 고생하시는 부모님의 용돈으로 들일 계획이다.


대부분 조용 조용히 한 잔씩 마시고 가는 손님들 속에서

한 여자의 앙칼진 음성이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왜이래요~ 아저씨~네?  사랑? 사랑이 뭔데? 아저씨 부인도 있고 애도 있잖아.

내가 처음부터 말했잖아 . 시작은 아저씨가 해도 끝은 내가 내.“

 

“하진아~ 이러지마. 원하는게 뭐야? 나 너 사랑해. 널 잃고 싶지 않아.”

 

“ 아~썅~ 이래서 구닥다리는 안 만나는데~

  이봐요, 사랑이 뭐 밥 먹여줘?  아저씨는 그냥 엔틱한 장남감이었을뿐이야.

   근데 이제 지겨워 졌다구. 이제 끝이라고“

 

 “하진아~ 하진아 ~”

 

여자의 히스테릭한 목소리 뒤로 남자의 애절한 울먹임이 계속 되어 가고 있었다.

규이는 무슨 여자가 저렇게 독한가 하고 고개를 흔든다.


쿠당탕~

그 때 테이블 밑으로 접시 깨지는 소리가 나더니 아까와는 다르게 이성을 잃어 흥분한

남자의 외침이 들렸다.

 

“안돼. 절대 못 헤어져. 너 없으면 안돼.

할 수 있음 해봐. 헤어질 수 있음 헤어져 봐라고.

그 전에 내가 너 죽여 버리고 나도 따라 죽을거야“


시선이 한 순간 집중됐다.  남자는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듯 여자에게 다가가

목을 움켜쥐었다.

 

“말해. 헤어지지 않는다구. 나 사랑했다구. 나 니 장난감 아니었다구.”


“손님 ~왜 이러세요”

놀란 규이와 사장님이 뛰어갔지만 남자는 속수무책이다.

여자는 괴로운 표정을 짓지만 아무 말도 않은 채 남자를 응시하고만 있다.

여자가 반응이 없자 남자는 이제 여자의 어깨를 잡고 흔든다.

 

휘청,

큰 반동을 그리면서 여자는 휘청하더니  테이블과 함께 나가떨어진다.


규이는 여자를 보호하기 위해 다가 가다 흠짓한다.

 

 아는 얼굴이다..

 

정하진이라는 여자다..

정하진..

 

바 사장님과 친분이 있다고해서 눈인사 정도 한 적이 있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이 일대에서 꽤나 유명한 여자였다.

 

길게 갸름한 초승달 같은 눈매에 오똑한 코, 도톰한 입술....

말 그대로 섹시하고 늘씬한 몸매...

 그것보다 그녀의 명성은 100% 성공률의 남자 헌터.... 

그래서 정하진 보다는 뮬란으로 더 유명했다.


규이가 주춤한 사이 하진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는 긴 유리파편이 쥐어있었다.

 

모두가 너무 놀라 멍하니 하진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아저씨. 거기까지야. 아저씨가 나한테 해준게 워낙 많으니까

  거끼까지는 애교로 봐주께. 하지만 그 이상은 안돼.

  한 발자국만 더 다가오면 나 죽어버릴 꺼야.

  나 막나가는 년인거 알지?“


하진의 눈에 독기가 서렸다. 이미 파편을 쥔 손사이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

남자는 겁먹은 듯 하다가 하진이 설마 자해 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다시

하진에게로 다가선다.

200평 남짓한 매장에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한 번 그어봐.. 내가 너를 몰라? 너 못 죽어.

이게 어디서 쇼야?“

 

그가 하진 쪽으로 다시 걸음 옮긴 순간

 

“꺄악”

앞 테이블의 여자 손님이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하진의 가느다랗고 흰 팔을 따라 흐르는 선명한 선홍색 피.

 

하지만 하진은 독하게도 계속 유리 파편을 깊숙이 집어 넣는다.


그제서야 당황한 남자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이러지마.. 알았어... 이제 그만할게. 이러지마”


“나가. 뒤도 돌아보지 말고 나가.  그리고 끝이야. 우리 이야기는 여기까지라고”


남자는 하진의 말에 허겁지겁 출구로 나간다.

남자의 뒷모습이 문 밖으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본 후에

하진의 몸이 털썩 쓰러지며 정신을 잃는다.


“ 규이야 .. 119 불러 .. 빨리 ... 빨리..”

“어머 . . 이 아가씨 어떻해.. ”

다 이 놀라운 소동에 어쩔 줄 몰라 우왕좌왕 할 때 한 여자가 소리친다.


“내가 의사에요. 내가 응급처치라도 해 볼게요.”

 

규이는 119를 부르고 여의사의 말대로 비상약통을 가져온다.


“119입니다. 환자분 어디십니까?”

10분 남짓. 119가 가게로 들어오고 사장님과 규이가 같이 구급차에 오른다.


“피를 많이 흘려서 정말 위험했습니다. 응급처치를 제대로 하셨네요.

아니면 이 여자 분 위험했을 겁니다. “

 

“네 감사합니다 .. 선생님.”

사장은 의사와 말을 나누더니 규이를 쳐다본다.

 

“규이야 . 오늘 밤만 니가 옆에 좀 있어라.

 내가 급한 일이 있어서 가 봐야겠어. 아침 일찍 오마."

 

“네”

 사장은 하진을 두고 나가는게 마음이 안 놓이는지 몇번이나 규이에게

신신 당부를 했다.

 

사장이 나가고 나서 규이는 창백한 그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계속 쳐다만 본다.

 

째깍 째깍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규이는 미동도 않는 그녀가 슬그머니 겁이 나기 시작했다.

 

혹시 죽은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에 규이는 하진의 얼굴에 손을 가져간다.

차갑다.

 

이 여자 정말 죽은 것 아닐까?

 

규이는 떨리는 마음으로 그녀의 코 밑에다 얼굴을 가져간다.

다행이다.. 미세하지만 숨결이 느껴진다.

한결 마음을 놓은 규이는 다시 그녀의 팔목에 칭칭 감겨진 붕대에 눈을 돌린다.

규이는 아까 그 광경이 다시 눈앞에 떠올랐다.

 

어쩐니 규이는 하진이 많이 측은하게 느껴졌다.

 

항상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여자... 그리고 그 시선이 없으면 못 견디는 여자..

항상 사랑을 받고 사는 여자... 하지만 사랑을 줄 주 모르는 여자..

 

남자들이 한 달에 몇 번 씩이나 바뀐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유부남까지 사귀는 줄 몰랐다.

나와는 참 다른 사람이군...이라고 생각하는 규이다.


규이도 긴장이 풀리면서 서서히 피로감이 몰려왔다.

잠깐만 눈을 부쳐야지 하는 생각에 보조 침대를 꺼내고는 누웠다.

 

“아주 잠깐만인데 ... 무슨 일 없겠지.”

규이는 서서히 잠이든다.


잠시 후 , 하진이 눈을 뜬다.

아까 규이가 자신의 얼굴에 손을 댄 순간 하진은 의식이 돌아왔다.

하지만 계속 눈을 감고 있다가 규이의 숨소리를 확인하고 침대에서 일어난다.

 

그리고는 링겔 바늘을 뽑고 환자복에 옆에 놓인 규이의 긴 점퍼를 걸치고는

침대에서 벗어난다.

 

규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 잠들어있다.

 

“야 다시는 보지말자. ”

하진은 규이를 보고 나직히 속삭인 후 병실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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