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문을 오픈하려니 준비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쇼윈도우 진열하는 일도 보통이 아니었다. 그 쇼윈도 진열하러 온 사람들 가만보니 그 일만해도 먹고 살만하게 철두철미하게 일을 해나갔다. 일단 마네킹이 옷을 입고 폼이 나야 옷을 사고 싶은 맘이 생기는 거니까 못 매치를 잘 해야했다.
근데 새로 시작하는 가게가 옷이 뭐그리 여러가지가 있어서 마네킹이 여섯 개나 있는데 그걸 다 멋지게 입힐 수 있을까. 보기만해도 땀이 뻘뻘 나는 그 쇼윈도우 안에 들어가서 그들은 마네킹을 들여다놓고 폼나게 손을 올리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고 바닥에도 늘어놓기도 했다. 벽에도 걸기도 하고...
랑 말에 의하면 가게는 쇼윈도우 싸움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래나. 옷만 잘 만들어 파는게 아닌가부다. 지방 옷가게를 가보면 쇼윈도우가 장난이 아니랜다.
온세 옷가게들은 아주 작은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으며 쇼윈도우는 커녕 없는 가게들도 한국 중소기업 매출을 올리고 있구만, 아베쟈네다 가게들은 우째 폼만 재는 거처럼 보이는지 모르겠다. 속이 알차야 좋은게 아닌가? 암튼 나야 옷가게에 관한한 문외한이니 랑 말을 쫓아갔다.
쇼윈도우 안에 한 번 들어가봤다. 으~ 그 뜨거운 조명등으로 인해 그 안은 사우나 기분이 들 만큼 땀나게 했다. 랑은 쇼윈도우 꾸미는 사람들을 유심히 보랜다. 나중엔 저 사람들을 부르지 않고 내가 해야한다나. 하긴 저 사람들 한 번 불러서 꾸미자면 몇 백불 깨지니까 다음엔 내가 하리라 맘은 먹었었다.
나야 나 혼자 폼재고 옷입는 건 자신있지만, 우찌 저 인형 꾸며주는 일을 잘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그 사람들 열심히 앞에서 하는 동안 나도 함 뒤에서 마네킹 갖고 옷을 입혀봤다. 우히히~ 너무 웃긴다. 왜이리 폼이 안나는겨. 역시 전문가는 전문가인가부다. 그들은 블라우스 하나 입혀도 주름이 자연스럽게 내려오게 잘 입혀놓았다.
난 그들의 시다바리(그게 완전 내 역할이었다.)였다. 주름이 조금이라도 가거나 폼이 안나면 나보고 다시 옷을 다려오랜다. 거기서 장 역할을 하는 사람은 시계대신 옷핀 꼽아 놓는 동그란 검정 스폰지 시계를 차고 있었다. 거긴 수많은 옷핀들이 꽂아있어서 그걸로 마네킹 뒤에서 옷을 당겨서 자연스러움을 연출했다.
그들이 쇼윈도우 바닥에 옷을 깔고 소품을 진열한 다음 무슨 멋진 명함같은걸 모로 세워놨다. 디자인도 근사한게 되게 멋있어 보여서 그게 누구 명함이냐고 물었다. 지네들 명함이었다. 야~ 명함도 그냥 하얀 바탕에 글씨만 있는 게 아니고 그렇게 예술적으로 멋드러지게 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지금이야 그런 명함이 많았지만, 그 옛날에 그 사람들은 지네 명함을 그렇게 직접 꾸며서 그 명함을 받으면 기분마저 좋을만큼 멋지게 해갖고 다녔다.
마네킹은 벗겨놓으니 가슴은 뾰족한데 중성이었다. ㅋㅋ
근데 옷을 입혀놓으니 그케 폼이 났다. 처음 만져보는 마네킹은 꼭 사람같기도 하고 사람 기분 묘하게 했다.
암튼 그 사람들은 쇼윈도우를 그렇게 꾸며놓고 갔다. 청소는 다 내 담당이었다. (에이. 난 진짜 정리정돈과 청소는 젬병이구만.)
가게를 새로 여니 개업 예배란걸 드리고 싶었지만, 아버님 불호령이 떨어질 게 뻔해서 가만 있기로 했다. 그리고 딱히 정해두고 다니는 교회도 없어서 속으로만 기도드렸다.
아, 뭐라고 기도해야지? 부자되게 해달라고? 가게 잘되게 해달라고? 그래. 암튼 일단 시작한 거니까 잘되게 해달라고 혼자서 속으로 기도했다.
아침 8시에 가게문을 열기로 했다. 나야 몇 시에 문을 열건 일단 돈을 번다 싶음 새벽에도 자신있는 사림인데 울랑이 문제다. 저 겔름뱅이가 날 데리고 출근을 할까싶어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일이 있으면 게으름을 안떠니까 난 그거하나 믿고 8시 출근 시간을 정해놨다.
옆 가게는 우리보다 며칠 더 일찍 먼저 개업을 했다고 한다.
아줌마 아저씨가 참하게도 생겼다. 그 집은 두 집이 동업이래는데 한 아저씨는 키가 큰 꺽다리이고 한아저씨는 키가 작달마했다. 키가 작은 아저씨는 며칠 전 쌍둥이를 낳았대나. 암튼 경사가 겹쳤나부다. 쌍둥이 중 한 아가 이름이 내 이름과 똑같았다. 괜히 정이 더 갔다. ㅎㅎ
키가 큰 아저씨네는 아줌마가 인상이 참 좋았다. 이쁜 얼굴에 화장기 전혀 없이 다녔는데, 아저씨는 한국에서 이민 온지 얼마 안된 사람들이 공통점으로 갖고 있는 약간 건방진 끼(?)가 있었다. 지네나 우리나 이제 막 시작하긴 마찬가지일텐데 우리 가게에 와서 무지 잘난척을 하고 가서 느낌이 그랬나부다. 암튼 그 집 아줌마 하곤 친하게 지냈다. 그 아줌마는 이제 온지 얼마 안된 사람답게 스페인어를 한 마디도 못했다.
흐흐~ 나도 별로 잘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 아줌마는 뭔 일만 나면 나한테 통역을 부탁하러 뛰어왔다. 그래도 그 아줌마보다는 말귀도 제법 알아듣고 말도 웬만큼 하는 내가 가서 많이 도와줬다.
가게의 오른쪽 이웃은 이민 오신지 오래된 집이고 아저씨 아줌마도 나이도 꽤 들어보였다. 그래서 눈인사만 하고 별로 대화를 나누기가 어려웠다. 왼쪽 가게랑 우리 가게는 젊은 여성 상대의 옷을 만들어서 팔았는데, 그 나이 많으신 분들 집은 엄청난 뚱보가 많은 아르헨티나 여성들 상대로 사이즈가 큰 옷을 팔든가 아님 웬만큼 나이든 여성 상대로 옷을 만들어 파는 듯했다.
아침의 가게는 활기찼다. 종업원은 오자마자 청소를 시작했다. 눈치없는 것이 먼지 투성이 바닥을 그냥 쓸길래 물뿌리고 쓸라고 했다.
근데 종업원에게서 겨드랑이 암내가 나기 시작했다. 땀이 나니까 그랬나부다. 난 냄새에 민감한 사람이라 도저히 머리가 지끈거려서 못견뎠다. 가게에 가서 겨드랑이 냄새 억제제 사오라켔다. 아르헨티나 인들은 자기 본래의 냄새가 강해서 꼭 겨드랑이에 그런 억제제를 뿌린다. 그 사온 걸 선물이라고 줬다. 그녀는 너무 좋아했다. 내 속마음도 모르고. 암튼 그걸 뿌리니 사람이 좀 살만했다.
근처 카페테리아에서 아침 식사를 주문 받으러 다녔다. 일찍 일어나서 나와서 배가 고팠다. 나도 시켰다. 종업원도 있고 하니 두 개를 시켰다. 메디아루나 라는 빵과 뜨거운 커피우유 한잔에 1불 50센트였다. 한국 돈으로 천오백원 정도 하는가부다.
빵은 따끈 따끈해서 너무 맛있었다.
메디아 루나 라는 빵은 밀가루를 종이처럼 얇게 밀어서 버터를 바른다음 마름모 꼴로 되어 있는 반죽을 돌돌 말아서 오븐에 굽는다. 그 모양이 흡사 반달처럼 생겼다 해서 메디아루나 (반달)이라고 부른다. 한국에서는 아마도 프랑스어로 크라상이라고 할꺼다. 여기 페루에서는 그 메디아 루나는 크라상이라고 불리니까 그 이름이 아마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그 빵 이름일 것이다.
부드럽고 살살 찢어서 커피 우유랑 먹음 맛있다. 내 입맛에 맞게 가져오는 아침 식사 때문에 가게 나가는게 즐거워졌다. 역시 먹는 즐거움이란 크다.
점심 때가 되어가니 이제는 한국 식당들과 아르헨티나 식당들에서 주문을 받으러 다녔다. 중국집도 있어서 면 종류도 있었고, 그냥 한식도 있어서 꼬리 곰탕도 팔았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꼬리곰탕을 안먹기에 꼬리는 그냥 버린다. 물론 뼈도 안먹으니까 그냥 버린다.
그래서 한국식당들은 마따데로(도살장)에 가서 꼬리만 싸게 얻어오든가 사오든가 했다. 일단 몸에 좋으려니 하고 꼬리곰탕을 시켰다. 커다란 쟁반에 여러가지 한국 반찬들이 담겨져서 왔다.
일단 가게 주위 식당들 음식이 맛이 괜찮다는 게 날 즐겁게 했다.
가게는 붐비는 시간에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무슨 디자인에 무슨 색깔, 무슨 디자인을 몇 개씩 달라고 하는 걸 정확하게 듣고 줘야했으니깐.
그렇게 하나씩 배워가며 나도 장사하는 아줌마가 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