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기의 사건이 있고 나서 적령과 위창소는 서로 만나는 일 조차 소원해 지고 있었다. 그러한 적령이 어느 날 위창소의 집을 찾았다. 그리고 위창소는 자신의 집을 찾은 적령을 보며 다소 놀라워 했다.
‘또 무슨 일을 꾸미려고…’
위창소의 방에 들은 적령은 인사도 없이 자리에 앉자 곧 본론을 꺼내 들었다.
“황제와 군사가 날 신뢰하지 않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폐하께서는 전쟁을 싫어하시기에 장군을 멀리하시는 것 뿐입니다.”
“…이젠 부정하지도 않는군요…”
“폐하는 장군을 걱정하고 있을 따름 입니다. 장군을 진정한 영웅으로 생각하고 계십니다. 다만, 전쟁에 대한 견해가 다를 뿐입니다.”
“그런 논쟁을 하러 온 것이 아니니… 그만 두겠습니다.”
적령이 잘라 말하자 위창소가 물었다.
“그렇다면 어서 본론을 말하시죠.”
“전 수군을 움직여야겠습니다.”
적령의 이 말에 위창소는 그만 의연함을 잃고 움찔하고 말았다.
“당신…”
“네… 큰 일을 저지를 요량 입니다.”
“도대체 무슨…”
“지금 양국은 팽팽한 힘의 균형이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지루한 소강상태가 1년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화로운 시기이죠. 허나 국경지대 곳곳에서는 항상 작은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리 평화로운 시기라 해도 이 상태로는 크고 작은 전쟁으로 피는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수년이 지나도 통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장군의 생각은…”
“힘의 균형을 무너뜨리려 합니다.”
적령의 이 말에 위창소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중림을 치자는 것입니까?”
“역시 군사께서는 제 의향을 꿰뚫어 보는군요.”
“허나… 그렇게 되면 중앙대륙의 상업이 붕괴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용은 더욱 통일을 서두를 것입니다.”
사실 위창소는 짐짓 중림을 얻을 생각이었으나 마땅히 그 방도를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먼저 적령이 제안을 한 것이었다. 그것도 결연한 의지를 담아… 그것은 자신과 달리 그녀에게 중림을 얻을 확실한 전략이 있음을 의미했다.
“장군께서… 목진에 진정으로 충성하지 않음은 익히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목진에 충성하는 자 입니다. 목진이 천하를 통일할 만 하지 않다면 그러한 도박을 허락할 수 없습니다.”
적령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의 말은 곧 천하를 통일 할만 하다면 중림을 치려는 자신의 전략을 허락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제 뜻을 따라준다면… 반진과 외진을 얻게 해 드리겠습니다.”
“뭣이?”
위창소는 그녀의 이 선언에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 그녀의 말은 중림을 얻음도 모자라 용의 수군을 무력화 시키겠다는 말과 같은 것이었다. 그리 만 된다면, 용의 대외무역을 고사시킴으로 해서 용의 세력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는 일이었다. 실로 천하를 얻을 수 있는 계책인 것이었다.
‘그것은 절대 불가능해…절대로…’
위창소는 지금 번민하고 있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엉뚱하게도 지금 적령을 막지 못하면 장차 큰 화가 닥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은 적령이 자신보다 몇 수를 앞서 달음질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중림을 얻는 것도 중하지만…. 아무래도 이 자에게 정말로 패배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지 않는다면 그를 따르는 무리들이 하늘을 찌르겠구나…’
그는 지난번에 실패했던 계략을 이번에야 말로 실현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설사 자신의 계략이 실패해도 목진은 중림과 서해까지 얻을 것이니 잃은 것은 없다고 생각해고 있었다. 그래서 위창소는 곧 적령의 말에 응해 주었다.
“알겠소이다. 내 폐하께 진언하여 장군의 뜻을 전해보겠습니다.”
그러나 적령이 그의 심정을 모를 리 없었다.
“위창소… 나는 그대가 도와주지 않아도… 혼자서라도 중림을 얻고, 붉은 깃발을 반진과 외진에 꽂을 것이요.”
그녀의 이 선언에 위창소는 다시 한번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그만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내 마음을 읽고 있는 것인가?’
적령은 단호하게 말했다.
“군사의 생각대로 나는 실패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성공할 겁니다. 그리고 군사가 나를 길들이기 위해 실패하게 한다면 나는 살아 돌아오지 않고 그곳에서 죽을 겁니다.”
위창소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 적령에게 절을 하고 말았다.
“당신의 뜻에 따르겠소. 허나… 이것은 전쟁에 미친 당신을 따르는 것이 아니오. 태평성대를 위해서 이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서 입니다. 이제 이 일로 양국은 극단으로 치닫게 될 것입니다.”
위창소는 실로 두려웠다.
‘진실로 이자는 어떠한 자란 말인가? 전혀 눈이 흐려진 것이 아니었구나… 그러나 정녕 이것이 목진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
차후 어떠한 사태가 벌어지든 이미 결단을 내린 위창소는 그날 밤 황제를 찾았고, 적령은 그 길로 외상의 우두머리 유해수와 담판을 하기 위해 중림으로 향했다.
중림부.
유해수의 저택에서 적령과 유해수가 마주 앉았다.
“할 말이 무엇입니까?”
“중립을 포기해 주셔야겠습니다.”
적령의 단도직입적 요구에 유해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상인답게 담담하게 되물었다.
“보상은?”
“상인다운 물음이군요.”
“…”
유해수는 침묵한 채 적령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중림을 드리겠소.”
“…”
유해수 계속 가슴이 진정되지 않고 있었다. 중림을 완전히 얻는다는 것은 곧 내상의 독점권을 주겠다는 의미와 같은 것이었다.
“…내가 허락할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그렇소”
유해수의 목소리는 어느새 떨리고 있었다.
“그… 이유는?”
“첫째, 당신이 상인이기 때문이오. 그 동안 중립을 지키고 있었던 것은 아무도 감히 당신에게 이런 제안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오. 둘째는 용은 육지의 영토만큼이나 바다의 영토 또한 중요함을 모르기 때문이오. 만약, 그렇다면 내상보다는 외상인 당신과 더 친분을 쌓았겠지요. 또 모욕하거나 하대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자신이 은연중에 용의 관료들에게 하대 받고 있는 것 조차 알고 있는 적령에게 유해수는 그만 탄복하고 말았다.
“도대체… 모르는 것이 무엇입니까?”
“지금 내가 모르는 것은 당신의 결정입니다.”
“…”
지금 침묵한 채 적령이 유해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그렇습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내상의 상권을 제게 주심과 동시에 저를 중림의 도독으로 책봉해 주십시오.”
“권력욕도 있으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아무리 돈을 모아도 권력을 얻을 수는 없었습니다.”
“약속하지요”
그렇게 두 사람은 손을 마주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