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러포즈
불속에 뛰어드는 나방의 우매함이 아니라면 감히 사랑을 운운하지 말자. 눈 먼 자가 걷는 절벽은 위태로운 법, 네 눈빛에 목숨 걸다가 기어이 사라질 운명으로 삶을 규정한 나를 존경하라. 태양을 머리에 이고 걷는 자에게 잘 사는 법이 따로 있겠느냐, 아니면 못 사는 법이 따로 있겠느냐, 태초에 어둠뿐이었고 또 그 어둠만 계속되어, 신에게 분노한 섬광으로 어둠을 가르는 내 빛이 보이지 않느냐, 우주를 흐르는 한 줄기 사랑의 섬광이 안 보이느냐, 혼란을 차곡차곡 정리하자. 망설임을 채찍질하여 앞으로 달리자. 이래저래 비틀거리다가 쓰러질 몸이라면, 조금만 더 현명하여 사막의 백골로 향하자. 눈을 멀게 하자. 귀가 안 들리게 막자. 오직 생각 하나만으로 돌진하는 불나방으로 태어나자. 아하, 태초의 혼돈, 땅과 하늘이 뒤섞인 카오스, 나는 신의 손으로 모두에게 제 자리를 찾아주어 수목이 울창한 에덴동산을 드러나게 할 것이니, 꿈에 젖었던 아담이 눈을 번쩍 떴다. 이브가 방긋 웃었다. 사랑한다.
글 / 은하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