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 주일동안 건강하게 잘 지내셨나요? 지난 주부터 저의 옛날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있습니다. 별로 재미도 없는 이야기지만 시작한 이야기니 끝까지 가야 겠죠.^^ 나름대로 기억을 살려서 쓰긴 했는데 그리 별로 재미없더라도 그냥 읽어주세요...
나의 옛날 이야기... PART 2 첫 만남까지...
그렇게 H양... 그녀와 "폰팅" 이라는것을 처음으로 시작하고 얼마후 학교도 개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개학하고 첫날 학교가 끝난 후 우리 친구들은 아지트(몇번 아지트인지는 기억이 안남^^)에 모여서 즐겁게(???) 담배를 나누어 피면서 저에게 물었었죠..
배씨 - "성진아"
나 - "왜?"
배씨 - "요즘 H랑 어떠냐? 좀 만나봤냐?"
나 - "호구조사좀 하고 학교 얘기좀 하고 연예인 얘기좀 하고 뭐 그랬지...아직 만나진 못했어"
배씨 - "왜 못만나? 만나자고 그래~~"
나 - "떨려서 말을 못하겠다 야.. 너가 좀 대신 해줄래?
배씨 - "미친새X ... 왜 아주 대신 편지도 써주고 대신 전화도 해달라 그러지?"
또 다른 내 친구 한씨 - "너 여자 생겼냐? 왜 안하던 짓을 하고 지X이야"
또 다른 내 친구 오씨 - "야!! 새끼 좀 쳐!!"
또 다른 내 친구 유씨 - "기념인데 뭐 없냐?"
또 다른 내 친구 서씨 - "야!!! 쓸데없는 짓 좀 하지말고 때려쳐"
또 다른 내 친구 김씨 - "다 시끄럽고 막걸리나 한잔 먹자. 500원씩 걷어"
세상에 도움이 안되는 녀석들이었습니다...ㅎㅎㅎ
학교가 끝나면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가서(술을 먹더라도 빨리 먹고 일찍 들어가서^^)그녀에게 전화통화를 하게 되었고 무슨 내용인지는 전혀 기억이 안나지만 매일같이 1시간 넘게 전화질을 하였습니다. 주로 어떻게 지냈는지 학교생활은 어땠는지 그 당시 인기있었던 연예인들 이야기(저는 이문세, 그녀는 유재하, 이정석, 이선희 등등의 가수 이야기, 그녀 학교의 선배 연예인 이야기등등..)가 주가 되었고 말 한마디 한마디의 그녀의 성격이나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하는 온갖 상상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매일같이 통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서로서로 전화로나마 친해지기 시작하면서 전화 통화시간은 주로 새벽시간으로 바뀌었고 보통 12시나 1시 경에 양쪽 부모님께서 잠드신 시간에 전화벨이 한번 울리고 끊기고 다시 울리면 서로 상대방인줄 알고 잽싸게 받자 하는 암호를 정하여 보통은 2-3시간 정도 또는 다음날 학교가기 전까지 전화통화를 하던 날도 많았습니다. 둘다 자리에 누워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말소리가 나가지 않게 소곤소곤 하면서 대화를 했었습니다.
그당시 전화하면서 티격태격하기도 했었는데 그녀는 저에게 "담배 안끊으면 상대 안해준다"는 협박이었고 저는 "그런건 만나서 얘기하자"는 조건부 였었죠...
제가 담배 문제때문에 그녀의 속을 엄청 썩게 했었습니다. 전화상으로 엄청 울기도 했었지요.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그녀에게 잘해준것이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고 항상 못되게 굴고 속썩이던것만 기억이 나는군요...
그렇게 줄기차게 전화질만 해대던 9월초의 어느날 제가 전화에 대고 그녀에게 노래를 불러주었는데(아마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 였던걸로 기억합니다)
H양 - "성진아 너 편지쓰는거 좋아해? 난 친구들하고 편지 쓰는거 좋아하거든"
나 - "그럼!!! 편지 보낼데가 없어서 못보내는것 뿐이지~~"(사실 편지쓰는거 별로 안좋아했었습니다^^)
나 - "내가 너한테 편지 보내도 돼?"
H양 - "그럴래? 그런데 남자이름 적힌 편지는 엄마한테 혼나니깐 넌 이름을 성숙이로 해서 보내야돼"
나 - "아무렴 어떠냐! 나 글씨가 악필이니깐 그건 봐줘"
그래서 그녀에게 보낸 저의 첫번째 편지에 보낸사람 이름은 문성숙이 되고 말았습니다. 나중에는 정식으로 이름도 쓰게 되었고 또 몽이와 몽실이로 보내기도 하였지요
그 당시(1980년대 후반)은 편지를 손수 써서 보내주는 것이 유행이었습니다. 지금처럼 이메일도 없었던 시절이라 한번 편지를 보내면 3일 정도 있다가 도착하고 또 답장을 받기까지 3일정도 소요되고...1주일에 1통씩 편지가 왕래하였는데 그 편지라는 놈이 참 묘한거라 편지를 보냈다는 연락을 받고 내 손에 쥐어지기까지 그 몇 일동안이 얼마나 설레이고 기다려지는지 아마 아시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그리 별 내용이 없는 편지라고 하더라도 이성이 보내주었다는 그 사실 하나로 얼마나 자랑거리가 되고 기다리는 동안의 시간이 얼마나 더디고 느리게 가던지...
그녀가 저에게 첫 편지를 써서 보내주었던 날이 기억납니다... 1989년 9월 12일자로 쓰여진 편지...
그녀의 글씨체를 본 순간(여자분들은 글씨를 참 이쁘게 잘 쓰는거 같아요^^)머리털나고 여자한테 처음으로 받아본 편지였기에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덜덜덜 떨면서 읽었었습니다. 그 당시 인기있던 땡칠이와 땡순이 강아지가 그려진 편지지에 "안녕?" 하면서 시작되는 편지를 읽으면서 아마 저의 첫사랑이 시작되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잽싸게 각종 시집과 위인의 명언 등등을 뒤져가면서 열심히 답장을 썼었죠...
그렇게 편지가 두어번 정도 왕래한 어느날..
나 - "H야~~ 너 한번 보고싶은데 만나줄수 있어?"(엄청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말했습니다)
H양 - "글쎄?? 주말에는 친구들을 주로 만나는데 시간이 날지 모르겠네?"
나 - 잔뜩 실망해서 "그래? 그럼 안되는거야? 언제쯤 시간나는데?"
H양 - "글쎄?? 이번 주말에 한번 시간내볼께. 아!! 그리고 너는 나를 만나는 그날로 담배를 끊게 만들어 주겠어"
나 - "제발 너가 힘좀 써서 내가 담배 끊게좀 해봐봐"
H양 - "두고봐 넌 꼭 내가 담배끊게 만들어주겠어. 내 고집이 황소 고집이야~~"
이렇게 해서 1989년 9월 24일 일요일에 만나기로 약속을 하였습니다.
그 당시 저는 지금의 가수 신해철이 데뷔했었던 "무한궤도"라는 그룹을 엄청 좋아하였습니다. 1988년 MBC 대학가요제 대상을 차지하고 1989년 6월에 1집 앨범 "우리앞의 생이 끝나갈때"를 발표하고 한참 인기를 끌 때였었죠. 모두 명문대 출신들 이라는 것도 부러웠었지요. 그 당시 많은 남학생들은 무한궤도를 보면서 대학가서 꼭 대학가요제에 출전하겠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대학가요제에 나가기 위해서 대학을 가야겠다는 남학생들도 꽤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교련시간에도 교련복을 입고 플라스틱으로 만든 M-16 소총을 거꾸로 잡고 기타치는 흉내도 내면서 놀기도 하였었죠.
우리 친구들도 역시 예외가 아니었었죠. 소주를 먹으면서 "야!! 우리도 대학가요제 나가자!! 그룹이름은 무한궤둥으로 하구..."...역시 도움이 안되는 친구들이었습니다 ㅎㅎ
저는 9월 24일 일요일이 다가올수록 가슴이 벌렁벌렁 거렸습니다.
배씨는 "야!! 너 나가기 쪽팔리면 내가 대신 나가랴??"이런 소리나 해대고 있고 어떤 녀석은 제 뒤를 밟으면서 어디서 뭔짓을 하느냐 감시를 한다는 녀석도 있었고...
역사적이고 절대 잊혀지지 않을 1989년 9월 24일 일요일 오후 저는 안하던 세수도 한번 더 열심히 하고 머리 스타일도 그 당시 무한궤도의 앨범표지 사진에 나와있는 신해철 머리(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언밸런스 머리라고 하여튼 정말 그 당시에는 멋있게 보이던 머리스타일이 있었습니다)처럼 하고 그 당시 최고의 옷 메이커중 하나였던 "이랜드" 남방에 이랜드 바지에 이랜드 사파리 점퍼를 입고 근처 레코드 가게에서 무한궤도 카세트테이프를 하나 사서 포장까지 하고 그녀와 만나기로 한 장소인 "석계역"으로 향했습니다.
초가을 석양이 붉게 물들어 가는 오후 시각... 그녀가 나타났습니다. 등뒤로 석양을 등지면서 등장한 그녀... 단정한 단발머리에 안경을 쓰고 저를 보고 웃으며 나풀거리며 저쪽에서 걸어오는 그녀를 처음 보는 순간... 그 순간은 붉게 물드는 석양은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녀에게서 광채가 나더군요. 너무 눈이 부셔서 바라볼수도 없다는 표현이 적당한것 같았습니다. 저는 눈을 감아버렸습니다.
제 앞까지 온 그녀는 웃으면서 저에게
H양 - "안녕? 오랜만이다. 아~~~ 누군가 했더니 바로 너였구나. 이제야 기억을 제대로 하겠네"
나 - "어어어... 오랜만이다..나 기억하지? 그리고 이거 너 주려고 산 테이프인데 받아. 내가 요즘 무한궤도 좋아한다고 너한테 말했었잖아. 그래서 너한테도 들려주고 싶어서 샀어"
H양 - "어머?? 고마워"
나 - "아니 뭐... 근데 어디 카페같은데 들어갈래? 아니면 좀 걸을래?"
H양 - "차 마시러는 이따가 들어가고 지금은 좀 걷자"
나 - "어...그래..."
이렇게 해서 아름다운 그녀와 어리버리한 저는 석계역 주변을 걷기 시작하였고 그녀와의 첫번째 데이트가 시작되었습니다.
다음주에 계속...
지난주부터 저의 옛날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최대한의 기억을 살려서 재 구성한 것이지만 서로간의 대화내용은 정확히 기억을 못하지만 아마 저런 스타일로 대화를 했던걸로 기억합니다.
앞으로 몇 주동안은 저의 옛날 이야기가 나올 것 같습니다. 처음 만나서 헤어지던 마지막 순간까지의 시간은 꽤 오랫동안 이었지만 제대로 서로 만났었던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고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맨 마지막엔 기막힌 반전 에필로그도 하나 있구요^^
그녀가 저에게 보내주었던 약 40 여통의 편지들... 그 편지들은 아직 저의 책상속에 잠궈진 채로 보관이 되어 있습니다. 나중에 1990년대가 되면서 그녀도 더 이상 편지를 쓰지 않고 주로 전화로만 이야기를 했었기에 고등학교 시절 짧은 시간동안 저에게 보내주었던 편지가 아마도 그녀가 썼었던 마지막 편지가 아니었나 생각이 되는군요...
당연히 이 편지들을 처분하는 것이 그녀에 대한 예의이고 배려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처분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깜빡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것은 다 괜찮지만 마음속 깊이 이 편지들 만큼은 아직은 처분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남아있는 것인지...
그러나 만약 지금 저의 옆에 누군가가 있다면 당연히 처분해야 하는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그렇게 하는것이 맞다고 생각하구요.
저도 지금껏 그녀와 헤어지고 몇번의 연애를 해 왔었지만 솔직히 6년전까지는 그녀를 마음에서 완전히 지우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그 때 결혼까지 해서 아이까지 낳고 잘 살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도 불구하고...(나중에 어떻게 해서 알게 되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더 처분을 못하고 잊어먹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어느것도 변명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제 옆에 있는 누군가를 위해서라도 처분을 할 겁니다. 그럴 기회를 주실 여인이 제 앞에 나타나 줄지는 모르겠지만...
TO 성진
안녕?너는 안녕이라고 하기엔 어색하다 했지.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아...
라는 말로 시작되는 그녀의 첫번째 편지를 지금 보고 있는데 옛날 생각에 웃음이 나는군요^^ 역시 글씨가 예쁘네요 ㅎㅎㅎㅎ
저는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화요일의 객원게시판지기 소오강호 영호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