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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의 스승님, 내내 늘 그리워하며...

야 다 |2005.04.03 04:26
조회 230 |추천 0


 

 

               <    고흐 - 오베르 교회    >

 

 

   전화로나마 인사치레도 못 한다며 늘 타박을 하시던, 어릴 적 한 선생님의 음성이 며칠 전부터 귓가를 맴 돌았다. 051-***-**** 창원으로 다이얼을 누르자, 한 번의 따르릉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여보세요” 하는 낮고도 조용한 목소리가 먼저 나를 맞이한다. 이제 “지혜가 사람이 되었나 보다” 라며 무안을 주시는 꾸짖음이 네 전화를 기다렸다는 반가움으로 들려 오히려 감사하고 송구스러울 따름이었다.

 

   명절 인사를 간단히 전화로 대신하려고만 했는데, 토요일 하루는 설교 준비를 하기 때문에 오히려 통화하기 좋다는 너그러우신 배려의 말씀에 영화처럼 생생하게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5-6학년 쯤), 교회에서 들었던 선생님의 설교가 필름으로 스쳐 지나간다.

   데살로니가 전서 5장 18절에 있는, “범사에 감사하라”는 제목의 말씀이었다.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말씀이었기 때문인지, 선생님 자신의 경험담을 예화로 재미있게 설명해 주셨다. 자전거를 타고 교회로 오는 길에 미끄러지면서 넘어졌는데, 그 순간 옷이 더렵혀질 것과 다칠 것이 염려되어 “에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야!” 하는 불평이 먼저 생겼다는 것이다. 자전거는 나동그라졌고, 선생님은 튕겨져 나가 굴렀는데, 얼마 후, 정신을 차리고 보니 큰 돌덩이가 머리 바로 밑에 보이더라는 것이다. 그러자 그 순간에는 “아이고, 참 다행이다....” 하는 감사의 말씀이 튀어 나오더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좋은 일이 생겼을 때뿐만이 아니라, 갑작스런 불행이나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에라도, 항상 언제나, 순간순간의 모든 일에 감사해야 하며, 하나님의 명령의 말씀이었다. 


   대강의 내 이야기를 듣고도 선생님은 잘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며 멋쩍어 하셨다. 그러나 놀랍게도 모태 신앙으로 태어난 나의 영혼과 뇌리에 맨 처음으로 박혀 꽂힌 하나님의 말씀이었고, 성장하고 생활하면서도 나의 기억에서 잊어지지 않는 설교였으며, 나의 신앙이 자라갈 수록 더 더욱 말씀을 갈급하게 만들었던 영적 체험이기도 했다.

   나의 이러한 고백에 허허 소리 내어 웃으시며 내일의 설교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말씀을 잊지 않으셨다. 창세기 35장 1절에 있는, 야곱에 관한 이야기로, “벧엘로 올라가라”는 제목의 말씀을 준비 중이라셨다. 그런데 설교자가 범하는 어리석음 중에 하나가 예배하는 자들에게 너무나 많은, 자세한 내용의 말씀을 전달하려고 하는 것이며, 그러므로 설교자는 회중이 들을 수 있는 적절한 창(통로)을 열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자문과 함께 또 하나의 깨우침을 더해 주셨다.


   이래저래 통화가 길어지고 있었다. 설 인사와 함께 서둘러 전화를 끊었지만, 야곱에 관한 이야기들이 머릿속을 맴돌았고, 어느새 나의 눈은 창세기를 따라 읽어 내려가고 있었다. 어머니 리브가의 도움으로 아버지 이삭의 축복기도를 받은 후, 형 에서를 피해 외삼촌 라반에게로 도망하여 가던 중, 돌베개를 베고 잠이 든 채, 하늘로 연결된 사닥다리 꼭대기에 서서 축복하시는 하나님을 만났던 땅, 벧엘(야곱이 하나님의 전이요, 하늘의 문이로다 라고 고백한)에 제단을 쌓고 기름을 부어 자신을 정결케 하였다는 내용이다. 20년 동안을 삼촌 밑에서 일한 댓가로 그의 두 딸 레아, 라헬과 결혼하였으며, 얼룩얼룩한 것과 점이 있고 아롱진 양떼들, 노비, 약대 등 모든 짐승과 소유물, 그리고 자식들과 아내들을 데리고 조상의 땅, 가나안으로 다시 돌아와 에서와 화해했던 야곱의 도전적인 축복이 부럽기만 하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스승님은 내일 주일 예배의 말씀을 위해 기도하며 이모저모 준비하고 계시리라. 멀리서 직접 들을 수는 없지만, 마음에서는 이미 내일 하실 선생님의 말씀이 기대가 된다. 새삼, 그 교회의 예배 자들이 부러워지는 하루였다.


   그러므로 이렇게 인연이 된 스승님의 설교를 내가 살아 있는 한은, 내내 늘- 그리워하며 살게 될 것이다. 아주 어릴 적 이런 인연과 말씀으로 찾아오신 하나님께, 그리고 적잖은 가르침을 주심으로 내 영의 지침이 되고 있는 스승님께, 앞으로도 내내 늘- 감사를 드리며 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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