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까닭에 혹 악플에 또다른 상처를 받을 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이 글을 씁니다. 늘 게시판에 오른 고부갈등을 읽으며 그래도 난 좀 낫다는 위안을 받으며 살았는데 오늘은 막상 내가 글을 올리는 처지가 되어 서글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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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과 전 30대 중반의 늦은 나이로 만났습니다. 홀어머니를 모셔야 되고 가진 것도 별로 없는 악조건이었지만 솔직하고 똑똑하며 무엇보다 따뜻한 성품이 마음에 들어 그리 큰 고민 없이 만난 지 4개월만에 결혼을 했습니다.
2년 간의 꿈같던 신혼 생활이 끝나고 드디어 합가를 하게되었습니다. 그새 태어난 우리 아기에게 전세집에서 살게 하고 싶지 않아 시모와 우리의 전세돈을 합하고 내 비자금 천만원에 융자까지 받아 어렵게 조그마한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여 지금껏 2년을 보냈습니다.
합가 후 근 일년 동안은 제가 직장에 다니느라 거의 집에 있을 시간이 없어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다만 살아온 방식이 너무 다른 시모와 아주 사소한 문제로 부딪히기는 했습니다. 예를 들어 해가 지면 절대 머리를 감을 수가 없단 것과 빨래를 삶을 때 애기 빨래와 신랑 빨래를 같이 삶아서는 안되며 현관청소를 할 때에도 문턱에 신발을 올려 두면 안되고 등등.......![]()
그런데 제가 직장을 관두고 둘째를 임신하여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 지자 갈등이 본격화 되었습니다. 한번은 밤에 아이를 잠재우려고 양치를 시켰는데 주지 말라고 그렇게 말씀 드렸는데도 아이가 원한다고 매실쥬스를 꺼내 오셨기에 끝까지 말렸더니 소리소리 지르시면서 5일을 굶으시더군요. 어머니 손해니까 식사는 하시라고 하니 굶어 죽었다고 신문에 날테니 상관마라고 하시더군요. ![]()
울 시모 자식들에게 매우 헌신적인 분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걸 늘 내세우시며 대접받기를 원하신다는 거죠. 게다가 바깥 출입을 거의 안하십니다. 일주일이나 이주에 한 번쯤 장을 보시거나 목욕을 갈 때가 아님 24시간을 집에만 계십니다. 집에서 하루 종일 하시는 일이라곤 세 끼 밥 차리시는 겁니다. 자신의 음식 솜씨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셔서 내가 뭘 좀 만들려고만 하면 잔소리이십니다. 샐러드를 크게 썰었니, 김밥에 깨소금을 왜 넣느냐, 계란 말이 위에 케첩은 뭐때문에 뿌리느냐 등등. 내가 김치를 썰면 맛없어 보인다 하시고 찌개를 담으면 그런 그릇에 담으면 음식이 없어보인다고 눈 앞에서 그릇을 바꾸어 버립니다. 그래서 저 집에서 일체 식사 준비를 안합니다. 일일이 신경전을 벌이기 싫어서. 남들이 보기엔 시모 부엌데기 만들어 놓고 밥 얻어 먹는 천하의 나쁜 며늘로 비춰질 지 모르지만 그게 저로선 최선의 방법이었습니다. ![]()
올 1월부턴 막내 시누가 이혼을 해 함께 살고 있습니다. 손바닥만한 집에 함께 모여 살려니 가슴이 답답하지만, 그래도 전 싫은 내색 한 번 안했습니다. 왜냐면 갈 곳이 없는 걸 뻔히 아니까요. 그리고 울 시누도 경우가 없는 사람이 아니라 자리 잡히는 대로 독립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울 시모 딸 편히 자라고 거실에 나와서 주무십니다. 한겨울에도 갑갑하다고 문을 열어 놓고 주무시는 것만 해도 불편한데 말입니다. 근데 자식 사랑이 넘쳐나는 울 시모의 잔소리 땜에 사흘 들어 모녀 간에 큰소리가 오가며 통곡입니다. 태교를 해야하는 나는 안중에도 없고 4살된 울 딸 앞에서 말입니다. 근데도 핏줄이 다른 지 딸하고 싸운 날은 단 하루 굶으시더군요. 울 착한 신랑도 집이 지옥 같다고 하는데 난 어떻겠습니까? ![]()
울 신랑 아버지 없이 어렵게 컸지만 혼자 알바이트하며 대학4년 내내 장학금 타느라 그 흔한 MT 한 번 다녀온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어렵게 대기업에 입사해서 꿈을 펼쳐보려다 어머니와 연관된 일 때문에 직장도 그만둬야 했습니다. 그 어려운 형편에도 굿을 한다고 난리치고 채소장사를 하다 일수빚 4천만원을 져서 울 신랑이 직장 다니며 밤에는 붕어빵을 구워 팔며 그 빚 다 갚았다더군요. 한때는 그런 어머니가 넘 힘겨워 자살 기도도 한 적이 있는 불쌍한 사람입니다. 그래도 울 시모 당당하십니다. 젊어 혼자 되어도 너희들을 다 키웠지 않느냐는.
며칠 전엔 저와 시모 사이에 한판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방을 닦느라 부엌에 놓여져 있던 과일 그릇을 식탁 위에 올려 놓았더니 그동안 쌓인 게 많았는지 또 소리를 지르시더군요. 먼지 안들어가게 잘 놔두었는데 뭘 그리 깨끗한 척하냐고. 갑자기 날벼락을 만나 어이가 없는데 하나하나 들먹이시더라구요. 우리 집 정수기가 작아 물 뜨는 바가지를 사용해야 하는데 어제는 내가 그걸 세 번이나 씼더라고. 또 자기가 깨끗이 빨아 놓은 걸레를 방 닦을 때마다 씻는 이유가 뭐냐고. 식탁에 수저를 놓을 때마다 물에 씻는 건 자기가 더러워서냐고. 그래서 나도 대들었죠. 과일 그릇은 식탁이 비어 있으니 올려 놓았고, 걸레질을 할 때마다 한 번 빠는 것은 습관이며, 우리 집 수저 그릇이 뚜껑이 없기 때문에 먹기 전에 헹구는 것이라고. 신랑도 기가 차서 우리가 이혼하길 원하시냐고 소리치고 난리였습니다. 저도 너무 화가 나서 어머니 사사건건 그러시는 건 하루 종일 집에만 계시기 때문인 것 같으니 경로당이나 노인 대학도 가시고 친구도 좀 만나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머니 늘 집에 계시니 나도 친구들이나 친정 식구 하나 오가기도 힘들고 불편하다고 했더니 그 말에 완전 감정이 상하셔서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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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심정도 복잡해서 친정에서 며칠 보내고 돌아오니 시모 절 부르시며 너같이 무뚝뚝하고 깔끔떠는 성격이랑 도저히 못살겠으니 방이라도 한 칸 얻어주면 혼자 편히 사시겠노라고 하시더군요. 울시모 매우 직설적인 성격입니다. 꼭 악의가 있어서라기보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잃는 분이시거든요. 그래서 친구분도 거의 없습니다. 네가 친정가면 꼭 자기가 잘못한줄 아실 거 아니냐고 해서 전 친정서 이런 얘기 해 본 적도 없고 울 친정어머니도 며느리랑 살고 있기 때문에 어머니 편을 든다고 말씀드리니 말을 들어보니 그건 너희 올케가 사람 좋고 착해서 라고 하십니다. 정 어머니가 제가 맘에 안드시면 모자 사이를 갈라 놓을 수 없으니 우리가 이혼하겠으니 맘에 드는 며느리를 구하시라고 하니 지금와서 어떻게 그렇게 하냐고 하시네요. 그리고 자기 아들이 중간에서 넘 고생이니 자기가 나가야 된다고. 어머닌 어찌 자기 핏줄만 생각하시냐니 그게 당연하지 않냐 하십니다.
이런 경우가 한두번도 아니고 시모나 저나 둘 다 넘 예민한 성격이라 앞으로도 갈등이 계속될 건 불보듯 뻔한 일이라 불효인줄 알지만 당분간 떨어져 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하고 세 사람이 합의를 본 게 바로 어제 저녁의 일이었습니다. 시누는 자기도 어머니와 성격이 맞지 않아 같이 살 자신이 없다고 해 혼자 독립하기로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오늘 저녁 갑자기 시모가 절 부르시더니 너희들이 돈을 마련하려면 대출을 해야되는데 그 이자도 감당키 어려울게 뻔 하니 자기가 참고 살테니 네가 성격을 고치는 게 어떻겠냐고 하시며 자기 생각은 이런데 네 생각은 어떻냐, 내가 나갈까, 말까 이러십니다. 도대체 어이가 없어서 가만히 있었더니 말이 없는 걸 보니 너는 내가 나갔으면 하고 바라는구나 하시네요. 아주 사소한 일로 시작해 온갖 악담을 다 퍼부어 놓고 이제와 자기가 희생할테니 넌 날 못나가게 붙잡으라는 식이니 제가 도대체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요?![]()
울 신랑 밤근무 하면서도 제 심기 살피느라 전화를 했지만 도저히 밝은 목소리로 받아줄 수가 없었습니다.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서는 단 하루도 편한 날이 없어 아이를 낳아야 될지 말아야 될지도 모르는 천벌받을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천사표도 아니고 어른한테 대들기도 하는 나쁜 며늘이지만 서로 정이 들때까지 좀 느긋하게 기다려주지 못하고 자기의 피해의식만 늘어 놓는 시모를 사랑하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아무리 내 남편을 사랑하고 또 사랑하지만 말입니다.
글로 엮어 내어도 무거운 가슴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