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올렸던 [#1- 공포] ~ [#11- 거울속의 여인]을 끝으로
단편소설을 마치고. 이번 회부터 연재소설이 올라갑니다.
앞으로도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 운 명 (1부) >
아침공기가 아직은 차갑기만 하다.
새벽 6시30분. 늘 똑같은 시간 똑같은 길을 달리지만
오늘은 30분 정도의 시간이 마치 3시간처럼 느껴진다.
어젯밤 너무나도 무서운 꿈을 꾼 난 뒤
곧 바로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지금도 운전을 하기가 힘들 정도로 몸이 불편하다.
무서운 꿈이라기보다는 힘든 꿈이었다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굳어있던 몸을 간신히 풀고 출근길에 올랐으나, 운전을 하기에는 너무 힘든 상태다.
마치 현실과도 같이 너무도 생생한 꿈........
나는 지난밤 참으로 이상한 꿈을 꾸었다.
양쪽에 선녀를 거느리고 흰 수염이 바닥까지 닿아있는
무서운 얼굴의 노인이 나를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 아래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숙이고 있었고,
이유는 모르지만 노인이 내미는 파란색의 여의주를 거부하고 있었다.
“ 어서 받지 못하겠느냐! ”
-“ 어르신 저는 받기 싫습니다. 아니! 받을 수 없습니다 ”
그럴 때마다 내 몸은 점점 고통스러웠다.
노인이 내미는 파란 여의주는 조금씩 투명해져 갔고
점점 여의주 안이 들여다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여의주 안에는 사람의 형상을 한 작은 벌레들이
가득 들어있는 게 아닌가!........
무섭기도 하고 징그럽기도 하여 나는 더더욱 여의주 받기를 거부했다.
“ 네 이놈~~ 감히 네가 받기를 거부해! 허허... 이놈이! ”
-“ 아악~~! ”
꿈이었다.....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떴다.
내 비명 소리에 놀랐는지 옆에 자고 있던 집사람이 나를 조심스레 바라봤다.
“ 여보 왜 그래요! 악몽 꿨어요? 어머나 이 땀 좀 봐.......”
-“ 어~ 꿈을 꿨나봐...... 그... 그런데 내 몸이 이상해! ”
“ 몸이 이상하다고요? 어디........”
-“ 온 몸이 굳은 것 같아!
빨리 좀 주물러 봐.........”
집사람은 서둘러 내 몸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꿈의 내용도 이상했지만 내 몸이 굳어 있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웠다.
하지만 그것은 내 새로운 운명을 알리는 작은 예고일 뿐이었다.
- 골프 연습장 -
“ 프로님~ 안녕하세요. 오늘은 출근이 좀 늦으셨네요.”
-“ 응? 어..... 몸이 좀 안 좋아서.........”
나는 프론트 아가씨의 질문에 그냥 대충 얼버무려 대답했다.
어떻게 여기까지 운전을 하고 왔는지 정말 신기할 정도였다.
사무실로 걸음을 옮기면서도 내 몸 상태가 상당히 심각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골프연습장에 헤드프로(총 책임자)로 근무한지도 벌써 5년째다.
내 밑에서 일하는 후배 프로들은 늘 나보다 출근이 조금 늦었었다.
하지만 오늘은 내가 조금 늦게 출근했기 때문에
사무실 안에는 이미 출근해 있는 프로들이 피워대는 담배연기가 가득했다.
“ 프로님~ 오늘은 저희들보다 늦게 출근 하셨네요.”
뻣뻣한 걸음으로 사무실로 들어서는 나를 보고 박 프로가 인사를 했다.
-“ 응!.... 몸이 좀 안 좋아서.........”
나는 일일이 설명하기도 힘들어 그냥 둘러대고 말았다.
사무실 유리창 넘어 연습 타석에는 내가 가르쳐줘야 할 손님이 세 명 정도 보였다.
하지만 나는 바로 손님들께 양해를 구하고 직원 숙소로 들어가 자리에 누웠다.
‘ 도대체 무슨 꿈일까?......’
누워있는 동안 나는 지난밤 꿈 생각으로 한참을 보냈다.
벌써 10일째다!
나는 벌써 10일째나 똑같은 꿈을 계속 꾸고 있었다.
나에게 여의주를 내밀던 노인이 다른 인물로 바뀌어 등장했다는 것만 빼면
계속 똑같은 내용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첫 번째 꿈에 나타나 호통을 치던 노인이 그 다음날에는 좀 나이 드신 스님으로,
그 다음 날에는 젊은 여인이, 또 그 다음날에는 천주교 신부님이...........
계속 다른 인물로 바뀌면서 나에게 강요하고 호통을 쳤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꿈에서 깨고 나면 어김없이 온 몸이 굳어지는 것이었다.
나는 오늘도 힘든 출근길에 올라야만 했다.
“ 안녕하세요~ 김사장님! 오랜만에 나오셨네요.”
-“ 아이구~~ 프로님! 학생이 출석이 너무 불량해서 큰일입니다.
우리 사부님께서 신경 써주실 때 열심히 배워야 하는데........ "
“ 하하하...... 김 사장님이야 워낙에 잘하시니 결석 할 만도 하죠 뭐!”
-“ 아니 그건 그렇고 우리 사부님 얼굴이 왜 이리 어두우실까?”
“ 아~~예! 그게 좀........”
나는 평소에 가까운 사이인 김 사장에게 그동안의 사정을 얘기했다.
김 사장님은 심각한 표정으로 내 얘기를 끝까지 들어줬고,
나는 얘기를 마친 후 긴 한숨을 내 쉬었다.
-“ 사부!...... 내가 가끔 다니는 암자가 하나 있는데,
내일 나랑 함께 바람이나 쐬러 갑시다.
“ 바람이요?..... 휴~~ 애라 모르겠다. 그러죠 뭐! ”
-“ 하 하 하... 내가 여태 안 오다가
오늘 사부한테 이런 얘기를 들으려고 왔나보네.........."
나는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서
곧 바로 함께 가겠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진 않았지만,
김 사장의 호의에 거절을 할 수가 없어 동행의 뜻을 전했다.
- 다음 날 -
나는 김 사장과의 약속장소에 차를 세워 놓고 김 사장의 차로 옮겨 탔다.
“ 어이~ 사부! 어젯밤에도 또 꿨어?”
-“ 예. 또 꿨어요. 이젠 아예 그러려니 하죠 뭐.”
“ 음... 정말 큰일이야!.......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말이지........”
우리는 이런 저런 골프에 관한 얘기를 나누며 목적지로 향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이젠 완연한 봄이었다.
우리는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을 했고
나는 김 사장의 뒤를 따라 좁은 산길을 걸어 올라갔다.
차에서 내려 조금 걸어 올라가니 허름하고 작은 암자가 하나 보였다.
곧이어 암자 안에서 허리가 약간 굽으신 노인 한 분이 걸어 나오셨다.
“ 어르신! 그간 별 일 없으셨어요? ”
-“ 하 하 하...... 먼~ 길 오셨습니다 그려......
김 선생께서도 건강하시죠? ”
나는 김 사장의 소개를 받아 노인께 인사를 드렸고
노인은 우리를 노인이 기거하는 작은 방으로 안내했다.
구부정한 허리에 얼굴에 깊게 패인 주름으로 보아
노인의 연세가 굉장히 많이 드신 것으로 보였다.
방으로 들어서자 김 사장은 노인께 내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고,
노인은 나를 아래위로 쳐다보며 김 사장의 얘기를 듣고 있었다.
“ 골프 선수라........”
-“ 예 프로 입니다. 지금은 사람들을 가리키는 일을 하고 있고요.”
“ 허 허........ 젊은 양반이 참 난처하게 됐구려....... ”
나는 노인의 말에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그러자 노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종이와 붓을 들고 내 앞으로 오셨다.
“ 자 젊은 양반 이쪽으로 와서 이것 좀 써 보구려.”
-“ 예?...... 뭐를 쓰라고 하시는 건지........”
“ 그냥 쓰고 싶은 것 아무거나 써 봐요!
-“ 아니 그래도 어르신.......
대략이라도 어떤것을 쓰라고 말씀을 해 주셔야.......”
“ 하하하... 그러면 잠시 눈을 감고 생각을 하다가,
뭐든지 쓰고 싶은 것이 생기면 그때 쓰시구려. "
나는 도무지 노인의 행동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리고 그건 김 사장도 마찬가지였다.
김 사장과 나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당황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나는 노인이 시키는 대로 글을 쓸 준비를 하고 앉았다.
그리고는 눈을 감고 노인이 시킨 그대로 생각에 잠겼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도 모를 힘에 이끌리듯
내가 무언가를 쓰고 있는 게 아닌가?
그건 마치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내 손을 붙잡고,
대신 써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내가 써내려가는 것은 글이라 하기에는 너무나도 이상한 모양이었다.
“ 자 이제 됐습니다.”
-“ 예?.... 아~ 예.....”
노인은 내가 써놓은 이상한 글을 손으로 집어 들고 한참을 들여다보셨다.
그리고는 곧 방 한쪽에 놓여있는 문갑으로 다가가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노인은 문갑 안에서 붉은 색 보자기에 싸여있는 누런 종이를 꺼내셨다.
“ 자 이리 가까이 와서 이걸 좀 보시지요.”
-“..............”
우리 두 사람은 의아했지만 궁급한 마음에 노인의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
그리고 우리는 너무나도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방금 전 내가 써 놓은 종이와 노인이 꺼내놓은 종이에 써진
이상한 문양이 서로 똑 같은 것이다.
문양의 크기와 굵기만 다를 뿐 같은 문양이었다.
우리는 너무나도 신기한 결과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
“ 어르신! 도대체 이런 일이........”
-“ 나도 놀랍긴 마찬가지라오. 정말 놀랍군 그래.......”
“ 그럼 제가 방금 뭘 쓴 겁니까? ”
노인은 다시 한번 두 종이를 번갈아 본 뒤 말을 이었다.
-“ 당신이 방금 본 이 두장의 종이는 모두 ‘부적’ 이라는 겁니다. "
“ 예?..... ‘부적’이라고요!
전...... 부적 같은 거 써 본 적이 없는데요! ”
나는 부적이라는 노인의 말에 너무나도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여태 살면서 부적이라는 것을
제대로 구경 해 본 적도 없었으니 말이다.
나는 노인에게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 그러니까 지금부터 한 30년 전쯤 일거요. 내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니까....
나는 당시 속세와의 모든 인연을 끊고 도(道)를 닦겠다고 하며
여기저기 이름난 명산(名山)들을 찾아 헤매고 다녔었지....
그러다가 바로 이 암자에 이르러 그냥 눌러 앉게 되어 지금까지
이곳을 내가 묻힐 곳이라 생각하며 살아 온 거요.....
그때는 이곳이 부처님을 모시는 암자가 아니었지요.
내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땐 그저 깊은 산 속에 버려져있는 흉가였소.
“ 이곳이 흉가였다고요?”
흉가였다는 노인의 말에 김 사장은 의외라는 듯 물었다.
-“ 당시 이곳에는 나보다 한 두서너 살 더 많은 도인(道人)이 살고 계셨는데,
내가 막무가내로 졸라 이곳에 함께 있기로 했답니다.
그리고 한 3년쯤 흘렀을까....
나와 함께 생활하던 그 도인이 갑자기 길을 떠나겠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내게 이 붉은 보자기에 싸여진 부적을 주는 거였소.
“ 그럼 아까 꺼내신 그 부적이 30년 전에 그 도인께 받으신 거란 말입니까?”
-“ 그렇다오.......
도인이 이 부적을 나에게 주며 잘 보관해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하더군......"
“ 그렇다면 그 부적에 무슨 사연이라도 있나요?”
-“ 암! 있지......
이곳은 귀신 때문에 사람이 살 수 없었던 곳이었어요.
그런데 그 도인이 이곳이 자리를 잡으면서
본인이 직접 귀신을 몰아냈다고 하더군!
자신이 직접 쓴 부적을 이용해서 말일세.
그러니까 바로 그 도인은.......
귀신을 쫒는 부적을 쓸 수 있는 힘을 지닌 도인이었던 게지........."
“ 아~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그런데 어떻게 제가 똑같은 부적을.........”
-“ 이런 걸 인연이라고 해야 하나!......
아마도 어떤 힘에 의해 당신이 이곳으로 오게 된 것 같다는 말이오. "
“ 어떤 힘이라..... 참 기가 막힐 노릇이군요.”
나는 정말 기가 막혔다. 믿을 수도 없고 안 믿을 수도 없는 노인의 말에
그저 긍정도 부정도 아닌 중간 정도의 마음이었다.
-“ 아까 밖에서 자네를 처음 본 순간 나는 그 옛날 도인이 생각나더군.
그래서 김 사장 얘기를 듣고 나서 부적을 한번 써보게끔 시킨 거라네. "
“ 저와 그 도인이 무슨 연관이기에 그러시는 거죠? ”
-“ 내가 그 도인을 처음 만났을 때, 그 도인에게 특별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지.
그런데 오늘도 그때와 똑같은 느낌을 자네한테서도 느끼겠더군. "
“ 도대체 그 느낌이라는 게 뭔지.... ”
나는 노인의 얘기를 대략 이해는 했지만 도저히 납득을 할 수가 없었다.
물론 열흘이 넘게 반복되는 꿈을 얘기하자면, 분명 예삿일은 아닌 듯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부적을 쓰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전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 앞으로 자네가 쓰게 될 부적은 일반 부적이 아닐 게야.
아마도 신비한 힘을 지닌 영통 부적이 될 것이네! “
“ 영통 부적이요! 그건 또 뭡니까? ”
나는 조금씩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 때문인지 내 말투가 점점 거칠어지고 있었다.
-“ 영통 부적이란 부적을 쓰기는 하나 자네가 쓰는 게 아니고
신의 힘에 의해 쓰는 부적을 말하지! “
“ 아니 뭐요! 그럼 내가 신을 받는 무당이라도 된단 말입니까?”
노인의 말에 이성을 잃은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옆에 앉아 상황을 지켜보던 김 사장은 나를 진정시키려 하였고,
노인은 그러는 나를 바라보며 연신 기분 나쁜 웃음을 짓고 있었다.
-“ 여보시게~ 골프선수양반!
흥분하지 말고 이리 앉아서 내 말을 마저 들어 보시게나.”
“ 좋습니다. 그럼 더 들어 보죠. 어디 어디까지 하나 봅시다!”
-“ 나는 무당이라고 한 적이 없네. 신을 받으라고 한 적도 없고!
다만 그런 신비한 능력을 가졌다는 애기일 뿐이야!
아마 한달 이내로 나를 다시 찾아오게 될 걸세.
그럼 그때 다시 자세한 얘기를 해 줌세.“
나는 더 이상은 이곳에 머무를 이유가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방금 전 내가 썼던 부적이라고 하는 것을
노인의 손에서 빼앗아 찢어버렸다.
“ 김 사장님! 그만 가시죠. 더 이상 이곳에 있고 싶지가 않군요.”
-“ 어? 어! 그러자구...”
나를 이곳으로 안내한 김 사장도 분위기가 험악하게 바뀌자
어쩔 줄 몰라 하며 내 뒤를 따라 나섰다.
노인은 우리를 배웅하러 나오며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더했다.
“ 아마도 오늘부터는 더 이상 꿈을 꾸지 않을 걸세.
하지만 앞으로 이보다 더 놀라운 일들을 겪게 될 게요. 허 허 허....“
“ ................”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서둘러 산을 내려왔다.
나는 노인의 황당한 말에 너무나도 화가 치밀었다.
평상시 무당집 근처에도 가지 않던 나였다.
나의 큰 누님이 무당이긴 하지만 나와 친 혈육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큰 누이의 집에 발을 들이지 않던 사람이다.
돌아오는 내내 김 사장은 나에게 미안한 내색이 역력했다.
“ 사부! 미안하게 됐어....”
-“ 아니에요. 괜히 저 때문에 고생만 하셨네요.
저는 그냥 바람 쐬러 가자시는 줄 알고........"
“ 그러게 말이야. 그 노인네가 망령이 난거 같아!”
-“ 하 하 하... 아무래도 그런 것 같네요.”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큰소리로 웃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까 노인이 했던 말들이 자꾸 떠올랐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굉장히 느낌이 좋지 않았다.
< 곧 2부가 올라갑니다.>
글쓴이 : 환 단 퇴 마 연 구 원 원 장(퇴마사): [원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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