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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소설-습작노트]무명작가의속사정1-'흡혈귀 마녀와 동침을' 편1

연지바른 마녀 |2005.04.17 18:42
조회 544 |추천 0

[비소설-습작노트]무명작가의속사정1-'흡혈귀 마녀와 동침을' 편1

 

sbs에서 드라마 기획 공모가 떴다.

안그래도 흡혈귀 마녀와 동침을- 2탄을 준비하면서, 감정이 살아날 때마다 이 이야기를 드라마 기획안으로 만들어놓고 있었는데 꼭 윤아의 캐릭터에서 막혀서 손을 놓고 있었다.
(이번엔 다 만들면 기필코 저작권 등록을 하고, 대한민국 드라마 만드는 곳에 뿌려보리라...는 야심은 큰데, 쩐도 안따라줄것 같다.  복사비에 우편비에 저작권 등록비에 그동안 버틸 생활비에(1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어찌 알아T_T)... 헐~ 어쩐다냐...^^;;;;)

 

기획안에선 제목을 고전적인 걸로 바꿨다.
스토리는 2탄 내용이 현재 이야기로 진행되면서, 1탄 내용은 과거 회상이 된다.
현재의 이야기 진행 + 절반은 선우의 시점에서의 과거 회상, 나머지는 윤아의 시점에서의 과거 회상.
(괜히 복잡한 구성으로 짰나? 내가 벌써부터 머리 아플라 그런다...이거 때문에 벌써 일본 드라마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파일까지 다운받고도 시간이 없어 못보고 있다.  이것도 회상이 많은 스토리고 여자주인공이 죽는 설정이 똑같아서.  반드시 보고 참고해야할텐데...그래야 나중에 '비슷하네 어쩌네'하는 소리가 나와도 제대로 변명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에공)

 

드라마에선 초반에 시청자를 3분안에 몰입시켜야 승부가 난다고 한다.  이 드라마가 될만한 것인가, 아닌가.
그래서 시작을 선우의 꿈(김윤아의 약속, 교통사고 등 파편 조각같은 장면의 모음)에 이어서, 선우와 성린의 결혼식장에 신윤아가 민수를 만나러 오는 장면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너무 쎈가...??
그래서 어떻게 되냐고........?
당연한 거 아닌가, 신윤아를 본 선우는 결혼식장에서 도망치고 식장은 뒤집어 진다...는 절대 아니다. (지금 영화 '졸업'찍냐?  하도 오마쥬해서 이젠 '졸업'을 못 본 사람들도 다 아는 그 식상한 하일라이트 장면을 내가 왜?)
내가 요즘 드라마를 보면서 제일 짜증내는 부분이 저렇게 비현실적으로 무책임을 조장하는 장면들이다.
(그렇다고 내가 무지하게 도덕적이냐, 그건 아닌데...-.-''')
그렇다고 선우가 성린과 결혼하느냐, 그건 또 아니고... 결혼이 파토나는 건 맞지만, 선우가 상황을 잘 수습하고 그곳에서 튄다- 뭐 그런거지...ㅎㅎ

 

한편으론 선우가 성린과 결혼하고, 윤아와 성린의 딸 수미를 고등학교 선후배 관계로 설정하는 것도 생각해봤는데... 그러면 스토리가 원래 의도했던 내용으로 가지 못하고 딴 길로 빠지면서 칙칙해지기만 할 것 같아서... 제껴버렸다.
안그래도 선우와 윤아의 사랑 자체도 일본 드라마 '신이시여 조금만 더'(여고생이 콘서트 티켓 살려고 원조교제하고, 에이즈에 걸리고 임신도 한다는 설정) 보다 대한민국에선 더 쇼킹한 설정이구만, 여기서 아버지뻘의 유부남과 여고생의 러브스토리로 가면... 흠, 이건 제작은 커녕 쓰레기통에 처박힐 가치도 없다고 버려질 확률 만빵이다.

 

근데 내가 왜 이렇게 복잡한 생각을 하는거야?
음........이런 생각들이 다 돈이 되면 좋겠구만.

 


1회 예고편과 뮤직비디오의 시작에 들어갈 선우의 나레이션도 생각해뒀다.

 

"사랑하는 여자가 죽었습니다."  ... 이렇게 시작한다.

 

너무 잔인한가 싶기도 했지만, 요즘은 자극적으로 직설적으로 나가야 시청자 뇌리에 박힌다.
하긴 그건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변하지 않는 진리다.
소녀같은 문학적 감성으로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건, 자칫하면 오바하거나 시청자를 무시하며 자신의 의도를 강요하는 실수를 할 수 있다고 본다.

 

뭐, 어쨌든 이런 건 나중에 더 생각하기로 하고...

 

기획안은 대본이 아니니까...쩝.

 

 

'윤아'란 이름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불리어질 때, 발음 분명치 않은 연기자들에 의해 씹혀서 제대로 들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윤아의 캐릭터와 느낌이 비슷한 다른 이름을 찾다가, 씹혀서 잘 안들릴 때;;;의 발음대로 '유나'로 바꿔봤다.

 

김유나, 신유나.

 

나쁘지 않다.

'한 욱'같은 이름도 텍스트로 봤을 땐 괜찮지만, 막상 사람 입으로 불리었을 땐 헷갈리기도 하고 정확히 들리지 않을 수 있다.   영상을 위한 주인공 이름과 텍스트 스토리 주인공 이름의 작명엔 기준이 달라야 하는 것 같다.
나는 드라마나 영화에선 무조건 일단 어린애가 불러도 정확히 시청자에게 들릴 이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달리 생각나는 것도 없어, 일단 다른 등장인물은 그대로 사용하기로 결정!

 

줄거리를 A4 사이즈 3장 안에 담았다.  쓰고 나서도 '왜 이렇게 긴거야? 나 정말 글 못쓰는 거 같아, 좀 더 간결하고 명료하고 짧게 한방에 전달될 문장이 왜 안나와?' 짜증이 났다.

 

(그런데 공모에선 10장 이상을 요구한다, 화날라 그런다... 그렇게 써서 보내면 정말 다 읽어주긴 할거야? 어?)

 

이젠 캐릭터를 써본다.

 

최선우, 김유나, 유성린, 이민수, 한 욱, 지나현,...

 

김유나에서 막혔다.  '대체 이 여자는 뭐야? 어떤 여자냐구?'
아, 모르겠다.
이야기 쓸 때는 그래도 좀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 여자 하나만 놓고 설명하려니 정말 모르겠다.
(하긴 나는 이력서에 첨부하는 내 자기 소개서도 쓰기 힘들더라... 내가 누군지 나도 모를 때가 많아서리...)

그래서 조연들부터 간단하게 몇 줄 쓰고, 다시 유나에게 돌아왔다.
그래도 모르겠네... 이럴 땐 붙들고 있어봤자 열만 받는다.
뭐 당장 누가 보자는 기획안도 아니고... 지금 당장 기를 쓰고 써야 할 이유도 없고...

 

그렇게 한동안 기획안을 놓아버리고, 일자리를 구했다.

 

그러면서도 풀리지 않는 숙제처럼 유나를 가슴에 품고 끙끙대다가 갑자기 벼락맞은 듯이, 알아버렸다.
'유나'에서 막히는 이유, 그건 지금까지 내가 만든 이야기 주인공들 중에서 '유나'가 나와 가장 많이 닮은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아, 정말 창피하네.
이 이야기 계속 써야 하는거야?

 

선우의 이야기로 들어가면 편하게 쓰여지는데, 왜 유나의 이야기로 들어가면 힘들었는지, 알 것 같다.
난 그동안 유나가 남자보다 3배는 생각이 많은 여자라서, 복잡다난한 심리를 쓰는 거라서 어려운 거라고 생각했었다.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항상 '나는 나를 잘 모르겠던데, 나를 어떻게 소개하라는 거지?'하는 난감함이 여기서도 나타나다니...)

하긴 그림을 그리던 음악을 만들던 글을 쓰던, 자신의 경험과 100% 무관하게 창작할 수 있는 창작자가 어디 있겠냐만은.

 


유나-에게서 막혀버리고, 매일 10시간 이상의 생계벌이를 하다보니, 딴청피우고 싶다.
벌써 게으름 실컷 피우고 있다, 당.연.히.
핑계도 좋게... '일단 먹고 살아야 뭘 하지' -_-;;;

 


내가 자화자찬하기에 나는 스토리 뒷심이 강하다.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굳이 반전을 만들려 머리를 쥐어짜지 않아도 (그런 거 왜 하는지 몰러..쩝, 머리 아프게.  또 반전이 한 번 알려지면 얼마나 싱거워지는데), 초반에 캐릭터와 결론만 제대로 만들어놓으면-그 시간과 노력도 만만찮게 걸리지만- 후반부 이야기는 알아서 눈앞에 쫘악~ 펼쳐져 보인다.

 

그런데... 왜 꼭 그 중요한 후반부에 접어들라치면, 생활비가 똑! 떨어지는건데?

 

이 스토리 다음으로 소설형식으로 써보려 생각해 놓은 이야기가 있는데, 이건 원래 몇 년 전에 드라마 대본 형식으로 70%정도 인터넷에 연재하고 있었던 상태였다.  거기서도 예상치 않은 상황이 두어번 엎어지는 약한 반전이 결론을 향해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설정되어 있었고, 막 그 내용으로 들어가려던 참에 나의 상황이 변해있었다.

 

근무하던 곳에서 계약직 만료... 땡!!!

 

대체 그동안 이런 일이 몇번이나 있었던고... 생각해보니, 참 여러번이다.
'질기게도 그동안에 용케도 밥은 먹고 살아왔네' 그런 기특한 생각 잠깐! 들다가, 다시 한 번 또 수천번 했던 생각으로 넘어간다.

 

'이쯤에서 관두면 안될까?'

 


어제는 우연히 어느 블로그에 들어가게 됐다.
구체적으론 알 수 없지만, 이 블로그의 주인은 병으로 아내를 잃었나보다.
아들이 하나 있는데, 초등학생이다.
하늘나라의 아내에게 매일같이 편지를 써서 이 블로그에 올린다.
오늘은 아들이 어떤 걸 했고, 나는 어떻게 회사 생활을 했고... 그런 내용이다.
그리고 끝에 꼭 '사랑해'라는 말이 있다.

 

죄책감이 ... 뭉실뭉실 마구마구 피어오른다.
만약 이 이야기가 정말 드라마화가 되서 방송이 된다면, 그리고 선우의 시작 나레이션을 저 블로그 주인이 듣는다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그런데... 나는 글쟁이가 되려는 사람이고, 내가 생각했던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선 그런 설정을 얼마든지 잔인하게 냉정하게 써먹어야 하는 직업이다.
알량한 죄책감때문에라도 드라마 시작하기 전에 '15세 이상관람'어쩌구 하는 곳에, '쾌유를 빈다느니' 그런 문구를 넣으면, 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질까?
그렇진 않겠지, 하지만 그 정도 기본적인 양심은 내가 만약 프로 작가가 된다해도 꼭 지키고 싶다.
내 입에 밥을 넣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상처를 이용하는 건데 그 정도의 죄책감 무게는 늘 지니고 살아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이 이야기를 끝낼 수 있을까?  6월 공모에 낸다해도, 나는 내 스타일을 안다.
내가 만드는 이야기는 공모용 스타일이 아니다.  무난하면서도 약간 신선감이 곁들여진 공모의 정석을 전혀 따르지 않고 있다.  다만 상업성과 대중성, 그리고 어거지로 구겨넣는다면 0.1%의 작품성(?)이 조금 있다고 (내가 나를 객관적으로 보려니, 속이 쓰리군. 이것도 아주 후하게 쳐준건데) 생각하고 있다.
결국 나는 누구의 써포트나 후광없이, 나 혼자 팔걷어부치고 나서서 나와 내 이야기를 영업해야 한다.  그런데 그 상품이 미완성이다, 완벽주의 성향도 있어서 조금이라도 못마땅하면 포장을 하려들지 않는 나.  생활만 된다면, 나는 굳이 이 길로 밥 벌어먹고 싶지 않다.
인터넷 강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네티즌들하고 커뮤니티를 하며 내 이야기 스타일을 지키며 미련없이 써내기만 하고 싶다.

 


한치 앞의 계획도 세울 수 없는 이 불안정한 생활이 지긋지긋한데, 아직도 꿈을 못버리는 나 자신은 더 지겹다.

 

2005. 4. 17. 일. 오후 6:35분
연지바른 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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