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두모오에서의 재회...)
"어서옵셔~ 형님! 오셨어요."
"그...그..래..."
젠장 맨날 받는 인사지만 액면으로만 봐도 내가 자기 막내 동생뻘이구만 넙쭉 넙쭉 '형님' 소리 잘도 나온다. 사회란게 다 이런거지 뭐~ 열심히 살자. 아자~
"오늘은 몇 분이세요?"
"이 자슥~ 그건 니가 알아서 뭐할라고 ㅡ.ㅡ 맨날 주던 룸이나 주고 우린 술만 쳐먹으면 되지."
"에이~ 왜 또 이러세요. ^^ 몇 분인지 알아야 큰 룸을 드릴건지 작은 룸을 드릴건지 정하죠."
"어라~ 이 놈보게~ 형 스타일 몰라? 난 제일 큰 룸 아니면 술 안 마셔. ㅡ.ㅡ"
"ㅎㅎㅎㅎ...^^"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드럽게 재수없다고 생각할걸 뻔히 알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난 여기 스트레스를 풀러 왔고 내 스타일대로 즐기고 놀다 그만한 댓가를 지불하면 된다는 것을 난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 댓가가 크면 클수록 이 사람들도 이 일에 더 큰 보람(?)을 느낄거라는걸 난 너무 잘 알고 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조명과 미친듯이 울려퍼지는 음악과 그 조명과 음악에 맞춰 미친 듯이 스테이지에서 몸을 흔들고 있는 사람들의 풍경...너무 익숙하다. 젠장~ 이제 이 짓도 별재미가 없어지나부다.
"형님~ 이 쪽으로...^^"
저 형님 소리가 자꾸 귀에 거슬리지만 어째겠는가?! '형~ 민쯩 까봐요. 내가 형보다 어려요. 그러니까 형님 소리하지마세요.'라고 지꺼릴 수는 없는 일이지 않는가..."
"오냐~ ^^ "
"술은?"
"뭘 물어 맨날 먹던걸로 싱싱하게 퍼덕퍼덕 거리는 술한병이랑 과일이랑...어~ 여기(팁)..."
술 주문하고 팁이라도 몇 푼 주머니에 쥐어주면 웨이터 아저씨 허리 반으로 접힌다. 가끔 인사 받는게 부담스러워서 팁 주기 싫다. 저 나이에 참 유연도 하여라.
오늘에 일행은 나를 포함해서 셋...
다음에 이어지는 풍경은 너무나 똑같다.
술이 들어오면 차가운 얼음에 드럽게 맛도 없는 독주를 폼나게 따라서 손가락 세개로만 가볍게 톡~ 털어넣는다. 그러면서 맨날 똑같은 생각을한다. ㅡ.ㅡ 소주보다 맛도 없구만 왜 이 한병이 소주 100병보다 비싼거야. 췟~
같지간 일행들과 아무 짝에 쓸때 없고 파리똥보다 영양가 없는 얘기들로 시간과 술을 죽이다보면 어느새 머리 속이 멍~ 해지는게 알딸딸해진다. 그럼 웨이터들은 기다렸다는듯이 하나 같지 손바닥만한 천조각으로 간신히 자기 몸을 가린 여자들을 룸으로 밀어넣고 강제 짝지기를 시도한다. 그럼 룸에 갇혀있던 수컷들은 아까보다 더 쓸때 없고 개미똥보다 영양가 없는 얘기들로 농담 따먹기를 시도한다. 그리고 맛이 밍밍하니까. 살짝 구라까지 양념을 쳐가면서...
아~ 정말 식상하고 재미없는 풍경이다. 아~ 재미 없다.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가게에서 전화가 왔다.
"사장님~ 친구 분들 오셨는데 언제 나오세요."
"글쎄 전화 바꿔봐?"
"형! 저녁이나 먹을라고 왔는데 언제 오세요?"
어제 같지 술을 마시던 일행들이 저녁 먹자고 가게에 들렸나부다.
"글쎄 모르겠다. 정리할 것도 좀 있고...왜?"
"왜는요 그냥 저녁 먹으로 왔다니까."
난 이 녀석들이 왜 왔는지 잘 안다. 어제 만난 여자 얘기를 나에게 자기의 무용담이냥 자랑스럽게 얘기하고 싶은 것이다.
"글쎄 오늘은 늦게나 문 닫을때 갈지도 몰라. 오늘은 좀 그렇게 내일이나쯤 저녁 먹자."
요즘 감성지수 꽝이다. 동생들 어리광도 받아주기 싫고 시덥잖은 농담 따먹기도 귀찮다.
"에이 왜그래요?! 저희들이 지금 거기로 갈께요. 대충 정리하고 있어요."
니미럴 맨날 입으로만 형!형!이지 하여튼 다 지들 맘대로다. ㅡ. ㅡ 젠장~
역시 술 먹고 다음 날엔 황태국이 지대로다. 술 먹은 날이면 곧 잘 가는 황태집에 가서 시원한 황태국을 마시는데 앞에 앉아 있는 동생 한 명이 날 부르다.
"형! 나 어제 그 애한테 뻑~ 갔어요."
황태가시 어금니에 끼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미친놈 넌 여자랑 자고 싶으면 뻑~ 갔다고 표현하더라. 작작 좀 지랄해라."
"에이씨~ 그런거 아니예요."
얼라리어 평소에 나랑 장난스럽게 농담따먹기하고 같지 운동하며 허물없는 사이긴 하지만 형한테 두 눈 똑바로 뜨고 대드는 막되어 먹은 놈은 아닌데...
"에이씨~....비는 왜 빼먹어 이 중졸아."
"저 고졸이예요. 아니다 나 대중퇴예요. ㅡ.ㅡ"
"어째든 간에 왜 지랄이냐고 너 여자 처음에 만나면 맨날 뻑~ 갔다고 그러잖아. 사랑한다고 니꺼 다 주고 싶다고 그러다가 그 짓하고나면 핸드폰 번호 바꾸잖아. 내가 니 전화번호 입력하다가 포기했어. 맨날 바뀌는 번호 입력하면 뭐하냐. 너 니 핸드폰 번호가 뭔 줄이나 아냐?"
"알아요~ 이거 왜 이래요."
"그러니까. 뭐냐고?"
"그...러니까...그....게.....010...9420...."
"9420은 너 지난 번 중간 번호다."
"에이씨~ 하여튼 다른 때랑 완전히 틀려요."
"이게 또 에이씨~내. 디질래? 비 안 넣어."
"에비씨~ 어째든 저 그 여자랑 사귈래요."
"당연히 사귀시겠지. 잘 때까지만..."
"아니 자고 싶은게 아니라 사랑한다니까."
"아~ 그래 그래 알았어. 누가 뭐래?! 내가 보기에도 너 그 애 무지하게 사랑해. 무지하게 무지 무지 사랑하는 것 같어."
"내가 말을 말지..."
"이 새끼 형한테 말 막하네. ㅡ.ㅡ 네가 말 꺼내놓고 네가 말을 말자니...이런..."
"난 그냥 형한테 상의 좀 할라고 했는데...아니예요. 죄송해요."
저녁을 먹고 가게에 들려서 장사된 돈 챙기고 알바애들 월급주고 집에 가는 차 안에서 아까 나에게 말하던 동생 얼굴 표정이 생각났다.
'미친놈이 진짠가?!...'
난 사랑을 믿지 않았다.
난 인연을 믿지 않았다.
단지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이성이 존재할뿐...물론 최적이라함은 그 때 상황과 여건에 따라 틀려진다. 사랑은 가슴보다 머리랑 가깝다...난 이렇게 느끼고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겪은 세상은 그랬고 내가 겪은 여자는 그랬다. 최고의 지식은 경험이다. 경험에서 생긴 지식은 쉽사리 바뀌지도 쉽사리 잊혀지지도 않는 것이다. 나에게 사랑은 그랬다.
큰 조카 생일이라 주말에 가족들이 다 모였다. 집은 코딱지만한대 식구들은 무지하게 많아서 북적북적거리다 못해 집이 터져버릴 것 같다. 누나들 다 시집 갔으니까 나 장가가기 전까지는 이사를 안간다는 울어무이 때문에 매번 모임 있을때마다 짜증이 솔솔난다. "엄마! 요즘 새로 짖는 아파트가 얼마나 좋은 줄 알아. 누나들이랑 매형들이랑 조카들 다오면 집 좁아서 정신 없잖아. 이사 좀 갑시다. 맨날 돈 꼬불쳐 놨다가 뭐할라고 그래?! 새 시집 갈라고 그래?!"
뻑~ ㅡ.ㅡ(엄마한테 맞는 소리) 빡~ ㅜ.ㅡ(큰누나 한테 맞는 소리) 뻑빡~ㅡ.ㅜ(작은 누나한테 맞는 소리) 뻑뻑뻑뻑뻑뻑뻑빡빡빡뻑뻑뻑~ ㅜ.ㅜ(막내 누나한테 맞는 소리) 퍽퍽퍽퍽~ ㅜ___________ㅜ(매형들한테 맞는 소리)
맨날 이따구 소리했다가 뒤지게 혼만난다. 하지만 나도 잘 안다. 엄마가 왜 이사는 극구 내가 장가를 갈때까지 안간다고 하시는지...아빠 때문이겠지...아빠...아빠가 직접 짖으신 집이고 아빠의 채취가 아직 남아 있으니까. 아빠가 돌아가시기는 했지만 엄마의 정신적 지주는 여전히 아빠시니까...아직은...
"처남! 장사는 좀 돼?"
"맨날 그래요."
사실 잘 되는지 잘 안되는지 잘 모르겠다. ㅡ.ㅡ 얼마나 벌어야 잘되고 얼마나 안되야 잘 안되는지 개념이 없다. ㅡ.ㅡ 계산을 해본적이 없으니...그냥 자동차 기름값 안 떨어지고 밥 안 굶고 다니는거보니 버리기는 벌리나부다. ㅡ.ㅡ 사실 하느님께 감사할 일이다.
"학교 졸업한지 꽤 됐는데 취직을 하든지 아님 대학원을 가든지 해야되지 않아? 맨날 그렇고 지낼 수는 없지 않나?"
맨날 그렇게 지내다니 이게 믄 소리야?...ㅡ.ㅡ갑자기 생뚱 맞게 이 분위기는 뭐지? 우리 집안 모토가 '니 꼴리는대로 해라. 단 절대 거기에 따르는 책임은 너의 몫이다.' 이게 우리 집 모토이거늘 왜 갑자기 이런 뻘쭘하고 쌩뚱 맞은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생각하는 중이예요. 결정되면 상의드리고 말씀 드릴께요."
사실 개뿔이나 하나도 결정된 것도 없고 생각하고 있는 것도 없었다. 물론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한가지가 있긴 했지만...
"그래! 이제 어린 나이도 아닌데 ^^ 신중하게 생각해서 결정해."
"ㄴ ㅔ..."
그 날 밤 침대에 누웠지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뭘 하지?'...'어떻게 하지?'...'해낼 수 있을까?'...
아침에 엄마랑 아침상을 마주하고 앉았다.
"엄마!"
진지하게 굳은 표정으로 엄마에게 말을 걸었다.
"왜? 썪을 놈아~ 아침부터 밥상머리에서 인상을 구기고 지랄이야. 인상 안펴..."
"ㄴ ㅔ ^^..."
"근데 왜?..."
"응...다...른게 아니고 엄마 나 없어도 한 1년이나 뭐 그 정도 혼자 있을 수 있지?"
"미친놈 내 오십 평생 너 없어도 잘 살았다. ㅡ.ㅡ 뜬금없이 뭔 소리냐?"
"...그래 그렇지...그럼 나 유학 갔다 올께."
"..."
"왜? ^^ 가지마."
"썪을놈 똥을 열한바가지 싸고 있네.(이거 울엄마 유행어다.) 가. 갔다와."
그러면서 TV만 보시면서 밥을 드신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그런데 반찬은 안 드시고 벌써 3번째 밥만 드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