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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4) 이야기의 실마리

온단테 |2005.04.28 08:41
조회 172 |추천 0

4.  이야기의 실마리

 

 돌이켜 과거의 일들을 생각해보면 아주 사소한 일에서부터 현재의 일들이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전혀 미래에 영향을 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어떤 이야기의 실마리가 되었던 것입니다. 때로는 신비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재미있게 생각되기도, 섬뜩하게 생각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그 화요일 오후 2시, 나와 그녀 사이에 마그리트 화보집이라는 작은 매듭이 없었더라면 우리들 사이는 세상의 끝에서 끝만큼이나 먼 사이가 되어 버렸을 수도 있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그 화요일이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날이었습니다. 또 똑 같은 나의 일상은 시작되었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간단치 기지개를 피면서 체조를 하고,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매일 다니는 같은 길을 향해 걷기 시작했습니다. 거리의 표정들도 여느 때와 다름 없었습니다. 10분 전 6시, 난 편의점에 도착해 밤새 근무를 선 동료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네고 그와 교대를 합니다. 아직까지는 편의점을 찾는 사람들이 드물기 때문에 잠시 숨을 돌릴 틈이 있습니다. 난 주먹김밥 2개와 녹차 한 캔을 가져와 그것으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합니다. 식사가 끝난 후에 슬슬 하루를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우선 편의점의 안과 밖으로 깨끗이 청소하고, 재고품들을 정리합니다. 이런 일들이 거의 끝나갈 무렵, 점점 편의점 안에 학생들의 수가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나의 정신이 가장 긴장이 됩니다. 하루 중에 가장 바쁜 시간이 시작된 것입니다.

 

 아침 끼니를 거르고 온 학생들이 먹거리를 주섬주섬 골라서 카운터로 몰려오기 시작하고, 수다를 떨면서 가게 이곳 저곳에 자리를 잡고 아침을 먹는 통에 가게 안은 점점 더 소란스러워 집니다.

 

 “아저씨 나무젓가락이 없어요.”

 

 “냅킨 좀 주세요.”

 

 “아저씨 전자레인지가 이상해요.”

 

 “이거 얼마에요?”

 

 “아저씨 이걸로 바꿔주세요.”

 

이곳 저곳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고 난 최대한 침착하게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려고 합니다. 그래도 이곳에서 일한 지 3년째 이니 이런 일에는 이미 적응이 되었지요. 이런 바쁜 와중에 커피우유 소녀가 등장했습니다. 그 날은 평소보다 더 번잡해서 그녀를 보고 반가워 하거나, 그녀의 모습을 관찰할 여유 조차도 없었습니다.

 

 “자, 계산해 주세요.”

 

 정신 없이 일하다 보니 그녀의 차례가 된 것도 몰랐습니다. 그녀는 커피우유 하나와 샌드위치 하나를 내게 내밀었습니다. 난 그것을 바코드 스캐너로 스캔하며 다른 쪽 손님들을 보며 소리쳤습니다.

 “전자레인지에 그렇게 마구잡이로 음식을 넣으면 당연히 작동되지 않지요. 음식을 하나씩 넣고 작동해 봐요.”

 난 무의식적인 동작으로 그녀에게 음식을 건네주고, 돈을 받고, 잔돈을 거슬러주고 다음 사람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아저씨!”

 

 그때 커피우유 소녀가 조금 높은 톤으로 나를 불러 주의를 환기 시켰습니다. 내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니 그녀는 자신의 오른손에 든 것을 나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것은 나의 것과 같은 마그리트의 화보집 이었습니다.

 

 “책이 재미있어서 어제 똑 같은 걸로 샀어요. 좋은 책 소개해 줘서 고마워요.”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먹거리를 왼손에 쥐어 들고 편의점 밖으로 쪼르르 달려나갔습니다. 그녀 덕분에 정신이 없었던 수요일 아침 잠시 미소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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