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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틈새

정호준 |2005.05.02 13:14
조회 320 |추천 0

조그만 틈새.



어렴풋이 보이긴 하지만 그 다음은 알 수없다.

무엇이 있는지...








얼마동안이나 이러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좁은 방.


바닥도 벽도 천장도 온통 하얀색이다.

문이 없는 벽...









문.









어쩐지 문틈에 대해 이상하리 만큼 혐오감을 느끼던 나는

정신과 선생님과 상담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분명 그는 안정제와 수면제 몇알를 처방해 주고는 나를 배웅했다...




그리고...내 게....뭔가 해준 말이....




머리가 지끈거린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 안이였다.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고...

도데체 왜 내게 이런일이 생기는지 모르겠다.



처음엔 꿈을 꾸고 있는 것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소리를 지르고 뛰고...발광을 하고...

그러다 지쳐 지금은 이렇게 늘어져있다.




얼마전에 빌려본 '올드보이'가 생각난다.

오대수...

나도 그 처럼 한 싸이코의 손에 놀아나고 있는 걸까...

뭐가 뭔지 도무지 모르겠다...


일단은 배가...고프다...

뭐라도 먹지 않으면 안될텐데....















뭐지...

어디선가 들려오는 잡음에 잠을 깼다.


처음으로 들리는 소리.


무언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음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리.




파리가 앵앵대는 소리 같기도 하고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 같기도 하다.

그리고 사각사각대는 소리...


그 소리가 계속될 수록 불안이 엄습한다.

하얀 벽에서 부터

조금씩. 조금씩 베어나오는 끈적하고 더러운 기운이

이 소리일까.






소리가 들리는 벽쪽으로 귀를 귀울였다.

가까이 갈 수록 자꾸만 검은 불길함이 나를 좀먹는다




-퉁.

혹시나하고 손으로 벽을 쳐봤다.

역시나.


이쪽은 비어있는 벽인걸까. 혹시 출구?






왠지 나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나갈수 있을 꺼란 느낌.








소리를 질렀다. 벽을 두들기며




누구 없어요!? 나좀 꺼내 줘요!!! 이봐요!! 누구 없어!?!?누구좀 불러와봐!!! 나좀 꺼내줘!! 사람살려!!!
사람살려!!! 나좀 도와줘요!!!! 지금 여기에 갇혀있어요!!! 살려줘!!!!! 사람살려!! 아아아악!!!! 누구 없어!!
나좀 꺼내 달라고!!! 이봐!!! 경찰을 불러!!!누구든!!!어서!!!나좀 살려줘!!! 누구 없냐고!!



사람살려!!...

사람살려!!!!


사람살려!!!!!!!



몇번이고 벽을 차고, 두들기고

단단한 벽

.

.


.



.




.






.















제발....



나좀...살려줘요....

누구 없어...요...?....






갑자기 눈물이 난다.

목이 쉬어 더이상 목소리도 나지 않는다.

나갈 수 있을 꺼라 생각했던 기대가 무너지자


눈물이 난다.



나는 쓸떼 없는 짓을 하고 있던걸까.

어쩌면 평생 나가지 못할지도 몰라...






기대가 무너진 뒤 찾아오는 절망.


배신이라도 당한것 같은 기분...





어떻게 된건지...

이젠 정말 모르겠다...







벽에 기댔다...

그 난리를 피워서인지 몸에 힘이 없다...

피곤하다...




잠이 온다........



이게 정말 꿈이였으면 하는 생각....

꿈이였으면...


벽을 때린 온몸이 욱신거린다.











-.




앵앵거리던 소리가 멈췄다.

소리는 멈췄다.



하지만 이 불안감...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저 하얀 벽을 뚫고 무언가가 튀어나올 것만 같다.

이 끈적한 기운이 당장아리도 내 목을 조를 것만 같다.


내 규칙적인 숨소리만이 시끄러운 정적속에서

조금씩 그 불안감은 무게를 더한다.



나는 벽을 노려 본다.

눈에 핏발이 선다.





어쩌면...


이 불안감에 대한

무서움에 눈물까지 나는지도 모른다.



단지 저 벽하나를 두고 그 너머의 무언가는

나를 서서히 죄어들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저 벽 하나 뿐인데...




기기기긱-.







드디어?




벽쪽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린다.



기기기기긱-!

기기기기기기기기긱기기긱기기기기긱














벽이 조금씩 벌어진다.






벽사이로 보이는 실루엣.

3센치, 5센치, 10센치...


점점 사이가 벌어 질 수록 내 동공은 커진다.





누군가가 있다!!!

누군가가!!



드디어 이 악질적인 장난을 시작하고

지금에서 끝낼 누군가가 있다.







그를 잡으려 벌떡 일어났다.


날 꺼내줘!!!


안그럼 너는!!! 너는!! 너는!!!!




!!!!





일어난 나는 순간 얼았다.


10센치 가량의 틈으로 보이는 실루엣.








어둠속의 실루엣은 나를 보고 웃는다.




뭐야.

왜 웃는거야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 거지!?






들리지 않았던 그 기분나쁜 소리가 다시 들린다.

틈 사이의 실루엣은 보이지 않는다.


어둠속에 가려.





저 틈 사이의,



깊은. 어둠 속에.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틈 사이로는 기분나쁜 소리만이...


희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기어나온다.







아마 나를 지켜보고 있을 거다.



소리는 아주 낮은 웃음 소리처럼 들린다.






아니면 원래부터가 웃음 소리였을지도 모른다.











아-.




정신과 선생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왜 문틈을 혐오하게 됬는지 모르겠단 내 말에.





그는 웃으면서 말했었다.


틈, 그리고 그 다음에 기다리고 있는 건...










하얀 벽 검은 틈 사이의 그림자가 내게 손을 뻣었다.












그 다음에 기다리고 있는건...

자상하게 웃던 그의 모습이 생각난다.






















--


어이쿠.어색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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