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그녀에 대해서 알게된 소소한 사실들
뇌를 찍은 사진을 본 적이 있나요?
조금은 징그러워 보이기도 하고, 어찌보면 말랑말랑한 푸딩같기도 한 뇌의 모습. 그 안에 우리의 기억, 감정, 생각들이 모두 들어있다니 정말 신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학자글은 이 뇌가 뉴런이라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각각의 정보를 담은 뉴런과 뉴런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 받으면서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을 재구성한다고 하네요. 언뜻 들으면 굉장히 어려운 이야기인 것 같지만 일상적인 것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 할 수도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알아가는 것은 어떤 사소한 것들을 모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처음에 무엇인가를 단번에 안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 무엇인가에 대해서 조금씩 조금씩 기억들을 쌓아가고 그것들을 서로 연결시키고, 연관을 지어보고, 추측해 가면서 그 무언가를 알아가게 되는 것이지요. 그 무언가를 끝까지 이해 할 수 없게 되는 수도 있지만 적어도 ‘알 수 없는 것’이라는 정의 정도는 내릴 수 있으니까요.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지만 사람에 대하여 알아가는 과정도 같은 원리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처음 알게 된 그녀는 커피우유를 좋아하는 소녀였고 다음으로 화요일 오후 2시에 만난 소녀, 그리고 이유진이라고 불리우는 유쾌하고 뻔뻔한 소녀라는 것까지 이르렀습니다. 거기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에 대한 정보가 하나, 둘씩 내 머릿속에 쌓이게 되었습니다. 그녀에 대해서 알게 된 소소한 사실들은 이렇습니다.
우선 처음에는 주의깊게 보지 않아서 몰랐지만ㅇ 그녀의 교복의 명찰을 보니 푸른색이었습니다. 한강고등학교에서는 명찰의 색깔로 학년을 구분하고 있었는데 흰색은 1학년, 푸른색은 2학년, 초록색은 3학년 입니다. 그러니 그녀는 2학년이고 17세이겠군요. 그녀의 키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알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꽤 키가 큰편이겠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다른 학생들과 나란히 서있는 모습을 보며 눈대중으로 짐작한 결과 165cm에서 170cm 사이 정도는 되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미인에 가깝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쌍커풀이 있는 큰 눈이라든지, 오똑한 코, 작고 도톰한 입술, 시원시원하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생김새에 키도 크고 몸매도 좋으니 분명히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종종 두명의 여학생들과 수다를 떨면서 편의점에 들어오는 것으로 보아서 교우관계도 원만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다른 여학생들과 수다를 떠는 것을 엿들으니 암기과목을 잘 못한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난 차라리 수학 같은 과목이 훨씬 쉽더라. 어떤 원리만 이해하면 다른 것은 그것을 응용하면 되잖아. 또 문제를 풀면 성취감도 느낄 수 있고 말이야. 그런데 단순하게 외어야 한다는 것은 통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아. 이런걸 외어서 무슨 의미가 있나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말이야.”
그녀의 이와 같은 말에 그녀의 친구들은 “수학이 좋다니!”라고 하며 놀란 눈으로 쳐다보더군요.
아마도 그녀는 노란색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지갑도 노란색이고, 가방도, 손목시계도, 운동화도 머리핀도 그런 것을 봐서는 틀림없습니다.
이상이 일주일 동안 그녀에 대해서 알아 낸 새로운 사실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