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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2부 3막 : 변란 #01 & #02)

J.B.G |2005.05.09 01:04
조회 147 |추천 0

#01

 

제국력 1341년.

용이 남방대륙을 통일한지도 어느 새 3년이 지나고 있었다. 그 짧은 기간 동안 용은 많은 혼란과 부작용 속에서도 서서히 제국의 기틀을 마련해 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용국에 서서히 혼란의 불씨가 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불씨는 다름아닌 전 목진국의 황제인 유성찬(柳性讚)의 주변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용의 황도 천산.

늦은 밤에 미란의 저택에 제상 무린이 들어서고 있었다. 무린은 집사에게 안내되어 곧바로 미란의 방에서 그녀와 단 둘이 만나게 되었다.

 

“이렇게 단 둘이 만나고자 하다니… 도대체, 이런 밀담을 나누고자 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일단 숨이라도 고르시지요.”

“그럴만한 사건이라도 벌어진 것입니까?”

 

무린은 지금 미란에게 은밀히 자신을 만나고자 청한 이유를 묻고 있었다.

 

“아무래도 유성찬의 움직임이 수상합니다.”

 

그녀의 이 말에 무린은 잠시 깊은 생각에 잠기는 듯 보였다.

 

“결국,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까?”

“저의 정보망에 의하면 그들은 이미 많이 진전이 된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사안은 어전에서 논의하는 것이 옳지 않습니까?”

“저를 잘 아시면서 아직도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요…”

“내가 힘을 써줄 일이 있는 것이군요.”

“바로 보셨습니다.”

“그런데, 그의 본심은 무엇입니까?”

“…”

“제게는 진실을 알려 주시지요.”

“유성찬은 사실상 이 일과 무관합니다. 다만, 그가 지난날 한 제국의 황제였기에 그를 이용하고자 하는 자들이 그의 주변에 모여들어 분란이 크게 일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것 참 곤란한 일이군요. 그로 인해 이런 일이 빈번하다면 그때마다 큰 국력의 낭비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조금 더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종양을 일시에 뿌리 채 제거할 요량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올가미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바로 보셨습니다. 다만, 폐하께서 종양을 제거하는 것을 허락하실 지가 의문입니다.”

“흠…”

“폐하께서는 지난날 양위를 받으실 때, 용을 적대하는 많은 적들을 모두 살려주기로 이미 유성찬과 약조를 했으니 그 약속을 최대한 지키려 할 것입니다.”

“틀림없이 그리 하시겠지요.”

“그래서 이번에야말로 종양이 터지기를 기다리려는 것입니다. 다만, 그 종양이 터졌는데도 폐하께서 선정을 베풀지 않도록 제상께서 힘을 써 주셔야겠습니다.”

“그래서 제가 필요한 것이군요.”

“제상이 아니면 아니 되기에 이리 미리 확답을 듣고자 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종양을 곪게 해서 터지게 하는 일은…”

“덫을 놓는 일은 제 일입니다. 제게 맡겨 주시면 될 일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저도 제 일을 성사시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무린과 미란은 차후에 일어날 변괴에 미리 대처해 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들의 행동이 이미 미란의 첩보부대에 의해 모두 감시되고 있음을 까맣게 모르는 지난날 목진을 비롯한 이미 멸망한 제국의 많은 제후와 그 후예들은 자신들의 명을 재촉하고 있었다.

 

귀향지 패림의 유성찬의 집.

수년 동안 조용하던 유성찬의 작은 집 앞마당이 소란스러웠다. 지금 그곳에서는 변란을 꾀하고자 하는 멸망한 제국의 제후들과 장수들이 그를 얻고자 한데 모여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맞아주지 않는 유성찬의 집 앞마당에 엎드려서 소리 높여 그를 부르고 있었다.

 

“폐하! 이제는 일어서셔야 합니다. 제국이 통일된 지 벌써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바다에는 해적이 창궐하여 백성을 도륙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의 아들, 딸들이 외국에 창기나 노예로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국의 각지에서는 도적떼가 벌떼같이 그 세력을 확장시키며 백성의 터전을 짓밟고 있습니다. 이런데도 관군은 그들을 어찌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지난날 제국을 통일한 공신들은 이제는 모두 자신의 권력과 지위에 안주하여 그 배에 살을 찌우고 있으며, 심지어 그 공신의 후손과 친척들은 발호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 백성의 피를 빨고 있습니다.”

“또한, 탐관오리는 부패하여 백성을 착취하며, 뇌물을 받고 관리를 천거하고, 상인들마저 자신이 권력기반을 세우기 위해 사병을 키우고 있습니다.”

 

지금 굳게 닫힌 유성찬의 방 문 밖에서는 많은 변란의 주모자들이 모여 그에게 현 용국의 실정에 대해 성토를 하고 있었다. 그들의 성토는 대부분 사실에 근거한 것이었으며, 충분히 백성을 선동해 변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당위성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유성찬은 그들의 말을 듣기만 할 뿐 방 안에 앉아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는 방 문을 걸어 잠근 채, 그들을 대면하려 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결국, 이렇게 내 명이 다 하는 것인가…’

 

유성찬은 지금 어두운 방 안에서 깊은 슬픔에 잠겨 있었다.

 

‘그저 유유자적하면서 남은 생을 즐기다 가고 싶었는데…’

 

그렇게 한참을 침묵하던 유성찬은 마침내 방 문을 열고 자신을 찾은 자들과 대면했다. 그러나 그는 그들의 기대와는 달리 자신을 찾은 자들을 책망했다.

 

“지금 한 고변은 그대들이 지난날에 모두 했던 것들이 아닌가?”

“폐하?”

“그래, 이제 시대가 바뀌어 그대들은 그런 지위를 누리지 못하는데, 저들은 그것들을 모두 누리고 있는 것이 불만인가?”

“어찌 그런 말씀을…”

“물러들 가시게! 나는 이곳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으니. 나를 그냥 이대로 놓아주게나.”

“폐하!”

“물러가라 하지 않았는가?”

 

유성찬은 그를 따르는 모든 무리를 내치고는 다시 방으로 들어가서 나오지 않았다.

 

“어찌 우리에게 이러실 수 있단 말입니까? 어찌…”

“폐하~”

“소신들의 뜻을 헤아려 주시옵소서. 폐하~”

 

그러나 아무리 불러도 유성찬은 묵묵부답 이었다.

 

“이럴수는 없습니다. 이럴수는…”

 

그의 이러한 태도에 직면한 변란의 주모자들의 실망은 매우 큰 것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결과는 곳 변란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대륙의 많은 백성에게 아직도 신망이 크고 영향력이 있는 유성찬이 없다면 백성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어찌 되었소?”

 

바로 그때 그 자리에 지난날 적귀대의 선봉장인 여산박(與疝珀)이 나타났다.

 

“장군! 잘 오시었소. 폐하께서 일언지하에 거절하셨습니다.”

“뭐요?”

 

이번에는 여산박이 유성찬을 만나기 위해 그에게 아뢰었다.

 

“폐하! 신 여산박 입니다.”

“…”

“폐하!”

“…”

“신 여산박…”

“물러들 가라 하지 않았소!”

“폐하! 결례인지 알면서 안으로 들겠습니다.”

 

그렇게 막무가내로 방에 들어선 여산박은 유성찬에게 예를 올리며 말했다.

 

“폐하! 어찌 저희의 뜻을 알아주시지 않는 것입니까?”

“장군! 이대로라면 모두 개죽음을 당할 것이오. 그런데 내가 어찌 나를 따르는 자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겠소?”

“우리는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우리는…”

“군사 미란은 그대들보다 더 많은 준비를 했을 것이오.”

“폐하!”

“장군! 난 최소한 그대만은 의심하지 않소. 그대가 백성을 진정 위함을 알고 있소. 허나, 그대의 주위에 모인 자들은 모두 지난날의 영달을 회고해 추억하는 자들일 뿐… 그대와는 다르오. 그러니 그만 세상에 품었던 뜻을 접으시오.”

“소신을 그리할 수 없습니다. 용은 이 제국을 통제할 능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용을…”

“그렇다면, 그들을 도와 힘이 되어 주시오.”

“폐하?”

“그것이 내 마지막 명이오.”

“…”

 

유성찬의 이 말에 여산박은 그만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뜻이 정 그러시다면 폐하를 이 일에 끌어들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허나, 전 제가 정한 길을 가겠습니다.”

“장군…”

 

여산박은 이리 말하며 유성찬에게 마지막이 될 작별을 고하고 물러났다.

 

‘또 하나의 별이 지겠구나…’

 

그렇게 물러가는 그를 보며 유성찬은 너무나 가슴이 미어졌다. 지난날 자신을 따르는 많은 영웅들이 도처에서 여산박 같이 지는 것이 그를 너무나 가슴 아프게 하고 있었다.

 

‘나는 얼마나 더 살아서 나를 따르던 영웅들이 지는 것을 보아야 한단 말인가…? 얼마나 더…’

 

같은 시각.

이 같은 일은 적귀대의 대장이었던 장수 무위(拇偉)에게도 벌어졌다. 무위는 지금 자신을 찾은 지난날 적귀대의 장수들을 만나고 있었다.

 

“무위 장군님! 저희를 인도해 주셔야 할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얼마나 모였나?”

“지난날 적귀대의 생존자는 대부분 모였습니다. 모두 장군님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흠…”

 

무위는 자신을 모시러 온 지난날의 부장인 이자현(利自現)을 따라 적귀대의 병사들을 만나기 위해 나서고 있었다.

 

‘그래… 한바탕 즐겨보자꾸나…’

 

같은 시각.

무위와 같은 제안을 받은 달현은 자신을 설득하기 위해 온 지난날 자신의 수하 장수들을 만나고 있었다.

 

“정녕, 그것이 그대들의 대의인가?”

“그렇습니다. 장군님!”

“그래…”

 

달현은 깊게 눈을 감고 쉼 호흡을 하더니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의 이러한 행동에 장수들은 모두 크게 놀랐다.

 

“장군님?”

“미안하네.”

“네?”

 

달현은 눈을 부릅뜨더니 갑자기 자신의 앞에 있던 장수의 칼을 뽑아 그의 목을 쳤다. 그리고 놀랄 틈도 없이 주변의 장수들의 목을 모두 베어냈다.

 

“죽고 싶은 자는 앞으로 나서거라!”

 

갑작스럽게 사태가 이리 되자 그를 설득하기 위해 왔던 살아남은 자들은 모두 혼비백산하여 물러갔다.

 

‘역적은 용서할 수 없다. 절대로… 다만, 내 너희들을 위해 슬퍼해 주마…’

 

한편, 무위는 지금 지난날의 동료들과 재회를 하고 있었다.

 

“모두 오랜만이군…”

“그렇습니다. 장군님.”

 

3년 만에 재회한 그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무위는 한데 모여 있는 적귀대의 옛 동료들에게 술과 음식을 베풀었다. 그는 모든 것을 잊으려는 듯 밤이 맞도록 그들과 즐겼다. 그렇게 날이 밝아올 때까지 즐기다가 모두 취해 잠들자 무위는 그 자리를 떠나 종적을 감추었다.

 

‘모두들 즐거웠네.’

 

해가 중천에 뜨면서 하나, 둘 잠에서 깬 지난날의 적귀대는 무위가 이미 떠난 것을 알고는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의 실망은 너무나 큰 것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것으로 무위의 뜻을 헤아려 모두 자신해서 자신들의 고향으로 다시 흩어졌다.

 

 

 

#02

 

천산의 한 기생집에서 은밀히 회합이 이어졌다. 지금 그곳에는 변란을 꾀하고자 하는 인사들이 밀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것은 그들의 예상과 달리 어렵게 다시 모인 적귀대는 이미 해산되었고 수군 사령관 달현과 지난날 목진의 황제인 유성찬까지 얻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혁명을 꿈꾸던 그들은 큰 혼란에 빠져 있었다.

 

“이대로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입니다.”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비록 큰 힘이 되어줄 인사들을 얻지 못했으나, 우리에게는 대의가 있습니다. 우리가 혁명의 깃발을 높이 치켜들면 만 백성이 우리를 따를 것입니다.”

“허나, 백성들이 눈을 뜨기 전에 우리가 버티지 못하면 용군에게 먼저 당하고 말 것입니다.”

“그래서 군대가 필요했던 것인데…”

“문제는 바로 이곳 천산입니다. 천산을 얻을 수 있다면, 그 다음은 시간싸움 입니다. 우리가 천산을 얻고 버틴다면 백성들이 봉기할 것입니다.”

“허나, 용의 대군을 상대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그래서 천산 밖의 동지들이 움직여야 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백성을 선동해 줘야만 하는 것입니다.”

“허나, 유성찬 폐하가 없다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명분이…”

“더 이상 무슨 명분이 필요합니까? 이 타락한 제국 자체가 명분인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을 두려워하는 것입니까?”

“우리는 군대가 부족합니다. 제 휘하의 병사들은 적귀대가 합류하지 못함을 알고 이미 그 사기가 많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어허, 혁명을 꾀하는 자들이 어찌 그리 심약하단 말이오. 목숨을 내어 놓지 않으면 이 혁명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네?”

“그분의 의지를 거스르는 일이지만… 우리는 그 이름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이 말에 모두 암묵적으로 침묵했다.

 

“그러다 그분이 용에 의해 큰 위해라도 받게 된다면…”

“그리 쉽게 그분을 어찌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아직도 만은 백성들이 그분을 존경하고 또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변란에 동참했다고 한다면…”

“그러니 그분의 이름으로 명분을 얻고 하루 빨리 천산을 얻은 후에 다시 그분을 모시러 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을 위해서라면… 변란의 시작과 함께 은밀한 곳에 피신을 시키는 것이 현명할 것입니다.”

 

그렇게 그들의 논쟁은 날이 밝아오도록 끊이질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뜻이 모아지고 곧 결행의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정말 때가 되었구나…’

 

패림의 유배지에서 스산한 바람을 맞은 유성찬은 그의 의사와 무관하게 곧 벌어질 변란으로 인하여 자신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제국력 1341년의 늦가을.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을 알리는 스산한 바람을 타고 변란의 불길이 치솟았다. 반란군은 천산을 향해서 영림강을 따라 남하했으며, 반란군의 동지들은 전국 각지에서 크고, 작은 봉기를 하면서 관청을 장악해 나갔다. 이것은 철저하게 준비 된 전국적인 대규모 변란 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러한 것은 작은 규모의 혼란일 뿐. 그것은 이러한 혼란을 통해 자신들의 거사를 정당화 시키기 위한 수단이었다. 무엇보다 이번 변란의 최대의 핵심은 역시 천산을 얻어 백성들에게 그 정당성을 인정 받는 것이었다. 중앙대륙에서 천산을 잃는다는 것은 곧 대륙의 왕조로서 자격이 없음을 의미했으며, 천산을 얻음은 곧 하늘로부터 그 자격을 부여 받음을 상징적으로 의미했기 때문이다.

 

황도로 노도같이 밀려드는 반란군 앞에서 지난날 제국을 통일했던 용군은 속절없이 패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태의 전개는 가히 충격적인 것이어서 백성들까지 정신이 아득하게 만들었다. 실로 그것은 너무나도 충격적인 사건이었던 것이다. 용군이 통일 이후 그만큼 나태하고 부패되어 있음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사건이 되고 있었다.

 

황도의 어전에서는 더욱 긴박하게 상황이 진행되고 있었다. 많은 문, 무 대신들이 입궐해 있었으나 딱히 어찌해야 할 지를 몰라 모두 혼비백산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갑작스러운 변란과 군의 연이은 패배 소식은 그만큼 기반이 다져지지 않은 통일 제국을 뿌리 채 흔들어 놓고 있었다.

 

“전선의 소식은 어떠한가?”

“반군이 이미 무진주와 천변을 장악하고는 그 여세를 몰아 호접산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합니다.”

“사매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이냐?”

“반군의 기세가 너무도 거세기에 계속 퇴각을 하고 있다 합니다.”

“아무런 지략도 내어 놓지 못하고 있단 말이냐?”

“폐하! 이 변란은 전국적으로 벌이지고 있습니다.”

“이런…”

 

적룡은 매우 침통해 했으며, 대신들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심히 불안해 했다.

 

“변란의 수괴는 어찌 되었느냐?”

 

황제의 물음에 제상 무린이 답했다.

 

“반군은 자신들의 우두머리를 지난날 목진의 황제인 유성찬이라 했습니다.”

“그는 시대의 영웅이다. 그가 이런 일을 벌일 리 없지 않더냐?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허나 백성은 그리 생각하지 않습니다.”

“…”

“지난날 적청의 일을 되새겨 보시지요. 그의 뜻과 무관하게 그는 좌초되었습니다. 유성찬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래서 지금 그를 참 하자는 말인가?”

“이미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지금의 이 사태를 보고도 모르는가? 만 백성이 그를 따르지 않는가?”

“폐하!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시지요. 이전 까지는 그랬으나 이제 그는 역적입니다.”

“역도가 그를 이용하는 것이지 않는가?”

“그래도 그는 역적입니다.”

“…”

 

적룡은 침통한 얼굴로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제상 무린은 침묵한 채 황제의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그가 죽어야 제국이 바로 설 수 있단 말인가…”

“그가 살아있는 한 이러한 일은 계속 반복될 것이다.”

 

황제는 깊은 시름에 빠져 들었다. 유성찬은 지난날 제국을 양위할 정도로 욕심이 없고 진정으로 백성을 사랑하고 아끼는 성군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 그를 죽여야 하는 운명에 놓여 있었다.

 

“폐하!”

 

대신들은 모두 무린과 입을 같이하여 유성찬을 참 하도록 청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들이 모두 한 입으로 이리 청하는 것은 바로 무린에 의한 사전에 준비된 것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때에 새로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폐하!”

“무슨 일인가?”

“패림의 유배지에 있던 유성찬이 사라졌다 합니다.”

“뭣이?”

 

때 맞추어 벌어진 사태에 신하들은 더욱 앞을 다투어 입을 열었다.

 

“폐하! 이것은 의심의 여지 없는 역모 입니다.”

“닥치시오!”

 

그럼에도 적룡은 오히려 신하들에게 역정을 내었다.

 

“반군도 바보가 아닌 이상 그를 포박해서라도 어디로인가 피신시켰을 터…”

 

그의 역정으로 잠시 침묵이 이어지면서 황제의 고심은 더욱 깊어갔다.

 

‘정녕, 나는 죄인이 되어야만 한단 말인가…’

 

그렇게 한참 동안 고심하면서 황제가 침묵하자 모두 그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시간이 길면 길수록 용에게는 큰 위험이 닥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무린이 다시 황제를 재촉했다.

 

“폐하!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역사는 기록은 어차피 승자의 몫입니다.”

“무린…”

“네. 폐하!”

 

적룡은 다시 한번 망설이더니 곧 답을 내었다.

 

“내 이 한번의 결단으로 다시는 변란이 없어야 할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한편, 그 시각 미란은 무비, 선경과 함께 천산을 기점으로 군사를 분산시켜서 숨을 죽이고 있었다.

 

“군사! 어찌해서 계속 패전을 하는 것입니까?”

“뿌리를 뽑기 위해서 입니다.”

“네?”

“우리가 패전해야 폐하가 마음을 바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저는 유성찬 그가 변란을 일으킬지는 전혀 몰랐습니다.”

“무비장군님도 이럴 때는 꾀 순진하시군요.”

“네?”

“그는 결백합니다.”

“군사?”

“그는 변란이 있기 전까지도 패림에서 단 한 한발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반란군이 마음대로 명분을 위해 그의 이름을 도용하는 것입니다.”

“이런…”

“허나 그가 죽지 않으면 이런 일은 계속됩니다.”

“…”

“그는 지금 반란군에 납치되어 이동 중 입니다. 그리고 우리 군이 그들을 은밀히 추적 중입니다.”

“그럼…”

“폐하의 윤허만 계시면 곧 주살할 것입니다.”

“…!”

 

바로 그때 군막에 내관이 나타났다. 변란의 시기에 내관이 군 진에 왔다는 것은 곧 황제의 윤허가 있음을 의미했다.

 

하룻밤 사이에 순식간에 전세는 역전 되었다. 용군은 반란의 수괴인 지난날 목진의 황제 유성찬의 목을 친 것과 동시에 마치 전국시대를 평정한 용처럼 불을 품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사태에 반란군은 급격히 무너져 내렸다. 그렇게 천산으로 진군하던 기세 등등하던 반란군이 단 하루 만에 무참히 패주하자. 종양이 터지기를 기다렸던 미란은 전 군을 동원하여 대륙의 구석구석에서 지난날 전란에 참전했던 영웅들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군사. 이래 해도 되는 것입니까?”

“폐하께서는 이미 묵인하기로 마음을 굳히셨습니다. 그리고 이런 기회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최대한 걸러내야 합니다.”

“누명을 씌워서 말입니까?”

“지금 절 비난하는 것입니까?”

“…”

“무비 장군님?”

“…”

“선경 장군님도 그렇습니까?”

“군사를 어찌 비난하겠습니까? 모두 저희가 미약하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저도 어찌할 수 없습니다. 저들이 훗날 내 무덤을 파내 욕을 보인다 해도 저는 이리 해야만 합니다.”

 

이러한 미란의 말을 듣고 있던 무비가 말했다.

 

“잘 알고 있습니다. 군사가 진 짐의 무게를… 다만, 그 짐을 혼자 지려고 하지는 마시지요.”

“…감사합니다. 장군…”

 

미란은 변란을 통해서 목진 황제 유성찬을 죽일 수밖에 없다는 정당성을 얻음과 동시에 불란의 모든 씨앗을 제거하는 명분을 얻은 것이었다. 그리고 변란을 통해 이러한 대규모 참수에 대해서 백성들에게 승낙을 받은 것이었다. 수개월간 이어지는 끝없이 이어지는 숙청… 변란으로 인해 그 동안 살아있던 전국시대의 수 많은 맹장들이 참수되었으며, 또한 스스로 종적을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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